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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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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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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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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914

작성
15.12.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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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 투수의 현위치 - 3

DUMMY

"그게 왜? 연우주 정도면 할만 하잖아?"


강훈은 주포가 곤란해 하는 걸 이해 못했다. 연우주는 이제 데뷔 3년 차에, 풀타임은 지혁과 마찬가지로 올해가 처음인 신인급 투수다.


왼손 투수라지만 제구도 구위도 아직은 그저 그런 수준의 투수일 뿐이었다.


자신의 팀 타선이면 쉽게 끌어내릴 수 있을 텐데.


호승은 우주가 진저리가 난다며 대답했다.


"걔 컨트롤도 공도 완전 제멋대로라서 한 번 상대하면 한동안 타격이 고장난다니까요."

"그럼 전흥국 코치랑 감독님께 얘기해서 그 날은 빠질래?"


어차피 그저 호승만 곤란해하는, 리더스의 선발 후보 수준 밖에 안 되는 게 그 투수의 현재다.


이번 시리즈가 끝나면 다음 주는 2위 헌터즈와 1위 리더스를 연달아 홈에서 상대하게 되기에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겠지만, 어차피 다음 주 경기를 다 잡을 거란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주를 이렇게까지 다 잡으려고 한 것 아닌가?


더군다나 리더스전이면 은석과 인화가 예정되어 있다.


아무리 주포라지만, 한 명 정도는 빠져도 문제 없는 타선이기도 하고.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하고 호승은 말을 이었다.


"기왕 막내가 선발로서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면 제가 직접 승을 가져다 주고 싶기도 하고."

"……네가 언제부터 후배를 그렇게 챙겼다고 그러냐?"

"저도 마음 속으로는 친절한 선배입니다."

"마음 밖으로도 친절해라 좀."


지혁만 혼자 감격하고 있었다.






5


경기 시작 전.


지혁은 코치의 지시대로 덕아웃에 앉아서 전력분석팀에게서 받은 윈즈 타자들에 대한 전력분석을 읽어보고 있었다.


타자의 성향에 대해서 파악하고 오늘 은석의 피칭을 유심히 살펴보라는 지시였다.


잘하면 지혁이 바라는 대로 길게 던지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거라고 했기에 꼼꼼히 읽어보고 있었다.


그렇게 뚫어져라 용지를 보고 있던 지혁은 뒤에 누가 다가왔다는 걸 깨달아서 뒤돌아봤다.


서 있는 건 팀의 에이스인 유인화다.


지혁이 손에 들고 있던 전력분석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인화는 용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지혁을 내려다보고는 옆에 앉아,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팀이 모처럼 잘 나가고 있으니까요."


원래라면 다음 주 헌터즈전 선발이었을 지혁이 이렇게 갑자기 윈즈의 전력분석 자료를 보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금방 그 이유를 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언제든 잘하고 있었다면 굳이 이런 일이 생길 일이 없을 거라고 인화는 자책했다.


인화는 지혁의 옆에 앉아서, 팀의 포수인 성구와 캐치볼을 하고 있는 은석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오늘 은석이 형 던지는 거 잘 봐."


강훈의 입에서 들었던 말을 인화에게서도 들을 줄은 몰랐지만, 코치와 에이스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오늘 무슨 일이 있을 건지 지혁은 기대되기 시작했다.


지혁의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 가만히 말이 없던 인화는 이윽고 지혁에게 물었다.


"거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고 했지? 지내는 건 어때?"

"예. 적당히 걸어 다니기도 좋고, 아는 선배들도 종종 만나니까 좋은 곳 같아요."

"그래……. 908동이랬지?"

"네."

"일반 사람들도 있고 너도 공인이니까, 조심하고."

"주의하겠습니다."


그런 인화의 말에 지혁은 민정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인화는 그런 것에 민감한 사람인가?


또다시 말이 없어졌다.


다른 선수들의 연습 소리만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러고 보면 지혁은 인화와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별로 없었다.


1군 멤버들을 만난 것도 이제 반년 겨우 지났기에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인화는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말이 없었다.


아니, 자신이 후배이니 이런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입을 열어야 하는 걸까?


그런데 사실 그냥 인화가 말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면?


마운드 위에서 군림하는 그 모습과 평소 생활의 과묵한 인화는 이런 식으로 괴리가 심했다.


그 덕에 쓸 데 없는 구설수가 있지도 않으니 그걸 생각하면 자신에게도 너무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주의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지혁은 스스로 판단했다.


지혁이 다시 분석 자료를 살펴보는데 갑자기 인화가 무거운 한숨을 내뱉더니 말했다.


"옆집은 혹시 알아?"

"아, 네. 종종 얘기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웃이 누구인지 아는 걸까? 소문이 보통 동수까지 그렇게 구체적으로 돈 걸까?


지혁은 만일 그것에 대해 말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됐다.


자신은 누구 편을 들어야지?


그렇구나, 라고 인화는 그렇게 대답하곤 말을 이었다.


"아내 분은 잘 지내셔?"

"그게~."


인화의 그 말에 지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늘렸다.


자신이 혼자 생각했던 게 전부 틀려버린 것이다.


인화는 그런 소문조차 모르고, 그것에 대해 주의를 줄 심산도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인화는 그 이전에 그 부부가 이미 이혼했다는 것조차 몰랐던 모양이다.


이런 걸 내 입으로 말해도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지혁은 결국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얼마 전에 알았는데 이혼해서, 지금은 여자 분만 살고 계세요."

"……이혼했어? 언제?"


그런 지혁의 대답에 인화는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화로운, 잔잔했던 그 얼굴이 놀람으로 어지럽혀졌다.


대답을 재촉하는 그 표정에 지혁은 당황했다.


"2년 쯤 전에 그랬다고 들었어요."

"하하……! 그랬구나. 그럼 지금은 혼자 거기서 지내신데?"

"네."


지혁은 인화가 희윤과 안면이 있는 사이였던 건지 묻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역시 그런 건 선배에게 함부로 물을 만한 게 아닌 것 같아 마음속에 묻어뒀다.


동시에, 이미 이웃의 과거를 타인에게 술술 불어버리는, 그것도 자신이 확인한 것도 아닌 그저 듣기만 한 그런 정보를 얘기하고 있는 자신에게 작은 모멸감을 느꼈다.


지혁의 말을 들은 인화는 다시 입을 다물고 무언가 골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인화의 표정이 지혁에게는 왜 이리 기뻐 보이는 것일까?


이내 생각을 끝낸 것인지 인화는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지혁의 등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나중에 혹시라도 기회 있으면 내 안부 좀 전해줘라."

"그럴게요."


역시 아는 사이였다고 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왼손잡이인 인화는 오른손도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걸 등으로 느끼고 있었다.







6


[기다리는…… 그대로 삼진입니다. 루킹 삼진!]

[2스트라이크에선 존을 넓혀야 하는데요!]


윈즈와 타이푼즈의 주말 시리즈 마지막 경기.


에이스도 투수코치도 지혁에게 유심히 지켜보라 했던 은석의 피칭은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문자 그대로 '퍼펙트'였다.


[5회 초가 끝난 지금 윈즈의 타자 중 그 어느 누구도 출루 한 번을 하지 못했습니다!]

[필요 없는 공은 전혀 던지지 않았고요. 때리려면 때리라는 것처럼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체력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했던 이은석 투수입니다만, 투구 수를 줄여가며 그 점을 극복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타자에겐 바로 스트라이크를 꽂고 걷어내며 기다리려 들면 칠 수 밖에 없는 공을 던진다.


적극적인 타자에겐 철저하게 존에 걸치는 공만을 던져서 빠른 승부를 건다.


사전에 이미 준비한 볼 배합으로 바로바로 인터벌을 매우 짧게 가져가며 상대에게 대비할 틈을 안 주며 승부를 보고 있었다.


[5회까지 투구 수 단 52개. 6회, 7회도 거뜬하겠는데요?]


[그 이상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



5회 초가 끝나고 은석과 야수들은 공수 교대를 위해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5회말 선두타자인 이태화가 바로 타석에 나갈 준비를 하고 모두들 이번에도 꼭 나가라는 말을 건네었다.


태화 또한 슬슬 자신을 좀 불러들여 달라고 대답하며 걸어 나갔다.


윈즈 타자들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머릿속에 반복하여 떠올리던 은석에게 다가선 투수코치 연강훈이 그런 은석에게 어디까지 가능할 것 같으냐고 묻자, 은석은 확실하진 않다고 운을 뗀 뒤에 마저 대답했다.


"계속 이래도 7회겠죠. 타선 한 번 더 돌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투구 수는 아끼고 있으나 허투로 던지는 공은 없었다.


윈즈는 틈이 보이는 순간 바로 파고 들 수 있는 저력을 지닌 타격의 팀이다.


아직은 몰라도 맞아 나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5회를 바라보던 투수가 스스로 7회까지 가능할 것이라 말하는 건 확실히 긍정적인 일이었다.


"에이스라는 놈이 자신감하고는!"


현실적이고 솔직한 왕년 에이스의 자기 분석에 강훈은 그만 웃고 말았다.


빨리 점수 좀 내달라며 타자들에게 장난을 걸던 은석은 마운드에 올라오는 윈즈의 선발 은대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이제 옛날 같진 않네요."

"너 아직 10년은 더 해야 해, 임마."


대훈의 젊음이 부럽다는 눈빛의 은석의 말에 딴지를 건 사람은 호승이었다.


이번 5회 말 공격은 1번부터. 4번인 호승에게는 타석이 오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그는 반드시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으로 방망이와 헬멧을 곁에 두고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내가 네 나이 때는 평생 야구할 줄 알았어."

"형 아직 야구하고 계시잖아요? 7년은 더 하실 걸요?"

"그럼 넌 17년은 더 해야지."

"……그때면 딸도 독립했겠네요."


강훈은 그런 둘의 대화에 웃음을 터뜨릴 번한 걸 겨우 참았다.


이 둘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다.


둘 다 나이로만 보면 은석과 호승 둘 다 전성기는 이미 지난 선수들.


이제 될 때까지 해보자는 기분으로 야구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호승의 나이에 자신은 이미 은퇴했었다는 걸 떠올릴 때마다 강훈은 내심 호승을 존경했다.


물론 아직도 든든한 은석도.


물론 그런 그들도 목적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한 번도 직접적으로 말을 꺼낸 적은 없는 이들이지만, 슬슬 은퇴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것쯤은 팀원들도 구단 관계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작년 코앞에서 우승을 놓쳤을 때 가장 아쉬워했던 선수들 아닌가?


강훈은 그런 둘에게 부탁했다.


"너희 '내년'까지는 계속 있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 아직 오늘 내일 수준으로 골골대진 않잖아요?"


은석과 호승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렇게 온몸으로 자신들의 '엄살'을 실토하던 두 선수와 코치의 대화는 선두타자로 나왔던 이태화가 자신의 3안타 째를 3루타로 기록하는 것과 함께 끝을 맺었다.


경기장이 이태화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좋아, 좋아. 오늘도 이겨보자!"


그렇게 외치며 덕아웃을 나서는 호승의 등에 대고 덕아웃의 선수들과 코치들은 하나 같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형님, 제발 좀 쳐요!"

"저 좀 이겨 봐요!"

"너 여기서 못 치면 다음 주에 없다!"

"누가 들으면 나 하나도 못 친 줄 알겠네!"



**



2번과 3번의 포볼, 4번의 만루 홈런과 5번의 백투백 등 순식간에 5회에만 7점을 쓸어 담으며 스코어를 0:7로 바꿔놓은 타이거즈의 불펜은 현재 비어 있었다.


"일단 지켜보고 되겠다 싶으면 한 번 끝까지 가보자."

"네, 감독님."


작가의말

 <인물 소개 ─ 유인화>

 나이 : 26
 포지션 : 투수 (좌투좌타)
 신체 : 189cm, 88kg
 구종 : 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써클체인지업, 슬라이더


 올해 데뷔 7년차 현재 타이푼즈의 1선발 에이스.
 데뷔 첫 해에 이미 이은석을 이은 타이푼즈의 차기 에이스라 불리는 실력을 갖췄었고 실제 그 해 좌완으로 150을 넘나드는 속구 구속과 탈삼진 능력, 개인에선 선발 15승(6패 Era2.98)으로 신인왕을, 팀은 한국시리즈의 우승이라는 공을 세우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여태 Fa 권리를 계속 사용하지 않다가 현재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일본에 진출할 의사를 밝히며 일본 구단들 측에서도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 작품의 FA 만족 조건은 5년이며 이는 물론 현실과 다릅니다)
 왜 메이저리그가 아닌 일본이느냔 질문들에 대해선 일본에서 통한다면 자연스레 더 위를 찾을 것이라 대답하고 있다.

 평소에는 말이 적고 조용하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평소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가끔 이 승부욕과 에이스의 자존심으로 인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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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투수의 현위치 - 2 +2 15.12.05 3,102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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