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A Son of The Pi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71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05 20:33
조회
1,564
추천
29
글자
7쪽

그 투수의 현위치 - 5

DUMMY

9


감독 김수룡과 투수코치 연강훈은 선발투수 이은석을 향해 걸어가는 포수 한성구와 그걸 은석이 기다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중석의 웅성거림과 성구의 힐끔거리는 시선을 배경 삼아 느긋하게 서있었다.


'갑자기' 다리를 절뚝이는 성구의 모습에 감독 수룡이 입을 열었다.


"연 코치."

"예, 감독님."

"은석이 쟤가 자기 입으로 말한 게 이쯤이었지?"

"그렇습니다."

"그럼 더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강훈은 입을 벌린 채로 가만히 있다가 겨우 대답했다.


"……평소보다 길게 던지고는 있습니다."

"듣고 보니 그건 그렇고만."


겨우 성구가 은석에게 다다르고 서로의 장비로 입을 가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수룡은 그런 둘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난 보통, 선수들이 말하는 것보다, 본인들이 힘내면 그것보다 조금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아무리 구닥다리 쌍팔년도 소리를 들어도 결국 정신은 무시 못 하는 거야."

"예. 압니다. 요즘 금새 나태해지는 애들이 늘었으니까요."


평소의 그런 생각 덕에 일각에선 구시대 감독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었지만, 그래도 수룡이 만들어 놓은 현재의 이 젊은 강팀은 확실한 그의 공이었다. 몇몇 선수들에게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하지만, 그것 또한 분명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에 하는 말일 터. 선수가 당사자로서 얼마나 힘을 내고 있는지, 수룡의 말에 이미 질리도록 열심히 했을 당사자가 느낄 심리적 부담은 생각 하지 않는 모습도 종종 보이곤 있었지만, 강훈은 그런 수룡의 행동에 악의는 결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룡에게 수룡의 감독관이 있다면-그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훈도 자신의 투수론이 있었다.


"그렇지만 감독님. 은석이도 감독님의 생각을 알 겁니다. 걔가 말한 건 정말 마지노선일 겁니다. 충분히 할 만큼 했습니다."

"그래. 과욕을 부리진 않지만, 자신을 낮추지도 않는 투수지. ……이미 힘낼 만큼 힘내줬고만. 또 바꾸는 거 늦었다고 팬들이랑 기자들한테 한 소리 듣겠지만, 준비해야겠지?"


6회까지 퍼펙트에 7점이나 앞서가고 있었으니 다들 이해해줄 거라 하고 강훈은 마저 대답했다.


"민수리 코치가 벌써 준비 시작했습니다."

"그래?"

"예. 오른손 이지혁, 왼손 박민섭 데려갔습니다."

"……훌륭하고만."


수룡은 만족스레 웃었다.



**



"설마 준비하는 사람 없냐?"

"슬쩍 보니까 민섭이랑 지혁이 간 거 같아요."

"그럼 시간 좀 더 끌어보자."


천천히 겨우 자신에게 걸어온 성구를 잘 했다고 은석이 맞아준 이후, 둘은 각자의 장비로 입을 가리고 그런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대타 안 쓰는 거지?"

"네. 저쪽은 이번에 할루잖아요."


둘은 타석을 준비하는 호세 할루를 슬며시 훔쳐봤다.


호세 할루. 윈즈의 용병 타자로 69경기인 지금까지 벌써 23홈런을 기록 중인 리그 탑클래스의 장타자다. 최근 타격감이 떨어진 탓에 4번에서 6번까지 타순이 내려가 있었지만, 맞추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그 장타력으로 인해 항시 주의해야 할 선수였다.


저게 6번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타순이느냐고 자신에게 장난스레 하소연하는 은석의 그런 말에 성구는 대답했다.


"그래도 할루, 만루에서 한 번도 못 때렸어요."

"어? 그랬나?"

"네. 워낙 누가 나가면 금방 들어오는 팀이다 보니까 만루 자체가 좀 적긴 한데, 분명 만루에서 삼중살 한 번 쳤을 때부터 망가지고 있어요."

"오~!"


자신만만한 성구의 그 대답에 은석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나름 자신도 공부하는 투수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은 알지 못했다.


성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타점은 있어요. 희생타도 많고 볼도 잘 고르니까 이미지는 나쁘지 않은데 그게 4번이 만루에서 할 건 아니니까 지금 저기 있을 거에요, 분명."

"그랬구나~! 좋은 생각났다. 볼배합 바꾸자."

"어떻게 할까요?"

"몰라. 알아서 해."

"네?"


그런 은석에게 성구는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으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준비하고 있었을지 상대에게 보일까봐 그러는 것일지는 알 수 없지만, 둘 중 뭐라도 상관없었다. 은석은 이 어린 포수가 꽤나 믿음직했다. 시즌 초반에 혼자서 어쩔 줄 모르던 모습과는 다르게 벌써 한 층 더 성장해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 할 수 있다. 아니 얘가 해야 한다.'


은석은 그런 확신에 찬 믿음을 갖고 엄살부리기로 했다.


"나 늙었나봐. 머릿 속에 아무 생각도 없다 이제. 죽으라면 죽을 테니까 한 번 좀 부탁하자."

"네. 해볼게요."

"믿는다?"

"걱정 마세요."


배터리는 대화를 끝내고 각자의 역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0


[아~ 여기서 이지혁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하네요. 준비하는 걸까요?]

[박민섭 선수도 같이 있는 것을 보면 로테이션상 다음주 첫 경기 선발이 이지혁 선수이니 그저 구위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확신은 못 드리겠습니다.]


"어, 뭐야? 왜 이지혁이야?"

"진짜?"

"에이~!"


기자실이 기자들의 수군거림으로 가득 찼다. 타이푼즈의 현재 불펜 상황이 원인이었다.


중간 계투에 대한 강화가 없인 우승이 불투명하다. 그런 의견이 대두되며 작년 불펜에서 활약한 이지혁과 이은석 둘 중 한 명의 불펜 투입에 관한 예측이 나오곤 있었지만, 당장 선발을 앞고 있는 하필 지금 갑자기 불펜 투구? 그것도 이은석이 선발로 던진 경기에?


'헌터즈 VS 이지혁'의 그림은 분명히 팔릴 거라 생각하고 있던 기자들을 중심으로 하나둘 탄식했다.


"설마 이번주에 졌다고?"

"그거는~, 불펜을 막 쓰다가 하필 그 경기에서 뒤가 없어진 건데. 그건 분명 그런 상황을 생각도 안 하고 있던 김수룡 감독 잘못이지!"

"몸만 풀어두는 거겠지. 박민섭도 준비하잖아."

"아, 그런데 유인화가 또 5일 쉬었지?"

"토종 선발진이라더니 완전 돌려막기 아냐, 이거?!"

"김수룡도 다 죽었고만~!"


다양한 성향의 기자가 모여 있으니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의견을 찾기는 힘들었다.


"민정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앞으로는 말 줄이고 살려고요."


다른 기자들의 물음에, 미라클 스포츠 소속의 유민정은 침울해진 기분을 숨기지 않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이 점수차면 아니겠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말이 씨가 된 기분이었다.


작가의말

 <인물 소개 ─ 이은석>

 나이 : 39
 포지션 : 투수 (우투좌타)
 신체 : 185cm, 82kg
 구종 : 포심패스트볼(최고 144km/h),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슬로우커브, 스플리터, 써클체인지업
 등번호 : 23


 타이푼즈의 베테랑 우완 투수. 비록 수술로 인해 짧게 마쳤지만, 엄연한 전직 메이저리거.
 과거 최고 157km/h까지 나오던 직구 구속은 2번의 팔꿈치 수술 동안 잃어버려 오늘날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구속을 앞세운 직구와 슬라이더 2피치의 파워피쳐였으나 현재는 수술 이후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더 가다듬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기교파 투수의 모습을 보이는 중.

 두 번째 수술이 메이저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앞뒤 보지 않고 달렸던 결과라는 걸 잘 알기에 지금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하며 절대 무리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약해보이는 것은 싫어하기에 피하거나 못하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편.

 지혁에게 '강속구는 일단 몸쪽'이란 피칭이론을 전파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 Son of The Pit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그 투수의 현위치 - 8 15.12.06 1,402 29 6쪽
7 그 투수의 현위치 - 7 15.12.05 1,428 31 11쪽
6 그 투수의 현위치 - 6 15.12.05 1,506 25 9쪽
» 그 투수의 현위치 - 5 15.12.05 1,565 29 7쪽
4 그 투수의 현위치 - 4 +1 15.12.05 1,773 34 7쪽
3 그 투수의 현위치 - 3 +1 15.12.05 2,313 30 11쪽
2 그 투수의 현위치 - 2 +2 15.12.05 3,102 38 13쪽
1 그 투수의 현위치 - 1 +7 15.12.05 5,616 7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