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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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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47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0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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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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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9쪽

그 투수의 현위치 - 6

DUMMY

11


'어떻게 해볼까……?'


한성구는 호세 할루를 힐끗 바라보고 플레이트 뒤에 앉아 자세를 잡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할루는 타석의 안쪽에 바짝 서있었다. 바깥쪽을 노리면서 몸쪽이면 맞고 나가겠단 자세다. 평소 만루에서 취하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사실 몸쪽이 약한 거지.'


배트 스피드가 빠른 편도 아니다. 몸쪽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 바깥쪽에 비해 몸쪽 공에 자신없어 하는 타자다. 다만 저렇게 서서도 어중간하게 몸쪽으로 몰리면 주저없이 당겨서 장타를 날릴 파워가 있다. 실투는 놓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게 대처가 좋은 건지 그게 노림수인지는 모르겠단 말야.'


바짝 붙어서서 몸쪽을 버리고 바깥쪽만 확실하게 노린다. 이 상태에서 들어오는 위험한 실투는 그대로 장타로 이어진다.


'밀어치는 건 없지만, 그렇지만 바깥쪽도 당겨서 넘길 수 있어.'


내야는 정위치로 두고 외야를 타자의 기준에서 조금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바깥쪽을 노리는 건 확실해. 이걸 과연 속이느냐 덤비느냐……!'


알지만, 은석에겐 걱정하지 말라 했지만 새삼 사인을 내기가 망설여진다. 지금은 부상 중인 추웅은 이럴 때 어떤 사인을 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어 머릿 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이제 이 팀의 주전포수는 나다. 부상 복귀니 뭐니 그딴 건 모른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바로 한성구다.


첫 타석, 두 번째 타석 모두 몸쪽으로 승부해서 땅볼을 잡아냈다. 그런데도 할루는 바깥쪽을 노리고 붙어 서있다.


'만루에 실수 한 번이면 최소 2점. 점수차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주고 싶진 않지.'

여기서 만일 때려내면 그 감을 계속 이어갈지도 모르는 타자다. 시즌도 아직 한참인데 골치 아픈 상대를 늘릴 순 없다. 맞추지 못하게 하기로 한다.


'형님. 여기까지 떨어뜨리셔야 해요, 꼭!'


상대가 노리는 바깥쪽, 그 제일 아래 밑바닥으로 성구는 은석에게 볼이 되는 스플리터를 요구했다. 은석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바로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자, 만루에서 와인드업 제 1구!]


은석의 손에서 공이 떠나고 성구는 제대로 온다고 안심했다. 그냥 기다려도 좋다. 헛스윙해주면 더 좋다. 반응을 보자고 생각하고 요구한 공은 그렇게 순조롭게 날아오고 있었다.


여태까지 은석이 했던 볼배합은 항상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이번 할루부터 시작하는 성구의 볼배합은 그런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초구부터 '피하는' 볼. 상대는 이 초구를, 오늘 경기의 첫 실점 위기─만루─이기에 신중해질 것이라 예측했었을까? 그렇다면 기다릴까? 아니면 여태까지처럼 승부해온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설까?


'어? 잠깐만!'


할루는 후자였다.


여태까지 승부하던 투수가 만루라고 갑자기 소극적으로 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 앞에서 2타자 연속 포볼. 그렇다면 이 공격적인 투수는 분명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고맙게 계속 노리던 바깥쪽에 애매한 직구! (코스가 낮은, 볼에 조금 더 가까운 코스긴 했지만, 그 높이는 할루에게 전혀 문제 없는 코스였다)


공이 떠난 그 순간 이미 방망이는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이러면 변화하기 전에 맞출 수 있다. 이 빠른 듯한 스윙 타이밍은 그러한 계산이 끝나서 나온 스윙인 것이다. 여태까지 보여준 은석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는 변화 타이밍이 비슷했으니 이 타이밍이라면 변화 하기 전에 제대로 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공은 생각하지 않고 나가는 그런 굳건한 믿음의 스윙이었다.


'야, 아니 그래도 이렇게 낮은 걸? 제발!'


닿지 말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그런 성구의 바램과는 다르게 할루의 방망이는 기어코 채 다 떨어지지도 않은 은석의 공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방망이에서 터진 경쾌한 타격음과 동시에 타구가 좌측으로 그대로 쏘아졌다.


[좌익수, 좌익수! 좌측담장, 좌측담장~!]


그저 몇 걸음 걸어보는 좌익수를 제외한 모두가 오로지 타구를 향해 고개를 향한 채로 굳어서 멈춰섰다. 다들 야구로 밥 벌어 먹는 사람들인만큼, 그 타구가 담장을 넘어간다는 건 맞는 순간 예측할 수 있었다.


[좌측담장! 아~, 파울폴 바깥쪽으로 아슬아슬하게 휘어져 나갑니다, 파울! 파울입니다!]


그러나 영원히 직선으로 뻗을 줄 알았던 타구는 마지막에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파울폴을 아슬아슬하게 비껴 담장을 넘어갔다.


3루심이 양손을 번쩍 들어 타구가 파울임을 알렸고, 그런 심판의 파울콜에 각자의 팀과 응원 구단에 따라 안도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은석과 성구를 비롯한 타이푼즈의 선수들은 속으로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넘어갔다면 할루 선수의 만루 첫 안타는 만루홈런이 될 수 있었습니다만, 아쉽게 파울이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직구였다면 또 몰랐겠습니다. 그나저나 그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담장 밖까지 날리는 저 힘은 정말 놀랍네요.]

[잠시 새삼 호세 할루 선수에 대해 설명해드리면, 재작년 메이저리그에서 5홈런을 기록하고 마이너리그 더블A로 강등된 뒤 KBO의 윈즈와 계약을 체결. 지난 시즌 퓨쳐스 리그에서만 37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이런 선수를 2군에서만 보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가끔 교통정리가 안 되는 것만 빼면 윈즈의 용병 뽑는 안목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작년에 선발로 뛰던 로베르토 카스트로 선수가 헌터즈로 이적하면서 드디어 1군 진입. 타선의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호세 할루 선수입니다.]

[최근에 감이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벌써 오늘까지 69경기 중 23홈런을 기록하고 있어요.]


'저걸 당겨서 저렇게까지 되나?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진짜! 근데 얘 왜 이래?'


타구에 철렁했던 가슴을 진정시킨 성구는 그제서야 심판에게 뭔가 따지고 있는 할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배트를 세우고 중심을 기준으로 오른면에 주먹을 계속 미끄러뜨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윈즈의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통역가까지 나오면서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할루는 공이 파울폴에 스쳤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할루는 타구가 마지막에 휘어져나간 게 아닌, 폴대에 스쳤다고 주장했다.


"아니에요. 그랬으면 뭐라도 소리가 들렸겠죠."


직접 파울을 선언했던 3루심은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갑자기 그렇게 휠 수 있어?"


윈즈의 감독 차기영은 선수를 믿기로 한 것 같았다. 모두가 꿈쩍도 않고 서있을만큼 확실한 타구였는데 그게 갑자기 휘어져 나갔을 리가 있겠느냐며 할루의 주장에 동조했다. 순식간에 7점이나 내주며 어이없이 내줄 뻔한 경기를 조금이라도 물고 늘어져 다시 가져오려면 지금 뭐라도 해야했다.


"그건 처음부터 애매했어요."


주심은 3루심의 편에 섰다.


할루를 위시로 홈런이다 주장하는 윈즈측과 파울이라고 원심을 유지하는 심판진은 그렇게 대립을 잇다가 결국 차기영 감독의 요청에 따라 비디오 판독에 들어가게 됐다.


[어~, 여기서 비디오판독입니다! 의원님,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곧 방송화면을 보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3루심이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파울을 선언했습니다. 타구가 굉장히 애매한 것도 있었으니 이 경우라면 원심을 유지할 확률이 조금 더 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예. 시청자 여러분들도 화면을 한 번 같이 보시죠!]


"이게 웬 떡이냐?"


불펜에서 경기장을 지켜보던 민수리 불펜코치는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자신이 감독 수룡의 지시 전에 민섭과 지혁을 데려갔다지만, 역시 조금 늦은 감은 있었다.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줄 점수를 다 주고 나서야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윈즈가 먼저 나서서 시간을 벌어주는 판국이었던 것이다.


"차기영 감독님. 이걸로 선수들에게 뭔가 어필하시려는 속셈이실지 몰라도, 은석이 덕분에 오늘 타이푼즈는 철벽 계투입니다!"


민수리 코치는 그렇게 외치고는 순조롭게 몸을 풀어나가고 있는 민섭과 지혁을 보며 만족스레 웃었다. 특히 가볍게 던지면서도 공이 포수 미트를 향해 매섭게 달려드는 지혁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졌다.


역시 선발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불펜을 너무 비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수리였다.


작가의말

 <인물 소개 ─ 한성구>

 나이 : 26
 포지션 : 포수 (우투우타)
 신체 : 180cm, 88kg
 특징 : 확실히 자리 잡는다면 30홈런 이상 기대할 수 있을 파워 포텐셜.
 등번호 : 34


 본래는 포수의 능력보다는 고교시절부터 유명했던 그 파워를 기대하여 타이푼즈는 컨버젼을 생각하고 뽑았으나 기존 포수진의 잇단 이탈과 부진, 부상으로 인해 팀에서 컨버젼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도 전에 이미 포수로서 훈련 받기 시작했다. 본인은 팀이 자신에게 포수로서 바라는 기대가 크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포수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타격보단 데이터분석에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팀에서 바라는 공격형 포수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해 현재로서는 조금 애매한 위치다. 그래도 이번 시즌 기존 안방마님 황추웅의 부상으로 인해 개막전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고 69경기 째에 이미 황추웅의 개인 시즌 최다 홈런인 11개를 넘겨 12개를 기록하고 있어 미래의 안방마님은 자신이라고 어필 중. 갑자기 주전포수를 맡은 탓에 시즌 초반에는 투수보다 먼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리드시에 볼배합은 주로 투수의 강점보단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편이다. 이게 가끔 너무 상대 타자에게만 집중한 나머지 투수를 보지 못하여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로인해 올시즌 현재까지 은석과 지혁의 선발 정착 실패는 체력적인 문제가 아닌 기존의 황추웅과는 전혀 다른 포수인 한성구에게 있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69차전은 전적으로 은석의 볼배합이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작년 리더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지혁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받아내지 못하고 빠뜨려 경기를 내주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으나 이로인해 지혁은 정말 자신이 정신적으로 몰렸을 때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진 구위로 눌러서 노출이 되진 않은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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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투수의 현위치 - 3 +1 15.12.05 2,312 30 11쪽
2 그 투수의 현위치 - 2 +2 15.12.05 3,102 38 13쪽
1 그 투수의 현위치 - 1 +7 15.12.05 5,615 7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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