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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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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53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05 20:32
조회
1,772
추천
34
글자
7쪽

그 투수의 현위치 - 4

DUMMY

7


들었던 6회가 됐지만, 특별한 지시 같은 건 없었다. 지혁은 팀의 셋업맨과 마무리인 박민섭과 마크 델 리오 옆에 같이 나란히 앉아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


델 리오가 자신을 부르길래 지혁이 은석에게 향했던 시선을 그쪽으로 향하니 델 리오가 자신의 큰 두 손을 'X'자로 교차하고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있었다. 지혁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단 제스쳐를 취하자, 마크는 그저 "So young." 이라며 짧은 영어로 겨우 설명했다.


지혁은 그에 대해 뭔가 대답하고 싶었지만, 지혁은 에스파냐어를 모르고 델 리오는 한국어를 모른다. 그래서 대답에 시간이 걸리는 지혁을 보던 민섭은 지혁에게 설명했다.


"너 여기에 있으면 안 된대."


민섭은 그러고선 델 리오에게 보이는 쪽으로 지혁을 지목한 후 오른손의 검지손가락만 세우며 "Starter." 란 말을 반복하고, 그런 민섭의 행동에 델 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마운드쪽을 가리켰다. 정확히 은석을 향해 있었다.


자신을 응원하는 건지 노력하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혁은 일단 고맙다고 답했다.


은석이 2아웃까지 말끔하게 잡아내는 것을 보고 민섭은 말했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해. 젊고 어리면 일단 선발에서 버틸 생각을 해야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네가 작년 같은 모습을 갑자기 오늘 여기서 보이기 시작하면 내 위치가 곤란해지기도 하고. 물론 불펜에서 그래버리면 너한테도 좋은 미래가 되진 않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민섭에게 지혁은 민섭도 충분히 젊고 몇 년째 팀의 든든한 허리가 아니느냐고 대답하려다가 그 말을 도로 삼켰다. 민섭이 있고 싶어서 줄창 중계만 하고 있는 게 아니란 걸 떠올렸기에. 민섭은 중계진의 선발 전환에 대한 소문이 돌 때 가장 기대했던 사람 중 하나 아니었던가?


"난 어차피 여기에 있어야 하면 무조건 올해는 작년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고 매일 다짐하고 있거든. 원래 그건 지혁이 네가 아니라 내가 해야 했던 일이니까."


은석이 세 번째 타자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삼자범퇴로 6회를 끝냈다. 걸어 들어오는 은석을 보고 민섭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무릎을 꿇어도 내가 꿇을 거야."




8


[좌익수 앞에…… 떨어졌습니다. 좌전 안타!]

[여기까지였습니다.]

[예. 7회 초 2아웃에 3번 전석기 선수가 좌전 안타로 출루에 성공하면서 이은석 선수의 무사사구 무피안타 행진은 여기까지였습니다.]


민섭은 벤치에서 감독 김수룡을 바라봤다. 지시가 내려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 쪽팔려!"


비명같은 탄성을 지르며 옆에 있던 지혁을 부둥켜 안았다. 지혁은 그저 웃기만 하고 델 리오가 그런 민섭의 모습에 식겁하는 표정을 짓길래, 재빨리 민섭이 오해말라는 의미로 "Not gay, not gay."라고 항변한다.


6회 초가 끝나고 민섭은 예의 그 말을 하고서 불펜에 가려 했으나, 코치 강훈이 막아섰다.


은석이 예상보다 더 선전하고 있고 점수차도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자신만의 이상적인 선배상을 그렸던 민섭은 그래서 창피해했다.


"이런 생각하지 말라고 했는데……."


은석이 이어지는 4번을 포볼로 출루시켜도 가만히 있던 감독을 힐끗 본 민섭은 그렇게 운을 뗐다.


지혁이 반응한 것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감독님 내년까지였지."

"우리가 우승하면 달라지는 얘기였죠?"


그 말에 지혁은 그렇게 바로 대답하며 자신의 의욕을 보여주려 했다(민섭은 의욕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섭은 그런 걱정이나 각오를 확인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알려진 대로라면 그렇지."

"다른 게 있다고요?"

"알려진 건 없어. 확인 가능한 것도 없었어."

"네?"


지혁은 그럼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꺼낸 거느냐는 물음이 담긴 눈으로 민섭을 바라봤다. 민섭은 그런 지혁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델 리오를 번갈아 바라본 뒤, 입을 여닫기를 반복하며 무언가를 말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내 혼자 정리가 끝났다는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내 감이야, 감."


그 '감'이 틀린지 얼마 안 됐다는 걸 떠올렸던 지혁이었지만, 굳이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지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마냥 민섭은 지혁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마구 헝클어 뜨렸다.


경악하는 델 리오의 눈동자가 커지다 못해 눈이 빠질까 걱정될 정도인 것을 보고 민섭은 그런 자신의 행동을 그만뒀다.


"Korean style!"

"damn……!"


그래도 장난으로 그러는 걸 서로 알기에 델 리오와 민섭은 자신들의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그러고 있으려니 갑자기 경기장의 관중들이 웅성이기 시작해, 셋은 그라운드를 향해 다시 시선을 향했다. 은석이 또다시 포볼을 내고 만루가 되는 중이었다. 포수인 성구가 은석에게 '느긋하게' 걸어가고, 감독은 이쪽에 대해 어떠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민섭은 투수조의 후배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걸 느꼈으나, 경기장이나 계속 보라는 자신의 생각을 턱짓으로 표현했다. 민섭도 슬슬 누군가가 준비 쯤은 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감독이 가만히 있는데 자신이 뭘 할 수 있는가? 내일 월요일은 경기도 없으니 투수들을 넉넉하게 활용할 법도 한데─게다가 지혁까지 불펜 대기 시켜놓고─, 대체 왜 중계진을 쳐다보지도 않는지 자신도 궁금했으나 역시 민섭이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믿어야지 어쩌겠어?"

"그럼 그럼. 이럴 때 널 믿어야지."

"……네?"


자신의 한탄에 이상한 맞장구를 치는 사람을 확인하니 배터리코치인 민수리다.


민섭은 설마하고 확인하려 물었다.


"지금 몸 풀어요?"

"응."

"감독님이랑 가만히 있는데도요?"

"선조치 후보고 아니겠냐? 해야겠다 싶을 땐 무조건 하라고 말한 건 감독님이고."


"나중에 왜 코치님이 독단 행동한 걸까 하고 지휘력에 문제가 있다니 파벌이 어쩌니 하는 기사가 뜨진 않겠죠? 저 그런 편가르기 진짜 싫은데."


자신의 고교 시절을 떠올렸는지 민섭은 인상을 썼다.

수리는 민섭이 별 걱정을 다 한다 생각하며 대답했다.


"이런 거 가지고 그런 찌라시 나봤자 누가 읽겠냐? 그치 지혁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너도 가자!"


작가의말

 <인물소개 ─ 박민섭>

 나이 : 26
 포지션 : 투수 (좌투좌타)
 신체 : 186cm, 79kg
 구종 : 패스트볼(투심 비율이 높다), 포크볼, 슬라이더(횡적 움직임이 큰 편)
 등번호 : 11


 타이푼즈의 셋업맨. 무브먼트가 큰 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낙차 있는 포크볼과 횡변화가 큰 슬라이더까지 구사하는 4피치 좌완투수.
 작년까지 최고구속 148km/h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은 매력적이지만, 몸쪽 승부보단 바깥쪽 위주로 승부하는 피칭은 아쉬윈 점으로 지적받아왔다. 그에 더해 '우타자에게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어 실제 기록에 비해 그 위상은 높지 못한 편. 실제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헌터즈는 박민섭의 계투 등판 때마다 우타자 안강준을 대타로 내보내 기어코 박민섭을 무너뜨리고 말아, 이로인해 타이푼즈 감독 김수룡은 박민섭의 타이밍(마무리로 이어지기 직전 경기의 승부처)에 막 데뷔한 루키 이지혁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게 됐다.

 타이푼즈와 헌터즈의 플레이오프를 연구했던 리더스 또한 박민섭을 상대로 한 우타 대타를 계속 남겨두는 전략을 세워 박민섭을 봉쇄하는데 성공, 이것이 결국 이지혁과 마무리 이은석의 조기투입으로 인한 과부화로 이어졌으며 이는 타이푼즈 준우승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것을 교훈삼아 올시즌은 몸쪽 승부의 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우타자를 상대로 투심 이외에도 무브먼트를 더 높인 싱커성볼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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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 투수의 현위치 - 7 15.12.05 1,427 31 11쪽
6 그 투수의 현위치 - 6 15.12.05 1,506 25 9쪽
5 그 투수의 현위치 - 5 15.12.05 1,564 29 7쪽
» 그 투수의 현위치 - 4 +1 15.12.05 1,773 34 7쪽
3 그 투수의 현위치 - 3 +1 15.12.05 2,312 30 11쪽
2 그 투수의 현위치 - 2 +2 15.12.05 3,102 38 13쪽
1 그 투수의 현위치 - 1 +7 15.12.05 5,615 7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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