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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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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5.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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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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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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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흡혈귀 사냥 - 2

DUMMY

"꽤 만족스러워 보이시네요.“


흡혈귀의 피를 한가득 담은 6개의 채혈 봉투를 그랜져의 트렁크에 적재한 후 고개를 들어 올린 강서준은 만면에 옅은 미소를 띈 채 다가오는 실비를 보며 그의 감정을 예상하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보이나?“

"미소짓고 있으시니까요.“

"훗. 간만에 포식이었지.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내 블러드 매직인 인화 및 발화는 사냥에 사용할수록 역효과가 나는 능력이라서 말이야.“


흡혈귀 고유의 혈통에서 기인하는 마법을 칭하는 블러드 매직이라는 단어를 꺼내며 자신의 미소의 원인을 설명하는 실비의 말에 강서준은 납득의 의미를 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실비의 블러드 매직이 인화 및 발화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놀라울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 다시 타게. 아퀼리스가 걱정되지 않나?"

"예. 안 그래도 아퀼리스 씨나 아리스 씨, 그 외 다른 프로스트 클랜원에게서 전화가 한 번도 안 와서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먼저 운전석의 문을 여는 실비의 행동에 강서준 역시 운전석의 뒷좌석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앉는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비가 그랜져에 시동을 넣었고, 강서준은 K-2 소총의 탄창을 교체한 후 자신의 바로 앞 창문에 거치한 채 자신의 정면을 주시한다.


#


시속 100Km의 속도로 도로를 주행하던 그랜져는 이내 도심으로 들어섰고, 그와 동시에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대충 이 근처라고 하신 것 같은데요...“

"통화를 마친 지 5분 정도 지났네. 그동안 통화를 한 위치에서 이동했을 가능성은 충분하지.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찾아보도록 하세.“

"예.“


도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속 50Km 이하로 속도를 확 줄인 그랜져는 휑한 도로를 따라 계속 나아간다. 외곽도로와 달리 다소 구불구불하고 여기저기로 갈림길이 나 있긴 하지만, 실비의 운전에는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단 한가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총기의 격발음은 제외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소 신경이 쓰이는 것을 느끼고 있다.


"으음... 아무래도 전화라도 해봐야겠어요.“

"정 걱정된다면, 그렇게 하게.“


3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총기의 격발음에 의한 불안감을 견디다 못한 강서준은 아퀼리스의 스마트폰 번호로 연락을 시도한다. 그리고 실비 역시 말리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3분의 시간 동안 길을 따라 운전해 왔음에도 아퀼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아퀼리스 씨.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아, 강서준 씨. 그 통화할 때 알려드렸던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아. 보이네요! 여기에요!“


스마트폰 넘어로 들려오는 아퀼리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린 강서준은 자신의 맞은 편 좌측 방향에서 아퀼리스가 그녀의 클랜원과 선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파악한다. 그 모습을 본 실비 역시 그랜져를 멈춰 세운 후, 후진 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다소의 거리를 돌아간다.


"무사한가? 아퀼리스?“

"물론이에요. 그런데, 예상보다 조금 늦었어요. 강서준 씨.“

"죄송합니다. 중간에 흡혈귀가 달려들길래 처치한 후 채혈을 하느라...“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퀼리스에게서 질책하는 말이 들려오자 강서준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퀼리스는 강서준의 그 모습에 활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요. 그런 이유가 있었다면 어쩔 수 없죠.“

"여군주님! 저쪽에서도 흡혈귀가!“

"응전해! 뒤처리는 내가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여성 클랜원의 다급한 외침에 아퀼리스는 적극적으로 응전하라는 지시를 전한다. 이곳은 엄연히 인간이 지내는 시가지. 도심의 외곽이라고는 해도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있기에 총기를 사용한 응전에 대한 허락을 묻는 말이 들려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상황이 조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강서준 씨. 가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퀼리스의 부탁에 강서준은 K-2 소총을 조심스럽게 그랜져 안으로 들인 후 자신의 좌석의 문을 연다. 충분히 나갈 공간을 확보한 후, K-2 소총을 들고 그랜져 밖으로 나간 강서준은 아퀼리스가 직접 문을 닫는 것을 확인한 후 프로스트 클랜원이 모여있는 위치로 뛰어간다.


"조금 늦었어요. 강서준 씨.“

"죄송합니다.“

"뭐, 괜찮아요. 자. 그러면 강서준 씨의 사격 실력, 한 번 보도록 할까요?“


정장을 입은 채 K-2 혹은 M16A1 소총을 들고 있는 10여 명의 남성 및 여성 악마의 사이에 합류한 강서준은 전후좌우의 네 방향을 몇 초의 주기로 번갈아 보며 사주경계를 시작한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요?“

"어? 실비에게 듣지 못했나요?“

"아뇨. 전 아무 말도... 집에서 가만히 인외 사냥꾼 커뮤니티를 보고 있던 도중 실비 씨에게 불려 나온 거라서요.“


그랜져 바로 옆에서 대화하고 있는 아퀼리스와 실비를 슬쩍 바라보며 아리스의 질문에 대답한 강서준은 다시 사주경계를 하던 도중, 세 명의 인간의 형상이 여러 번 반복해서 다소 먼 거리에서 달려가는 것을 바라본다.


"저기 달려가고 있는-“

"적어도 이 주위에서 돌아다니는 자는 전부 흡혈귀에요.. 인간은 총기의 격발 소리를 듣자마자 모두 대피했어요. 여군주님께서 그렇게 하게끔 유도하신 거지만요.“

"... 그럼 바로 쏠까요?“

"저렇게 멀리 있는데도요? 음... 네. 해 봐도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언뜻 봐도 500m는 넘는 거리이기에 아리스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강서준은 그녀의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흡혈귀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


심혈을 기울인 조준이 끝나자마자 탕! 하는 사격음이 울려 퍼지고, 먼 거리에서 뛰어가고 있던 세 명의 흡혈귀 중 한 명이 바닥에 고꾸라진다. 다른 두 명의 흡혈귀는 깜짝 놀라 달려오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쳐 버린다.


"우와... 그걸 맞춘 거예요? 강서준 씨. 실력이 대단하네요!“

"사격에 한해서는 꽤 자신이 있거든요. 그보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세요.“


'저 정도 거리에 있는 이상, 채혈은 무리지.'라고 생각하며 강서준은 아리스에게 질문의 말을 전한다. 물론 시선은 사주경계를 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돌려 가면서.


"한국 내에서 자리 잡고 있던 흡혈귀 클랜 중 네 개의 클랜이 서로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고 해요. 그 소식을 실비가 아퀼리스 여군주님께 전달하면서 흡혈귀들이 서로 싸우는 틈을 타서 그들을 사냥하자는 제안을 전해 오셨고, 여군주님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셨어요.“

"아... 그러면 프로스트 클랜이 흡혈귀에게 공격받는 일은...“

"없다고 봐도 될 거예요. 흡혈귀들끼리 싸우느라 바쁠 테니까요.“


아리스에게서 전달받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설명에 강서준은 어이가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자신은 혹시 아퀼리스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일이 발생할 것 같아서 잔뜩 화급하게 실비와 합류했건만, 결론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결코 아퀼리스가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퀼리스 씨는 매우 상황이 긴급하다고 하셨는데...“

"예.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는 거죠. 긴급하다고는 말하셨지만... 실제로는 긴급하지 않다고나 할까요? 여군주님께서는 진지하게 임하라고 하시지만, 당장 흡혈귀들이 이쪽으로 공격해 오는 일은 드문 상황이에요. 자기네들끼리 싸우느라 바쁘니까요.“


다시 한번 아리스의 설명에 강서준은 맥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프로스트 클랜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네 개의 흡혈귀 클랜에게 있어서 부외자이자 초대하지 않은 적이기에, 신경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니까.


"그러니까, 여기에서 대기하면서, 이쪽으로 공격해 오는 흡혈귀만 사냥하면 되는 거예요. 네 개의 흡혈귀 클랜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아, 저쪽에서 또 달려오고 있군요.“

"!“


아리스가 자신의 후방을 가리키자 강서준은 즉시 뒤로 돌아서서 달려오는 다섯 명의 흡혈귀 중 한 명에게 총구를 겨눈다. 달려오는 흡혈귀들 역시 프로스트 클랜원 쪽으로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것을 보았지만, 탕! 하는 여덟 발의 사격음이 울려 퍼지는 것은 자신 및 소총을 겨누고 있던 프로스트 클랜 쪽이 약간 더 빨랐다.


"?“


사격을 마친 강서준은 틱! 하고 뭔가가 가로막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 보인 것은 투명한 무언가에 가로막힌 총탄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얼음판...?“

"우리 클랜의 장기죠. 냉기로 순식간에 얼음을 만들어내는 것. 강서준 씨도 그건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아리스의 설명을 듣고서야 강서준은 자신이 지금 들은 소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들려왔는지 납득한다. '달려오던 흡혈귀가 소총으로 발사한 총탄이 프로스트 클랜원이 만들어낸 얼음판에 충돌했고 그로 인해 더 이상의 추진력을 잃고 떨어졌다.'라는 것을.


"... 왠지 맥빠지네요... 아퀼리스 씨가 위험에 처한 줄 알고 최대한 빠르게 온 건데...“


신속하게 채혈기를 들고 뛰어나가는 남성 및 여성 클랜원들을 보며 강서준은 투덜거리는 말투로 중얼댄다.


"후후훗. 여군주님에 대한 강서준 씨의 충성심은 잘 알았어요. 그러나 지금의 상황인 것이 더 다행이지 않을까요? 위험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 충분히 대비한 위험이 있는 것보다 더 안도감을 느낄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위험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 상황에 한숨을 내쉬는 강서준이지만, 아리스의 설명을 듣고 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느낀다. 어쨌거나, 위험이 없는 지금의 상황이 대비를 마친 위험이 있는 상황보다는 훨씬 다행스러운 일임에는 긍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


오전 3시경. 강서준은 실비와 함께 그랜져에 탄 채 자신의 집으로의 귀가를 시작했다. 아직 흡혈귀들의 전투는 지속되고 있지만, 태양이 뜨면 실비 자신도 곤란해지기에 신속히 물러서기로 한 것이다. 물론 프로스트 클랜 역시 동시에 철수하기로 했기에, 프로스트 클랜의 두 대의 차량을 포함, 세 대의 차량이 일제히 도심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괜히 잔뜩 긴장한 것 같네요...“

"음? 왜 그러나? 사격음이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지는데, 긴장감이 안 들던가?"


그랜져의 뒷좌석에서 전신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끼며 중얼대는 강서준에게 실비는 무슨 일이 있냐는 투로 묻는다. 그 질문에 강서준은 '그러고 보니 자신과 프로스트 클랜을 호출한 것은 실비 씨였지.'라고 생각하며 실비에게 시선을 돌린다.


"실비 씨는 항상 이러셨었나요?"

"말의 의미를 모르겠네만?“

"그러니까, 추후에도 흡혈귀들이 싸움을 벌인다면, 이렇게 저와 프로스트 클랜을 호출하실 건지 묻는 거예요.“


마치 얼버무리듯이 되묻는 실비에게 강서준은 보다 더 직설적으로 질문의 말을 전한다. 만일 계속 이런 방식이 반복될 거라면, 굳이 심각하게 긴장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네는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네만. 전장에서 새어나오는 인외의 존재만을 노려서 처치하는 스캐빈징이라는 이 방법이 단독 행동을 주로 하는 나에게는 흡혈귀의 피를 모으기에 주효한 방법이네. 블러드 매직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적은 규모의 흡혈귀를 처치하기 위해서 이보다 적합한 방법은 없지."

"아...“


실비의 대답에 강서준은 잊어버렸던 사실을 떠올린다. 자신 역시 인외 사냥꾼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이 방식을 사용했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왕에 불평을 하기로 했으니, 조금 더 불평하기로 한다.


"그야 그렇지만, 전화로 부를 때는 마치 아퀼리스 씨가 엄청난 위기에 처했다는 듯이 말하셨잖아요?“

"음? 난 그저 당장 나오라고 했을 뿐이네. 그래야 자네가 빨리 나올 거라고 생각했으니.“

"... 그렇게까지 안 해도 부르시면 최대한 빨리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 그러니까 앞으로는 괜한 위기감을 고조시키지 말고 평범하게 불러주세요.“

"흐음... 알았네. 기억해 두지.“


투덜대는 강서준의 말에 실비는 피식 웃으면서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시 한번 같은 방식을 썼다간 하루 종일 투덜댈지도 모르는 이 청년 인외 사냥꾼은 자신과 합을 맞추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자이기에, 적당히 사소한 요청은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그렇게 새벽의 어둠 아래에 세 대의 차량은 나란히 도심의 외곽도로를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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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 인외 사냥에 필요한 것 23.06.03 53 0 11쪽
10 10화 – 피의 거래 23.06.03 54 0 12쪽
» 9화 – 흡혈귀 사냥 - 2 23.06.02 62 1 13쪽
8 8화 – 흡혈귀 사냥 - 1 23.06.02 67 1 14쪽
7 7화 – 미행 23.06.01 86 1 13쪽
6 6화 – 사원과 사장 23.06.01 110 2 12쪽
5 5화 – 실총 사격 23.05.31 134 2 12쪽
4 4화 – 미래의 이야기 23.05.31 156 2 12쪽
3 3화 – 운명을 바꾸다 23.05.31 196 3 12쪽
2 2화 – 과거로 돌아온 자 23.05.31 224 4 12쪽
1 1화 – 35년 전으로... 23.05.31 29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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