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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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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5.31 10:23
최근연재일 :
2023.08.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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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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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 35년 전으로...

DUMMY

“~”


시골, 단독 주택. 주변에는 어떤 인간도 없이, 조용하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들판만이 있을 뿐인 고즈넉한 주택 안에서, 절반 이상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물든 노년의 남성이 자신의 정원에 피어있는 꽃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서준이라는 이름의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노년의 남성의 그 행동은, 바로 전달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30여 일 전만 해도, 그 역시 사냥꾼이었기 때문이다. 인외의 존재를 사냥하는 사냥꾼. 그러나 지금 그는 한 명의 나이를 먹은 노년의 남성일 뿐이었다.


"어이쿠야...“


자신의 손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화분을 가볍게 밀어낸 남성은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그 덕분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화분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곧바로 깨어져 버렸다. 바닥에 흩어져버린 흙과 곧 생명을 잃을 꽃을 보는 남성의 표정에는 슬픔이 자리 잡는다.


"역시... 나도 나이를 먹었지... 은퇴하기를 잘 했어.“


낡아가는 자신의 신체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렸음을 체감하며 중얼거리던 남성은 이내 다시 물뿌리개로 남아있는 화분에 물을 뿌리는 행동을 재개한다. 남아있는 꽃이라도 보존하지 않으면, 다시 구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이 저택에서 1킬로미터만 나가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황폐한 대지가 보이는 만큼, 그는 스스로의 판단에 오류가 없다는 확신을 품으며 물을 머금은 꽃을 둘러본다. 그러기를 30분여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남성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


"... 밖은 아직도 뺏고 빼앗는 일의 연속이군.“


TV를 통해 외부의 상황을 지켜보던 강서준은 세계대전의 여파로 벌어지고 있는 혼란이 아직까지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쉰다. 20년 전에 벌어진 거대한 전쟁의 여파가 지금까지도 전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강서준에게 있어서도 위협이 될 만한 정보였다.


자신이 인외 사냥꾼에서 은퇴한 힘없는 노년의 남성인 이상,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존재인 악마, 흡혈귀, 라이칸스로프 그리고 그 외에도 단순히 자산을 노리는 도둑에게도 자신과 이 집은 좋은 표적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하지만, 그 역시 업보... 습격당하는 것이 내 최후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강서준은 중얼거리며 다시 TV의 화면을 주시한다. 인외 사냥꾼의 길을 추구한 이상, 언제든지 최후를 맞을 각오는 되어있었음을 상기하며. 그리고 그 순간, 철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실 안으로 울려 퍼진다.


"? 누구십니까?“

"아, 혹시... 강서준 씨, 맞으신가요?“


자신의 질문에 돌아오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은 강서준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의문을 품는다. 여성이 자신을 찾아올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사냥꾼으로서의 지식과 정보를 원할 때의 일인데, 자신이 아는 사냥꾼 중에서는 이런 목소리를 가진 젊은 여성이 없기 때문이다.


"... 맞긴, 합니다만...“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


대뜸 들어가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강서준은 잠시 고민한다. 지금 자신에게 묻는 이 여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기에, 자연히 경계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해를 가하러 온 것은 아니에요.“

"믿어도 될지 모르겠군요. 음... 알겠습니다.“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전해오는 여성의 말을, 강서준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문을 닫고 버틴다고 해서 자신을 추종하던 사냥꾼이 와서 여성을 내쫓아 줄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순순히 문을 열기로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긴다.


"... 무슨 일이지요?“


철제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흑발의 검은 눈의 젊은 여성에게 강서준은 질문의 말을 전하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한다. 그리고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두 눈에 안도감을 품는다.


"일단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아퀼리스. 프로스트 클랜의 군주입니다.“

"... 클랜의 이름은 들어본 것 같군요. 아마, 흡혈귀나 라이칸스로프가 아닌, 악마의 클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거의 사멸해가는 소규모 클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 세계대전의 여파로, 저 혼자만 살아남아 방랑하고 있답니다. ... 저, 들어가도-“

"들어오세요.“


거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뜻을 전하는 아퀼리스와 들어오라는 뜻을 전하는 강서준의 말은 서로에게 동시에 들려온다. 그리고 아퀼리스가 거실 안으로 들어온 후, 철제 문은 굳게 닫혔고 그 뒤에서야 강서준은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안은 평온한 것 같군요.“

"전쟁의 상흔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니 말이지요. 다만, 언제까지 이 평온이 유지될지는 모를 일이라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외부와는 전혀 다른 평온함이 느껴지는 거실의 풍경에 대한 아퀼리스의 감탄어린 평가에 강서준은 고개를 내저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저, 방문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강서준 씨. 저와 한가지, 거래를 제의하려고 해요.“


갑작스레 거래를 하겠냐는 아퀼리스의 질문에 강서준은 두 눈을 끔뻑이며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다. 너무도 뜬금없었기에 꺼낼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라고 하시면...?"

"네. ...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어보시겠어요?“

"... 무리입니다. 이 몸은 이제 늙어서, 총기를 드는 것마저 힘겨울 지경이라...“


아퀼리스가 자신에게 전달하는 거래의 내용이 사냥꾼이 되어보겠냐는 것이었음을 파악한 강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으며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전한다. 하지만 아퀼리스는 강서준의 대답에 흐뭇한 듯 미소짓는다.


"즉, 그 늙은 몸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거죠?“

"예?“


미소를 유지하며 묻는 아퀼리스에게 강서준은 두 눈을 끔뻑이며 되묻는다. 그녀의 대답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자신의 대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의심을 품으면서.


"사실 저, 35년 전에 강서준 씨가 흡혈귀에게 부모님을 잃는 사건이 발발한 날부터 강서준 씨를 주시해 왔어요.“

"저를요?“

"강서준 씨가 부모님을 잃은 그날, 저도 제 클랜원들을 이끌고 흡혈귀를 사냥하기 위해 강서준 씨의 집 근방을 수색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날, 인간을 습격한 흡혈귀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도주에 성공했고, 피해자를 조사해 둔 저는 그 피해자 중 한 분이 강서준 씨인 것을 기억해 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강서준 씨가 인외 사냥꾼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본 후로 계속 주시하고 있었답니다. 혹시 프로스트 클랜을 습격하기라도 한다면, 제가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세워서 위로하며 피해를 줄일 요량이었어요.“


자신에게 장황하게 말하는 아퀼리스에게 강서준은 시선을 계속 집중하고는 있지만,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그녀의 말이 끝나면 질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차피-“

"예. 프로스트 클랜은 여군주인 저를 제외하면 전부 전멸... 이미 때는 늦었죠. 하지만, 그건 지금의 저의 이야기에요.“

"지금의 이야기라면...?“


자신의 질문을 끊으며 말을 이어가는 아퀼리스에게 강서준은 다시 한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느끼며 질문의 말을 전한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저의 클랜원을 잃어가며 저는 계속 생각했어요. 만약, 지금의 이 상황이 오게 된 원인인 세계대전을 막거나, 막지는 못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그러던 도중에 제가 주시하고 있었던 인외 사냥꾼인 강서준 씨가 은퇴하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예. 한 달 정도 전에 공표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은퇴하셨기에, 강서준 씨의 신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누구도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강서준 씨는 인외 사냥꾼으로서의 능력도 매우 뛰어났고요. 그래서, 제가 말하는 거래는, 강서준 씨를 과거로 돌려보내 드릴 테니, 제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에요. 즉, 이 시간대에서는 소멸하게 되는 것이죠.“


자신을 과거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아퀼리스의 말에 강서준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을 표출한다. 듣기만 해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이기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강서준 씨는 부모님을 흡혈귀에게서 잃게 된 것을 계기로 인외 사냥꾼이 되신 거죠?“

"맞아요. 그 당시 제가 느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무리해서라도 인외 사냥꾼의 길을 걷기로 했었죠.“

"예. 그것도 이 거래를 제의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해요. 저는 강서준 씨를 과거로 돌려보내 강서준 씨의 부모님을 구할 기회를 드릴게요. 그 대가로 강서준 씨는 제가 과거의 저와 만나서 경고의 말을 전해 주세요. 지금의 저와 같은 외모를 하고 있을 테니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이왕이면 프로스트 클랜의 일원이 되어 협력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지만, 그것까지 강요해서는 안 되니, 부모님을 구하고, 과거의 전에게 경고의 말을 전한 후에는 자유롭게 행동하셔도 좋아요. 그렇게만 해도 프로스트 클랜이 저 혼자만 남는 결과는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아퀼리스릐 설명에 강서준은 '이 거래는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확신을 품는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기에, 아퀼리스의 대답을 들어보기로 마음먹고 입을 연다.


"만일, 제가 부모님을 잃은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 및 기억은 어떻게 되죠?“ "신체는 그때의 강서준 씨로 돌아가지만, 정신과 영혼이 겪은 기억은 그대로 유지될 거예요. 그렇기에 제 경고를 과거의 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음, 그렇다면 제가 이 나이까지 겪은 기억도 모두 다... 그, 보존되어서 돌아간다는 건가요?“

"... 맞아요.“


아퀼리스의 대답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파악한 강서준은 즉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 반응을 통해 아퀼리스는 강서준이 자신의 거래를 받아들일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럼, 마법식을 준비할게요.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 주세요.“

"과거의 당신에게 전할 말은 더 없는 건가요?“

"음... 네. 15년 후, 세계대전이 벌어질 테니 그에 대비해서, 프로스트 클랜이 계속 유지될 수 있게 해 달라고만 전해주세요. ...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방금 말씀드렸듯, 강서준 씨가 프로스트 클랜과 함께해 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 그것은 강서준 씨가 판단해 주세요.“


자신보고 판단하라는 아퀼리스의 말에 강서준은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요청을 수락하는 말을 전한다.


30여 분이 흐른 후, 아퀼리스는 거실의 한가운데에 육망성을 그리는 것으로 마법식의 준비를 마치고, 강서준을 그 한가운데에 앉힌다.


"자아... 그러면, 제 부탁을 들어주시길 바랄게요. 이제, 과거로 돌아가시게 될 거예요.“

"예.“


믿을 수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으나, 강서준은 아퀼리스의 말을 신뢰하기로 마음먹고 두 눈을 감는다. 천천히 자신의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던 강서준은 이내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것은 아퀼리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걸로, 희망이 전달될 거야...'라는 혼잣말을 남기며 바닥에 쓰러진 아퀼리스는 강서준이 그렇듯, 서서히 사라져간다.


그리고 들판의 저택에는 그 누구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저 저택의 형태와 내부에 남은 물품들만을 남긴 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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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 인외 사냥에 필요한 것 23.06.03 53 0 11쪽
10 10화 – 피의 거래 23.06.03 54 0 12쪽
9 9화 – 흡혈귀 사냥 - 2 23.06.02 62 1 13쪽
8 8화 – 흡혈귀 사냥 - 1 23.06.02 67 1 14쪽
7 7화 – 미행 23.06.01 86 1 13쪽
6 6화 – 사원과 사장 23.06.01 110 2 12쪽
5 5화 – 실총 사격 23.05.31 135 2 12쪽
4 4화 – 미래의 이야기 23.05.31 156 2 12쪽
3 3화 – 운명을 바꾸다 23.05.31 197 3 12쪽
2 2화 – 과거로 돌아온 자 23.05.31 224 4 12쪽
» 1화 – 35년 전으로... 23.05.31 2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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