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5.31 10:23
최근연재일 :
2023.08.07 12: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217
추천수 :
24
글자수 :
220,416

작성
23.05.31 10:26
조회
224
추천
4
글자
12쪽

2화 – 과거로 돌아온 자

DUMMY

"...“


밝게 내리쬐는 햇빛. 두 눈을 감고 있지만, 밝디 밝은 그 빛은 안구를 덮은 살가죽을 무시한 채 내리쬔다. 그로 인한 강한 자극을 버텨내지 못하고, 청년은 표정을 찡그리며 정신을 차린다.


"후우...“


고개를 이리저리 내저으며 정신을 차린 청년은 천천히 두 눈을 뜬 후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정신과 영혼에 새겨져 있는 최근의 광경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정말로... 돌아온 건가...?“


자신이 35년 전에 지냈던 집 안의 자신의 방의 광경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떠올린 청년은 침대맡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을 주시한다. 35년 전, 자신이 2년째 사용해왔던 그 스마트폰과 똑같다는 것을 몇 초 안 되어서 확인한 청년은 곧바로 스마트폰의 우측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화면을 켠다.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7시 11분...“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서야 청년, 강서준은 자신이 정말로 35년 전의 과거로 돌아왔음을 파악한다. 의식을 잃기 전까지만 해도 2057년의 3월이었는데, 아퀼리스와의 거래를 통해서라고는 해도 2022년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지만,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시각 및 자신이 25세 때 지내던 자신의 방의 광경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 고마워요. 아퀼리스 씨. ... 이젠 제가 약속을 지킬 차례인 것 같네요.“


자신을 지금, 정확히는 과거로 놀려보내 준 아퀼리스에게 고마움을 담아 중얼거린 후, 강서준은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선다. 신체 역시 60대가 아닌, 20대로 돌아온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쉽게 움직여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방 밖으로 나선다.


"... 일어났냐?“

"왠일로 일찍 일어났냐? 밥 먹어."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보이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에 강서준은 마음속으로 엄청난 기쁨을 느낀다. 과거로 오기 전에는 어떻게 할 새도 없이 흡혈귀에게 목숨을 잃었던 두 명이 지금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에 기쁨이 가득 들어찬다.


"예. 아침은 뭐에요?“

"? 뭐냐? 왠일로 예의를 차려? 너 뭐 악몽이라도 꿨냐?“

"예? ... 아, 예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중병에 걸리시는 꿈을 꿨어요. 그래서...“

"그러냐? ... 뭐, 예의바른 모습이 보기 좋으니 상관이야 없다만.“


부모를 잃은 채 지내는 동안 마음속에 응어리지던 그리움을 담아 인사하는 자신의 말에 놀라 묻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강서준은 자연스레 둘러댄다. '중병이 아니라 돌아가시는 꿈을 꿨다고 할 걸 그랬나?'라고 생각하며.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철들었네. 이참에 취직도 하는 게 어떠냐?“

"아, 물론이죠. 최대한 찾아볼게요.“

"밖에도 나가고 그래. ... 뛰쳐나가지는 말고.“

"예. 알았어요.“


자신의 어머니의 주문에도 강서준은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듣기 싫었던 그 말이 지금은 몇 번이고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고마운 말로 들려오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강서준은 35년 전으로 돌아온 당장을 만끽하며, 오전을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


"기억대로라면... 분명 공원에서 아퀼리스 씨과 같은 외모의 여성을 봤던 것 같단 말이지...“


오후 1시 20분경. 강서준의 집 밖. '밖에도 나가고 그래.'라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강서준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물론 그저 산책을 목적으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 과거, 그러니까 부모를 잃었을 때의 자신이 부모님과의 언쟁에 따른 화를 참지 못해 공원으로 뛰쳐나갔고, 그때 공원을 지나가던 아퀼리스를 언뜻 봤던 것 같다는 기억을 토대로 '현재의 아퀼리스'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아퀼리스 씨를 만나지 못한다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집에서 피신시켜야겠는데...“


공원에서 아퀼리스를 만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차선책을 떠올리며 걷고 있는 강서준이지만, 어떤 이유를 대서 부모님을 집에서 피신시킬지에 대한 생각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좋은, 그리고 자연스러운 방법은 '외식'이지만... 그건 부모님이 탐탁치 않게 생각하기에 말을 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운동이나 하러 가자고 해 볼... 아니, 소용없겠군.“


'자연공원으로 함께 운동이나 하러 가자.'라는 명분을 떠올려 본 강서준이지만, 자신의 부모를 잃은 그 날 자연공원에서 운동하던 인간 역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고개를 내젓는다. 물론 자연공원에서 운동하던 모든 인간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기에 자신의 부모님을 자연공원에 모신다고 해서 무조건 흡혈귀에게 피해를 보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0이 아닌 한 안심할 수 없기에 배제해 두기로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아퀼리스 씨를 찾고, 만나는 것인데... 엇, 벌써 다 왔네.“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하던 강서준은 어느새 공원에 다다랐음을 파악한다. '여기까지는 내가 부모님을 잃었던 그때와 동일한데...'라고 생각하며 공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강서준의 머릿속에는 아퀼리스가 그때처럼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


공원 내부. 스마트폰의 시각이 2시 17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각.


"...!“


간간히 스마트폰의 시각을 확인하며 자신의 시야가 닿는 모든 방향을 번갈아보던 강서준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흑발에 검은 눈동자를 한 여성이 보이자마자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선 후 걸음을 옮긴다. 2057년에 보았던 아퀼리스와 동일한 외모를 하고 있는 만큼, 지금 강서준의 뇌리에는 어떤 불확실성도 자리 잡지 않는다.


"... 누구죠?“

"혹시, 프로스트 클랜의 여군주, 아퀼리스 씨. 맞습니까?“

"!“


자신에게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는 남성, 강서준에게 경계심을 품은 채 바라보던 여성은 자신에게 들려오는 질문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본다. 그 반응에서 강서준은 이 여성이 아퀼리스가 맞다는 확신을 품으며 시선을 마주한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 대답은 해 드리겠습니다만, 보는 시선이 많아서 곤란하군요. 공원 밖으로 나가서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 좋아요.“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짧은 대화를 마친 강서준과 아퀼리스는 함께 공원 밖으로 걸어나간다. 두 명을 향해 주위의 인간들의 시선이 집중되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역시 각자가 하던 행동을 재개한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제 대답해 드려도 될 것 같군요."


공원 밖으로 나와 길가에 선 강서준은 자신과 아퀼리스를 보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파악한 후 아퀼리스에게 시선을 돌린다.


"믿기 어려우실지도 모르지만, 전 35년 후의 미래에서 지금의 시간으로 넘어왔습니다.“

"시간을 넘어왔다고요? ... 인간의 몸으로...?“

"아니요. 제가 아니라... 35년 후의 미래의 아퀼리스 씨가-“

"미래의 제가요!?“


화들짝 놀라며 묻는 아퀼리스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갔으나, 강서준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듣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 그리고 그 이유는, 35년 후의 프로스트 클랜에는 아퀼리스 씨 혼자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저 혼자... 남아있었다니, 그것은 믿기 어렵네요.“

"사실일 겁니다. 본인에게 직접 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지금의 시간으로 보내주신 이유는, 또다시 프로스트 클랜에 아퀼리스 씨 혼자만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경고를 전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아퀼리스의 경고를 전달하려는 강서준에게 현재의 아퀼리스가 시선을 집중한다. 믿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품은 채로.


"앞으로 15년 후, 전 세계가 서로의 이권을 위해 다투는 전쟁, 즉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입니다.“

"15년 후에요?“

"예. 솔직히, 그 세계대전이 원인이 되어서 프로스트 클랜에 아퀼리스 씨 혼자만 남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경고를 전달한다면, 아퀼리스 씨도 나름대로의 방책을 세워 프로스트 클랜에 아퀼리스 씨만 남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말해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대체 왜 저의 클랜에 저 혼자만 남았다는 것인지...“


경고의 말을 전했지만, 아퀼리스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그 반응을 본 강서준은 딱히 강요하려는 생각은 품지 않는다.


"저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아마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 프로스트 클랜 역시 피해를 봤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로스트 클랜 뿐이 아니라 다른 악마, 흡혈귀, 라이칸스로프 클랜들 및 인간 세력 역시 막대한 피해를 보았으니까요.“

"즉,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해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군요.“

"... 예.“


확신은 없는 가설일 뿐이지만, 그 가설에 신뢰를 품고 있는 강서준의 태도에 아퀼리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아직은 강서준이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말하는 강서준의 태도가 너무 진지하기에 자연스레 '그럴 수도 있겠어.'라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이다.


"일단 그것은 나중의 일이니,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부탁... ... 알았어요. 말해보세요.“


대뜸 부탁이 있다는 강서준에게 아퀼리스는 아주 짧은 고민을 품었지만, 이내 호의를 보이는 투로 대답한다. 그 반응에 강서준은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낀다.


"오늘 저녁 7시를 전후해서 저희 집에 흡혈귀가 공격해 올 겁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동네에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흡혈귀가 공격해 오는 것입니다만, 혹시 그들을 퇴치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흡혈귀의 퇴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죠. 통상적으로 그들은 악마의 적이니까요.“


자신의 부탁에 시원스레 수락하는 아퀼리스에게 강서준은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하지만 성의의 부족함에 대비해 '감사합니다.'라는 말 역시 덧붙인다.


"저녁 7시라면 지금부터 대비해도 늦지 않겠군요. 당신의 집은 어디죠?“

"알려드리겠습니다. 따라와 주세요.“


아퀼리스의 질문에 강서준은 즉각 자신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자신의 부모님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은 그의 당당한 발걸음 뒤로 아퀼리스의 조신한 발걸음이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정말로, 미래에서 넘어왔다면 미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들어두고 싶어요."

"예. 물론이죠. 다만, 오늘의 행동으로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 주세요. 제 부모님이 원래는 돌아가셨지만, 오늘 프로스트 클랜의 도움으로 흡혈귀를 사전에 퇴치한다면 살아계실 수 있는 것처럼요."

"그렇군요. 미래는 바뀔 수 있다... 그래도 지식의 일환으로 알아두고는 싶으니, 내일 꼭 알려주세요.“


재차 부탁의 말을 전하는 아퀼리스에게 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 후 다시금 자신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부모가 흡혈귀의 습격에 의해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지 않는다면, 과거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가 없어지는 만큼 확실하게 아퀼리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화 – 인외 사냥에 필요한 것 23.06.03 53 0 11쪽
10 10화 – 피의 거래 23.06.03 54 0 12쪽
9 9화 – 흡혈귀 사냥 - 2 23.06.02 64 1 13쪽
8 8화 – 흡혈귀 사냥 - 1 23.06.02 68 1 14쪽
7 7화 – 미행 23.06.01 87 1 13쪽
6 6화 – 사원과 사장 23.06.01 110 2 12쪽
5 5화 – 실총 사격 23.05.31 135 2 12쪽
4 4화 – 미래의 이야기 23.05.31 157 2 12쪽
3 3화 – 운명을 바꾸다 23.05.31 197 3 12쪽
» 2화 – 과거로 돌아온 자 23.05.31 225 4 12쪽
1 1화 – 35년 전으로... 23.05.31 297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