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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한번, 사냥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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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5.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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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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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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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미행

DUMMY

3주 하고도 2일이 지난 후, 오후 5시. 강서준은 언제나처럼 정시에 맞춰 ‘퇴근’을 한 후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퇴근하는 시간까지 그가 한 일이라고는 지하 2층의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한 것이 70%, 프로스트 클랜의 클랜원과 대련이 15%, 간간히 냉동창고의 직원으로서 육체노동 및 식사를 한 것이 나머지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당당히 아르퀴뇨 냉동창고의 한 명의 직원으로서 대우를 받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기뻐하셨었지...“


3주 전에 자신이 거절했던 하얀 봉투를 '월급 및 특별 급여'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부모님께 드렸던 어제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는 강서준의 표정에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첫 직장에서 이 정도로 돈을 받아오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좋은 사장님을 만났구나.'라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반응을 보며 쑥쓰러워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강서준은 계속해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간다.


"...“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강서준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푸드득'하는 새의 날갯짓 소리에 뒤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는 하얀색의 비둘기 한 마리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다른 여러 비둘기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으로.


"쫓아낼까...“


이상하리만치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새하얀 비둘기가 신경 쓰인다고 생각한 강서준은 곧바로 비둘기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서서히 거리가 좁혀지자 비둘기는 순식간에 날아올라 가로수의 나뭇가지 위에 앉는다.


높디 높은 가로수의 나뭇가지에서 자신을 계속 바라보는 비둘기와 시선을 마주하던 강서준은 '닭 쫓던 개가 이런 기분이려나?'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계속 바라본들 아무 소용도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렇기에 다시 버스 정류장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한다면, 귀가하는 시각은 그만큼 늦어질 것이니까.


"...“


하지만 걸음을 옮기면서 강서준은 '저 비둘기는 분명 마법에 의해 조종받고 있는 것 같은데, 동물을 제어하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누구였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간다.


#


"흐음...“


자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보다 세 정류장 앞. 일부러 일찍 버스에서 내린 강서준은 보도블럭 위로 걸음을 옮긴 후 아직까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비둘기와 시선을 마주한다. 버스를 타고 10분 여의 시간이 흐른 후 창문을 통해 후방을 본 순간 아직까지 그 비둘기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집보다 훨씬 앞에서 내리기로 한 것이다.


"...“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멈춰 있는 비둘기를 보며 '나만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군.'이라는 판단을 내린 강서준은 자신의 주위에 다수의 인간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자시를 옮기기로 한다. 저 비둘기를 통해 자신의 집의 위치가 비둘기를 제어하는 자에게 전달되면 언제 자신의 부모님이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론이다.


20여 분 후,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 다다른 강서준은 아직까지도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비둘기에게 시선을 건넨다. 자신의 시선을 감지하자마자 멈춰선 비둘기는 똑바로 자신의 두 눈을 바라보고 있다.


"제가 아는 인외의 존재 중에서 비둘기와 같은 동물을 제어하는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아마, 실비 씨였던 것 같은데. 모습을 드러내지 그래요?“


강서준은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찾아낸 정답을 비둘기에게, 정확히는 비둘기를 제어하고 있는 자에게 전달한다.


"... 굳이 그러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 않나?“

"예. 뭐... 그렇긴 하죠.“


인간의 말을 하는 비둘기. 아마 마법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면 동영상으로 찍어서 해외에 보낼 시 조회수를 2억은 넘게 받을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비둘기는 자연적으로 인간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놀랍군.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는 것은 예상했지만, 술자의 이름까지 알아낼 줄이야. 어떻게 알아낸 거지?“

"... 이쪽의 비밀이라고 해 둘게요. 남에게 말할 만한 이유는 아니라서요. 무엇보다 흡혈귀가 원하는 대답을 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아군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더더욱.“


'35년 후의 미래에서 넘어왔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라고 생각하며 꺼낸 강서준의 대답에 비둘기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당연했다. 지금 저 비둘기는 말하자면 전화기와 같은 것이니, 단순히 목소리라면 몰라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등의 모습을 전달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그보다, 무슨 일로 저를 미행한 거죠? 실비 씨?”


질문을 하면서도 강서준은 회색의 머리카락을 하고 항시 정장을 빼입고 다니는 도덕적인 가치관을 지닌 흡혈귀를 떠올린다. '지금의 실비는 나에 대해 조금도 아는 바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자신에게 적의를 품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내릴 수 있었다. 그가 함부로 인간을 습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시간대로 넘어오기 전의 기억을 통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필요한 상황에는 서로 협력한 적도 있었고.


"인간인 자네가 왜 뺀질나게 아퀼리스의 본거지를 드나드는지 알아야겠네.“

"그야, 아르퀴뇨 냉동창고의 직원이니까요.“

"아니, 내 직감이 그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네. 단순히 직원으로서 오간다고? 구성원이 전부 악마로 이루어져 있는 클랜에 평범한 인간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것을, 그저 직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말단 직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예리하게 찌르는 듯한 실비의 질문에 강서준은 '할 말 없게 만드네.'라고 생각하며 발버둥에 가까운 질문을 던진다. 물론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품었기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군.“

"애초에 아르퀴뇨 냉동창고에 있는 사람들이 악마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이상 직원으로서 입사해서 다니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잖아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흡혈귀나 라이칸스로프 혹은 악마인 것도 아닌데, 너무 실비 씨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흡혈귀인 것은 어떻게 알았지?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고?“

"비밀이래두요.“


가장 답변이 절실한 실비의 질문에 강서준은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태도를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그러자 비둘기는 잠시 어떠한 말도 전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아퀼리스에게 직접 들을 수밖에.“

"... 그녀에게 해를 입힌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비둘기를 통해 전해진 남성의 말에 강서준은 아퀼리스에게 위협이 가해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 역시 위협을 담은 말을 비둘기에게 전한다. '실비라면 아퀼리스에게 충분히 위협을 가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자신의 기억을 통해 도출해냈기에 아무리 무력한 지금 당장의 자신이라도 최대한 저항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호오? 일개 인간 주제에 나에게 도전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피를 빠는 대상을 엄선하는 편이기는 해도 네 피를 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만?“

"제게는 그녀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책임? 클랜원이기에, 클랜 로드를 지키는 것이야 당연하다만, 지금 네 말에서는 뭔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군. 하지만 네가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에게 가서 알아내면 될 뿐이다.“


나름대로 위협을 했음에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남성의 목소리에 강서준은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분노가 어린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인외 사냥꾼의 길에 들어선 지 한 달도 되지 않고, 더구나 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지금 당장으로서는 실비라고 하는 저 흡혈귀를 이겨내는 것도, 최소한의 저지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너무도 순식간에 드러난다.


"... 실비 씨만 알고 계시겠다고 약속하신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알았네. 네가 이것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는 단독행동을 기본으로 하고 있네. 이 나라 식으로는 독고다이라고 하던가? 그러니 남에게 알려질 일은 없네.“

"그걸 알기에 타협하기로 한 겁니다. 다만, 이 비둘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비 씨 본인이 와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음... 알았네. 곧 가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하던 남성의 목소리는 이내 수긍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비둘기는 순식간에 쓰러져버렸다. 마치 조종하고 있던 실이 풀린 인형이 구속에서 풀려나 바닥에 주저앉은 것처럼.


"..."


그것을 바라보는 강서준의 표정에는 착잡함이 가득하다. '굴복해버렸군.'이라는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착잡함이었다.


#


2시간여 시간이 흐른 후, 강서준은 자신을 찾아온 회색 머리카락의 정장을 착용한 흡혈귀, 실비에게 35년 후의 시간에서 지금의 시간으로 넘어오기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모두 마쳤다.


"그랬군... 35년 후의 시간대에서 넘어왔다니, 그렇다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역시 납득이 가는군.“

"예. 그 시간대의 아퀼리스 씨가 지금의 아퀼리스 씨를 지켜달라는 의미에서 저를 이 시간대로 보내 주셨죠.“


자신의 의문을 풀어낸 젊은 남성 흡혈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강서준에게 시선을 돌린다. 만족스러움이 담긴 그의 표정을 보는 강서준의 표정은 상당히 대조적으로, 씁쓸함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어려운 결정을 하게 해서 미안하네.“

"... 아시고는 있군요. 어쨌거나, 제 비밀에 대해 알려드렸으니, 아퀼리스 씨에게 묻지는 말아주세요.“

"물론이네. 오히려 그녀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습격할 일은 없을 것이네. 내 그것 하나는 약속하지.“


투덜대는 듯한 자신의 말에 대한 실비의 대답에 강서준은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기억 속에 실비는 약속을 지키는 흡혈귀라는 것이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35년 후까지의 사건 및 사고를 기억하고 있다면, 자네와도 가깝게 지내두어야 할 것 같군.“

"제가 아는 미래와 앞으로의 미래는 많이 달라질 겁니다. 제 부모님도 그때는 흡혈귀의 습격으로 돌아가셨지만, 지금은 살아계시는 것처럼요.“

"변화하는 것은 있겠지. 자네가 이 시간대로 오기 전에는 나와 자네가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의 일이라지만, 이 시간대에서는 벌써부터 만나게 된 것처럼. 하지만 자네의 지식이 무의미해지지는 않을 걸세. 그 지식을 통해 지금 나의 미행 역시 빠르게 알아낸 것 아닌가? 지식이라는 것은 대개, 유의미한 것이네.“


우호적이며 호의적인 투로 말하는 실비에게 강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의미를 전한다. 그리고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두 눈을 크게 뜬다.


"아아, 맞아. 자네의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 좋을 걸세.“

"예?“


자신의 부모에 대한 말을 꺼내려는 것을 파악한 실비에게 강서준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린다. 그의 표정에 실비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강서준과 시선을 마주한다.


"흡혈귀와 라이칸스로프, 악마가 준동하고 있네. 어떠한 이유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네만, 짧은 시간 내로 뭔가 소동이 생길 수 있어. 그로 인해 자네의 부모님 역시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이네.“

"음... 그런 걱정이라면 이미 매일 하고 있습니다만...“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군. 마냥 안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했다만. 흡혈귀는 인간의 피를 마시고, 라이칸스로프는 인간을 잡아먹고, 악마는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지. 자네의 부모님이 그들의 대상이 되지 않게끔 항시 조심하게.“


실비의 조언에 강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안 그래도 신경을 쓰고 있던 차였지만, 실비의 조언을 들으니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서준은 실비와 더 주고 받을 말이 없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평소보다 3시간 가량 늦은 시간이기에, 두 부모님 모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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