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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의 서재

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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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작품등록일 :
2024.09.02 19: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7: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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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361

작성
24.09.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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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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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3. 또 다른 생존자들.(5)

DUMMY

북부 전체를 삼켜버린 재앙은 매번 올 때마다 위력이 달랐다.

어떤 때는 '버틸 만한데?'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나, 어떤 때는 '이젠 진짜 뒤지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다들 몰려오는 먹구름을 보면서 제발 이번엔 약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 역시 매번 약하게 올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니 딱 이번 한 번만.

요새에 도착한 후에는 알아서 버텨볼 테니까 이번에만 자비를 베풀어 달라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압도적인 재앙 속에선 언제나 잊혀졌던 신앙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래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신앙들을 떠올리며 기도하는 이들.

이미 사실상 사라졌다고 생각되는 고대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는 걸 마지막으로 재앙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다.


"후···예상과 많이 달리지긴 했네."


발데스의 말에 곁으로 다가온 라흐티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수색 작전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을 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딱 이번 요새 혹은 다음 요새 정도까지가 이번 수색작전의 목표였었다. 그러나 무려 두 개의 거점에서 생존한 이들 전원을 데려왔다.

사실상 장기적 목표를 이번 수색작전에서 다 채운 셈.

문제는 버틸 수 있겠냐는 것.

마력 발전기 주위로 임시 벽을 세워 바람막이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단열 소재들을 그 안에 잔뜩 쌓아올려 최대한 열기를 보존하려 하고 있으나, 어림없을 것이다.

고작 이 정도로 버틸 수 있었다면, 북부 대부분의 병력들이 눈에 파묻혀 뒤지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결국, 임시로 설치한 과부하 장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텐데 아슬아슬한 마력 발전기로 얼마나 버티겠냐는 것.


"버틸 수 있겠습니까?"

"모르지. 그래도 만약을 대비할 방법은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작은 바람을 일으키는 발데스.

오염된 힘을 다루기 시작한 지 고작 며칠.

그러나 그 며칠 사이에 발데스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정말 고대의 정령사라도 되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어린 정령사가 깨달음 한 번에 고위 정령사가 되는 것도 가능했던 시절.

그렇기에 라흐티는 발데스가 단번에 그런 반열에 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웬만한 기사장급도 발라버릴 거 같은데요."

"헛소리 그만하고 집중해. 이제 온다."


발데스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는 라흐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을 각성한 이들은 마력 발전기에서 멀어진 곳으로, 마나라도 다룰 줄 아는 이들은 중간에, 마나를 각성만 한 이들은 최대한 마력 발전기 앞쪽에 배치했다.

생존율이 가장 떨어지는 신병들 위주로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큽!"


마력 발전기에 가장 가까이 붙은 신병 하나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추위 때문에?

그것도 있긴 하겠지만 이들 역시 북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단순 추위 때문이라도 눈 폭풍이 시작되자마자 이러진 않는다.


"오염된 힘의 면역력이 형편없군요."


라흐티의 말에 다른 두 분대장들 역시 혀를 찼다.

신병인 걸 감안해도 너무하다.

몇 번의 재앙에서 살아남았음에도 아직 이 꼬라지인 건 노력이 부족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신병이라는 이유로 배려를 받아만 온 티가 났다.

그에 반해 발데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신병들을 안쓰럽게 보았다.


'억울하긴 하겠네.'


북부산맥의 눈 폭풍이 거지같은 이유는 격렬한 추위와 함께 오염된 힘까지 몰아치기 때문이다.

하필 오염된 폭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농도가 다소 높아진 상황에서 눈 폭풍까지 몰아친 것이기 때문에 신병 입장에선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지하 시설로 보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거긴 자리가 꽉 찼다.

마공학자와 조수들을 수용하기도 버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은 나중에 무조건 마나라도 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놓겠습니다."


신병들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라흐티.

그걸 듣고 있던 대대장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병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지만, 발데스가 있는 부대의 신병들은 미숙하게나마 마나를 운용한다.

본래라면 불가능했을 재능.

그걸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었냐고?


오염된 힘 덕분이다.


반강제적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육체에 품었던 마나들이 반발해 자연스레 감각을 터득하고는 했다.

하지만 마나 주입기를 통해 본래 마나에 대한 재능이 없던 이들이 천운으로 각성한 이들은 그런 감각조차 깨닫기 쉽지 않다.

이들 같은 경우 오염된 힘이 가득한 곳에 던져놓고 살기 가득한 곳에서 몬스터들과 싸우게 한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 자연적으로 마나가 움직이게끔 하는 것.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마나를 통해 신체 강화를 이뤄내게 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실패하면?


보통은 포기한다.

그러나 포기해야 하는 이들 중 간절하게 이곳에 남고자 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북부 최전선에서 장기간 복무를 약속받고 막대한 계약금을 남부에 있을 집에 보내고자 자원해서 오는 병력들.

단기간이야 상관없지만, 장기복무를 위해선 마나를 다루는 건 필수나 다름없기에 어떻게든 마나를 다루게 해달라 간청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 최후의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마나를 두른 몽둥이로 구타하는 것.

여기저기 두드리면서 자연스레 타인의 마나와 체내의 마나를 강제로 충돌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조차 소용없다면 포기해야 하지만 여기선 그럴 수 없으니 될 때까지 조지는 수밖에 없었다.


"되겠냐?"

"안돼도 해야죠. 몇들 두드리다 보면 깨닫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발데스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집중!"


발데스의 말에 마력 발전기에 있던 모든 병력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한계에 다다른 신병들은 회복실로 바로 보내. 회복되는 대로 바로 위급한 환자와 교대한다."

"예!"


회복실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마력 발전기 바로 옆에 붙인 간이 건물 하나.

그곳에 마도구를 개조한 열증폭기가 놓여 있었기에 외부보다 더 따스한 공간일 뿐.

여기서 회복을 한 후, 곧바로 위급한 환자와 교대하는 것.

이것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최악의 상황이 오면 린네님에게 보내야 한다. 그리되면 조수분들 중 한 분이 나와야 할 터."


체력이 약한 조수가 나오게 되면 위험할 수가 있다.


"그리되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모두의 대답에 발데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하늘을 바라보았다.

본격적으로 재앙이 시작되려는지 천천히 하늘을 잠식해가던 먹구름이 이 일대를 완전히 먹어버렸다.

재앙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영하 40도를 가뿐히 넘어가는 추위만으로도 미칠 지경인데 보랏빛 바람이 불어닥친다.

발데스가 오염된 힘을 이용해 최대한 이걸 막아주고 싶지만, 더 위험한 순간이 올 때까지 아껴야만 했다.


"힘들어도 견뎌내! 여기서 견뎌내면 오염된 힘에 대한 면역력 작업이 더 수월해질 거다."

"어차피 요새 가서 해야 할 일 지금 한다고 생각해!"


분대장들이 악을 쓰면서 병사들을 반 협박하듯 독려했다.

추위 속에서 넋 놓지 않도록 압박하는 것.

이런 강추위 속에선 멍 때리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정신을 잃어 뒤질 수 있으니 일부러 악마가 되어 병사들을 조지는 것이다.

반대로 거점의 지휘관들은 천사 포지션으로 병사들을 지휘하며 어떻게든 신병들 멘탈이 나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런 노력 속에도 불구하고 한계란 거 있는 법.

오염된 힘의 농도가 점점 심해지자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 회복실로 보내."

"예!"

"먼저 갔던 새끼 불러와. 회복실 꽉 찬다."


자신들도 힘든 상황 속에서 좁은 회복실을 관리하기 위해 조금 회복된 병사를 다시 밖으로 불러내고 뒤질 거 같은 병사를 넣는 등 세심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흘째가 되지 결국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온도는 더 가파르게 내려간다.

영하 50도를 넘어 60도가 되어가자 결국 아껴놨던 과부하를 쓸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발데스 역시 마력 발전기 옆에 서서 병력을 바라보았다.


"후··· 지금부터 나 대신 두 대대장이 지휘한다."


그 말과 함께 조용히 눈을 감는 발데스.

온도가 내려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바람에 오염된 힘의 농도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걸 그나마 줄여줄 사람은 현재 발데스 한 명뿐.

그렇기에 지금부터 눈 폭풍이 끝날 때까지 오염된 힘이 불어닥치는 걸 최대한 억제해보겠다는 듯 마력 발전기 주위로 결계를 쳤다.

경지가 부족하기에 완벽히 차단하긴 힘들다.

아직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설득된 오염된 힘을 통해 불어닥치는 오염된 힘을 견제하는 수준.

그마저도 쉽게 지루해하는 오염된 힘들을 자유로이 보내주고 새로운 오염된 힘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한다.'


자신이야 버틸 수 있겠지만 이대로 하루만 더 지속되면 신병들은 죄다 죽어 나갈 것이다.

또다시 무리하는 그를 본 마공학자가 조수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임시 군단장이 이런 노력을 하는 데 자신들만 편하게 있을 수는 없다는 듯, 다친 신병들을 지하로 보내고 자신들이 신병들처럼 마력 발전기 앞에 선 것.


"정 버티기 힘들면 결계장치를 사용해."

"꾸역꾸역 버티지 말고 회복실로 들어가. 살아남는 게 돕는 거다."


두 마공학자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조수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았다.

그걸 신병들도 아는지, 안색이 파리해진 조수들을 업고 지하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다시금 나와 마력 발전기 앞에 섰다.


"졸지마!"


강추위 속에서 꾸벅꾸벅 조는 것조차 되지 않는 지옥같은 시간.

더 최악인 점은 강풍에 외벽이 조금씩 뜯겨 나가고, 오염된 힘을 조금이나 차단해줄 장치들 역시 하나둘 망가지고 있었다.

마치 이대로 모든 인간들을 죽일 기세로 몰아치는 강풍.

그로 인해 과부하된 마력 발전기 역시 덜커덩거리면서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불길한 소음을 내고 있었다.

그에 병력들의 표정이 점차 절망으로 물들어갈 때였다.


"어? 해가···."


먹구름만이 가득한 하늘에서 슬며시 보이는 햇빛을 보며 외치는 한 병사.

그 말에 마력 발전기만을 멍하니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강력한 눈 폭풍.

그런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기라도 하듯, 먹구름을 가르고 빛이 산맥을 향해 내리쬐었다.


"다 왔다! 좀만 더 버텨!"

"여기서 뒤지면 지옥에 가서도 처맞을 줄 알아! 무조건 살아남아라!"


다 왔다는 듯 악을 쓰는 지휘관들.

그런 그들의 노력 덕분일까?

끝끝내 버텨낸 신병들이 마침내 끝났다는 듯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환호성에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던 발데스가 조용히 눈을 뜨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입가엔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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