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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의 서재

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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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작품등록일 :
2024.09.02 19: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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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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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361

작성
24.09.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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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또 다른 생존자들.(1)

DUMMY

오염된 폭풍이 끝나고 곧바로 움직이는 수색조.

이렇게 다급하게 움직이는 이유가 있었다.

폭풍이 지나고 난 뒤에는 짧게나마 날씨가 맑아진다.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


'오염된 힘의 농도가 짙어지긴 하지만, 날씨는 맑다.'


거기에 수색 1조에 우선적으로 배정된 마도구들까지.

항상 몸으로 때워왔던 발데스 입장에서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다.

재앙이 시작되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수색을 하는데 당연히 결과물까지 가져와야 맞지 않겠는가?


"마음 같아선 옆 동네 거점까지 가고 싶은데?"

"그러다 저희 다 죽습니다."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마도구에 잔뜩 흥분한 라흐티의 말에 로웰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로웰도 거점으로 향할 때와는 다른 여유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 눈 폭풍이 몰려올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공학자 슈테인의 분석에 따르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여유는 있었다.

전문가의 말이 다 맞진 않는다.

그렇기에 슈테인 역시 크게 범위를 나눠서 말해주었다.


최소 일주일은 안전,

보름까진 안 올 확률이 70%.

그 이상은 위험.


이런 식으로 말해주니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

언제 올지 모르기에 항상 불안감을 갖고 움직였는데, 그것이 해소되니 심적 안정감이 생기는 것.

거기에 마도구까지 착용하니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몬스터까지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옵니다."

"너희는 움직이지 마."


앞서 걷고 있던 카누트의 말에 발데스가 분대장들을 뒤로 물렸다.

레이스들이라지만 숫자가 많았다.

굳이 힘들이지 않고 각자 맡은 바를 처리하는 게 깔끔했지만 홀로 나선 이유.


키잉!


"음?"


발데스의 마력발현과 동시에 나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흐티.

그답지 않게 굉장히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마치 이제 막 마력을 발현하는 이들이나 하는 어설픈 모습에 분대장들 역시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발데스는 그 불안정한 상태에서 전방을 향해 마력을 쏘아냈다.


불안정할 정도로 컨트롤이 안되면서 마력을 쏘아낼 수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

곧이어 굳이 그렇게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발데스가 쏘아낸 마력을 따라 오염된 힘이 모여들더니 합쳐졌기 때문이다.


콰아앙!


예리함만을 담은 발데스의 마력에서는 날 리 없는 강력한 폭발음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정작 그 폭발을 이뤄낸 당사자는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실패인가?"

"···이게요?"

"위력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위 몬스터에게도 통할만 할 것 같습니다만."


레이스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음에도 실패라 말하는 발데스에 다들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발데스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안정적인 힘의 융합. 그걸 실패했잖아."


마력과 오염된 힘의 반발.

그걸 줄이려고 일부러 외부로 발현한 마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강제로 융합시켰다.

그럼에도 얼마 못 가서 반발력이 발생하며 터져버린 것이다.


"···어렵네. 역시 단기간엔 어렵나?"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했으나 아직은 반쪽짜리였다.

그래도 희망은 보았으니, 이거 갈고닦으며 감을 잡다 보면 언젠가는 체내에서 마력과 오염된 힘을 융합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다.


'반드시 해야한다.'


오염된 기운으로 인한 회오리가 이전보다 컸던 만큼 오염된 농도 역시 이전보다 훨씬 짙어져 있었다.

만약 이것이 이번 한번 예외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상관없지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이 일대의 오염된 기운이 점점 더 진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오염된 식물을 소량 섭취하고, 오염된 기운이 짙은 것에 들어갔다 나오는 걸 반복하는 것 같은 무식한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지금보다 온도가 더 떨어지고, 더 큰 재앙이 몰려올지 모르는데 오염된 기운을 정화하기 위해 마나석을 낭비할 순 없었다.

반드시 이른 시간 내에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하며 분대장들을 향해 말했다.


"가자."

"예."


생각을 정리한 발데스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자 묵묵히 따르는 분대장들.

마치 연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몬스터들이 나오는 족족 홀로 움직여 처리하는 발데스.

그 대신 분대장들은 남은 체력과 마력을 온전히 정찰에 집중하며 더 빠르게 길을 탐색했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음 요새로 향하는 수색조.

그도 그럴 것이 마도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삐빅!


신호가 오자마자 곧바로 길을 트는 수색조.

북부산맥처럼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곳이 이동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눈이다.

평평해 보이는 눈이지만 잘못 디뎠다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골로가기에 십상이다.

그걸 마력을 퍼뜨려 일정 높이 이상이라면 신호를 주는 것.

본래는 위험한 곳에 마력을 퍼뜨리며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이 사라진 것.

이뿐만이 아니었다.


1시간 정도 불을 만드는 마도구,

짧은 시간이지만 빛을 만드는 마도구,

5분정도 작은 결계를 만드는 마도구까지.


전부 폐기 예정인 중고품이기에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베테랑 수색조에겐 이것들조차 활용하기에 따라 수색 속도를 극단적으로 줄여줄 귀한 물건이었다.

거기다 눈사태가 와도 발데스의 오염된 힘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으니 보다 과감해졌다.


"벌써 여기까지 왔군요."


라흐티가 놀랍다는 듯, 중간 봉우리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고작 쓰레기 같은 마도구 몇 개 받았다고 거의 하루가 단축되었다는 것에 새삼 놀라는 라흐티.


"다음엔 더 빨라질 거다."


발데스의 말에 분대장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건 급하게 사용하기 위해 사용하던 것을 재조립한 것뿐.

나중가서는 슈테인에 의해 훨씬 질 좋은 마도구들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발데스 없이도 인근 지역의 요새 수색은 충분히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가면서 목표했던 첫 번째 요새에 도착했다.


"···생존자는 없네요."


로웰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모두가 눈에 파묻혀 얼어붙은 채 죽어 있었다.

몇몇 이들은 건물 안에서 최대한 버티며 발악해보려고 시도한 흔적들이 보였다.

그러나 고작 그 정도로는 이 재앙을 버틸 순 없었다.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물자부터 찾는 수색조.


카누트는 일단 먹을 거부터 찾으러 나섰고, 라흐티는 창고를, 로웰은 혹시 생존자가 있을 수 있으니 비밀 통로들을 찾아보았다.


"쯧! 쓸만한 건 다 챙겨간 것 같습니다."


라흐티의 보고에 마력 발전기 주변에 널려 있는 자재들을 보던 발데스가 한숨을 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닥다리 마력 발전기와 보전 식량같은 평범한 물자가 전부인 요새.

그렇다는 건, 이 요새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살길을 찾기 위해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거점처럼 지휘관이 요새를 버리고 쓸만한 마도구를 들고 지 살겠다고 튄 것.


"일단 이곳은 나중에 다시 찾기로 하고 내려가자."

"예."


예상보다 일찍 첫 번째 요새에 도착했으나 건질게 없으니 곧바로 두 번째 요새까지 가기로 한 발데스.

단순 물자들이야 지금 당장 급한 건 아니니 일단 좀 쓸만할 걸 건지기 위해 이동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목표지점 역시 이곳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거점을 관리하는 대대장이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쓰레기들인데 다른 요새라고 다를 게 있을 리 없었다.

쓰레기 밑에는 대부분 쓰레기 뿐이라는 걸까?


"쯧쯧!"


혀를 차며 한 곳을 바라보는 라흐티.

그곳엔 몬스터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다 상처를 입고 쓰러져 얼어 죽은 시체가 보였다.

그러나 한두 명이 아니었다.

요새에서 보이지 않았던 쓸만한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충격적인 건 발데스가 지나온 요새뿐만 아니라 옆 요새의 부대장까지 보인다는 것.


"이놈. 옆 요새 부대장입니다."


라흐티가 익숙한 얼굴이라는 듯 말하자 다들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모든 병사를 살릴 순 없다.

그러니 쓸만한 놈들만 추려서 내려가다 뒤진 것이다.

말은 했을 것이다.


'여기서 버티고 있으면 거점으로 가 지원 물품을 갖고 돌아오겠다!'같은 입에 발린 소리를.


병사들이 그게 거짓말이란 걸 모를까?

알면서도 보내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쪽은 답이 없습니다."


워낙 비리가 심했던 지역이라 그런지 요새를 털어도 쓸만한 게 없다.

이건 나중에 골렘이나 마도구를 이용해 대규모로 물자를 이동시키지 않는 이상 지금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길 털 바에 거점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정도.

그렇다고 옆동네까지 바로 가느냐?

리스크가 크긴 하다.


어느 정도 루트를 안정화시키고 가는게 맞았기 때문이다.

가는 것이야 무난하겠지만 올 때가 문제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복귀까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저기부터 확인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두 번째 목표지점으로 향하는 발데스.

그가 확인한 건, 얼어붙은 마력 발전기가 가동하는지의 여부였다.

만약의 상황이 오면 잠깐이라도 가동시켜 버텨낼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쿠구궁!


발데스가 레버를 내리자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굉음과 함께 열기가 올라오긴 했다.

그걸 확인한 순간 다시금 레버를 올려 마력 발전기 가동을 멈췄다.


"여길 중간거점으로 삼을 겁니까?"


눈치 빠른 라흐티가 마력 발전기를 확인한 의도를 파악하며 묻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발데스.


"일주일에서 최대 열흘. 그 안에 옆동네까진 갔다올 수 있겠지."

"저희야 상관없겠지만 혹 생존자들이 있으면···."

"그때를 대비해 본진에 알려놔야지."

"신호탄 쏘아놓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급히 밖으로 나가 하늘을 향해 마도구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붉은빛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다 터졌다.


펑!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여기서 볼 일 다 봤다는 듯, 곧바로 움직였다.

이미 시간이 꽤 흘렀기에 눈 폭풍이 다시금 몰아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잠은 옆 동네 요새에서 자겠다는 듯, 밤에도 쉬지 않고 이동한 끝에 이른 시점에 옆 동네 요새에 도착한 수색조.


"생각보다 시체가 적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새를 비운 것 같은데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라흐티와 로웰의 말에 발데스가 흔적들을 바라보았다.

동사한 시체들이 한곳에 정리되어 있는 걸 바라볼 때였다. 전 요새처럼 일단 식량부터 확인하러 카누트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발데스를 불렀다.


"흔적이 다른 것 같은데?"

"예."


식량을 모아둔 창고.

그곳에 찍혀있는 발자국들의 흔적이 달랐다.

몇몇 흔적들은 최근에 찍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 찾아!"

"예!"


거점에서 생존자들이 있을 비밀 통로를 찾을 때처럼 수색을 한 끝에, 한 건물에 조악하게나마 지하시설 일부를 개조한 곳이 보였다.

그곳엔 아직 어려보이는 소년병 몇 명이 미약한 열기가 올라오는 마도구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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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생존의 시작!(3) +1 24.09.05 435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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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생존의 시작!(1) +1 24.09.03 740 21 13쪽
1 프롤로그 +1 24.09.02 91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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