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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의 서재

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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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작품등록일 :
2024.09.02 19: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7:4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371
추천수 :
230
글자수 :
94,361

작성
24.09.02 21:20
조회
910
추천
25
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는 풍경.

거대한 재앙 하나가 지나갔을 뿐인데 모든 것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숨만 쉬어도 입김이 나올 정도의 극한의 추위와 함께 모든 것을 뒤덮은 대재앙은 공평했다.


수없이 인간들을 괴롭혔던 몬스터들도,

언제든 오염시키려 하는 오염된 존재들도,

이곳을 방어하는 인간들과 함께 새하얀 눈 속에 파묻혔다.


위대한 자연의 힘은 공평하게 재앙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나마 높은 곳에 위치한 요새에 있었기에 살아남은 남자가 멍한 표정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헉···헉···."


재앙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오려 하지 않는 험지.

그뿐인가?

오염된 지역으로 가득한 위험지대이기도 했다.


고대 시대 때부터 오염되어 마나조차 대부분 오염되어 있는 곳.

이곳의 마나를 쓰려면 다른 곳보다 몇 배는 많은 시간을 체내에서 정제시켜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럼 왜 여기로 왔냐고?


상식적으로 오고 싶어서 왔겠냐?

강제로 끌려 왔지.

물론 중간에 내뺄 기회가 있긴 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여기에 처박혀 있었던 이유가 있다.

험지라서 그런지 은근히 지원이 빵빵하다.

거기다 진급도 더 잘 된다.

몇년만 더 버티면 은퇴해도 낭랑하게 퇴직금 챙겨서 뭐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무엇보다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여기서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


제국 내에서 파벌 싸움이 일어나든, 타국과 전쟁을 벌이든 이쪽으로 오는 지원 물자는 변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가장 컸다.

최소 십 년 치 이상의 식량과 군수물자를 보존 마법이 걸린 대규모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이곳답게 외부의 영향을 극히 적게 받는다.

그렇기에 남았다.

실제로 남부 쪽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럴 때 잘못 내려갔다간 휘말려서 뒤질 각이 보이기에 남았건만, 되려 여기서 더 큰 재앙이 터질 줄이야.

재수 드럽게 없는 이 엿같은 상황에서 바퀴벌레처럼 다시한번 생존하는데 성공한 남자가 눈을 파헤치며 외쳤다.


"살아남은 놈들 있냐!"


그의 외침에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두더지처럼 기어 나오는 병사들이 보였다.

벌써 몇 번째인진 모르겠으나 이번 눈사태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문제는 이 요새마저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다는 뜻.

눈사태로 인해 길은 끊겼다.

그나마 여기가 높은 요새가 있는 지역이라 이 정도지 꿀빨려고 아래에 있던 놈들은 죄다 죽었을 것이다.


기사?

마법사?


일반 병사들에게 악마와 같은 놈들이지만 압도적인 자연재해 앞에선 한낱 인간일 뿐이다.

이들 역시 죄다 죽었을 것이다.

거기에 오염된 마력 덩어리들이 혹한의 기운을 머금고 몬스터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거길 뚫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자살 행위다.

그렇다는 건 일단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

그러기 위해선 힘들어도 움직여야 했다.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동사하기 딱 좋았으니까.

덜덜 떨고만 있는 부하 놈들을 살리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뒤지기 싫으면 움직여!"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눈 폭풍으로 인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이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발악을 시작했다.

막막하기만 이곳.

그래도 살아날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마도구였다.

본래 북방의 야만족과 몬스터를 막기 위해 설치된 이 요새의 마도구들.


마나만 다룰 줄 알면 마법사 없이도 가동이 가능한 보편화한 마법 기계.


그 기계가 다시 가동되면서 요새를 뒤덮은 눈을 미약한 열기로 조금씩 녹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거론 부족했다.

벌써 몇 번이나 과부하시켰기에 이전과 다르게 열기가 부족하다.


'이번이 마지막인가?'


기계도 쉬어야 한다.

그러나 쉴 틈 없이 몰려오는 재앙 속에서 마법 기계는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즉, 다음 재앙이 이른 시기에 온다면 꼼짝없이 뒤져야 한다는 것.


위이잉!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마법 기계음에 이끌려 살아남은 병력이 좀비처럼 눈을 헤치며 중심부로 몰려든다.

그걸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쉰 남자가 지친 몸을 이끌고 성벽으로 추정되는 경계선까지 다시금 움직였다.

이번 눈폭풍으로 주변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다.


평민의 몸으로 부대장의 위치까지 올랐다.


병사의 몸으로 향사가 되는 것조차 기적이라는 말을 듣는 시기다.

그런데 기사가 되었고, 비록 북부라지만 한 부대를 이끌고 있다.


악착같이 올라온 게 무색하게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가득한 눈으로 멍하니 산 아래를 바라볼 때였다.


"그르르?"


눈을 파헤치면서 요새로 다가온 한 거대한 존재가 눈 속에서 튀어나와 그를 올려다보았다.

본래라면 적으로 규정하여 죽였어야 할 존재.

오염된 존재를 끔찍하게 혐오하는 '이곳 사람들'과 다르게 전생의 기억을 가진 그는 굳이 혐오해야 하는 생각을 하며 적대하지만 않는다면 굳이 죽이지 않았다.

되려 자신의 물건에 흥미를 보이는 녀석들에겐 선물을 주거나 가끔 먹을 것도 던져주고는 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다.

모든 것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게 마지막이야."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육포 하나를 꺼내 거대한 녀석의 입속으로 던져줬다.

그에 육포를 받아먹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염된 존재.


-그르?-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이 남자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절망감이 가득한 그의 눈빛.

그런 그의 눈을 보자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자신의 거대한 머리를 그의 손에 가져다 댄다.


-그르릉. 그릉.-

"그래봤자 줄 거 없어."


남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거대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그의 손길에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존재도 느낀다.

압도적인 재앙의 힘에서 오는 절망감.

자신조차 그럴진데 일개 인간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할 것이다.

그럼에도···.


'살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한다.


오염된 존재를 핍박하는 것이 아닌 친구로 대해준 유일한 인간.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지만 오염된 힘조차 받아들인 독특한 인간.

그로 인해 다양한 오염된 존재와 연을 맺은 존재.


그런 존재가 이대로 삶을 포기하게 두고 싶지 않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혹시나 해가 될까 참아왔던 계약.

한계에 부딪힌 그가 다음 재앙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본래라면 죽는 게 맞을 오염된 존재와의 계약.

그러나 이 남자라면 버텨 낼 일말의 희망 정도는 있었다.

그 가능성에 모든 걸 걸고 싶었다.


"너···."


상대가 뭘 원하는지 깨달은 남자가 멍하니 거대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어차피 가만있어도 뒤질 각인데 뭐라도 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녀석의 힘을 체내에 받아들였다.

방대한 오염된 힘이 온몸에 가득 차오르는 순간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고통에 찬 신음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느낌.


시간은 분명 찰나에 불과할 터.

그러나 남자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며칠이나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끔찍한 고통이 이어졌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느꼈다.


'여기서 정신줄 놓는 순간 끝이다!'


그렇기에 악착같이 버텨냈다.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남자.


"끄으으으···."


온몸이 개조되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도 악착같이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는 남자를 보며 부디 버텨달라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대한 존재.

그런 그의 바람이 기적을 만든 것일까?

서서히 고통에 찬 신음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피눈물을 흘린 채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서히 정신을 차리면서 점차 또렷해진 눈동자로 주변을 바라보던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거대한 자연의 흐름들.

그것이 비록 오염된 것이라 할지라도 분명하게 자연의 흐름이 느껴졌다.


먼 과거 이제는 사라진 자연의 흐름을 느끼는 존재를 '정령사'라 불렀다.

현대의 권력의 정점이라 불리는 마법사들조차 과거 정령사가 되기 위해 시작되었다 알려졌다.

그 마법사가 되지 못해 절망한 이들이 마력을 다루는 재능 하나만을 갈고닦아 기사가 되었다.


그럼 남자는 뭘까?

현존 최강의 재능을 각성한 것 아닐까?

오염된 힘 아니냐고?

그래서 뭐?

적어도 이 북부 안에선 '정령사에 가까운 존재'는 맞잖아?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순수한 자연이 내린 거대한 재앙은 그로 하여금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게 했다.

그렇기에 물었다.


"살아남을 수 있겠지?"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거대한 존재를 바라보며 묻자 새로운 기회를 얻은 건 그뿐만이 아닌지, 극히 일부지만 보랏빛이 지워진 몸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오염된 존재.

그런 그를 보며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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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 또 다른 생존자들.(4) +1 24.09.15 262 12 12쪽
13 3. 또 다른 생존자들.(4) 24.09.14 243 9 12쪽
12 3. 또 다른 생존자들.(3) +1 24.09.13 247 11 11쪽
11 3. 또 다른 생존자들.(2) +1 24.09.12 258 8 12쪽
10 3. 또 다른 생존자들.(1) +1 24.09.11 283 13 11쪽
9 2. 생존을 위한 발전!(4) +1 24.09.10 293 8 11쪽
8 2. 생존을 위한 발전!(3) +1 24.09.09 336 8 12쪽
7 2. 생존을 위한 발전!(2) +1 24.09.08 356 15 11쪽
6 2. 생존을 위한 발전!(1) +1 24.09.07 376 16 11쪽
5 1. 생존의 시작!(4) +1 24.09.06 392 13 12쪽
4 1. 생존의 시작!(3) +1 24.09.05 435 15 13쪽
3 1. 생존의 시작!(2) +1 24.09.04 570 17 12쪽
2 1. 생존의 시작!(1) +1 24.09.03 740 21 13쪽
» 프롤로그 +1 24.09.02 911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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