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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의 서재

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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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작품등록일 :
2024.09.02 19: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7: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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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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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361

작성
24.09.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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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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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3. 또 다른 생존자들.(4)

DUMMY

예리한 참격이 수없이 날아들며 발데스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대대장들이 고생한 놈들답게 한 방에 죽지 않았지만 반복되는 공격에 결국 하나씩 무너져 내린다.

극한까지 마력을 압축해 날리는 참격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기술이다.

그걸 연이어서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적들이 쉬이 참격 사이를 파고들 수 없게끔 기술로 엮어낸다?

그것도 이제 막 30줄에 들어선 젊은 부대장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는 듯 바라보는 디아즈 대대장.

40이 코앞으로 다가온 디아즈조차 아직 엄두도 못 내는 경지 아니던가.

대대장쯤 되면 기술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하나의 무술 형태로 엮어내는 건 전혀 다른 경지였다.

참격의 강약조절, 빠르기 조절,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위력까지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경지였기 때문이다.

괜히 고위 기사들이 군부에서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다.


"저런 경지로 부대장에 머물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되지."


또 다른 대대장인 토머슨은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평민 출신이 고까워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저런 존재를 매번 사지로 몰아넣는 것으로 모조라 감당하기 힘들어지니 한적한 곳에 처박아둔다?

자신의 상관인 군단장이지만 개 같은 새끼였다.


자신 역시 대대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 새끼한테 뇌물을 줄 수밖에 없었지만, 매번 줄 때마다 토악질이 나올 뻔했다.

옆에 있는 디아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름 명예를 아는 그들일지라도 부하들을 위해, 남부에서 자신들이 보내는 돈으로 살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러운 흙탕물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는 엿 같은 환경.

그런데 발데스는 거기에 더해 비리 덩어리 군단장에 손을 잘 비벼 능력도 안 되면서 대대장에 오른 새끼 밑으로 처박혔다.


'평민이 감히 기사를? 그것도 20대에?'


귀족 출신인 자신조차 하지 못했던 그 지독한 열등감으로 발데스를 괴롭혀왔다.

토먼슨 역시 이를 알고 있었으나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혼자만이라면 군단장에 개겨보겠지만 실력도, 거기에 가족들까지 있는 자신에겐 그런 용기란 사치였으니까.

그럼에도 정도가 있는 법.

고위기사 중에서도 저 정도 실력자는 손에 꼽을 터.

어떻게 아냐고?

북부에 오래 머물다 보면 기사단의 지원을 수없이 보게 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평균치를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망이 없었다.

끝내 방랑 정령까지 공략에 성공한 발데스의 무위를 보았음에도 이런 판단을 한 이유.

그건 바로 거점의 첨탑이 무너지기 전 보았던 관측병의 보고엔 지금보다 2배는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방랑 정령까지 섞여 있다?

살아나가긴 글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발데스 부대장. 그 실력이면 혼자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오. 7시 방향에 어린 병사들을 숨겨두었으니, 그들과 함께 빠져나가 주시오."


자신들이 이곳에서 굳이 이렇게 싸우는 이유.

그건 젊은 병사들만이라도 이곳에 빠져나가 토머슨의 거점에 보내기 위함이 컸다.

비록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나 혹시 올지 모를 구조대에 희망이라도 걸어보기 위함.

그 대가로 자신들의 목숨이 갈려 나가겠지만 감수할 생각이다.

어차피 자신들이 아니면 시간벌기조차 되지 않을 테니 마지막으로 명예라도 챙겨보겠다는 것.

토머슨 대대장의 말에 전투를 멈춘 발데스가 두 대대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후속 몬스터 부대는 얼마나 됩니까?"

"최소 2배요. 거기에 방랑 정령까지 있소."


그 말에 발데스가 자신의 남은 마력을 가늠해보았다.

아직 미숙한 경지로는 전부 처리하긴 힘들다.

혼자서 부대 하나를 쓸어버릴 수 있는 기사장급 실력자들에 비하면 미숙한 발데스.

그렇다면 지금은 힘을 빌려야 했다.


"방랑 정령들과 고위 몬스터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나머지 몬스터들만 부탁드립니다."

"혼자서 모든 방랑 정령들을 처리하는 건···."


고위 기사라 할지라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끝내 삼키는 토머슨.

오랜 세월 북부에 있었기에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고위기사도 불가능해.'


그들이라 해서 무적은 아니다.

조금 전 전투에서 힘을 빼지 않았으면 혹시 몰랐겠으나 그것도 아니다.

즉, 지금 하는 발데스의 말은 다 같이 죽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지금이라도 우리의 제안을···."

"저도 북부군입니다. 가망성 없는 작전에 목숨 걸진 않습니다."


북부군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

그건 가망 없는 아군을 버리는 일이었다.

그런 냉혹함을 가진 발데스가 이렇게 나선다는 건 믿고 있는 한 수가 있다는 것일 터.

부질없는 희망이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자신을 보는 부하들을 보며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 죽을 각오를 했던 병사들의 눈에 희망이 서리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오는군요."


그렇게 말한 발데스가 조용히 눈을 감고 마력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마력홀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농도 짙은 마력이 발데스의 의지에 따라 검에 서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벼려냈음에도 아직은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힘.


'아직 한 방뿐이다.'


지난 거점 전투에서도 그랬듯, 불완전한 경지로는 한방뿐이다.

그러니, 이 한 방에 최대한 많은 방랑 정령들을 갈라내고 나머진 오염된 힘에 기대야 했다.

특성이 담긴 마력 때문일까?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오염된 힘들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함과 동시에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방랑 정령들을 향해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서걱!


고작 단 한 방.

그 한 방에 그가 설정한 영역 안에 들어서는 모든 존재들이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거점에선 이 한방에 지쳐서 헥헥거렸지만 이번엔 달랐다.

두 번째라 그런지 지난번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애들아. 놀아보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발데스의 모습에 방금 보인 모습에 경악하던 토머슨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다시금 입을 쩍 벌리고 경악했다.

발데스의 몸에 오염된 힘이 휘감기며 눈 위를 춤추듯 부드럽게 나아갔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치 참격처럼 오염된 힘이 날아갔다.

마력을 통해 제어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오염된 힘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지 검을 따라 날아가는 오염된 힘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어떤 건 몬스터를 갈라낸다.

어떤 건 몬스터를 속박한다.

어떤 건 몬스터를 밀어내기만 한다.


제멋대로였으나 중요한 건, 그 모든 힘이 다시금 모여들어 발데스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면서 그의 영역을 만들어냈다는 것.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토머슨이 그의 별칭을 떠올렸다.


'평민들의 영웅.'


상급자들 사이에선 조롱 삼아 발데스를 부르는 별칭.

그러나 토머슨이 보기엔 아니었다.

발데스는 이미 완성된 영웅 그 자체였다.


신병으로 들어와 일반병 - 숙련병 - 병장까지.


북부로 강제로 끌려오는 전쟁고아 출신 대부분이 여기서 멈춘다.

십대의 나이에 이 모든 걸 돌파하고 끝내 향사가 된 압도적인 재능.

20대의 나이에 견습기사 - 평기사를 지나 끝내 정기사가 된 인물.

이제 막 30대가 된 그가 기사장을 넘볼 실력까지 갖췄다.


그런 실력을 갖추면서 어떻게든 부하들을 하나라도 더 살리려 애쓴다.

심지어 이번엔 자신들까지 살리고자 위험을 감수했다.


'이런 존재가 영웅이 아니라면 누가 영웅이란 말인가?'


그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지, 모든 전투가 끝났을 땐 발데스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직속 상관인 대대장이 있음에도 발데스가 생존자들의 대장이라는 듯 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쉬는 건 옆 거점에서 하시죠."


발데스의 제안에 토머슨과 디아즈가 서로의 얼굴을 빤히 보다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령을 내리시죠."

"···예?"


토머슨의 말에 발데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당황스러워하는 그에게 토머슨이 차분하게 위기상황 시 상급자가 부재할 경우 할 수 있는 특별한 법을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 상급자가 부재할 경우 남은 생존자들에 의해 임시로 상급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에 생존자 토머슨은 발데스님을 임시 군단장으로 추천합니다."

"대대장 디아즈. 동의합니다."


군단장의 부재.

그런 상황에서 남은 두 명의 대대장의 동의로 임시 군단장이 될 수 있긴 하지만 그건 보통 대대장들 사이에서 누가 올라가느냐를 결정하는 것.

유례가 없는 일이지만, 지금 일어나는 재앙과 붕괴된 북부군 역시 유례가 없는 일.

그렇기에 토머슨과 디아즈는 부대장에 불과한 발데스를 군단장으로 추천했다.


"부담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그 실력에 저희의 명령을 받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마침 군단장 역시 없습니다. 설령 어디서 다시 기어들어 온다 해도 하급 부대를 버리고 떠났으니 이미 지휘관 자격을 잃었습니다."


군단장 자격은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들을 탓할 상급부대도 없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저희가 책임이면 될 일입니다."


그러면서 이럴 시간이 없다는 듯, 명령을 내려달라 했다.

마치 부관처럼 말하는 그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병력에게 명령을 내렸다.

대대장들의 얼굴을 보며 명령을 내리긴 부담스럽다는 듯한 모습에 피식 웃은 토머슨과 디아즈가 웃으며 우렁차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망가지긴 했으나 마력 발전기의 주요부품 중엔 쓸만한 것이 아직 많이 남았다.


거기에 골렘과 마공학 기계들이 주로 배치된 거점답게 쓸만한 것이 많았지만 상황이 급하기에 지금 당장 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갈 순 없었다.

결국, 디아즈가 미리 마공학자에게 들어두었던 쓸만한 것들만 챙겨서 곧바로 토머슨의 거점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미리 소년병들과 함께 대비시켰던 로버트를 발견해서 같이 데리고 돌아갔다.

내려갈 땐 순식간이었으나, 모두와 함께 올라가는 길은 굉장히 고됐다.

이 추운 날씨에 야영하기도 애매하니 마도구의 불빛에 의지한 채 밤새 걸어서 거점까지 가야 했다.


일반인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정.


그러나 북부의 모든 병사는 오염된 힘에 저항하기 위해서 마나가 각성한 이들만 온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밤새 잠조차 자지 않았음에도 거점까지 갈 수 있었다.


"정말로···오셨군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린네의 표정에 발데스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잖습니까."


정말로 혼자서 위기에 빠진 부대들을 구해낼 줄은 몰랐던 린네.

그러나 이후 벌어진 모습에선 기함을 토할 듯 입이 떡 벌어져 버렸다.


"휴식시간은 6시간. 잠을 자도 좋고 그냥 쉬어도 좋다. 그러나 그때까지 저 위로 올라갈 준비는 끝내놓도록."


일개 부대장의 명령에 모두가 우렁차게 대답하며 흩어지는 기이한 모습.

린네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흩어지는 이들은 이미 발데스의 명령을 듣는 것이 익숙한지, 능숙하게 명령을 수행할 뿐이었다.


"내가···이상한 건가?"


그렇게 중얼거린 린네가 멍하니 발데스와 두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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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또 다른 생존자들.(3) +1 24.09.13 247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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