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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의 서재

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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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작품등록일 :
2024.09.02 19: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7: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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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361

작성
24.09.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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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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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생존을 위한 발전!(1)

DUMMY

거점에서 마공학자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위험했다.

내려올 때와 달리 이젠 올라가야 하는 처지였고,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골렘이 가장 큰 문제였다.


쿵! 쿵!


골렘이 걸을 때마다 소음이 들리는 건 물론이고, 산 위에 쌓인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오··· 저게 최선이유?"


라흐티의 물음에 헛기침을 하는 마공학자.

골렘이 움직일 때마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몬스터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골렘 자체 동력원에서 뿜어지는 마력 파장을 숨기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크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뿐인가?

올라갈수록 눈사태에 대한 위험 역시 더 커질 것이다.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여기서 신호탄 쏴봤자 답 없어. 중간 지점까진 가야 해."

"후···."


라흐티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숨을 헐떡이면서 뒤따라오는 병사들.

제국 전체로 보면 나름 정예로 불리는 병사들이지만 라흐티가 보기엔 눈에 차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북부의 위상을 올린 건 최전선에서 싸우는 요새의 병력이지 거점에 처박혀 있는 쓰레기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문 혹은 모종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차출된 이들이 뒷배를 이용해 그나마 안전한 곳에 배치된 이들이 지금 라흐티가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이었다.


"저들을 보호하면서 가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러니 가르쳐야지."

"···."


침묵하는 라흐티에게 발데스가 단호히 말했다.


"반항하는 애들은 밟아.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버리고 가면 된다."


단호하게 말하는 발데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병사들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뒷배?

그게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있을까?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면 목을 베어도 아무도 모를 터.


"마나 각성자가 아닌 병사가 있나?"


발데스의 외침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북부의 병사들답게 죄다 마나는 각성했다.

정확히는 각성이 아닌 때려 박은 것이지만.


대륙에서 가장 추운 지방.

오염된 힘.

수시로 광역으로 정신오염을 시키려는 악령들의 울음소리까지.


이걸 버티려면 좋든 싫든 마나를 품어야 했다.

사용할 줄 모르더라도 마나를 품고는 있어야 이 북부 최전선에서 생활할 최소한의 조건이 되는 것.

간혹 북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해서 재능도 없는데 최전선 경험만 하고 타이틀을 달고 가는 버러지들이 있지만 그런 놈들은 이 재앙으로 인해 싹 다 정리되었다.


"잘해야 레이스 견제 정도가 다 일 겁니다."


레이스 정도를 견제하는 것.

그것에 거점의 병사들에게 기대하는 전부.

애초에 기존의 거점 역시 몬스터를 처리하는 건 기사들의 역할이었으니까.


"나도 알아. 그러니 살리기만 해."

"···예?"


멍청한 표정을 짓는 라흐티에게 발데스가 한 손을 들어 바람을 만들었다.


"덮는 게 아닌 장막 형태로 만들면서 좀 더 많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위로 넘어오는 눈을 막지 못할 것이란 말을 하려던 라흐티가 멍하니 골렘을 바라보았다.

현시점에서 몬스터들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긴 힘들다.

그러니 방법은 한가지뿐.


"몬스터들이 몰린다 싶으면 인위적으로 눈사태를 만든다."

"그것만으로는 버티기가··· 아!"

"그래. 중간 지점까지만 어떻게 버티면 그 이후부터는 요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터."


클라크는 물론이고 다른 부대라면 충분히 분대장이 될만한 향사에 준하는 병사들도 대기 중이다.

이들이라면 요새의 관리지역 일대 정도는 충분히 도우러 올 수 있다.

내려오면서 길 역시 만들어뒀으니 복귀할 땐 안전한 길을 찾을 시간조차 줄어들어 더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즉, 발데스가 말했던 의미는 바로 강행군이었다.

체력이 가장 좋은 카누트가 마공학자를 업고, 로웰이 맨 뒤에서 낙오자 및 정찰 임무를, 라흐티가 병사들을 이끈다.

그럼 발데스는?


서걱!


기어코 달려오는 몬스터 하나를 베어낸 발데스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달려!"


바로 길을 여는 것.

발데스가 속도를 높이자 마공학자의 조작에 따라 골렘 역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빠르게 산을 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낙오하려는 병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라흐티는 가차 없이 그들을 버리라고 명했다.


"뒤처지면 버리고 갈 거니까 이 악물고 따라와."


맨 뒤에 있던 로웰조차 신경 쓰지 않자 숨을 헐떡이며 낙오할 것 같았던 병사가 이를 악물고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정말로 버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는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정도도 못 따라오면 버려질 뿐이야."


거짓이 아니다.

북부인이라면 정말로 그렇게 해야만 했다. 오염에 노출되어 빌빌거리는 병사 하나 돕겠다고 부대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두 암묵적으로 그런 상황이 오면 버리는 걸 받아들였다.

그걸 알기에 이를 악물고 달려갔다.


"옵니다!"


뒤에서 로웰이 소리치는 게 보였다.

거점에서 빠져나온 후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인간인 이상 한계가 있다.

수색조만이라면 좀 더 시간을 벌었을 테지만 현 상황에선 의미가 없는 일.


"골렘!"


발데스의 외침에 마공학자가 다급히 골렘을 조작해 발을 구르게 했다.

한 번으로 안되면 두 번, 세 번 반복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카누트 역시 마공학자를 내려놓고 대검을 들어 마력을 한껏 집어넣은 채 바닥을 후려쳤다.


쿠구구구구!


"모두 모여!"


인위적인 충격에 눈사태가 일어나기 골렘의 주변으로 모이는 병사들.

그 앞에 골렘 주위로 바람의 장막을 덮는 발데스.


"끄으으으···."

"버티십시오! 정신 잃으면 죽는 겁니다!"


끔찍한 고통에 헤롱거리는 마공학자를 뺨을 치며 깨우는 라흐티.

거점의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엷게 폈지만, 부하들에 비해 오염된 힘에 내성이 적은 거점의 병사와 마공학자들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끔찍한 고통도 잠시.

눈사태 덕분인지 한차례 시간을 번 일행이 곧장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옥같은 고통의 시간이 일종의 휴식시간이었던 것.


눈사태는 시간 벌이밖에 안 되는 것일까?


어느새 또다시 몰려오는 몬스터들.

그렇게 또 한 번의 소규모 눈사태를 만들어 시간을 벌고 요새를 향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그 신호를 보고 오는 건 몬스터들이었다.


"끄으으···."

"정신 차리세요. 오염된 힘을 다루고 싶다면서요."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마공학자를 업고 있는 카누트가 억지로 그의 뺨을 후려쳐 정신을 깨웠다.

추위 속에서 정신을 잃으면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올라갔음에도 기어코 몬스터들이 일행들을 따라잡고야 말았다.

이번엔 눈사태를 일으킬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

그걸 마공학자 역시 눈치챘는지 카누트의 등에서 내려섰다.


"골렘 전투태세!"


짐을 놓아두고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투태세를 명하는 마공학자.

그러면서 자신 역시 마도구를 들고 언제든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이내 살벌한 전투가 시작되려 했다.

그러나 발데스를 비롯한 수색조는 몬스터들이 몰려고 있음에도 여유롭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힘들게 올라올 때와는 다른 반응.


"설마···."


마공학자가 발데스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높은 곳에서 푸른 빛이 떨어지며 거대한 백색 곰 하나를 그대로 찢어발겼다.


"돌진기 하나는 무지막지하네요."

"저건 나도 힘들어."


라흐티의 말에 발데스가 웃으며 말했다.

부대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기사'의 등장.

뒤이어 십여 명의 병사들이 마력을 내뿜으며 능숙하게 적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에 또다시 놀라는 마공학자.


"부대 내에 마력사용자가 저리 많단 말이오?"


그 말에 발데스는 대답 대신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뒷배가 없기에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최전선에서 살아남아 있는 최정예들.

발데스의 부대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괜히 실력을 드러내면 이리저리 사지로 파견되기에 발데스 곁에 남고자 숨겨왔으나, 이제는 드러내도 상관없다는 듯 전력으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그 앞에 모였다.


"신입들입니까?"

"그래. 잘 교육해봐."


발데스의 명령에 클라크와 그를 따라온 조장들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미소를 본 순간 본능적으로 앞으로의 삶이 지옥같을 거라는 걸 느끼는 병사들.

하지만 살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순 없었다.


"돌아가자. 집으로."

"예!"


그의 명령에 일제히 답하며 골렘과 함께 요새를 향해 가는 사람들.


"대박 나셨네요."


부관인 클라크가 슬쩍 골렘이 끌고 오는 물자들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조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골렘이 끌고 온 물자엔 마력발전기 부품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량부터, 조금이지만 술도 있었다.

심지어 병사들과 수색조가 개인적으로 메고 있는 가방은 따로였다.

그나마 이들은 웃기만 했을 뿐, 요새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마중 나온 병사들에게선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와아아아!"


그가 떠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울함이 남아있는 이들이었으나 발데스가 정말로 마공학자와 물자까지 든든하게 챙겨오자 희망이 생긴 것.

그런 환호 속에서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위해 홀로 마력발전기로 향하는 마공학자.


"쯧! 예상대로 처참하구먼."


마공학자가 가동이 정지된 마력발전기를 보면서 혀를 찼다.


"수리는 가능합니까?"

"가능하오. 다만··· 한다 해도 오래는 버티지 못할 것이오."


마공학자가 솔직하게 얘기하자 발데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까?"

"저거야 새 부품으로 수리하면 그만이긴 하오. 다만···요새의 마력발전기답게 한계가 명확하오."


거점의 마력발전기도 향후 업그레이드가 필요할지 모르는데 요새의 오래되고 작은 마력발전기?

말할 필요도 없었다.


"솔직히 거점에서 챙겨온 부품들로 한차례 업그레이드는 가능하오. 다만···그 정도로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마공학자가 예상했던 재앙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그렇다면 이제 막 시작된 재앙은 앞으로 점점 더 추워지고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 지금 불어닥치는 눈 폭풍도 단순한 폭풍이 아닌 북부 특유의 냉기를 가득 담고 있었고, 오염된 힘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열기를 뿜는 게 아니라 오염된 힘과 혹한의 마나를 차단할 필요성도 있다는 뜻이군요."


발데스의 말에 마공학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뜻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수색을 나가 부품을 긁어모아 와야 한다는 뜻.


"요새 역시 개조가 필요할 것이오."


몬스터가 막는 것보다 최대한 마력발전기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형태의 건물 구조 재배치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야만 요새 내의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마나석에 여유가 있다지만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사용한 마나석을 재활용할 시설도 확충해야 할지 모른다.


요새의 발전.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발데스 역시 그에 발맞춰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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