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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의 서재

혹한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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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애플.
작품등록일 :
2024.09.02 19: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7: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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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361

작성
24.09.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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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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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생존의 시작!(2)

DUMMY

산 위의 요새에서 출발한 수색조가 도착해야 할 곳은 앞으로 두 개의 산봉우리를 더 넘어서 아래 지역으로 가야 했다.

보통 한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위에 요새가 세워지고 그 주변 봉우리들에 망루를 세워 중간기지로 삼는다.

거점은 이런 요새 다섯 곳을 관리하는 곳.

문제는 발데스의 요새가 있는 위치는 거점에서 가장 먼 곳에 있다는 점.


그도 그럴 것이 부대장이라고는 하지만 평민 출신에 끈도 없는 신세이니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험지에 처박아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험지였기에 살아남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거점까지 가는 길은 녹록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눈사태 이후에도 쉽지 않은 여정이 계속되었다.

주기적으로 눈보라가 몰려오는 것과 푹푹 빠지는 눈길은 지속해서 수색대의 발목을 잡았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수색이 길어질수록 눈 폭풍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눈보라가 불어왔고, 그럴수록 몸에 쌓이는 오염된 기운의 양은 많아져 갔다.

그로 인해 결국, 문제가 터졌다.


"크읍!"


3분대장 로웰이 급격히 늘어나는 오염된 힘에 적응하지 못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사실 순수 실력으로 보면 부관에 비견될 정도로 강한 로웰이다.

그러나 북부의 최전방에 파견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다른 분대장들보다 면역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도, 이를 악물고 억지로 참고 있긴 하지만 의지만 가지고 버틸 힘이 아니다.

그걸 알기에 라흐티가 발데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제 슬슬 아픈데요? 마력으로 버텨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실제로 로웰의 면역력은 일반 병사들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발데스의 고농도 힘의 파장을 장시간 맞게 되면 위험할 수 있었다.

그걸 발데스라고 모를까?

알고 있음에도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었다.


"안돼. 마력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단호히 고개를 젓는 발데스.

그 역시 로웰을 위해 최대한 오염된 힘을 사용하고 싶진 않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재앙은 인간과 몬스터를 가리지 않고 쓸어버리긴 했다.

하지만 몬스터들 중에 육체를 가진 이들이 있다면 반대로 육체가 없는 몬스터들도 존재하는 법.

오염된 힘은 많은 것을 변질시킨다.

그로 인해 남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몬스터를 만들어내고는 하는 데 이 힘이 끔찍한 이유는 영혼마저 변질시킨다는 것.

그렇다는 건 혹한의 폭풍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몬스터들은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 마력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그 말에 로웰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따른 향사들을 제치고 분대장 자리를 건네준 발데스의 결정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지 이를 악무는 모습이 보였다.

그에 다른 두 분대장들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번의 눈보라가 더 수색조를 덮쳤고, 그럴 때마다 점점 더 표정이 어두워지는 로웰.

이제는 슬슬 한계라며 라흐티가 다시금 건의하려 할 때였다.


"온다."


결국, 발데스가 염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멀리서 푸른 연기와 함께 등장하는 흐릿한 형체들.


"레이스인 것 같습니다."


라흐티의 말에 발데스가 눈을 찌푸렸다.

유령계열 몬스터인 레이스.

본래 냉기를 내뿜기만 하는 유령일 뿐이지만 이쪽에선 변이가 되어서인지 좀 달라졌다.

숨결 자체에 독까지 묻어나오며 주변에 강력한 오염까지 선사한다.

그러나 이놈 자체는 별문제가 없다.

발데스가 경계하는 놈은 따로 있었으니까.


"위스퍼도 있으려나?"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그놈까진 안 온 것 같습니다."


라흐티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말했지만 발데스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위 몬스터답지 않게 제법 영악한 놈이다.

놔두면 귀찮아지는 놈이니만큼 반드시 뭔 짓을 벌이기 전에 빠르게 죽여야만 했다.

바로 그 때, 발데스의 기감에 묘한 파장이 느껴졌다.

그걸 느끼는 순간 표정이 구겨지는 발데스.


"늦었군."

-히히히히!-


어느새 발데스의 귓가에 들려오는 웃음소리.

기괴한 웃음소리는 평범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심어주겠으나 10년 넘게 구른 발데스에게는 되려 위치만 특정시켜주는 꼴.

발이 푹푹 빠지는 환경이기에 움직임조차 여의치 않았지만, 마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마음먹은 발데스에게 이 정도 환경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끼이?-


어느새 자신의 앞에 등장한 발데스의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다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순간 푸른 마력이 휘감긴 검이 반투명하게 보이는 위스퍼의 마나 하트를 꿰뚫었다.

본래라면 이것으로 끝나야 했을 터.

그러나 발데스가 마나하트에 검을 꽂는 게 조금 늦었던 것일까?


-끼아아아아!-


고작 몇 초.

그 짧은 시간 동안 결국 비명을 질러버린 위스퍼.

그에 발데스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위스퍼란 본디 장난꾸러기 정령이 오염된 마력에 변이되며 만들어진 개체답게 능력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주 능력은 마력으로 만들어낸 파장으로 정신오염을 일으키는 것.

그 파장 소리가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해서 위스퍼라 불리지만 사실 발데스가 보기에 위스퍼란 명칭은 잘못 지어졌다.


'죽는 순간 꼭 비명을 지르는 미친놈.'


이것이 발데스가 생각하는 위스퍼였다.

현시점에선 고위 몬스터보다 조심해야할 놈.


조심해야 할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비명이나 마력 파장이 길게 지속되면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2. 비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오염이 진행된다.

3. 이 미친놈이 비명을 지르며 만들어내는 마력 파장에 따라 주변 몬스터들이 집결한다는 것.


사실 세번째 이유가 제일 짜증나는 점이었다.

고위 몬스터의 '지배'같은 개념이 아니다.

장난꾸러기답게 순수한 생명체에게 장난 거는 걸 좋아하는 놈이라 이놈이 뭘 발견했다면 그건 살아있는 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렇기에 오염된 존재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이제 시작인가?"


이제부터 몰려올 몬스터를 생각하면 수색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속도전으로 간다. 모두 아껴놨던 마력 죄다 때려 박아."

"예!"


발데스가 잠도 안 자고 이동하며 마력까지 아껴가며 이동했던 이유가 바로 이때를 위해서였다.

악령 계열 몬스터라고 약한 존재만 있는 건 아니다.

간혹가다 마력을 운용하는 벤시같은 놈들이 나타나고는 하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정령이라고 발데스와 계약한 존재처럼 다 인간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그걸 증명하듯, 위스퍼의 비명을 듣고 나타난 오염된 눈의 정령이 거대한 스노우 골렘을 만들어 쫓아오기 시작한다.

여기서 더 있다간 포위될 터.

전력을 다해 거점까지 뛰어갈 생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발데스의 몸 전체에 푸른 빛이 뒤덮이기 시작했다.


"간다!"


그 말과 함께 앞으로 튕기듯 달려나가는 발데스.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분대장들 역시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눈보라를 타고 발데스를 쫓아 그 앞에 뭉쳐진 거대한 눈 골렘.

본래라면 이 존재에게 시간이 지체되었어야 할 테지만, 발데스는 단숨에 거점까지 내려가기 위해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우우웅!


발데스가 뽑은 검이 맹렬한 울음을 토해내며 마치 검이 깨져나갈 것처럼 마력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마법사처럼 자유자재로 외부에서 마력을 움직일 재능이 없기에 특수처리된 검이라는 무기를 이용해 겨우 마력을 발산할 뿐인 반쪽짜리 재능.

하지만 그 반쪽짜리 재능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마법사보다 강해질 수 있음을 영웅들이 증명해주었고, 발데스 역시 그들이 남긴 발자취에 따라 증명해보았다.


서걱!


오직 '예리함'만을 담은 한줄기의 마력이 검 끝을 타고 발산되며 거대한 눈 골렘을 두동강 낸다.

마력을 검에 휘감는 것을 넘어 먼 거리까지 날려 보낼 정도의 기예는 정기사급 정도만이 가능한 경지.

그렇기에 발데스 역시 부대장에 올랐으나, 단순히 이 정도뿐이었다면 뒤따라오는 분대장이 존경을 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한 번뿐'이라면 뒤따라오는 분대장들이나 요새에 남아있을 부관 역시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으니까.

그러나 발데스의 검술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본래라면 숨은 눈들이 많기에 꺼렸을 그 검술을 꺼리낌 없이 꺼내보이며 앞으로 전진하는 발데스.

오직 '예리함'만을 담은 마력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눈보라를 타고 몰려오는 오염된 정령들을 학살하는 것을 시작으로 포위망을 좁혀오는 몬스터들을 뚫고 거점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한 번의 기술'을 엮어 '검술'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


고위 기사들 중에서 극소수만이 가능한 경지를 능숙하게 펼쳐 보이는 발데스.

레이스가 위에서 냉기의 숨결을 퍼부어도, 오염된 정령들이 주변 환경을 이용해 앞을 막아보아도 소용없었다.

예리한 참격 아래 모든 것이 두 동강 나며 그대로 뚫릴 뿐.

압도적은 무위는 그 자체로 전략병기나 다름없다는 말을 발데스가 그대로 증명하며 단숨에 산 중턱까지 돌파할 때였다.

얌전히 뒤따라오던 분대장들이 일제히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턴 저희가 뚫겠습니다."


라흐티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발데스가 숨을 가다듬었다.

어느새 그의 뒤에는 예리한 무언가에 두 동강 난 흔적들 수백 개가 널려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전력을 다했다는 증거.

그러나 아무리 그런 그라도 이렇게 힘을 낭비했다간 거점까지 도달하기 전에 힘이 다해서 뒤질 터.

그걸 알기에 라흐티가 적절한 시점에 튀어나간 것이다.


발데스처럼 무한정 참격을 퍼부어 댈 만큼의 실력은 없지만 그 대신 엄청난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약점들을 공략해나가는 라흐티.

그 틈을 노리고 무식하게 육체에 마력을 휘감으며 돌진하는 카누트.

마지막으로 천재답게 유려한 검술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견제하는 로웰.


이 세 분대장의 도움 아래 순식간에 거점까지 돌파하는 발데스.

그런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눈으로 덮여 있어야 할 거점이 거대한 몬스터들에게 공략당하고 있다는 것. 마치 지하 어딘가에 숨어있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반쯤 반파된 거점을 묵사발을 내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발데스가 다급히 말했다.


"수색은 너희가 해."


그렇다면 발데스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저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


괜히 전투에 휘말려 마도공학자가 죽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도발하듯 마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솟구쳤다.

거점이 훤히 보이는 지점까지 도달한 바로 그 순간, 마력 대신 오염된 힘을 있는 힘껏 사용하며 거점 아래에 있는 곳에 파장을 내뿜기 시작했다.


-끼이?-


한 몬스터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늘 위를 바라본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지하 어딘가에 숨어있는 인간들을 찾으려 땅을 파던 모든 몬스터들이 홀리듯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위에서 지켜보던 발데스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도발 한번 훌륭하네."


오염됐더라도 대정령의 힘이라는 걸까?

침을 질질 흘리며 바라보는 몬스터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발데스.

그 순간 발데스가 다시금 마력으로 힘을 전환하면서 푸른 빛과 함께 거대한 눈 골렘 위로 떨어졌다.


쿠우웅!


낙하와 함께 몬스터 하나를 묵사발로 만든 발데스가 주변을 바라보았다.


"후··· 많이도 몰려왔네."


어느새 자신에게 몰려들기 시작한 몬스터들을 조며 중얼거리는 발데스.

본래라면 당장이라도 살기 위해 도망쳐야 했을 테지만 발데스는 되려 검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가 비록 평민들 사이에서라지만 '영웅'이라고 불리는 이유.

그 이유를 증명해보고자 가장 먼저 달려오는 얼음 늑대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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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 또 다른 생존자들.(2) +1 24.09.12 27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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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생존의 시작!(1) +1 24.09.03 766 21 13쪽
1 프롤로그 +1 24.09.02 933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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