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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노력형 광기무쌍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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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포
작품등록일 :
2023.11.21 20:01
최근연재일 :
2023.12.20 14:14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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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68
추천수 :
1,268
글자수 :
21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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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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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성장(1)

DUMMY

송은미는 헌터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임시 파티원 모집 게시글들을 훑어봤다.


‘F급 헌터였을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게시글을 누르고, 개인 연락처로 통화해서 의논하다가 의견이 일치하면 파티에 가입하는 평범한 방식이었다. 옛날같았으면 닉네임을 뒷조사하면서 평판에 대해 매우 신경썼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역시, 직접 만나보는 게 가장 낫겠지.”


-위이이잉!!


스마트폰이 진동한다. 화면을 켜보니 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온 상태였다.


‘윤지수.’


F급 헌터 필기 시험을 준비했을 때, 그룹스터디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공부했던 동생이었다.


[윤지수: 언니, 잘 지내고 계시죠?!]

[송은미: 응]


윤지수는 소위 말해, 인싸라고 불리는 유형의 인간으로 친화력이 매우 좋은 여성이었다.


[윤지수: 저희 파티 자리비는데 같이 사냥하지 않을래요? 여기 진짜로 친절해요!! 제가 보증할게요!!]


옛날같았으면 타인의 호의에 감사하며 덜컥, 수락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단순하게 파티원을 모집하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다른 속셈이 숨겨져 있는 걸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왕 파티에 들어갈 거라면 일면식도 없는 헌터보다는 구면인 사람과 함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송은미: 직접 만나보고 파티에 들어갈 지, 말 지, 결정해도 괜찮을까?]

[윤지수: 그럼요!]


일정이 잡혔다.


송은미는 목재 단검을 챙겨서 자택 인근 공원으로 이동했다.


박진후를 만난 이후, 그녀의 일상에서 정신 수련과 단검술 훈련, 체력 단련은 빠질 수 없는 하루 일과였다.


‘노력에 끝은 없으니까.’


*


카-앙!

캉!!

카아앙!!


[설표 대장간] 안에서 메질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박진후가 모루 위에 있는 철을 연장으로 내리치는 소리였다.


화로로 인해, 대장간 내부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설표 대장간]의 주인, 설중현의 보조 덕분에 박진후는 메질과 담금질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카-아앙!!

캉!!


박진후가 단조 작업을 통해, 형성하고 있는 것은 장창의 촉으로 쓸 칼날이었다.


카-앙!!

카앙!!


온 정신을 다해 집중하고, 심혈을 기울여 노력했다. 직업 스킬, [철혈의 야장(冶匠)]을 보유했다고 해서 도깨비 방망이로 내리치듯 무기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다 질 좋은 무기를 만들려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설중현이 박진후에게 말했다.


“이제 됐다.”


하지만 박진후는 멈추지 않았다. 연장을 쥔 팔이 거칠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작업을 속행했다.


박진후의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집념에 설중현은 혀를 내둘렀다.


‘꼭, 내 소싯적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군.’


설중현은 박진후의 어깨를 붙잡고 거칠게 흔들며 외쳤다.


“그만해라!!”


그제서야 박진후가 메질을 멈췄다.


“후욱!! 후우우욱!!······끝났습니까?”


“그래.”


“고생하셨습니다.”


박진후의 말에 설중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고생은 네가 했지. 연마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쉬고 있어라.”


연마는 칼날을 날카롭게 가는 작업이다. 박진후는 설중현에게 뒤를 맡긴 후, 비틀거리며 대장간을 나섰다. 그리고 바깥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투-욱.


누군가가 차디찬 얼음물이 든 페트병을 뺨에 갖다댔다. 설중현의 딸, 설유나였다.


설유나는 입술을 비죽이며 말했다.


“수고 많았어. 너 대단하더라.”


박진후는 피식, 웃었다.


미래의 빙후 명장이 칭찬해주니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설유나는 박진후를 매섭게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설표 대장간은 절대 못 넘겨줘. 내 거니까!!”


“남의 거 빼앗는 취미 없어. 그리고 내 무기를 제작하려는 의도로 여기를 찾은 거야. 괜한 오해하지 마.”


요 며칠 동안 설유나와 친분을 다지면서 서슴없이 반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박진후는 설유나가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갈증을 해소했다.


설유나는 뒷짐지고 고개를 푹, 숙이고는 발끝으로 바닥에 원을 그리며 말했다.


“고마워.”


“뭐가?”


“네 덕분에 아빠가 활기를 되찾았어. 난 못했거든. 여자니까.”


다른 건 몰라도, 여인의 몸으로 대장장이를 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고된 일임은 확실했다. 하지만 미래의 설유나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장으로 거듭난다.


‘이렇게 활기찬 애가 먼 미래에 빙후(氷侯)라고 불린단 말이지.’


그러한 미래를 알기에.


박진후는 설유나에게 말했다.


“장담컨대, 넌 세계 최고로 독한년이야. 여자 박진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러니까,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아.”


박진후에게 있어서 최고의 칭찬이었다. 설유나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켜며 박진후에게 빼액, 소리질렀다.


“그딴 말 들어봤자, 하나도 안 기쁘거든?!”


박진후는 멀어지는 설유나의 뒷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거참, 칭찬해줘도 난리네. 성질머리하고는.’


그날 저녁, [설표 대장간]에서 바베큐 파티가 열렸다. 박진후가 설중현의 제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명분 아래, 열린 바베큐 파티였지만 정작 설중현과 설유나는 술과 고기를 입에 쑤셔넣기 바빴다.


설중현은 보드카를 벌컥벌컥 들이마신 후, 말했다.


“크으으으!! 역시, 이게 최고지! 박진후 너는 내 복덩이다. 딸꾹!!”


러시아인의 탈을 쓴 한국인, 설중현은 말술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고, 많이 마신다.


오물오물!!

우물우물!!!


설유나는 햄스터가 먹이를 볼주머니에 저장하듯 고기를 볼에 가득 채워넣고 있었다. 혼자서 20인분도 거침없이 흡입할 기세였다.


실제로 술과 고기를 20인분씩 마련해왔다. 먹는 건 3명인데 말이다.


‘먹방 스트리머해도 되겠네.’


설중현이 물컵에 보드카를 따른 후, 설유나의 옆에 갖다 놨다. 그걸 물이라고 착각한 설유나는 벌컥벌컥 들이마시다가 뿜었다.


“푸우우!! 이, 이거 보드카잖아? 나 술 약한···..딸꾹!! 흐이잉!!”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설유나는 혼잣말을 하다가 식탁에 엎드렸고, 설중현은 박진후를 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설표 대장간을 이을 생각 없느냐? 물론, 내 딸을 신부로 맞이해야 한다만.”


알고보니, 단 둘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물컵에 일부러 술을 따른 듯 했다.


“거절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유나라면 대장장이로서 대성할텐데. 어째서 그리 거북해하시는 겁니까?”


“네가 결혼했다고 치자. 귀한 딸이 평생 결혼도 안 하고 대장장이로 살아갈 미래가 내다보이는데 그게 달갑겠냐?”


“······.”


말문이 저절로 막혔다.


박진후는 화제를 전환하고자 다른 얘기를 꺼냈다.


“왕년에 명장이라 불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설유나가 제 입으로 꺼냈던 이야기다. 설중현은 쓰라린 상처를 어루만지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랬었지. 절친한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섰다가 쫄딱 망해버렸지만.”


화제를 전환했는데 분위기는 더 암울해졌다.


‘빌어먹을.’


설중현은 설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나 혼자만 마음 고생하는 거면 상관 없는데, 딸까지 휘말리게 했으니, 애비 실격이지······”


“아내분은?”


“이혼했다. 애시당초 내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던 거였어. 재산 분할해서 최대한 넘겨주고 유나는 내가 키우기로 했지.”


“아내분에게 양육권을 주는 게 낫지 않았습니까?”


“육아에 관심이 없는 희대의 쓰레기같은 어미였지.”


설중현의 인생은 고단함 그 자체였다.


박진후는 굳이, 위로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위로와 격려같은 건 사치였다.


그냥 말없이 보드카 하나를 뜯어서 새 것을 건네줬다.


설중현은 벌컥벌컥 마시다가 설유나와 같은 절차를 밟았다.


“우우우웅?”


만취해서 곯아떨어졌던 설유나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내, 설중현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아빠아아,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네. 내가 잘라줄게! 헤헤!!!”


설유나가 구석에 있는 가위를 들고서 설중현의 머리카락을 거침없이 자르기 시작했다.


‘이야, 효녀가 따로 없네.’


박진후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결과가 어찌되든,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설중현의 풍성했던 머리카락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불꽃 속성 매운맛 효녀, 설유나.


그녀의 효심이 담긴 지극정성의 가위질은 설중현의 머리를 맨들맨들 대머리로 만들었다.


다음 날, 머리를 더듬던 설중현의 절규가 [설표 대장간] 안에 울려 퍼졌다.


*


송은미는 현재 인천 부평에 위치한 카페에 있었다.


“은미 언니!!”


윤지수가 팔을 흔들며 다가왔다. 송은미는 그녀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쟤 정말로 헌터 맞나?’


윤지수의 뒤를 따라 두 명의 남성이 다가왔다.


교양있어 보이는 중년 남성과 묵직해 보이는 방패를 등에 매고 있는 젊은 청년이었다.


송은미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서주태, 김진우.’


선한 인상의 중년 유부남 빌런, 서주태와 신중한 동료였던 F급 헌터 김진우.


송은미가 처음 가입했던 파티의 멤버들이었다. 지금은 둘 다 살해당해 이 세상에 없지만 말이다.


중년 남성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정승호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서주태가 아니야.’


송은미는 미약하게 떨리는 손으로 정승호와 악수했다.


“송은미라고 합니다.”


이어서 젊은 청년이 말했다.


“유민우입니다.”


“송은미예요.”


가볍게 통성명을 마친 후, 윤지수가 말했다.


“언니, 우리 지금 사냥 갈 건데, 같이가요!!”


마치, 소풍가는 것만 같은 말투.


송은미에게 있어서 모든 것들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상한 건가?’


수상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낯설어서 쉽사리 녹아들지 못했다. 그저, 가식적인 가면을 쓰고 예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카페를 벗어나 인근 상가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구석에 게이트가 위치해 있었고 그 옆을 협회 직원이 지키고 있었다.


윤지수는 게이트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코볼트 서식지와 연결된 게이트예요.”


코볼트는 늑대와 쥐, 개의 형상을 가진 이족보행형 몬스터로,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F급 헌터들이 처음 사냥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사냥감이었다. 경험을 쌓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송은미는 게이트를 앞에 두고 진입하지 않는 윤지수를 보며 물었다.


“출발 안 해?”


“아, 짐꾼 고용했거든요! 전직, 도축업자인데 도축을 기가 막히게 잘해요!”


‘지, 짐꾼? F급 헌터가 짐꾼이라고?!’


송은미 딴에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돈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발악해도 모자랄 F급 헌터가 짐꾼을 부리다니, 사치가 따로 없었다.


박진후가 파티장이었더라면 두 눈을 까뒤집고 ‘짐꾼을 왜 고용해?! 짐들고 도축하는 것도 전부 귀중한 경험인데!’ 라고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푸근한 인상의 아줌마가 배낭을 들고 다가왔다.


“아이고, 지수야 나 왔단다!!”


“가영 아줌마도 오셨겠다, 출발할까요? 렛츠 고고!!”


송은미는 파티원의 뒤를 따라 코볼트 서식지로 이동했다.


송은미가 게이트로 넘어가고 난 뒤, 십여 분 후에 3명으로 구성된 의문의 남성들이 뒤를 밟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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