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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마피아의 딸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57
최근연재일 :
2024.05.24 06: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73
추천수 :
65
글자수 :
56,117

작성
24.05.10 06:20
조회
14
추천
2
글자
4쪽

#.20 나는.....살아 남을 거야.

DUMMY

위이잉-


차고 문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느린 기분이었다.

서서히 어둠에 묻히는 차 안에서, 제희는 어딘지 모를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제희님, 도착했.....”

“.........”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고용주가 차에서 내리지 않으니, 기사는 당황하여 머뭇머뭇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백미러를 통해 마주친 눈이 꼭 맹수의 것과 같아서, 그는 말을 끝 맺지는 못하였다.

자신의 시선 안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제희는 속을 알기 힘든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진오 씨한테 조용히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ㄴ....네...!”


파티장에서 나와 본가로 돌아오는 내도록 말이 없던 어린 주인이 남긴 명령은 묘하게 스산하여, 기사는 버벅거리며 대답을 내었다.

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제희가 차에서 내린 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달가운 일이라, 그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


그 깊은 한숨을 못 들은 것은 아니었으나, 제희의 머릿속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고 걸음을 옮겼다.

10년을 아등바등 버텨 얻어낸 한 회장의 신임이 한 순간에 무너졌으니, 다음 수를 잘 생각해서 움직여야 했다.


‘.......어떻게 해서든.....살아 남을 거야.’


제희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그녀는 맹수보다도 날 선 눈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가까이.”


어느 틈에 들어왔는가.

방문 여닫는 소리도 내지 않고 들어온 진오가 속삭이듯 물어왔다.

그 은밀한 행동거지가 익숙하기라도 한 지 제희는 놀라지도 않은 채,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낮추고 그를 불렀다.


“오늘 밤.”

“?!”


서둘러 제희가 앉아있는 테이블까지 다가왔던 진오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짧은 단어에 눈을 키웠다.

너무 놀라 이 어두운 방 안에서도 그녀의 표정을 읽기 위해 얼굴을 들이밀었을 정도였다.

물론 냉한 무표정 안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말이다.


“갑자기 왜......”

“한 회장이 내가 여자라는 걸 알았어.”

“뭐?!”

“쉬-”


기겁하여 높아지려는 목소리를 막은 것은 제희였다.

그녀의 눈초리에 순식간에 제 입을 막은 진오는 대체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집사가 집주인을 대할만한 태도는 아니었으나, 상황이 급박하니 제희는 구태여 그것을 짚어내지 않았다.


“좀 전에 알게 됐어. 그러니까 빨리 움직여야 해.”

“!”

“하지만.....너무 급한 것 아닙니까.”


진오가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제희의 표정은 아주 단호했다.


“이런 일은 속도전이야. 한 회장이 손 쓰기 시작하면 10년 공들인 거 다 물거품이 돼. 그러길 바라?”

“그...그건 아니지만.....”

“어차피 한가는 거의 다 넘겨 받았으니, 조직만 장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당장 연락 돌려. 오늘 밤 열두 시. 한 회장을 친다.”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던 진오는 제희의 흔들림 없는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희 말대로 10년을 기다려 온 일이었다.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


진오가 들어올 때 만큼이나 소리 없이 사라지고, 다시 혼자가 된 제희는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진 후에야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잘게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전투 직전엔 몸이 떨린다고 했던 비숍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살아 남을 거야.”


팔걸이 위에 올려진 손을 말아 쥐었다.

덕분에 꽉 움켜쥔 주먹에서 떨림이 멎어갔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길 반복하니, 떨림은 아주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살아남고 말 거야.”


텅 빈 방에 홀로 남겨진 제희는 이 집에 팔려 온 순간부터 가슴 깊이 새겨왔던 말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어두운 방 안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은 그녀가 여섯 살 어린아이였던 때와 아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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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근데 솔직히 좀 웃기긴 하잖아. 24.05.24 5 1 5쪽
24 #.23 이제. 끝내죠. 24.05.21 9 2 5쪽
23 #.22 너.....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24.05.17 12 2 4쪽
22 #.21 쉬- 가만히 계세요, 아버지. 저항하면, 다치십니다. 24.05.14 14 2 6쪽
» #.20 나는.....살아 남을 거야. 24.05.10 15 2 4쪽
20 #.19 웃으세요, 아버지. 24.05.06 13 2 5쪽
19 #.18 저도 알려주세요. 적에게 맞서는 법. 24.05.03 15 2 6쪽
18 #.17 아프다의 반대말은 안 아프다야. 괜찮다가 아니라. 24.04.30 17 2 4쪽
17 #.16 ........피는 못 속인다는 건가...... 24.04.26 17 2 6쪽
16 #.15 알아서 살아남아라. 여긴 그런 곳이다. 24.04.23 16 2 6쪽
15 #.14 따라오십시오.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24.04.19 17 3 5쪽
14 #.13 내가 어떻게 상관을 안 해! 24.04.16 17 3 5쪽
13 #.12 나도 그래요. 24.04.12 16 3 5쪽
12 #.11 그래서 더 좋아요. 24.04.09 22 3 6쪽
11 #.10 ......참......신기한 사람 24.04.05 21 3 4쪽
10 #.9 걱정마, 나 어디 안 가. 24.04.02 22 3 6쪽
9 #.8 안돼....병원은 안돼...... 24.03.29 26 3 3쪽
8 #.7 .......사장이라니....... 24.03.26 29 3 8쪽
7 #.6 전날 일로 저항할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 24.03.22 32 3 4쪽
6 #.5 그런 거 좋아해? 24.03.19 43 3 6쪽
5 #.4 숨어요, 빨리.......! 24.03.15 42 3 5쪽
4 #.3 그러니까 그때 그 꼬맹....아니 그 여자가 당신이라고? 24.03.12 49 3 5쪽
3 #.2 기억......못 하는구나.... 24.03.08 52 3 8쪽
2 #.1 얼른 먹죠. 계란죽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니까. 24.03.05 61 4 7쪽
1 #.0 손! 손을 풀어 주려고.....! (프롤로그) 24.03.01 92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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