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안돼....병원은 안돼......
“아흐, 피곤하.......”
정신없었던 오후 근무가 끝나고 기지개를 켜며 퇴근하던 노아는 호텔 로비에 마련된 쇼파 중 가장 구석진 곳에 구겨져 있는 작은 인영을 보고, 걸음을 딱 멈추었다.
오지랖 넓은 노아가 엉망이던 제희의 옷이 못내 마음에 걸려, 급하게 호텔 기념품 가게에서 산 원피스를 약 봉지에 함께 넣어 두었었는데, 용케도 그걸 찾았는지.
쇼파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들어 있는 그녀는 그 얇디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
노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호텔 안이라고는 해도 이제 막 봄에 들어섰을 뿐이라, 이 늦은 시간에는 제법 쌀쌀하였는데, 왜 여태 저거 한 장 딸랑 걸치고 있나 하는 의문이었다.
“............”
이 시간에, 그것도 한가의 후계자라는 사람이, 왜 호텔 로비에서 저러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은 곤히도 잠들어 있는 그녀를 한참 바라본 후에야 들었다.
노아가 입술을 꾹꾹 깨물었다.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했다.
이제 곧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니 얼른 돌아가 공부도 해야 했다.
“............”
금요일 퇴근 지옥에 휘말리기 전에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알았으나, 노아는 저 작은 여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아......”
결국 그는 정문을 향하던 걸음을 돌려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적어도 깨워서 방으로라도 돌아가게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저기요. 일어나 봐요.”
“으으......”
“.........!”
조심히 흔들어 깨우는데 앓는 소리가 돌아왔다.
놀라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이였다.
“세상에. 무슨 열이.... 일단, 병원에.....”
“안돼....!......병원은 안돼......”
“?”
아파서 눈도 뜨지 못하면서 제희는 119를 부르려던 노아의 핸드폰을 꽉 움켜쥐고 놓아 주질 않았다.
당황하여 그녀를 바라보는데, 제희는 그저 병원은 안된다는 소리만 계속했다.
“...........”
난감함에 다시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노아는 결국, 그녀를 안아 들고 도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품에 있는 여자가 아주 뜨겁고 또 지나치게 가벼워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내도록 노아는 심란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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