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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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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외출

지하철 종로3가에서 내려 보령약국에 들렀다. 미국의 동생에게 선물로 보낼 쏠라씨 딸기맛, 포도맛 80정짜리를 사기 위해서였다. 나간김에 오장동 함흥냉면이나 먹자며 동행하신 아버지와 함께 들렀는데, 젊은 이십대정도로 보이는 약사가 오는 손님마다 제품을 얘기하면 십원단위까지 정확하게 외워서 즉각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놀랐다. 간혹 잘찾지 않는 제품이나 헷갈리는 제품만 흰 책커풀을 씌운 두툼한 단가책자를 슬쩍 확인하고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암기력과 순발력에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쏠라씨 80정짜리 딸기맛, 포도맛 각 다섯 통씩이요.”


“오천 원씩 오만 원이네요.”


사실 인터넷에서 단가가 얼마인가 보고왔었는데, 인터넷에서는 4930원인가 그랬었다. 동생네 둘째 딸아이가 (그러니까 내게는 조카가 된다.) 포도맛만 먹는다고 해서 인터넷에 없는 포도맛이 혹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할 수 있을가 싶어 방문한 것이었는데 역시나 포도맛은 없었다. 카톡으로 미국의 동생에게 물어보니 곧바로 딸기맛으로 몽땅사라고 답신이 돌아왔다.


“지하철 1250원씩 왕복이니까. 딱 택배비네요. 다음번에는 인터넷에서 사야겠어요. 칠백 원 더 싸요.”


“뭐 싸고 좋지.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발품 팔아서 나와보면 볼 것도 많고 세상사는 것도 보고 좋잖냐? 허구헌날 자판만 두둘기고 앉았으면 이런날도 있어야 하는거야.”


금새 나를 반성하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맨날 앉아있기만하고 운동도 안하고 그러니까. 허리도 아프고 감기도 맨날 달고 사는거야. 이렇게 일부러 나와서 운동도 하고 그러는거야. 냉면도 먹고. 함흥냉면 오랫만에 먹으면 좋잖아.”


함흥냉면을 생각하니 입에 침이 샘솟는것 같았다.


“옳으신 말씀이에요. 제가 자꾸 게으른 길로만 찾아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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