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온 올클래스 구원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6
최근연재일 :
2024.07.01 19:0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8,456
추천수 :
95
글자수 :
211,712

작성
24.05.12 21:00
조회
399
추천
3
글자
12쪽

제안 받다.

DUMMY



김환은 한참 동안 몽롱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


선명이 보이는 천장이 개꿈을 꿨다고 말해주고 있었지만.

기분은 여전히 더러웠다.


‘아우, 엿 같네.’


거기다.


“아우, 술도 안 마셨는데 골 ······."


개꿈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오!!!"


킁킁-!!!


부엌에서 흘러들어오는 김치찌개 냄새에 두통이 조금은 가신다.

어머니가 미리 식사를 준비해놓고 출근하신 것이리라.

개꿈은 잊고 밥부터 먹어야 한다.

강력하게 결심한 김환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이성재의 귀걸이를 끼고 식탁으로 나온 김환은 물끄러미 식탁을 바라보았다.

김치찌개, 계란말이, 시금치, 콩나물 ······정말 소담하고 평범한 밥상이었지만.

가슴 한쪽이 뭉클하다.

물론.

뭉클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공기밥그릇 앞에 김선의 쪽지가 놓여 있던 것이다.


[오빠. 엄마하고 나는 출근 때문에 먼저 나간다. 동사무소 가서 임시 주민등록증 발급받고, 바로 집 앞에 있는 핸드폰 대리점 가서 핸드폰부터 사.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이 번호로 전화하고. 길 잃어버리지 말고 조심해. 잘나고 이쁘며 완벽한 동생이.]


마지막 줄에는 윤승애와 김선의 전화번호가 차례대로 적혀 있었다.


”······.“


어제저녁.

김환은 김선뿐만 아니라 윤승애도 식당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계 때문일 터.


‘좋아. 이제 용사노릇은 끝났다.’


지구로 돌아온 이상.


‘아들, 오빠 노릇부터 제대로 해야겠지.’


그러기 위해선 배부터 채워야 한다.

끼익-!

전직 용사, 그리고 지금은 백수인 김환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한 시간 후.

식사를 마치고 샤워까지 끝낸 김환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바쁘다. 바뻐.’


집을 나선 김환은 집 앞에 있는 동사무소에서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고.

핸드폰 대리점으로 가선 핸드폰을 구입했다.

그 후에는 미용실로 가서 산발인 머리를 깎은 후,

옷을 사러 사러 돌아다녔다.

핸드폰에 설치된 지도 어플을 따라 백화점과 마트를 돌아다니며.

김환은 행복감을 느꼈다.

목숨의 위험을 느끼지 않고 이렇게 편안하게 돌아다닌 적이 언젠지 기억나지 않는다.

641레벨이 되었어도 아스란 대륙에선 마족 군단장들을 피해 다녀야 했다.

마기로 뒤덮인 어두침침한 하늘 아래서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햇빛이 가득한 세상에서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지금이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길 잘했어.”

양손 옷이 가득 담긴 봉투 꾸러미를 들고가던 김환이 중얼거렸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를 걸으니 아스란 대륙에서 소환되어 자신이 싸웠던 일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 김환은 문득 죄책감을 느꼈다.


‘내가 너무 오버했지?’

[진짜 꿈이었으면 내 몸도 있었겠지?]


이성재의 답에 김환이 얼굴을 붉혔다.


‘미안하다.’

[어울리지 않게 눈치 보지마. 그리고 진짜 미안하면 우리 엄마한테 갔을 때나 잘 해.]


이성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기운이 빠져 있었다.

마족들을 위협하던 대마법사도 이런 모습으로 어머니를 만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 너희 어머니는 내가 잘 챙겨드릴게.”


김환은 집에 옷을 가져다 놓은 후에 이성재의 어머니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라?’


집으로 걸어가던 김환은 묘한 시선을 느꼈다.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는 모양이었다.


“신기하네.”


김환은 뒤를 돌아보았다.

당연히.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몸도 날렵해. 빠르고.’


김환은 실소를 흘렸다.

인파 속으로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


[둘 중 하나네. 프로인척 하는 아마추어거나.]

‘아니면 내 시선을 끌기 위한 속임수겠지.’


이성재 역시 전쟁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아무리 마법사이고, 지금은 귀걸이 속에 있긴 하지만 상대의 의중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시선을 보내는 건 날 유인하는 거겠지.’


초감각(S) 때문에 김환은 시선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 ‘시선’은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공사장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죽이지는 마라.]

‘걱정마. 만일 죽여도 안 들킬 테니까.’

[······,]

괜한 걱정을 하는 이성재를 진정시킨 김환이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따라 몸을 날렸다.


‘시선’의 기척이 사라진 곳은 공사장이었다.


“제법 레벨은 높은 거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던 김환이 중얼거렸다.

당연히, 이 시대의 기준에 ‘한해서’ 레벨이 높다는 의미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본 결과, 평균적으로 전투에 투입되는 레벨의 최소 기준치가 60.

어제 오크들과 싸우는 헌터들의 레벨은 60대였고, 이서연이 조금 높은 70이었다.

아까 느낀 기척만으로도 자신을 ‘유혹’하는 자의 기세는 이서연보다 몇 배는 강렬했다.

그런데도 완벽히 기척을 숨긴다.

‘기척’을 지울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김환은 그 부분이 짜증스러웠다.

분명 자신을 미행하고, 기척을 뿌린 건 이유가 있을 터.

일부러 낚시질에 응해서 이렇게 따라왔는데도, 말을 걸기는커녕 숨어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 부숴버릴까······.’


흑검으로 오러 몇 방만 날리면 이딴 허름한 공사장은 날려버릴 수 있다.

그 와중에 숨어 있는 놈도 같이 날아가겠지.


[그렇게 전과자가 되고 싶냐?]


이성재의 타박에도 김환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들키지 않을 자신 있다니까.”


이성재의 걱정에 김환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뒤처리도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있었다.


‘화염류 스킬로 태워버리면 돼. 재도 안 남을 거야. 절대로 안 들켜.’

[······.]


김환의 어처구니없는 계획에 이성재가 말문이 막힌 순간.


쐐애액!!

‘쐐애액?’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와 함께 파공성이 들려온다.

그 파공성을 들으며 김환은 아주 중요한 고민을 했다.


‘한 대를 맞고 공격을 해야 정당방위인가? 막으면 정당방위가 아니겠지?’


정당방위를 위해서라도 한 대 맞을까를 고민하던 김환은 그만.


툭-!


왼손에 쥐고 있던 봉투를 놓아 버린 뒤.


덥석-!


안타깝게도 상대의 주먹을 반사적으로 부여잡고 말았다.

정당방위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아, 이 빌어먹을 놈의 뛰어난 반사신경.’


자신의 뛰어난 반사신경을 원망하던 김환이 주먹을 휘두른 상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자,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죽기 싫으면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할 거야. 첫 번째. 레벨 181이 왜 이런 지랄을 하셨을까?”


“······!”

‘······내 레벨을 어떻게 알았지?!’


김환이 정확하게 레벨을 맞추자, 그에게 주먹을 날린 검은 양복의 사내의 눈이 커졌다.

김환의 입장에서야 용사의 눈으로 보이는 레벨을 말했을 뿐이지만, 사내입장에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를 놀라게 한 건 김환의 괴력이었다.


‘손을 뺄 수가 없잖아?!’


아무리 애를 써도 김환의 손에서 주먹을 빼낼 수가 없는 것이다.


“너무 겁먹지 말고 진정해.”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용을 쓰던 사내가 안타까웠던지, 그의 주먹을 놓아준 김환이 말을 이었다.


“미행한 이유부터 설명을 해줘야겠어. 합당한 이유가 아니면 뼈 몇 마디는 부러질 거야. 그리고 뒤쪽에 있는 친구. 당신도 마찬가지고.”

“······!!!”


김환이 뒤편에 매복해 있는 상대를 향해 경고했다.

눈앞에 주먹을 날린 콧수염 사내 말고도 뒤편에서도 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콧수염 사내가 다시 싸울 자세를 취했다.


“생각보다 강하네.”

“어떤 생각을 했는진 모르지만, 아마 그 생각보다 더 강할 거야.”


김환의 응수에 콧수염 남자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배포도 마음에 들고.”

“그쪽 마음에 들 생각은 없는데?”


김환이 콧수염 사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지금 할 일이 많거든. 죽이진 않을 테니까 그냥 가라.”

“내 정체가 안 궁금한가?”

“내가 궁금해야 할 이유가 있나?”


김환의 이야기를 들은 콧수염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면 점점 더 마음에 드는데? 그러면 마지막 입사 테스트만 해보고 대화를 하자고.”

“······?”


화르르륵-!

갑자기 시뻘건 화염이 콧수염사내의 주먹을 휘감았고.

이내.

후끈한 열기와 함께 사내가 김환을 향해 돌진했다.


‘빠르네. 강하고.’


주먹에 맺힌 불꽃이 만들어 내는 시뻘건 잔영이 허공에 휘날린다.

자신의 계약자이자 친구인 권성 ‘ 하진욱’ 에게 얻은 ‘오러 피스트’만큼 멋진 스킬이었다.

턱을 향해 뻗어오는 ‘화염이 휘감긴 주먹’을 보던 김환의 감상이었다.

그래. 멋지기는 할지언정.

약하다.

김환은 살짝, 아무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고작 ‘지구에서’ 강하다고 해봤자, 아스란 대륙에서 용사의 특전과 함께 전장에서 구르며 강해진 자신의 상대로는······.


‘한참 부족하지.’

츄아아아아악-!


순수한 그의 주먹과 사내의 화염 주먹이 맞부딪치는 순간.


콰앙-!

“크허어억!”


굉음과 함께 사내의 팔이 ㄱ자 모양으로 꺾였다.

사내는 고통에 찬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김환이 그를 응시하며 무겁게 뇌까렸다.


“계속 덤비면 이번에는 팔이 아니라 목이 부러질 거다. 각오하고 들어와.”


김환의 말을 들은 사내가 신음을 흘리면서도 웃음을 흘렸다.


“크으윽.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물건을 건졌네. 나는 이계 대책팀 팀장, 나창규라고 한다.”

“그쪽 소개 듣고 싶다고 한 적이 없는데?”


김환이 이죽거리자 남자 나창규의 옆에서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저는 이 사고뭉치 아저씨 부하인 이계 대책팀 대리, 유성찬이라고 합니다.”


남자 유성찬이 한숨을 쉬며 나창규에게로 다가갔다.


“먼저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저희 팀장님이 좀 막무가내라 강해 보이는 상대가 있으면 일단 주먹부터 나가시거든요.”


김환에게 사과하던 유성찬이 나창규에게 오른손을 펼쳤다.


“힐.”


번쩍-!


그의 오른손에서 뿌려진 섬광이 나창규의 부서진 오른팔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유성찬의 치유마법으로 한결 편안해진 나창규가 편안해진 어조로 말했다.


“김환이라고 했나? 팔을 부러뜨린 건 눈감아주지.”


나창규의 말에 유성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우리를 눈감아주는 건 저 분이라구요.”


유성찬의 대답에 김환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눈치가 있는 인간이군.’

[눈치 없었으면 죽이려고?]


머릿속에서 들려온 이성재의 질문에 김환이 팔짱을 꼈다.

‘고민 중이었어.’


사실 이들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문제는.

공무원처럼 보이는 사람을 함부로 죽였다간 무슨 문제가 일어날지 몰랐기에 필사적으로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래. 사고 치기 전에 가자.’

소속이 뭐든, 얼간이들이다.

정신없는 얼간이들하고 엮여봤자 소득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김환이 옷봉투를 들고 자리를 피하려는 찰나.

유성찬이 그를 불렀다.


“김환씨 어딜 가는 겁니까?

”제가 좀 바쁜 몸이라서요. 그럼 이만.“


김환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몸을 돌리려 하자 나창규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안을 드리러 왔는데······들어는 보고 가시죠?“


김환의 힘 덕분인지 예의를 깨달은(?) 나창규가 말을 높였다.

그러나 김환은 나창규의 변화보다 그의 말이 의아했다.


”제안?“


‘조사’가 아니라 ‘제안’이라니.

의문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들어나 보고 가자.]


이성재 역시 거들었고.


‘······.’


지그시 나창규를 보던 김환이 입을 열었다.


”무슨 제안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에서 온 올클래스 구원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대가리(?)를 잡으러 가다. 24.05.15 365 3 12쪽
8 해충들을 밟아주다. 24.05.14 373 3 12쪽
7 성재, 엄마를 만나다. 24.05.13 376 3 12쪽
» 제안 받다. 24.05.12 400 3 12쪽
5 집으로 돌아오다 24.05.11 418 4 12쪽
4 가족을 만나다 24.05.10 456 4 12쪽
3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다. +1 24.05.09 479 5 12쪽
2 구하다. 24.05.08 505 6 13쪽
1 돌아오다 24.05.08 672 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