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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온 올클래스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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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6
최근연재일 :
2024.07.01 19:0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8,452
추천수 :
95
글자수 :
211,712

작성
24.05.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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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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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가족을 만나다

DUMMY


이서연의 이야기에 김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성재야. 나 미친 거 아니지?’

[아니야. 나도 들었어.]


이성재의 대답까지 듣자 김환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박살······. 하하······ 설명 계속해주세요.“

”세상에······진짜 모르시는구나.“

”네. 진짜 모릅니다.“


김환의 확답에 이서연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마 이계에서 충격적인 일을 당해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리라.


‘그래서 싸가지가 없는 건가?’


동정심 가득한 눈으로 김환을 바라보는 이서연.

반면.

용사의 눈(S)으로 그녀의 생각을 읽던 김환의 얼굴이 붉으락거렸다.

그러나 이서연의 설명을 들은 이상.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환이 침묵을 지키자.

이서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계에서 온 아종족들은 이순신장군님과 함께 왜군들을 개박살냈어요. 그 후에는······.“

.

.

.

이서연은 간략하게 임진왜란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엘프 정령사 라미엘, 백랑족의 투신 파우젠, 호빗족 소드마스터인 크라우스가 이순신과 함께 일본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아종족들은 조선에 정착해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죠. 지금 세계 최고의 배우로 칭송받는 피프릴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엘프잖아요.“


이서연의 설명을 다 들은 김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자신들이 아는 역사와 상당히 달랐다. 분명 여긴 지구이고, 10년 전에 실종된 사건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맞는데 말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김환이 말했다.


”몬스터와 던전도 아종족들과 함께 나타났나요?“


김환의 물음에 이서연이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와 던전이 나타난 건 정확히 10년 전부터예요. 그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죠.“

”그 부분도 좀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음······이야기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혹시 기억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기억상실이라든지···.“


이서연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자 김환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우리 기억에 이상이 있는 건가? 성재야. 차원이동 중에 기억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냐? 왜 우리만 기억이 이상한 거지?’

[우리 문제가 아니라 조선시대에 열렸다는 차원 게이트의 문제인 거 같은데······ 일단 지금은 최대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니까 좀 더 들어보자.]


이성재의 의견이 옳았다고 생각한 걸까?

김환이 진중한 어조로 이서연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기억상실까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을 좀 되살릴 필요는 있을 거 같아서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환의 목소리가 더욱 심각해지자, 이서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에 왜 이리 심각하단 말인가?

이서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아종족들이 나타난 이후 특별한 능력을 각성한 인간들은 간혹 있었어요. 특히, 600년 전 차원 게이트가 열렸을 때는 소수지만 게이트 근처에 있다가 마나의 축복을 받아 각성한 이들이 있었죠.“


이서연이 말한 각성은 김환이 알던 ’각성‘과는 달랐다.

600년 전, 차원문이 열리면서 쏟아진 ’마나의 축복‘에 근처에 있던 인원들 몇몇이 각성했는데 이들이 최초의 인간 각성자들이란다.

이들은 아종족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에는 못 미쳤지만, 당시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던 전쟁의 전황은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이들이었고, 이를 우려한 각국의 지도자들은 이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불가침조약을 맺게 된다.


”뭐, 자기들끼리 싸우긴 했겠죠. 공식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 처음 차원 게이트가 열렸던 순간 이후로 각성자는 매우 드물게 등장했고, 아종족들과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 인류에게 그런 소수의 각성자들은 더 이상 위협이 되거나 희귀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10년 전 인류의 각성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해요. 바로 몬스터와 던전이 나타나는 사건이죠.“


10년 전.

갑자기 지구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던전’이 나타났고.

정확히 48시간 후.

던전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이 주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인간과 아종족들은 화기와 마법으로 몬스터들과 대적했지만.레벨업을 거듭하며 불가사의한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인류가 몬스터들에게 삶의 터전을 잃어가며 점점 절망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

바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이 차원을, 당신들의 고향을 지킬 힘을 드리겠습니다. 싸우세요!!!]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진 그 목소리는 인간들에게 몬스터와 싸울 힘을 주었다.

바로 인류의 절반이 각성자로 거듭난 것이다. 이들은 레벨업을 하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그 힘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물리쳤다.

그렇게 위기에서 탈출한 인간과 아종족 연합은 몬스터들을 던전 안으로 몰아 넣는데, 성공한다.

그 후.

인간들은 몬스터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각성자’들을 헌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기적이었어요. 만일 그분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인간은 지금쯤 모조리 몬스터들의 밥이 되었겠죠.”

던전과 헌터, 각성자들의 역사를 설명해주던 이서연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당연했다.

이 모든 일들이 인간에는 승리의 역사였으니까.

말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가슴이 뛸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김환은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끌려간 후에 던전이 생겨났고 몬스터가 튀어나왔어. 연관성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김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힘겹게 돌아온 세상은 엉망이 되어 있다.

거기다.


‘아스란 대륙도 이랬었지.’


던전이 생기고,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아종족들이 승리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던전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대기를 오염시켰고.

평범한 나무들이 마계수로 변이했다.

마계수.

마나를 흡수해 탁한 마기를 뿜어 어떤 곳이든 ‘마계’와 똑같은 환경으로 만든다.

종국에는 마계수들이 뿜어내는 마기가 만들어낸 검은 ‘하늘’에서 차원문이 열렸고.

빌어먹을 마족 새끼들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설마, 놈들의 다음 목표가······. 지구?!’


빠드득-!


아스란 대륙에서 벌어졌던 참극이 지구에서도 재연될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김환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가족이 있는 지구가 아스란 대륙 같은 지옥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갑자기 이는 왜 갈고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김환의 이서연에게 자신의 추리를 이야기하진 않았다.

지금 단계에선 아무 증거도 없는 망상일 뿐이었다.


‘제발 망상이었으면 좋겠는······.’


간절히 염원하던 김환의 눈이 커졌다.

복도에서 그토록 그리워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패시브 스킬인 초감각(S)이 자신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그리웠던 향취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끼이익-!

조사실의 문이 열리며 경찰의 안내를 받은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왔다.


“환아.”

“오빠.”


갑자기 들려온 모녀의 목소리에 김환의 눈가가 떨렸다.


두근두근-!


드래곤 앞에서도 고요하던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울지 말자. 웃어.’


주문을 외듯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문 김환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엄마와 여동생이 서 있었다.


***


책상에서 김환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던 이서연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김환이 들려준 이야기는 사실 단순했다.

이계에 끌려가 마족들하고 싸우다 간신히 돌아왔다.

간단한 이야기 속에서 이서연은 슬픔을 느꼈다.

열 명이 사라졌지만, 돌아온 이는 김환뿐이다.

아마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죽었으리라.

그런 ‘재난’의 생존자의 정신이 온전할 리 없다.


‘말투도, 행동도 건방지긴 하지만. 그래도 불쌍하네.’


싸가지 없는 김환의 언행이 짜증나면서도 동정심은 느껴진다.

사실 지금 세상에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으랴.

스무 집에 한 집은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다.

간신히 일상을 회복하긴 했지만, 다들 아물지 못한 공허한 상처를 안고 사는 법.

더구나 김환은 인류가 겪었던 상처를 혼자 겪은 셈이다.

그것은 강함의 유무와는 별개로, 고통스럽고 슬픈 일 아니던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서연은 부디 김환의 삶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에 관해 간략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때의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때문에, 김환의 인생이 크게 바뀐다는 것을 말이다.


***


동생, 김선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가며 김환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확실히 아까하고는 다르네.’


집을 찾아갈 때만 해도 정신없이 달려가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뒷좌석에 앉아 차창 밖을 보니 거리에는 인간을 포함해 극소수긴 하지만 아종족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뾰족한 귀와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엘프와 인간이 커플인 듯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드워프가 전자상점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다.

헬스장 포스터의 모델로 백랑족이 우람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고.

엘프와 요정족이 화장품과 네일아트가게를 열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현실감이 전혀 없어.’

[······동감.]


김환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다 이 어색한 환경보다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건.

어른이 된 동생 김선이었다.


“뭘 그렇게 봐?”


오빠의 시선을 느낀 걸까?

운전하던 김선이 뒷좌석의 김환을 힐끗 쳐다보았다.

김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그의 머릿속에서 김선은 교복을 입고 귀엽게 총총거리던 꼬맹이의 모습이었다.

그런 꼬맹이가 어른스런 모습으로 핸들을 잡은 모습이 너무···낯설었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서.”

“많이 예뻐졌지? 깜짝 놀랐을 거야.”

“아니. 예뻐지진 않았는데 어른스럽긴 하네.”

“칭찬이야?”

“엄청난 칭찬이지.”


김환의 반격에 김선은 픽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는 여전하네.”

“여전히 잘 생겼다는 거야?”

“엄마. 오빠 좀 말려봐.”

“왜 오빠 말이 맞는구먼. 우리 환이, 너무 잘 생겼지.”


김환의 어머니 윤승애는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아들의 나무토막 같은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손바닥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혀 있다.

윤승애의 가슴이 저려 왔다.

얼마나 고생하고 고통을 견뎌야 이런 손이 될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아들이 이 고생을 하는데 못난 애미는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윤승애는 자신이 원망스러운지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자 깜짝 놀란 김환이 그녀를 말렸다.


“엄마 아들 왕대접 받았다니까요? 고생은 처음에 좀 하고, 다음부터는 호의호식하면서요.”


김환은 어머니를 달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이미 지옥 같은 과거는 지난 일이 되었다.

괜히 지난 이야기를 해서 어머니는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잘 생각했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지.]


머릿속에서 이성재의 목소리가 들리자 김환은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미안하다.’

[뭐가?]

‘전부다.’


동생과 어머니를 만나 기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엄습한다.

이성재의 앞에서 자신만이 가족을 만나 기뻐하는 지금이 말이다.

그의 사과에 말문이 막힌 걸까?

[······.]


잠깐 침묵을 지키던 이성재가 장난스럽게 핀잔을 줬다.


[······미친놈. 술 처먹었냐?]


이성재는 친구이기 이전에 김환의 전우였다.

전우가 살아서 가족을 만나는데 질투할 얼간이가 세상천지 어디 있겠는가.


[지금은 그냥 다 잊고 즐겨.]


이성재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축하’를 한 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김환과 가족의 해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친구의 배려를 느꼈다.


‘고맙다.’


아스란 대륙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성재의 이런 배려가 있었기에 자신이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고마움’을 갚아야 하리라.

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동생 선이와 어머니가 먼저였다.

두 사람을 만나 건 무엇보다 기쁘다.

그런데도 김환은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중요한 사람이 이 자리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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