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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온 올클래스 구원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6
최근연재일 :
2024.07.01 19:0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8,453
추천수 :
95
글자수 :
211,712

작성
24.05.11 20:58
조회
417
추천
4
글자
12쪽

집으로 돌아오다

DUMMY


김환의 질문에 윤승애와 김선의 얼굴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

“······.”


모녀들은 입을 꾹 다물곤 서로 시선을 교환했고.

그 모습에 김환은 불길함을 느꼈다.


“사고라도 당하신 거예요?”


결국 그가 재차 질문을 했고.

동생 김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눈치 빠른 건 여전하네. 그래. 오빠도 알아야지. 같은 가족인데.”


김선이 이야기를 꺼내려는 찰나.


“잠깐만. 환아. 지금은 집에 가서 좀 쉬다가······.”


윤승애가 김선을 만류했다.

10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쉬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김환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말씀해주세요. 어머니, 아들은 그렇게 약하진 않아요.”


아버지에게 어떤 일이 생겼든 감당해낼 자신이 있었다.

김환의 확고한 모습에 윤승애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차마 직접 이야기하긴 힘들었을까?

그녀는 딸의 이름을 불렀다.


“선아.”

“그래. 엄마 아들 많이 컸다. 예전에 작달막해서 맞고 다녔는데. 지금은 무지 어른스러워.”


김선의 장난에 김환도 일부러 표정을 구기며 반격했다.


“난 맞고 다닌 적은 없거든?”

“그때 문 앞에서 울던 애는 남의 집 오빠였나보다.”


김환과 김선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었다.

10년 만에 보는 남매였지만, 두 사람의 모습에선 어색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김환 역시 가족이었다.

그리고 가족이었으면 아픔도 나눠야 한다.

김선이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 알지? 강한 사람이었잖아. 무지무지 강한 사람.”

“해병대부심까지 있으신 분이니 무지 강하긴 하시지.”


김환의 이야기에 김선과 윤승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윤승애의 남편이자, 김환과 김선 남매의 아버지인 김민욱은 그런 존재였다.

가족들이 생각만 해도 미소를 머금어지는 존재.

아내와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물류산업 회사원.

하지만 이 자리에 그가 없다는 게, 김환은 오히려 이상했다.

그런 의문을 느끼던 오빠를 보며 김선이 힘겹게 답을 알려주었다.


“오빠가 사라진 후에, 아빠도 각성하셨어. 클래스명도 웃겼다? 헬 마린. 지옥 해병. 게임에서 나온 이름 같지?”

일부러 농담하던 김선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빠는 오빠의 복수를 하고 싶어 하셨어. 오빠가 행방불명 된 게 몬스터의 짓이라고 생각하셨거든. 그래서 각성하자마자 전장으로 가셨지.”


주르륵-!


김선의 이야기를 듣던 윤승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직도 남편을 떠올리자 가슴 한쪽이 뜯어져 나가는 기분이다.


“에휴, 주책맞다. 주책맞아.”


윤승애는 손등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본 김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설마 아버지가······.”


김환의 질문에, 윤승애는 입술을 깨물었고 대답을 한 건 김선이었다.


“부산 몬스터 웨이브때 돌아가셨어.”


김선의 대답에, 김환의 눈이 붉어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버지가.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던.

가족을 지키던 그 아버지가.

몬스터 따위에게 돌아가셨다니.


‘빌어먹을 것들을 모조리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김환의 극심한 분노를 느꼈다.

자신이 겪은 비극.

친구들의 죽음.

그리고 종국에는 아버지의 죽음까지.

이 모든 게 자신을 소환한 이계의 종족들과 주신 때문이었다.

김환은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도록 주먹을 움켜쥐었다.


“······.”

“오빠 괜찮아?”

“환아.”


김선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렸고, 윤승애 역시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엄마와 동생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던 김환은 주먹을 풀었다.

누군가를 잃는 상처는 익숙하다.

그랬기에 김환은 누구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그녀들을 안심시킬 때다.

김환이 힘줘 말했다.


“앞으로는 제가 아버지 몫까지 할게요.”

“아빠 몫까지?”


김선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윤승애는 또다시 눈물을 훔칠 따름이었다.


“그래. 아버지 몫까지.”


김환은 두 사람을 보며 다짐했다.

자신은 아버지 몫까지 엄마와 동생을 행복하게 해주리라.

그 후에는······.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겠지.’


몬스터와.

언젠가 지구에 나타날 마족.

그리고 이 세상과 자신들의 운명을 가지고 놀았던 주신에게 말이다.


***


끼이익-!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는지 김선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김선의 자동차가 멈춘 곳은 3층짜리 빌라 앞이었다.

탁-!

먼저 내린 윤승애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뒤따라 내리는 김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환아. 여기가 우리 집이야.”


아들을 만난 기쁨으로 윤승애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지만, 김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눈에 봐도 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작고 허름해 보였다.

아마도 두 사람이 꽤나 고생을 한 모양일 터.

당장 인벤토리에서 다이아몬드를 꺼내 집부터 사러 가고픈 김환이었다.


‘복수고 자시고 집부터 구해야겠어. 다이아몬드 열 개면 집 하나는 살 수 있으려나?‘


김환이 그렇게 계산을 하는 사이.

어느새 운전석에서 내린 김선이 그의 등을 툭 쳤다.


“멍하니 뭐해?”

“······아니다. 여기서 계속 살았던 거야?”

“응. 7년 됐어.”


김환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김선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도 이제 어른.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은 지옥에서 살다 왔으면서도 작고 귀여운 빌라를 보니 괜히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리라.

김선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겉모습은 무슨 판타지 만화에서 나온 전사처럼 변했지만.

그 안의 오빠는 여전히 착하고 순수했다.


“얼른 들어가자. 배고파 죽겠다.”

“그래. 환아. 엄마가 오늘은 김치찌개랑 우리 환이 좋아하던 음식다 해줄게.”

“김치찌개로 되겠어? 고기 구워먹자. 정육점 가서 돼지하고 소 좀 사올게. 히히히.”


김선은 김환과 엄마가 뭐라 하기도 전에 정육점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딸의 모습을 보며 윤승애는 혀를 찼다.


“말 만한 계집애가 막 뛰어다니고. 아직도 저렇게 촐싹거린다. 나이만 먹었지 하는 짓은 딱 중학생이야.”


어머니의 투덜거림에도 김환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동생을 대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진짜 소중한 무엇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새집 구경하게 빨리 들어가요.”

“······.”


빌라의 문을 열고 들어선 윤승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김환이 사라진 후부터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원래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도 희미해지는 법.

희망이 절망이 되고, 절망에 지쳐 모든 걸 포기하려는 찰나 아들이 돌아왔다.

주르륵-.

너무나 기쁜 날이었지만.

윤승애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봐. 잠깐만, 잠깐만 있어.”


윤승애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고.

김환은 엄마의 눈물이 멎기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간신히 눈물을 멈춘 엄마를 보며 김환이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오늘만 울고 앞으로는 웃어요. 아들이 이제 많이 웃게 해줄게.”

“그래. 우리 아들.”


김환의 위로에 울음을 멈춘 윤승애가 아들의 팔짱을 꼈다.


“이제, 진짜 들어가자.”


끼이익-!

눈물 대신 미소를 머금은 어머니와 10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 드디어 집으로 들어섰다.


***


아스란 대륙에서 10년을 뺑이 치다가 돌아온 김환의 입장에선 환상적인 저녁이었다.

삼겹살, 김치찌개, 콜라, 그리고 하얀 쌀밥에 각종 반찬들.


‘정말 미친 듯이 먹었어.’


간신히 식사를 마치고 작은 방으로 들어섰을 때.

김환은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침대를 제외하곤,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게임기와 만화책, 옷이나 교과서,공책이나 가방, 낡은 농구공까지 말이다.


‘어머니하고 동생은 계속 날 기다렸구나.’


먼지 한 톨 없이 잘 정돈이 되어 있는 걸 보면, 10년 동안 어머니가 매일 같이 방을 청소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감격하던 김환을 완전히 미치게(?)한 건 바로 샤워호스와 화장실이었다.


‘샤워기라니. 샤워기라니!! 거기다 비데!!!’


문명은 아름답다 못해 환상적이었다.


샤워와 볼일을 마치고 나서도 김환은 바로 잠들진 않았다.

이서연의 설명으로 들었던 뒤바뀐 역사를 자세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환은 방 안에 있는 컴퓨터의 전원을 켠 뒤 인터넷에 접속했다.



조선시대. 차원 게이트.

각성자의 역사.

최초의 각성자.

몬스터 웨이브.

부산 몬스터 웨이브.

종전

.

.

.


검색을 하며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를 ‘읽어 ’내려가던 김환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이서연의 설명과 함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변화된 역사의’ 흐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종족들과 인류는 공생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또한 개개인의 능력은 아종족들이 뛰어날지 모르지만, 헌터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이들이 인류를 배반하는 일은 없었다.

원했던 정보는 어느 정도 찾았지만 의구심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설마 우리를 소환한 건 아종족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나?’


이서연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나왔던 몇몇 귀에 익은 이름이나 각성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능력을 봤을 때.

지구에 왔다는 아종족들은 자신들이 소환되었던 아스란 대륙의 아종족들이 맞는 거 같았다.

그렇다면 김환과 친구들은 처음부터 마족을 물리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아종족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소환된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면 왜 지금으로 지구가 아닌 600년 전의 지구로 온 거지?’


김환이 알기로 지구와 아스란대륙의 시간 흐름은 같다.


그런데도 600년 전의 지구로 차원 게이트를 열었다는 건 어떤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에 개입했을 게 분명한 주신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이성재도 마찬가지였는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김환이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어차피 당장 고민해봤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쉬고 싶다.

이성재 역시 김환의 결정에 동의했다.


[그래. 오늘은 푹 쉬자.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어.]


10년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자신들이다.

간신히 귀환하자마자 의문도 해결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생겼지만, 적어도 오늘 하룻밤만은 편히 자도 되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 정도 보상은 받을 자격이 있다.


‘그래. 보상. 받아야지. 하아암.’


이성재의 말에 안심이라도 한 듯, 김환의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너도 잘 자라.’


[그래. 수고했다.]


끼익-!

툭-!


이성재의 영혼이 담긴 귀걸이를 침대 옆 책상에 올려놓는 김환이 그대로 침대에 들어누웠다.


‘수고했다. 김환.’

짧게 자신을 다독여준 김환이 눈을 감고 깊은 잠을 청했다.

.

.

.


편안한 잠자리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일까?


‘이건 꿈이야.’


확실히 꿈을 꾸고 있었다.


시체로 뒤덮인 평야.

그 속에서.

피범벅이 된 자신이 흑검 한 자루를 쥐고 서 있었다.


‘겨우 지구에 돌아왔는데 왜 이런 개꿈을 꾸는 거야?’


꿈 속의 김환은 인상을 구겼다.

그런데.


시체들 너머로 시멘트 건물이 보인다.

판타렌에서 볼 수 없는 시멘트 건물 말이다.


‘설마?’


깜짝 놀란 김환이 시체들의 얼굴을 살폈다.

판타렌의 아종족들이 아니라 모두······인간들이었다.

“······!!!”

김환이 경악하는 그때.

꿈속의 김환이 정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는 XXX!%$!#.”


너는 이후부터 들리지 않는다.

김환이 다시 소리쳤다.


‘뭐라는 거야? 알아듣게 지껄······!!’

.

.

.

쾅-!


침대에서 바닥에 굴러떨어진 김환이 눈을 번쩍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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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다. +1 24.05.09 479 5 12쪽
2 구하다. 24.05.08 505 6 13쪽
1 돌아오다 24.05.08 672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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