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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온 올클래스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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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6
최근연재일 :
2024.07.01 19:0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8,457
추천수 :
95
글자수 :
211,712

작성
24.05.08 13:17
조회
505
추천
6
글자
13쪽

구하다.

DUMMY




“흐윽. 흐윽. 사, 살려주세요······.”


소녀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숨이 다할 것처럼 가녀렸다.

이에 다급히 집 앞에 도착한 김환이었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낯선 목소리였다는데 안도했다.


’다행이네. 선이는 아냐.‘


적어도.

자신의 기억 속 동생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아스란 대륙으로 소환되었던 첫날.

갑자기 아이들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은 긴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보고 김환은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시스템창은 아스란과 지구의 시간 흐름이 같다고 이야기해준 것이다.

만일 아스란 대륙에서 1년이 흐르는 동안 지구에서 10년이나 100년이 지난다면 아무리 살아남아 돌아간다고 한들 가족을 볼 수가 없었을 터.

그렇기에 김환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10년이 흘렀으니 동생 선이도 나이가 들었을 터.

이런 어린 소녀 같은 목소리는 아니리라.

가족은 이사라도 간 모양이었다.


“운이 좋았어.‘


살짝 안심한 김환이 중얼거렸다.

물론 운은 자신만 좋은 게 아니었다.


소녀 역시 행운이었다.

자신은 인간의 죽음을 외면하고 돌아설 냉혈한은 아니었으니까.


“흑검.”


덥석-.

차원 인벤토리에서 흑검을 소환한 김환이 문을 비틀어 열고 들어갔다.

.

.

.


약한 건 죄다.

오크들에 의해 피투성이가 된 부모님들 사이에서 벌벌 떨고 있던 송지은은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했다.

모든 게 악몽 같았다.

토요일이었기에 늦잠을 자고 외식을 하기 위해 막 밖으로 외출하려던 찰나, 몬스터 웨이브가 벌어진 것이다.


‘엄마, 아빠. 미안······.’


송지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서울헌터고등학교까지 입학했으면서도 겁에 질려 싸우지도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고 증오스러웠다.


“취에엑!! 여자 고기 맛있다.”

“고기, 고기. 고기. 취애에엑!”

“내가 대장이다. 내가 먼저 먹는다.”


그녀가 절망에 잠겨 있는 와중에도 세 마리의 오크들은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차라리 내 손으로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송지은은 저항이라도 해볼 생각에 챙겼던 조그만 과도를 거꾸로 쥐었다.

오크에게 뜯어먹혀 죽는 것보단 자살이 더 편하리라.


‘그래. 지금 죽자.’


결정을 내린 그녀가 과도로 자신의 가슴팍을 찌르려던 찰나.


쾅-!


천장이 허물어지더니 잔해와 함께 무언가가 뛰어내렸다.

그 잔해 속에서.

뻗어나온 주먹이 오크들을 후려 갈겼다.


빠아아악-! 빠각-!


“꺅!”


눈앞에 넘어진 오크들을 보고 놀란 김지은이 과도를 떨어뜨렸다.

그 사이 먼지 속의 사내가 이죽거렸다.


“장난치냐?”


초감각으로 송지은의 움직임을 감지했던 김환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송지은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누, 누구세요?”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송지은은 지금의 상황도 잊고 얼빠진 질문을 했다.


“예전에 이 집 살던 사람.”

“······?”


퉁명스러운 대답에 송지은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쳐다봤지만, 김환은 찌푸린 얼굴로 주섬주섬 일어나는 오크들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 집에 살고 있었던 게 다행인 줄 알아.”


초감각(S) 덕분에 김환은 쓰러진 두 사람도 미약한 숨이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출혈이 심하지만, 자신이라면 살릴 수 있다.


[오크부터 처리하고 폼 잡아.]


이성재의 목소리를 들은 김환이 오크들을 보며 서늘한 눈빛을 뿜었다.


저벅저벅-.


흑검을 고쳐잡은 김환이 오크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예민한 기감을 가진 상급 몬스터였다면, 김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을 느끼고 줄행랑을 쳤으리라.

그러나 위압감을 느낄 ‘레벨’조차 되지 않는 오크들은 오히려 콧김을 뿜으며 군침을 흘렸다.


“취이익? 새로운 먹이가 나타났다?”

“취이익! 남자 맛없다. 질기다. 그래도 먹이는 많을수록 좋다. 먹자. 먹자. 취이이익!”

“남자, 먹으면 든든하다. 취이익. 나부터 먹는다. 취이이익!”


세 마리의 오크들이 떠들어대는 걸 보며 김환이 중얼거렸다.


“그래. 누가 사냥감인지 보자구.”

“취이이익! 당연히 인간, 네놈이 사냥감이지. 크크크크크.”


선두에 서 있던 오크가 김환을 향해 들고 있던 돌도끼를 휘둘렀다.


슈아아앙-!


요란한 파공음을 뿌리며 돌도끼가 김환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지만.

그러나.

슬쩍 몸을 젖히며 일격을 흘린 김환이.

가볍게 흑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군더더기 없이 유려한 일격이었다.


푸학!


검이 멈춘 순간 파육음이 울렸고.


쿠우웅-!


왼쪽 가슴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단숨에 일도양단 당한 오크의 몸이 허물어졌다.


“꾸어어어억!”


몸이 반으로 갈라진 오크가 허물어지며 괴성을 질렀고.


쿵-!


사방으로 체액과 선혈이 흩뿌려진다.

그렇게 동료가 쓰러졌지만.

또 한 마리의 오크가 김환의 머리를 향해 돌도끼를 내리그었다.


파카가각-!


[초감각(S)을 발동합니다.]


초감각(S)이 발동되는 찰나.

오크들의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흘러가는 시간은 그대로였지만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김환만 그렇게 느낄 뿐이었다.

1초, 아니 어쩌면 그보다 짧은 찰나.


푸학-!


가볍게 일격을 피한 김환이 오크 한 마리의 경동맥에 흑검을 박아 넣었다.


“쿠크르르르르웩.”


게거품을 흘리며 두 번째 오크까지 쓰러뜨린 김환의 시선이 마지막 남은 오크에게 향했다.

씨익-!


김환은 말없이 냉소를 지었고.


“뒈져라. 맛없는 인간!!!”


츄아아악!!


그 냉소에 답이라도 하듯, 오크가 육중한 돌도끼를 휘둘렀지만.


덥석-!!!


김환은 물러서기는커녕 아주 느긋하게 왼손으로 돌도끼를 부여잡았다.


“취이이익! 취익!”


부르르-.

오크는 앙다문 어금니에 금이 갈 정도로 힘을 줬지만, 돌도끼를 부여잡은 김환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취이이익. 인간, 죽일 거다!! 반드시 죽일······!”


김환에게 욕지기를 퍼붓던 오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서겅-!


짧은 파육음과 함께 오크의 머리가 튀어 올랐다.


“취에엑?!”


김환이 오른손에 쥔 흑검으로 그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털썩-!


자신이 목이 잘렸다는 사실을 자각하기도 전에 숨이 끊어진 오크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 오크들은 처리했고.”


이제 사람을 살릴 차례다.

김환은 쓰러져 있는 중년부부를 향해 다가가 왼손을 펼쳤다.


[계약자, 힐러 클래스의 스킬, 절대치유(S)를 시전합니다.]


김환의 왼손에서 흘러나온 섬광이 중년남녀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출혈이 멎고 벌어진 상처에서 새살이 돋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며 송지은이 경악성을 흘렸다.


‘이 사람 정체가 뭐지?’


서울헌터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기에 송지은은 각성자에 대한 기본지식은 가지고 있었다.

각성자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클래스만을 가지고 있다.

정령사면 정령사, 검사면 검사, 기사면 기사, 같은 클래스 내에서 레벨업을 하며 스킬의 등급을 올린다.

처음 검으로 오크들을 제압한 김환의 클래스는 검사계열로 보였다.

그런데.

부모님을 구해주면서 치유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힐러? 힐러가 이정도의 전투능력을 가졌을 리가 없어.’


힐러들은 특성상 전투스킬이 전무하다.


아무리 레벨이 높은들 김환처럼 오크들을 간단하게 도륙하진 못한다.


“아저씨. 힐러···세요?”

“힐러? 아니. 난 그냥···잡캐야.”


송지은의 질문에 김환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의 클래스는 ‘데몬 엠페러’.


악마황제라는 유치한 이름의 클래스는 두 가지 고유스킬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스킬은 마기흡수.

아스란 대륙에서 김환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스킬로 마족 이외에는 치명적인 독이나 마찬가지인 마기를 자유롭게 흡수하고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스킬.

상급 마족들을 상대로 도망만 다니던 자신이 레벨을 올릴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소울 슬롯.

자신과 계약한 영혼을 ‘소울슬롯’에 흡수해 그들이 가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히든 ‘스킬’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울슬롯은 여섯 개.

레벨이 100이 될 때마다 하나씩의 보상으로 소울슬롯을 추가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소울슬롯은 같이 간 용사들의 영혼들만 보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상대에게 할 필요는 없는 노릇.

그저 자신을 잡캐라고 소개한 김환은 인상을 구겼다.

아스란 대륙에서 10년을 버티는 동안 자신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지구로 돌아와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로 귀환한 지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오크를 썰고 있는 걸로 보아······자신의 소박한 목표는 글러 먹은 셈이다.


[그래. 가망 없는 꿈은 빨리 포기해야 상처를 안 받는 법이야.]


귓가에 들려온 이성재의 목소리에 김환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파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짜증나긴 했지만.

그래도 보람이 없진 않았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사람들을 살렸으니 말이다.

김환의 치유마법이 끝나자, 정신을 차린 중년남녀가 몸을 일으켰다.


“마, 마누라. 우리, 사, 살아 있는 거야?”

“으음······이게 어떻게 된 거죠??”

“엄마!! 아빠!!”


김환이 나타난 후 벌어진 상황에 정신이 없던 송지은은 죽은 줄 알았던 부모님이 깨어나자 두 사람을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모 역시 딸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환은 팔짱을 끼고, 만족한 표정으로 송지은의 가족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살린 건 정말 오랜만이네.’


아주 조금, 보람을 느끼고 있는 그 순간.

집 밖에서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생존자가 있습니다!!”

“지금 들어갑니다!!!”


부서진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던 각성자들이 송지은 가족을 발견하곤 소리를 질렀다.


“다들 괜찮습니까?”


이들의 책임자로 보이는 여성이 송지은의 옆으로 다가서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오크의 잔해들을 발견한 것이다.

“저희는 괜찮아요. 이분이 구해주셨어요.”

송지은이 손을 들어 김환을 가리키자 돌아보는 여성의 눈빛이 의문을 머금었다.


‘처음 보는 헌터인데? 아니, 헌터는 맞나?’


여성, 종로경찰서 몬스터전담과 이서연 경위는 의아함을 느꼈다.

사내의 복장이나 눈빛으로 보아 헌터는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다른 헌터들과는 다른 야성적인 ‘살기’가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검을 휘둘러댈 것 같은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당한 그녀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정신 차려, 이서연. 쫄지마.’


필사적으로 자신을 독려하며 평정심을 되찾은 이서연이 김환의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종로경찰서 몬스터전담과 이서연 경위라고 합니다.”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자신의 동요를 숨긴 이서연이 멀뚱히 서있는 김환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었다.


잠시 그녀와 신분증을 번갈아 보던 김환이 냉정한 어조로 대답했다.


“김환입니다.”

“······ 끝인가요?”


이어질 소개를 기다리던 이서연이 반문했다.

이름만 짧게 대답하고 침묵을 지키던 김환이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 무슨 소개가 필요합니까?”


김환이 다소 날카로운 어조로 되물었지만, 이서연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출입증, 혹은 헌터신분증을 보여주시든지 아니면 길드아이디카드라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의 어조는 정중했다.

본능적으로 김환이 자신들이 이길 수 없는 강자라는 걸 느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하다 한들 기본적인 조사는 해야 한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는 경우. 현장과 가장 가깝게 위치한 경찰 인력이 지역봉쇄 및 군부대, 길드로 지원을 요청한다.

평균적으로 몬스터 웨이브는 레벨 50에서 60대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경우가 잦았다.

고레벨 몬스터가 이닌 이상, 인근 길드에서는 몬스터 웨이브를 전담하는 헌터들이 출입증을 가지고 바로 현장으로 투입되었다.

그랬기에 이서연은 관할지역 내에 투입되는 웬만한 헌터들의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이 사람은 처음 봐.’


만약 출입증이나 다른 신분증이 없는 헌터라면 이것저것 조사해야 했기에 골치가 아파질 수 있는 상황에서······.

김환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스란 대륙에서 방금 돌아왔다.

주민등록증도 없는데 그런 신분증들을 가지고 있겠는가.

김환은 태연했지만, 이서연은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구겼다.


“······.”


벌써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래도.


‘사람을 구한 걸 보면 악인은 아닌 거 같은데······조사는 해야겠지.’


정체불명의 헌터를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


“신원을 증명할 게 없으시다면 절차상 이유로 잠시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이서연의 요청에 살기가 섞인 김환의 날카로운 대답이 뿜어졌다.


“무례하군요.”

“예?”


이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전 죄인이 아니라 사람을 구했습니다.”


김환이 날선 목소리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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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다. +1 24.05.09 479 5 12쪽
» 구하다. 24.05.08 506 6 13쪽
1 돌아오다 24.05.08 672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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