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통 큰 만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8,075
추천수 :
206
글자수 :
604,752

작성
21.10.21 06:00
조회
47
추천
2
글자
12쪽

<47> 자유진영이라고 했어요.

...




DUMMY

“그만 일어나시지요. 더 이야기할 것 없습니다.”


최백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하동리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동리는,

‘왜 이래요? 나는 이 사람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야겠어요.’

라고 해야 했다.


그러나, 자석에 힘없이 끌려가버리는 옷핀처럼 최백철이 이끄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최백철의 급작스런 행동에 사내들도 당황하였는지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최백철이 하동리 데려가는 걸 막지는 않았다.


커피숍 밖에까지 하동리 팔을 잡고 나온 최백철은 하동리의 팔을 놓았다.



***



“저 사람들이 자유진영에서 왔다는데, 대체 누구에요? 왜 나한테 같이 가자고 하는 거죠?”


하동리는 참았던 의문을 한꺼번에 최백철에게 물었다.

최백철은 대답 없이 레스토랑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폼이 잔뜩 화가 난 듯 보였다.


하동리는 그런 최백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동리는 이유를 듣고 싶었다.


하동리는 일단 최백철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

최백철은 주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최백철을 따라가려던 하동리는 주방 앞에서 멈춰버렸다.

최백철이 저렇게 화가 난 경우는 처음이다.

무엇이 그를 화나게 했을까.


늘 하동리에게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던 최백철이었다.

저런 모습은 낯설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야 했으나 하동리는 그러지 못했다.


의문덩어리들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 일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하는 내내 몹시 답답했다.


최백철은 몇 시간을 화가 난 것처럼 바위 같은 얼굴을 하고 다녔다.

하동리는 자신도 모르게 최백철의 눈치를 봤다.


반태오에게 전화를 걸어 아까 겪은 상황을 말하고 조언을 들어도 되었지만, 하동리는 그러지 않았다.


최백철이 꼬아버린 상황을 그의 입을 통해 직접 설명 듣고 싶었다.

그는 곧 그 일에 대해 해명하고 설명할 것이다.


하동리는 기다렸다.

예상대로 최백철은 하동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오후 시간이 다 가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올 때 쯤이었다.

최백철은 일이 있는 것처럼 일부러 하동리에게 다가왔다.


“잠깐 이야기 좀 하실래요?”


최백철은 직원들이 없는 곳으로 하동리를 데리고 갔다.


하동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


“이곳에 계시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계시지요?”


“······.”


“아까 그 사람들도 하동리 씨를 데리고 가려고 하잖아요.”


“그 사람들은 누구에요? 누구인데 최백철 씨가 그렇게 거부반응을 보인 거예요?”


“그 사람들도 결코 하동리 씨에게 도움이 될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하동리 씨를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요.”


“이용요? 어떻게 나를 이용해요?”


“구체적으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하동리 씨를 납치하거나 테러하려는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좀더 자세하게 말을 해줄 수 없나요? 그 사람들에 대해서요. 나에 대해서도요. 그리고 최백철 씨에 대해서도요.”


“제가 몇 번 말씀드렸잖아요. 알게 되면 너무 많은 복잡한 일이 생긴다고요.”


하동리는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났고 화가 났다.


“복잡한지 안 복잡한지는 내 문제에요. 왜 숨기려 하는 거죠?”


“나중에 아시겠지만 다 하동리 씨를 위한 일이에요. 나는 오직 하동리 씨를 위해 이러는 거라고요.”


하동리는 맥이 풀렸다.

최백철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숨이 막혀 왔다.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요?”


“떠나요!”


“떠나요? 어디로요? 왜요?”


떠나자는 말을 최백철이 처음 하는 건 아니다.


최백철의 목적이 지금 말하는 것처럼 떠나자는 것이라는 걸 하동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다.

왜 그러는 것일까.


“아까도 말했잖아요. 여기는 위험한 곳이라고요. 테러를 가하는 자들이 있고, 유인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있어요. 기억을 회복하면 더 많은 것들이 하동리 씨를 괴롭힐 거예요. 그래서 다 지워버리고 떠나자는 것이에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요.”


최백철의 말은 이해될 듯 하면서도 모호했다.

결국은 아까 하동리를 데려가려던 자유진영에서 온 사람들이 하는 말과 비슷했다.


그들도 그러지 않았는가.

여기는 위험하니까 자기들과 같이 가자고.

최백철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자유진영 사람들 말이 옳다면, 최백철도 하동리를 위험에 빠뜨릴 인물인가?


“최백철 씨도 나를 위험에 빠뜨릴 사람인가요?”


“······.”


하동리가 이런 질문을 할지 예상하지 못했는지 최백철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답답해요! 답답하다고요!”


“나중에 보면 압니다! 내가 왜 숨기려 하는지요!”


최백철은 자제력을 잃고 목소리를 높였다.

샤모니에서 처음 최백철을 만났을 때 보였던 그 조급함을 여지없이 들어냈다.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것일까.


“일단은 내 말을 믿고 저하고 여기를 떠나시게요.”


“나와 최백철 씨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했지요?”


“······.”


최백철은 답을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이라고 말한 것은 거짓말을 한 것인가?


“최백철 씨 말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사이였다면, 왜 나는 그걸 느끼지 못했을까요?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마저 잃어버린 것일까요?”


최백철은 입을 열어 변명하지 못하고 하동리가 말하는 걸 지켜봤다.


“그런데, 나는 반태오 씨를 보고 금방 알아차렸어요. 반태오 씨가 내 남편이라고요. 나는 내 남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것은 그만큼 내가 남편을 좋아하고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당신은 아니었어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반태오 씨에게 느꼈던 그런 감정이 일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당신은 우리가 좋아하는 사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당신하고는······.”


“그래요! 맞아요! 하동리 씨가 나를 좋아했던 것보다 내가 더 좋아했어요! 맞아요!. 내가 더 좋아했어요!”


지금까지 보여줬던 차분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흥분하고 조급해진 최백철을 볼 수 있었다.

최백철은 가슴에 담고 있던 진실을 고백하는 것인가?


“하동리 씨를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하동리 씨가 위험에 빠져 있는 걸 보기가 힘든 거예요.”


하동리는 들떠 올라가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 내게, 반태오 씨가 있잖아요.”


“반태오 씨는 하동리 씨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면 얼마나 서로가 이질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이질적인 사람이라고요? 반태오 씨가요?”


“그래요. 두 사람은 분명 물과 기름과 같은 사람들이라고요.”


“그럼, 반태오 씨도 나쁜 사람인가요? 내 남편 박정현과 닮은 반태오 씨가 나쁜 사람이에요?”


“······.”


“왜 말을 못하는 거죠? 최백철 씨도, 나를 유인하려고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최백철은 비감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최백철 씨를 믿을 수 없어요. 나는 여기서 내게 닥쳐오는 일들을 감당해낼 거예요. 피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피하려 한다 해서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최백철 씨가 나를 위하는 마음 잘 알고 있어요.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저를 도와주세요.”


하동리는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뒤돌아섰다.


뒤돌아서 가는 하동리를 바라보는 최백철의 표정은 실망한 듯 보였지만 왠지 바위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도 숨어 있었다.



***



하동리가 레스토랑 홀로 나가자 반태오가 내려와 있다.

손등과 팔목에 난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다.

옆구리의 상처도 다 나았다.


“오늘은 어땠어요? 바빴어요?”


하동리는 반태오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럭저럭 잘 보냈다는 표시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지하철을 타려고 역으로 걸어가면서 하동리는 운을 떼었다.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반태오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저에게요.”


“누가요?”


또 누가 찾아왔단 말인가.

하동리 표정을 보니 하동리를 테러하러 온 자들은 아닌 모양인데.


하동리는 오늘 있었던 일을 자세히 반태오에게 말해줬다.

최백철이 했던 행동과 이후 말까지도.


“찾아온 그 사람들이 자유진영이라고 했어요?”


하동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진영? 진영은 진영인데 자유진영이라니······.


자유진영에서 왔다면 하동리의 정체성을 추정할 수 있는데, 무엇을 내포하는 의미일까.


하동리가 중국인이라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라서 자유진영이란 말을 쓴 것일까?


하동리가 중국 고급 정보를 갖고 있는 스파이인가?

잡다한 생각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 사람 둘 다 아시아인이었어요?”


“한 사람은 한국말을 했어요. 다른 사람은 영어를 썼지만요.”


“한국말을 했다고요?”


하동리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들이 당신한테 같이 가자고 했단 말이지요?”


“예,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까 자기들이 보호해주겠다고 했어요.”


아시아인이었고 한국말을 했다면 한 사람은 한국 사람이거나 조선족이거나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반태오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는 테러하는 자들만 찾아오는데, 그래도 당신한테는 공격하러 오는 사람도 오지만, 보호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오는 군요. 허허허.”


“그러게요.”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무엇을 하다왔는지 정말 궁금해요.”


“나도 내가 되게 궁금해요.”


“최백철 씨가 그 사람들을 막았다 그 말이지요?”


“예.”


“왜 그랬을까요? 당신을 보호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좀더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봐야 했을 텐데요. 최백철 씨는 이미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러게요. 아마 최백철 씨는 처음부터 어느정도 그 사람들이 무얼하는 사람들인지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 같아요.”


“으흠······. 어쨌든 최백철의 행동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요. 당신을 보호하려고 그렇게 했다는 최백철 씨 말로는 최백철 씨의 행동을 다 설명할 수 없어요.”


“그러게요. 하지만 어째든 자유진영에서 왔다는 사람들보다는 최백철 씨가 더 신뢰가 가니까, 나는 그때 최백철 씨가 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요.”


“자유진영 사람들이 당신을 이용해먹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는 말이지요?”


“최백철 씨 말이 그렇긴 한데, 뭘 이용해먹으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요. 최백철 씨가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러게요. 왜 최백철 씨는 당신에게까지 비밀을 숨기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최백철 씨를 만나서 물어볼래요?”


“그래야겠어요. 그리고······ 다음에 또, 그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올 거예요. 그때는 나한테 먼저 말해요. 내가 만나볼게요.”


하동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백철 씨가 당신을 많이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네요.”


“왜요? 샘나요?”


“나는 당신 마음을 아니까요. 별로 샘나지 않아요. 아니······, 조금은. 허허허.”


“당신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최백철씨는요?”


“왜요? 알고 싶어요?”


“나보다 더 편하면······ 음······.”


“호호호······.”


“왜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통 큰 만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56> 두 사람이 납치된 것일까요? 21.11.08 41 2 12쪽
55 <55>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났어요. 21.11.04 48 2 12쪽
54 <54> 당신의 기억을 찾아줍니다. 21.11.03 41 2 12쪽
53 <53> 우리에게 하동리를 넘기시오. 21.11.02 41 2 12쪽
52 <52> 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1.11.01 46 3 11쪽
51 <51> 어둠 속에서 사내가 걸어왔다. 21.10.28 45 3 11쪽
50 <50> 내가 보호자가 될게요. 21.10.27 46 2 11쪽
49 <49> 해치워버리자고. 21.10.26 46 2 11쪽
48 <48> 예리한 칼이 뱀처럼 기어왔다. 21.10.25 46 2 11쪽
» <47> 자유진영이라고 했어요. 21.10.21 48 2 12쪽
46 <46> 우리하고 같이 가시지요. 21.10.20 44 2 12쪽
45 <45> 비밀의 열쇠 21.10.19 49 2 12쪽
44 <44> 우리 서로 사귀는 사이였나요? 21.10.18 46 2 12쪽
43 <43> 떠나신다고 했는데. 21.10.14 45 2 12쪽
42 <42> 테러범들 윤곽 잡혀간다. 21.10.13 43 2 12쪽
41 <41> 하동리는 파이프를 휘둘렀다. 21.10.12 46 1 12쪽
40 <40> 칼로 공격했다. 21.10.11 45 1 12쪽
39 <39> 우리는 연인관계였습니다. 21.10.07 53 2 12쪽
38 <38> 우리는 연길에서 왔어요. 21.10.06 50 2 12쪽
37 <37> 조선족입니다. 21.10.05 54 2 12쪽
36 <36> 최백철과 함께 일하고 있다. 21.10.04 53 2 12쪽
35 <35> 다음에 밥을 살게요. 21.09.30 62 2 12쪽
34 <34> 칼을 하동리 목에 겨누었다. 21.09.29 57 2 12쪽
33 <33> 누가 찾아왔다. 21.09.28 56 2 12쪽
32 <32>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요. 21.09.27 58 2 12쪽
31 <31> 사태가 심각하고 중대하다. 21.09.23 57 2 12쪽
30 <30> 계획적인 사건이다. 21.09.22 67 3 12쪽
29 <29> 왜 이곳에 온 것이지요? 21.09.21 66 2 12쪽
28 <28> 낯익은 얼굴이다. 21.09.20 64 2 12쪽
27 <27> 호텔에서 일해 보는 게 어때요? 21.09.16 6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