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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통 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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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8,076
추천수 :
206
글자수 :
604,752

작성
21.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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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추천
2
글자
12쪽

<34> 칼을 하동리 목에 겨누었다.

...




DUMMY

아는 사람이다.

반태오가 말했던 사람이다.


작지만 통통하면서도 근육질의 어깨를 가진 사내.

샤모니에서 자주 등장하여 하동리와 반태오를 감시했다는 그 남자.


바로 그 사내가 한 마리 검은 표범처럼 다가왔다.


하동리가 뒤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사내가 하동리를 뒤에서 한 손으로 목을 감아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에 들려 있던 수상한 액체가 묻은 수건으로 하동리의 입과 코를 막았다.


하동리는 목을 감아쥔 사내의 팔을 떨어내려고 양손으로 사내의 팔을 잡고 뜯어내려 애썼다.


사내는 목을 감은 팔에 더 힘을 주고 하동리의 입과 코를 막은 수건을 더 바짝 들이댔다.


하동리는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버둥거리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반태오는 하동리가 직원의 말을 듣고 호텔 마당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하동리의 일련의 행동으로 봐서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모양새라고 직감했다.


그러나 다른 느낌이 반태오를 바늘처럼 찔렀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직감.

누군가 늘 반태오와 하동리를 노리고 있다는 직감.


반태오는 하동리가 나간 쪽으로 얼른 뛰어갔다.


마당을 벗어나 도로 변으로 나섰을 때, 저 앞에서 사내가 하동리를 팔로 목을 감은 채 얼굴을 수건으로 덮어서 끌고 가고 있었다.


사내는 반태오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 자였다.

샤모니에서 몇 번을 목격했던 그 통통하면서도 우람한 사내.


사내는 도로변에 세워든 검은색 푸조 승용차 뒷좌석에 하동리를 밀어 넣었다.


사내는 신속히 운전석에 올라탔고, 차는 거친 엔진 음을 토해내며 달려나갔다.


하동리가 납치되었다.



***



반태오는 검은색 푸조 승용차를 뒤쫓아 갔다.

달렸지만 이미 승용차는 저 멀리 멀어졌다.


마침 뒤편에서 택시가 오고 있었다.

반태오는 택시를 잡았다.


“저 앞에 검은색 푸조 승용차를 쫓아가십시오. 사람이 납치되었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더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출발했다.


“경찰에 신고했어요?”


“지금 해야지요.”


반태오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번호를 검색해 바비달에게 전화를 넣었다.


바쁜 일이 있는지 바비달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다렸으나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면담했을 때 당차보이던 것과는 딴판이다.

위급할 때 전화를 달라고 하더니.


“경찰에 신고 좀 해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알고 있는 경찰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지요.”


“프랑스도 택시 운전자가 범죄자를 잡으면 어떤 특혜가 있습니까?”


“그럼요. 당연하지요.”


택시 운전사는 솜씨 좋게 운전하면서도 전화기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위치와 차량 번호판까지 불러줬다.

택시를 만난 게 천만다행이다.


잠시 후에 바비달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저하고 같이 있는 여자가 납치를 당했습니다.”


“어떻게요? 어디입니까?


“13구에서 14구쪽으로 달리고 있고요. 검은색 푸조 승용차입니다. 저는 지금 택시를 타고 쫓고 있습니다.”


“혹시 차량 번호가 보입니까?”


“이미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아, 그래요. 지역 경찰에 연락해서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도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계속 쫓으면서 전화를 주십시오.”


바비달은 뒷북을 치고 있다.


택시 운전사는 파리에서 오랫동안 택시를 운전한 경력자인지 잽싸게 앞에서 달려가는 푸조 승용차를 따라갔다.


하동리는 눈을 떴다.

섣불리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

실눈을 뜨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촉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차량 안이다.

승용차의 뒷좌석에 널부러져 있다.

차량은 달리고 있다.


앞에 두 사내가 타고 있었다.

아까 호텔 뒷마당 바깥에서 하동리를 기절시켜 데려왔던 그 근육질의 사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조수석에는 다른 남자가 타고 있다.

뒷모습으로는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하동리는 깨어나지 않겠지?”


조수석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잔뜩 먹여놓긴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요.”


근육질 남자가 대답했다.


“으흠,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조수석 남자가 뒤로 고개를 돌려 하동리의 상태를 살폈다.


하동리는 실눈을 뜨고 사내의 얼굴을 살폈다.

사내는 낯이 익은 얼굴이다.


하동리가 렌트했던 하얀색 르노 승용차를 확인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반태오와 간 적 있다.


그때 탐문을 하다가 호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미행하는 남자를 발견했다.


바로 그 남자였다.

중키에 말쑥하면서도 각진 얼굴을 가진 사내.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


각진 얼굴이 말했다.


“어떤 차가요?”


“아무래도 저 뒤에 따라오는 택시가 이상해. 계속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 저 앞에서 좌회전 해보자고.”


“예.”


차가 달리더니 급히 좌회전했다.


“따라옵니까요?”


“이런, 빌어먹을! 택시가 따라오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아. 아까 하동리를 로안이 데려올 때는 아무도 안 봤잖아?”


“그렇지요. 그런데 어떻게 알고 따라오는 걸까요?”


“하동리하고 같이 다니던 그 자인 것 같아.”


“반태오라는 자 말입니까요?”


“항상 하동리 옆에 그 자가 있었으니까.”


“어떻게 할까요?”



***



14구를 벗어나지 못한 검은 푸조는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들어갔다.

도로는 좁아지고 퇴근시간이 겹치면서 차량이 엉키기 시작했다.


“차가 잘 안 보이는데, 앞에서는 보입니까?”


초조한 표정으로 반태오가 택시 운전사에게 물었다.


“뒤편이 살짝 보이긴 하는데, 차가 정체되어서 잘못하면 놓칠 수도 있겠는데요.”


차라리 차에서 내려 달려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반태오는 몇 번 차문을 열려고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 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손아귀에서도 땀이 흘렀다.


경찰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 놓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에 신고해놓았으니까 놓치지는 않을 거예요.”


위로라고 하는 소리였지만 반태오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반태오는 택시에서 내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아, 아! 차가 출발했어요!”


택시 운전사가 반태오의 행동을 알아챘는지 제지하려는 듯 외쳤다.


운전사 말대로 엉켜 있던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조 차량의 꽁무니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했다.


택시는 푸조를 열심히 따라갔다.

푸조와 택시 사이에 차들이 끼어들어서 푸조 꽁무니를 쫓는 게 쉽지 않다.


푸조는 외곽으로 나가지 않고 시내를 빙빙 돌았다.


한 블록을 두고 360도 회전하는 것처럼 돌았다.

한 번 정도는 그런가 싶었는데 두 번 회전하는 것이 영 느낌이 좋지 않다.


“잠깐만요. 아까 차들이 막혀서 잠깐 멈춰 있었던 장소 있지요?”


“왜요?”


“그곳으로 다시 가보겠어요?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차가 그냥 시내를 돌고 있어요. 납치를 했으면 이곳에서 벗어나서 멀리 도망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가요?”


택시는 조금 전 차들이 엉켜 있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예, 여기서 저를 내려주시지요.”


반태오는 카드로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



“로안, 첫 번째 계획대로 하자고.”


“예, 알겠습니다요.”


퇴근시간이라 차가 막히고 있다.

차는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하동리! 하동리!”


각진 얼굴 사내가 하동리를 흔들어 깨웠다.


“하동리! 어서 일어나!”


하동리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눈을 떴다.

눈을 부스스 뜨고 자신을 부르는 자를 쳐다봤다.


“차에서 내려!”


각진 얼굴 사내는 어느새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고 하동리의 팔을 끌고 있었다.


하동리는 사내의 힘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다.


“허튼짓 하지 마러! 허튼짓 했다간 이 칼이 당신 배에 꽂힐 테니까!”


사내가 뱀눈을 뜨고 각진 턱을 이죽거렸다.

하동리는 순순히 사내가 이끄는 대로 따랐다.


사내는 하동리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동리는 사내가 잡아끄는 대로 따라가고 있지만 언제든 틈을 보고 있다.


사내 하나 쯤은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이 사내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를 어떻게 할 작정이에요?”


일단은 왜 납치했는지 알아야 한다.


“왜 이러는 거예요?”


하동리는 각진 사내에게 계속 질문했다.


“가만히 있어! 질문은 나중에 하시오.”


각진 사내는 주변을 살피며 하동리를 구석진 곳으로 데려 가려 했다.

원래 예정된 계획에서 틀어진 것인지 사내는 당황하는 기색이다.


“왜, 나를 이렇게 하는지 알려 주시요.”


하동리는 사내의 정신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꾸 말을 시켰다.


사내는 답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사주를 경계하면서 하동리를 건물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하동리는 잠시 상황을 분석했다.


조금 전 로안이란 근육질 사내와 이 각진 사내의 대화를 들어보면 누군가 납치 차량을 추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반태오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최백철일지도 모른다.


하여튼 쫓기고 있기에 이렇게 추격을 분산시키려고 이러는 것이다.


이곳에서 하동리를 해하는 무지막지한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히 숨어 있다가 다시 움직이려는 계산일 것이다.


하동리는 기회를 봐야한다.


반태오는 택시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먼저 상대방에게 뜨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이쪽저쪽을 살폈다.


주변을 살피다가 옆에 있는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납치한 사람을 데리고 길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을 성 싶었다.


건물 안 1층 여기저기를 살피며 돌아다녔다.

건물 안은 꽤 넓었다.


지하로 내려갔나 싶어 계단으로 막 가려는데 남녀 두 사람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반태오는 얼른 기둥 뒤로 몸을 숨기고 그쪽을 봤다.


하동리였다.

그리고 하동리를 데려가는 자는 반태오 눈에도 낯이 익은 자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봤던 그 중키의 각진 얼굴을 가진 사내였다.

저 사내의 정신을 흩뜨릴 필요가 있다.


“하동리 씨!”


하동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얼른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르는 쪽을 쳐다봤다.

반태오다.


반태오가 3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불렀다.

각진 사내가 하동리의 팔을 잽싸게 끌었다.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우당탕탕!


각진 사내의 팔에 이끌려 하동리는 지하로 끌려 내려갔다.


반태오도 얼른 그들을 따라갔다.


지하는 넓은 주차장이다.

기둥이 많고, 그 사이 사이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각진 사내는 하동리를 끌고 기둥으로 숨었다.


사내는 한 손으로 하동리의 입을 막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하동리의 목에 겨눴다.


중키에 불과했고 겉으로 근육질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사내의 완력은 대단했다. 특수훈련을 받은 자처럼 단단했고 힘이 좋았다.


하동리가 정면에서 함부로 대적하기 어려워보였다.

사내가 빈틈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반태오가 나타나자 하동리는 기운이 더 나는 것 같다.

반태오 때문에 사내의 신경은 더 분산될 것이다.


마음을 더 가다듬고 몸의 모든 근육을 바짝 긴장시켰다.

언제고 사내를 공격하고 도망칠 수 있도록.


사내도 하동리의 마음을 읽었는지 손에 든 칼을 하동리의 목에 더 밀착시켰다.


“소리치지 마시오. 소리쳤다가는 여기서 끝장을 볼 것이오.”


사내의 목소리가 예리하게 하동리 귀에 파고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날카로운 사내의 눈이 더 매섭게 찢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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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두 사람이 납치된 것일까요? 21.11.08 41 2 12쪽
55 <55>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났어요. 21.11.04 48 2 12쪽
54 <54> 당신의 기억을 찾아줍니다. 21.11.03 41 2 12쪽
53 <53> 우리에게 하동리를 넘기시오. 21.11.02 41 2 12쪽
52 <52> 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1.11.01 46 3 11쪽
51 <51> 어둠 속에서 사내가 걸어왔다. 21.10.28 45 3 11쪽
50 <50> 내가 보호자가 될게요. 21.10.27 46 2 11쪽
49 <49> 해치워버리자고. 21.10.26 46 2 11쪽
48 <48> 예리한 칼이 뱀처럼 기어왔다. 21.10.25 46 2 11쪽
47 <47> 자유진영이라고 했어요. 21.10.21 48 2 12쪽
46 <46> 우리하고 같이 가시지요. 21.10.20 44 2 12쪽
45 <45> 비밀의 열쇠 21.10.19 49 2 12쪽
44 <44> 우리 서로 사귀는 사이였나요? 21.10.18 46 2 12쪽
43 <43> 떠나신다고 했는데. 21.10.14 45 2 12쪽
42 <42> 테러범들 윤곽 잡혀간다. 21.10.13 43 2 12쪽
41 <41> 하동리는 파이프를 휘둘렀다. 21.10.12 46 1 12쪽
40 <40> 칼로 공격했다. 21.10.11 45 1 12쪽
39 <39> 우리는 연인관계였습니다. 21.10.07 53 2 12쪽
38 <38> 우리는 연길에서 왔어요. 21.10.06 50 2 12쪽
37 <37> 조선족입니다. 21.10.05 54 2 12쪽
36 <36> 최백철과 함께 일하고 있다. 21.10.04 53 2 12쪽
35 <35> 다음에 밥을 살게요. 21.09.30 62 2 12쪽
» <34> 칼을 하동리 목에 겨누었다. 21.09.29 58 2 12쪽
33 <33> 누가 찾아왔다. 21.09.28 56 2 12쪽
32 <32>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요. 21.09.27 58 2 12쪽
31 <31> 사태가 심각하고 중대하다. 21.09.23 57 2 12쪽
30 <30> 계획적인 사건이다. 21.09.22 67 3 12쪽
29 <29> 왜 이곳에 온 것이지요? 21.09.21 66 2 12쪽
28 <28> 낯익은 얼굴이다. 21.09.20 64 2 12쪽
27 <27> 호텔에서 일해 보는 게 어때요? 21.09.16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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