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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님의 서재입니다.

통 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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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1.08.14 07:55
최근연재일 :
2022.02.11 05:58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8,062
추천수 :
206
글자수 :
604,752

작성
21.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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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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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1> 사태가 심각하고 중대하다.

...




DUMMY

하동리는 마예화에게 최백철에 대해 좀 더 물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이곳에 취업을 했으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그러나 딱딱한 마예화에게 물어보기가 거북했다.


“이 트레이를 밀고 좀 따라 오실래요?”


하동리는 샤르디가 밀고 왔던 트레이를 잡고 샤르디를 따라갔다.


“아침 9시까지는 조식 시간이에요. 손님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갖다 먹을 수 있도록 하려면 음식 함에 음식이 떨어지면 안 되거든요. 오늘은 베이커리하고 다섯 종류의 버터, 에그 베네딕트와 오믈렛이 제공돼요. 수시로 음식 함을 확인해서 채워 놓아야 해요.”


샤르디는 친절하게 하동리에게 설명해줬다.


조식은 직접 손님 테이블에 가서 서빙하지 않아서 크게 부담 갖지 않아도 될 듯 싶다.


“하동리 씨, 저 손님에게 가서 재킷을 입어주시라고 말씀해주시겠어요? 여기 레스토랑은 남자 손님은 재킷을 입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하거든요. 그런데 저 손님은 재킷을 입지 않았어요. 입구에서 재킷을 제공을 하는데, 아마 빠뜨렸나 봐요.”


하동리는 조심스럽게 남자손님에게 다가갔다.


“손님, 죄송한데 재킷을 입어야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손님께서는 재킷을 입지 않았습니다. 재킷을 착용해주십시오.”


하동리는 가급적 정중하게 남자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말했다.

접시를 들고 있던 남자가 하동리를 힐끔 쳐다봤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침 밥 먹는데 꼭 재킷을 입어야 하는 거요?”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거부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가?


“저희 호텔 규정상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하동리는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올리고 공손하게 말했다.


“나원 참, 저녁도 아니고 아침 밥 먹으면서까지 재킷을 입어야 하나?”


남자는 장작개비처럼 뻣뻣하게 굴었다.

하동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손님, 이것만 살짝 걸치시면 됩니다. 헤헤헤.”


최백철이 언제 들고 들어왔는지 재킷을 남자의 팔에 끼워 입혀주며 강아지처럼 살살거렸다.


남자가 최백철을 힐끔 쳐다보고는 재킷에 팔을 끼더니 입었다.


“손님, 감사합니다.”


최백철이 남자에게 넙죽 고개를 숙였다.

남자가 굳었던 표정을 풀더니 접시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갔다.


“많이 당황하셨지요?”


최백철이 살살거리던 웃음을 여전히 입에 물고 하동리에게 말했다.


하동리는 얼굴이 붉어졌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너무 당황한 탓에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



정수련을 보낸 뒤, 반태오는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종화다.


“어, 종화. 잘 있었어?”


(선배님······.)


강종화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다.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어, 말해.”


(선배님, 큰일 나실 뻔 했다면서요.)


강종화도 반태오가 테러 당했다는 사실을 안 것일까.


“큰일? 무슨 큰일?”


(아, 선배님도······ 하마터면 큰일 당할 뻔했다면서요?)


강종화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어어. 뭐 별 거 아니야.”


(별 거 아니긴요, 선배님. 이거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에요.)


“누구한테 들었어? 정수련 씨가 이야기하던가?”


(누구한테 들은 게 문제가 아니라, 선배님이 테러를 당하고 게다가 죽을 고비까지 넘기셨다면서요?)


강종화의 목소리에서 걱정하는 마음이 뚝뚝 떨어졌다.


(여기 경찰들만 믿을 게 아니라, 한국에 연락을 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 연락한다고?”


(제가 여기 대사님께 보고 드려서 우리 정부에 소식을 전했으면 좋겠어요. 선배님은 어떠세요?)


“우리 정부에 보고를 한다고?”


(여기 우리 언론사 기자들한테도 연락을 해서 보도가 되도록 하고요.)


“종화!”


반태오 목소리가 커졌다.

강종화를 제지할 필요가 있다.


(사태가 너무 심각하고 중대하니까, 그렇지요.)


강종화가 저렇게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반태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일 아닌가.


“종화 말대로, 우리 정부에 알리고, 언론에 보도되면 얻는 이익이 무엇일 거라 생각해?”


(······.)


“그리고, 지금 나를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도 몰라.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들어 내버리면 그 세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안 돼.”


(선배님, 그렇지만 나중을 생각하셔야지요. 언론에 보도되면 선배님에게 이익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 볼 것은 없다 이 말입니다. 동정론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현직 검사가 너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거 아닌가?”


(휴우······, 그러면 선배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그 세력이 어떤 세력인지 그걸 알아야겠어. 나를 공격하는 세력은 나와만 관계 있는 게 아닌 거 같아.”


(다른 사람과도 관계있단 말씀이신가요?)


“지난 번에도 말 했듯 나하고 같이 있는 사람도 관계가 있어. 그 사람도 직접 물리적인 테러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그 사람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그래서, 선배님은 더 지켜보자,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뭐 일단은 여기 경찰의 도움도 받고 있으니까.”


(······어째든, 선배님 말씀 잘 알겠어요. 그렇지만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도 바로 연락주시고요.)


“그래, 종화. 고마워.”



***



다음날부터 하동리는 샤르디 옆에서 샤르디가 서빙하는 것을 지켜보며 보조했다.


“점심은 애피타이저, 스프, 샐러드, 메인요리, 디저트 순으로 나가요. 애피타이저로 제공되는 빵에는 햄과 양파, 치즈, 감자가 들어 있어요. 손님들이 가끔 물어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기억했다가 말해주세요.”


샤르디는 손님들이 애피타이저 먹는 걸 눈에 띠지 않게 지켜본 뒤에 스프를 내갔고 잠시 뒤에 샐러드를 서빙했다.


샤르디는 손님 앞에서 항상 밝은 표정을 지었고 약간의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편안함을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메인요리가 나갈 때 필요에 따라 소스를 카트에 싣고 가서 뿌려줬고, 메인요리에 대해 설명해줬다.


디저트를 내가면서 테이블에 있던 메인요리 접시 등을 수거해 왔다.

하동리는 샤르디 옆에서 카트를 밀면서 샤르디가 하는 것을 눈여겨 지켜봤다.


“어머!”


어떤 여자가 깜짝 놀라며 하동리를 바라봤다.

정수련이다.


“여기서 일해요?”


“아, 예.”


“어머, 괜찮아요?”


“예?”


뭐가 괜찮냐고, 묻는 것일까?


“일하는 거 괜찮냐고요?”


정수련이 가식적인 미소를 눈가에 지으며 말했다.


“예, 할 만해요.”


“그래요? 부탁해서 나도 여기서 일을 해야 할까 봐요. 호호호.”


정수련은 볼 때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자다.


반태오의 비서였다고 했지만 하동리는 여자로서 느껴지는 직감이 있다.

왠지 만나고 싶지 않은 여자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 직원들은 주방에 모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최백철이 식판을 들고 하동리 옆에 앉았다.


“일, 할 만 하신가요?”


“예, 그럭저럭요. 그쪽은요?”


“예, 저도 할 만 합니다.”


“전에 이런 일 해봤어요?”


“아마, 이런 일보다 더 힘든 일도 해봤을 걸요.”


“나는요?”


“예?”


최백철이 잠시 다른 데로 눈을 돌렸다가 다시 하동리를 봤다.


“아······, 글쎄요.”


“나에 대해서 그쪽은 잘 알 것 아니에요?”


하동리는 최백철을 빤히 쳐다봤다.


“과거가 중요한가요? 지금이 더 중요하지요.”


“지금이 중요하려면 과거를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아요? 그쪽이 나에게 신경을 쓰는 것은 과거에 그쪽이 나에게 어떤 마음이나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현재 마음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요?”


“허허허······.”


최백철은 잠시 헛웃음인지 진짜 웃음인지 분간할 수 없는 웃음을 웃었다.


그러더니 정색을 하고 하동리를 빤히 쳐다봤다가 다시 얼굴 근육을 풀어 미소를 눈가에 올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그렇게 저에게 질문하는 것을 보면, 저의 마음을 하동리 씨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동리는 그런 최백철을 잠시 쳐다봤다지만 이내 눈을 식판으로 옮겼다.


“이곳은 좋은 나라에요. 아름다운 나라이고요. 그렇지 않은가요?”


최백철이 말했다.

하동리는 다시 최백철을 쳐다봤다.

경계심을 품고 있는 눈은 아니다.


하동리는 생각했다.

어쩌면 과거에 이 남자가 자신에게 어떤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식재료를 실은 차가 들어와 서빙하는 직원들까지 나서서 식재료를 창고로 날라야 했다.


하동리가 움직일 때마다 최백철이 곁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하동리를 도왔다.


“하동리 씨하고 최건 씨는 원래 아는 사이였어요?”


하동리의 짐을 최백철이 빼앗듯 들고 가자, 옆에서 지켜보던 마예화가 한 마디 했다.


하동리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굴만 붉어졌다.

최백철도 마예화에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


“무슨 사이에요?”


의도가 담긴 질문이다.

하동리는 여전히 붉어진 얼굴을 한 채 말을 하지 못했다.

무슨 사이라고 해야 하나.


“같이 출퇴근하시는 분하고는······?”


반태오를 물어보는 건가?


‘그 분은 제 남편이에요.’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하동리는 입을 열지 못했다.


“아, 미안해요. 내가 너무 사생활을······. 흠흠흠.”


마예화가 말끝을 흐리며 저쪽으로 가버렸다.



***



식재료 운반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일을 마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녁 식사 준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 레스토랑의 테이블보를 손보고 있었다.


“잠깐 나좀 볼까요?”


고개를 돌려보니 정수련이 와 있다.


“여기서 말고요. 저 커피숍으로 좀 갈까요?”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걸까.

반태오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단단히 말해둔 일이 있다.


‘나와 같이 있는 분은 내 남편 박정현이 맞습니다. 내가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해도 남편 생김새마저 잊어버릴 정도는 아닙니다.’


못을 박듯 하동리는 정수련에게 말했었다.


정수련은 매니저 마예화에게 무슨 말인가를 했다.

하동리와 따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허락을 받는 모양이다.


“가시지요? 매니저한테는 이야기했어요.”


정수련이 먼저 나갔다.


하동리는 꾸지람 들으러 가는 여학생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정수련을 따라갔다. 최백철이 그런 하동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또 무슨 말씀을 하려고······?”


커피숍에 앉자마자 먼저 하동리가 물었다.

정수련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도 굳어 있다.


“지난번에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


“그쪽과 함께 있는 분은 박정현이라는 사람이고, 그 분은 그쪽의 남편이라고 확신하듯 말했지요?”


“······.”


“내가 그쪽에게 다시한번 확실하게 주지시켜 드리려고 그래요.”


무엇을 주지시켜주겠다는 것인가.


“그쪽과 함께 있는 분은 박정현이란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그 분의 이름은 반태오에요. 반, 태, 오라고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람이지요.”


정수련의 표정이 결연해보였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그쪽은 한국 사람이 아니에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태오라는 분을 알고 있는데.”


“······.”


하동리는 반태오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정수련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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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1.11.01 46 3 11쪽
51 <51> 어둠 속에서 사내가 걸어왔다. 21.10.28 45 3 11쪽
50 <50> 내가 보호자가 될게요. 21.10.27 46 2 11쪽
49 <49> 해치워버리자고. 21.10.26 46 2 11쪽
48 <48> 예리한 칼이 뱀처럼 기어왔다. 21.10.25 46 2 11쪽
47 <47> 자유진영이라고 했어요. 21.10.21 47 2 12쪽
46 <46> 우리하고 같이 가시지요. 21.10.20 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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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우리는 연인관계였습니다. 21.10.07 5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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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조선족입니다. 21.10.05 54 2 12쪽
36 <36> 최백철과 함께 일하고 있다. 21.10.04 53 2 12쪽
35 <35> 다음에 밥을 살게요. 21.09.30 62 2 12쪽
34 <34> 칼을 하동리 목에 겨누었다. 21.09.29 57 2 12쪽
33 <33> 누가 찾아왔다. 21.09.28 56 2 12쪽
32 <32>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요. 21.09.27 58 2 12쪽
» <31> 사태가 심각하고 중대하다. 21.09.23 57 2 12쪽
30 <30> 계획적인 사건이다. 21.09.22 6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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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낯익은 얼굴이다. 21.09.20 64 2 12쪽
27 <27> 호텔에서 일해 보는 게 어때요? 21.09.16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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