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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류수호 해결사 사무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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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24.09.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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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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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영겁의 세월이라고 하신다면···?”


류수호의 이야기를 듣던 한서아가 조심스럽게 말끝을 흐린다.

지금 그의 말은 허무맹랑하기가 그지없긴 하나,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니라는 걸 직감한 까닭.

여기에는 이내 다른 이가 보충 설명에 나서니,


[한서아 양, 혹시 만화 좋아하십니까?]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류수호의 AI 파트너인 호라이즌이다.

돌연 살짝 뜬금없는 내용을 묻는다.


“어··· 종종 보는 편이긴 해요. 아무래도 류수호 씨하고는 취향이 꽤 다를 것 같지만요.”


그래도 한서아는 당황하지 않고 이내 대답을 해준다.

호라이즌이 다소 짓궂은 성격이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까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

이러한 한서아의 판단은 매우 정확하다.


[그 왜, 만화에서 종종 나오는 설정이 있지 않습니까? 바깥에서의 하루가 여기에서는 1년의 시간이 흐른다···. 휴먼이 말한 영겁의 세월이 바로 그런 겁니다. 심지어 그 공간에서는 노화까지도 더디게 진행된 느낌이더군요. 즉, 이 휴먼은 겉만 20대일 뿐인 겁니다.]

“얌마, 깡통. 괜한 이야기는 안 해도 돼.”


호라이즌이 이처럼 금방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해준 것이다.


“아하···. 그래서 영겁의 시간이라고 표현하신 거군요.”


그제야 납득이 가는 한서아.

이 세상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딱히 놀랍지가 않다.

지금은 대격변의 시대 아니던가?

마물들이 곳곳에 들끓는 판국인데, 그런 공간이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를 하자면··· 저와 스승님과의 첫 만남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가 않아요. 단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같이 있었고, 함께 그곳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거든요. 사실 마냥 행복한 시간은 아니었어요. 사방에 마물들이 있었고, 그만큼 위험한 순간이 꽤나 많았으니까요. 그런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죽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강해지기 마련인 거죠. 겸사겸사 그 과정에서 헌터로 각성도 하게 되었고요.”

“흐음···.”


한서아는 류수호의 이야기에 그저 귀를 기울일 뿐이다.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황당무계 그 자체였으나, 그게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


‘그때가 정말 행복하셨던 모양이네.’


그리움이 물씬 묻어나는 류수호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증거가 마냥 없는 것도 아니다.

다름 아닌 류수호 본인의 무지막지한 무력.

그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아우레일리아와 함께 영겁의 시간을 보낸 결과물이라면 납득이 되는 것이다.


“···류수호 씨, 마시면서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따라서 한서아가 자연스럽게 권유를 하니, 그건 바로 앞서 류수호가 주문한 음료를 마시는 부분이다.

자신과 달리 그는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인 까닭.

허나 이건 정확하게 말하면 류수호한테 마실 틈이 없던 게 아니라, 일부러 마시지 않은 것이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남이 건넨 건 웬만하면 먹지 않거든요. 특히 이런 음료수는 절대로 마시지 않아요.”

“해결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런 건가요? 아니면··· 혹시 아우레일리아 님과 관련이?”


사양하는 류수호의 모습에 빠르게 머리를 굴려 여러 가능성을 예상하고, 아우레일리아를 언급하는 한서아.

이건 철저한 계산이라기보다는 직감에 가깝다.

그리고 이번에도 정확하다.


“확실히 한서아 학생은 감이 좋네요. 맞아요. 저는 스승님과 그런 식으로 이별했거든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마물들을 전부 소탕하고 쉬던 참이었죠. 스승님께서 웬일로 주스를 한 잔 챙겨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마셨는데,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더라고요. 그 이후에 눈을 뜨니 바로 이곳··· 성남시에 있었어요. 물론 저 혼자 말이죠.”

“······.”


한서아가 류수호의 이야기에 말을 아낀다.

구태여 끼어들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그의 비통한 심정이 목소리에 물씬 묻어나니 차마 건드릴 수가 없었기 때문.

류수호가 계속 말을 잇는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당황했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곧잘 적응했고, 결심했죠. 내 나름대로의 수완으로 스승님을 다시 찾아보자고. 그 과정에서 호라이즌하고도 만났고···. 결국은 지금처럼 해결사가 된 거예요. 제 목표는 크게 나누자면 두 가지. 하나는 당연히 사라진 스승님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스승님과 같이 있었던 그 기묘한 공간을 찾아내는 거예요. 하지만 여태 마땅히 걸리는 게 없어서 반은 포기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또 연결고리가 생기네요.”


마침내 모든 이야기를 끝마친 류수호.

그런 그의 시선은 한서아를 향해 고정된 상태로, 반색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몇 년이 지나도록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아우레일리아와 불과 한 달 전에 같이 있었다고 하니 여러모로 반가운 것이다.

고작 나흘 동안 같이 지낸 게 끝 아니냐고?

그것도 감지덕지라고 할 수 있다.

아우레일리아의 행방은 최첨단 AI인 호라이즌조차 전혀 찾아내지 못 하고 있었기 때문.

류수호가 모든 이야기를 끝낸 만큼, 이제는 한서아가 마저 이야기를 할 때.

이건 한서아 본인도 잘 아는 사실이다.


“사실··· 엄청 자세하게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우선 아우레일리아 님과 만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드려야겠네요. 아우레일리아 님과의 첫 만남은···.”

“첫 만남은?”

“어, 그게··· 그러니까, 길에 쓰러져 계신 걸 제가 우연히 발견했어요.”

[한서아 양, 이런 쪽에서는 거짓말이 서투르시군요. 제가 그 사람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강자라는 건 압니다. 그런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었다는 게 말이···.]

“난 충분히 된다고 봐. 스승님이 강하긴 했지만 은근히 엉뚱한 구석이 많으셨거든. 나랑 같이 있을 때도 식사 준비 이런 건 전부 내가 담당했었으니···. 허기가 져서 길에 쓰러져도 이상할 건 없지.”

[···이런 젠장, 나중에 만나면 진위 여부를 꼭 따져봐야겠군요.]


한서아의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하려다가도 류수호의 말에 기가 차는 걸 느낀 호라이즌.

그만큼 여러모로 황당한 까닭.

한서아가 말을 잇는다.


“아무래도 길에 쓰러진 사람을 그대로 둘 수는 없잖아요? 저희 집으로 모셔와서 잠깐 같이 지내셨어요. 그게 나흘이었죠. 그런데 그 기간이 여러모로 신비했어요. 뭐라고 할까···. 제 견문이 엄청나게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흐음, 한서아 학생이 스승님을 찾는 이유가 바로 그건가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묻는 류수호.

다소 약하게 느껴지는 동기이긴 하나, 충분히 이해가 가는 영역이다.

류수호 또한 아우레일리아와 함께 영겁의 시간을 보낼 때 비슷한 느낌이었으니 이해가 가는 것이다.


“네, 맞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아우레일리아 님께서 갑자기 인사도 없이 사라지셨죠. 다시 만나뵙고 싶은 마음에 수소문을 해봤지만 연신 허탕이었어요. 그러다가 그분께서 류수호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게 생각이 나서 어제 찾아뵈었던 거예요. 가방에 대한 건··· 죄송합니다. 전부 류수호 씨의 말이 맞아요. 한번 류수호 씨의 수완에 대해 시험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흐음···. 그렇다면 저는 합격인가요?”


한서아가 설명과 함께 마지막에 사과를 하며 고개까지 숙이자 히죽 웃으면서 묻는 류수호.

당연히 장난에 가깝다.

이건 한서아 역시 충분히 인지한 부분.


“애, 애당초 그런 건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닌걸요. 저··· 그래서 말인데요, 류수호 씨. 혹시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는 모집하지 않나요?”

“네? 아르바이트요?”


한서아의 물음에 두 눈을 휘둥그레뜨는 류수호.

지금의 흐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 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한서아가 다시금 말문을 연다.


“네, 따지고 보면 저와 류수호 씨는 서로 비슷한 입장이고···. 어제 가서 보니 왠지 류수호 씨의 사무소에 있으면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다양한 경험이라고요?”

[이거야 원···. 한서아 양도 만만치 않은 느낌이군요.]


류수호가 적잖이 놀라고, 이건 호라이즌도 비슷하다.

왜냐하면 한서아가 두 눈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

어제 그녀가 한 경험은?

사무소에 오자마자 마피아들의 습격을 받아 한바탕 난리.

이후 마피아 아지트에 쳐들어가서 엎어버리기.

보통 이런 걸 경험하게 되면 트라우마까지도 될 수 있건만, 오히려 반기는 눈치.

한서아를 류수호 해결사 사무소의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


“흠···. 깡통, 넌 어떻게 생각하냐?”

[마냥 나쁘지는 않은 이야기라고 봅니다. 가뜩이나 칙칙한 사무소인데 이런 발랄한 여고생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해준다? 솔직히 방문객 입장에서 보면 쌍수 들고 환영할 노릇입니다.]

“우리한테 오는 사람들이 과연 그런 걸 반길까 싶은데···.”

[결국은 휴먼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군요. 참, 재정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 정도는 충분히 고용할 수 있으니까요.]


호라이즌의 대답은 이와 같다.

류수호 해결사 사무소의 소장은 어디까지나 류수호 본인이니만큼, 그가 결정을 하는 것이다.


“······.”


그에 따라 류수호가 한참을 고민하고, 마침내 말문을 연다.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저희는 같은 사제지간에 가까우니까요. 대신에 최저 시급 기준이긴 한데···.”

“돈은 상관 없어요.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건 노동법 위반이어서 제가 곤란해져요. 그 외에 학교에서 아르바이트 허가는···.”

“네, 저희 학교는 자유로운 편이어서 충분히 가능해요. 따로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수업에서 아예 빠지는 것도 가능하니 출장 업무에서도 괜찮을 거예요.”

“허어, 요즘 학교는 그런 것도 있군요. 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서아 학생? 적어도 우리 사이에는 이제 비밀이 없었으면 해요.”

툭툭-

“창문에 두 명, 계단에 한 명, 그리고 아까 바텐더 양반까지. 총 네 명과 도대체 무슨 관계입니까?”


여러 인적사항에 대해 묻다가도 이내 특유의 날카로운 감을 보여주는 류수호.

명색이 해결사이니만큼 남의 시선을 간파하는 건 기본인 것이다.

카페의 2층에서 한서아와 이야기를 하는 내내 알게 모르게 느껴진 시선이 무려 넷.

제딴에는 최대한 기척을 숨겼으나, 류수호한테는 어림도 없다.


띠리릭-

[열원 반응 포착. 총 네 명이 여전히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호라이즌까지 있지 않던가?

사실상 숨길 수가 없는 셈.

바텐더까지 포함된 걸 보면 알 수 있듯, 애당초 이 카페 자체가 한서아의 손아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대한 한서아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아하하···. 역시 눈치 채셨네요···.”


볼을 긁적이며 어색한 웃음.

드물게도 정말 난처한 느낌이 없지 않다.

마치 꼭 말을 해야 하냐는 듯한 모습.

거기에는 류수호와 호라이즌이 금방 응수를 해준다.


“만약에 말하기 어려우면 구태여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우리가 알아서 찾아보면 되는 거니까.”

[3분 내로 끝낼 수 있습니다.]


너의 비밀?

그냥 털면 바로 나온다!

한서아가 스스로 실토하는 게 그나마 나은 모양새.

마침내 한서아가 말문을 여니,


“후우···. 알겠습니다. 그냥 전부 말씀드릴게요. 제 아버지 성함은 한윤재라고 하세요.”


그 내용은 이러하다.

뜬금없이 그저 아버지의 성함을 밝히는 모습.

문제는 그 이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한윤재···. 잠깐,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한서아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하는 류수호.

거기에는 호라이즌이 말을 해준다.


[맙소사. 그러고도 전직 경찰관입니까, 휴먼?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의 이름이지 않습니까.]


그 내용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갑자기 대통령의 이름이 튀어나온 판국.

그렇다면 혹시 동명이인?


“그··· 두 분께서 하시는 상상이 맞아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했던 거라···.”


마지막에 와서 정말 큰 비밀이 밝혀졌으니,

그건 바로 한서아가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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