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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높이가 약점인 전주 KCC, 해법은 두 가지뿐이다

송교창.jpg  팀의 미래 송교창을 3번으로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빅맨자원의 보강은 필수다. 만약 그렇지못할 경우 과거 강병현이 그랬듯 송교창이 타 포지션까지 넘나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전주 KCC


프로농구 전주 KCC는 '도깨비팀'으로 불린다. 잘할 때는 우승권 팀이라 할지라도 전혀 밀리지 않고 대등한 승부를 가져가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와르르 무너지며 자멸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KCC는 고양 오리온, 울산 모비스 같은 강팀 특유의 안정감이 부족하다. 비록 지난 시즌 무서운 막판 스타트로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어디까지나 '미라클 시즌'이었을 뿐 객관적 전력상 상위권 경쟁 팀들에 많이 모자란다는 분석이다.

KCC가 도깨비팀이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에이스 안드레 에밋(34·191cm)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다. 알고도 못 막는 공격력을 가졌는지라 지난 시즌 예상외 성적을 내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지만, 의존도가 너무 큰 관계로 그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팀 경기력이 뒤바뀔 수 있다. 다른 팀에 비해 질적 양적으로 KCC 토종 선수들의 경기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전임 허재 감독 시절부터 KCC는 양보다는 질로 대결하는 팀이었다. 라인업은 두텁지 않았지만 전태풍(36·178cm), 하승진(31·221cm), 강병현(31·193㎝), 신명호(33·183cm) 등 소수의 살림꾼 혹은 특정 스타일에 특화된 선수를 앞세워 상위권에서 경쟁해왔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거두던 시즌에도 KCC는 여유 있는 승리보다는 접전이 많았고 그로 인해 팬들 역시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에밋 1번화' 전략이 먹힐 수 있다

현재 KCC의 가장 큰 약점은 높이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을 보유한 팀에서 무슨 엄살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승진을 제외한 토종 장신 선수 숫자가 너무 부족하다. 백업 센터는 아예 없는 상태에서 노승준(28·196cm), 정휘량(32·198cm) 등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둘 다 사이즈에서 다른 팀에 밀린다.

노승준은 부상 후 회복 기간에 있어 몸 상태가 좋지 못하며 정휘량은 아직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지난 시즌 백업으로 쏠쏠한 역할을 해준 알짜 포워드 정희재(25·195cm)가 군 복무로 빠져버리는 등 빈자리만 크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양 오리온에게 참패를 당한 데는 이러한 이유도 크다는 지적이다. 오리온의 최대 장점은 질과 양적으로 우수한 장신 포워드 군단이었는데 KCC는 그나마 있던 정민수(28·192㎝)마저 부상으로 가동이 안 되는 등 수비 방법이 없었다.

사실 이러한 높이에 대한 약점은 허 감독 시절부터 계속해서 지적되어온 사항이다. 허 감독은 가드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했는데 그로 인해 팀 내에는 1·2번 자원만이 가득했고 높이는 하승진과 외국인 선수들이 책임져야 했다. 지금은 팀을 떠나있는 장신 가드 강병현(31·193㎝)이 3·4번까지 오가야 했던 이유다. KCC를 상대하는 팀들은 늘 이러한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KCC는 전략적으로 포워드나 백업 빅맨 포지션에 선수를 모아둘 필요가 있다. 하승진이나 송교창(20·201cm)이 빠질 경우 전체적인 평균 신장이 너무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오리온, 인삼공사, 전자랜드 등 경쟁팀들의 포워드 층은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즌에 임한다면 지난 시즌보다 더욱 고전할 공산이 크다. 잔 부상이 많은 하승진이나 이제 2년 차 신인인 송교창의 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의 전력 보강 없이 시즌에 임해야 한다면 신장을 높이는 전술도 하나쯤 준비해야 한다. 많은 팬이 언급하고 있고 또 실제로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잠깐 써봤던 이른바 '에밋 1번화' 전략이다.

개인기 위주로 득점을 올리는 기교파의 특성상 에밋은 팀 내 누구보다도 볼 소유가 많은 선수다. 패싱게임을 통해 공간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자신이 탑에서 공을 잡고 시동을 건다. 볼 운반 시에도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 에밋 중심의 경기 패턴 속에 사실 1번이 할 일은 크지 않다.

그래서 신장 차이가 큰 장신팀과 만났을 때 에밋을 아예 포인트가드로 쓰게 되면 단신에 수비력도 좋지 않은 전태풍, 이현민 대신 2~3번 선수를 옆에 세울 수 있어 어느 정도 매치업이 가능해진다. 어차피 그러한 라인업에서는 에밋의 볼 소유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지라 골 밑 자원은 포스트 인근을 벗어나지 않고 스윙맨들이 넓게 퍼져 외곽슛을 준비하면 된다.

물론 단체 스포츠 농구의 특성상 항상 쓸 수는 없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난 챔피언 결정전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았던지라 이러한 전술을 효과적으로 갈고닦는다면 상대 팀을 교란하고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조커 옵션이 될 수도 있다.

하승진의 백업이 절실하다

또 다른 방법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쓸만한 장신 선수를 뽑는 것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인해 KCC는 이른바 '빅3'(고려대 이종현·강상재, 연세대 최준용) 선발자격은 진작에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 드래프트에는 어느 때보다도 쓸만한 빅맨 자원이 대거 쏟아져 나온 상태인지라 하위 지명권에서도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KCC에서 가장 급한 자리는 하승진 백업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승진은 크고 작은 부상이 많다. 사이즈가 워낙 크거니와 센터라는 포지션 상 장신 외국인 선수들과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다 보면 건강하게 전 시즌을 뛰기가 쉽지 않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한 체력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빅3에 포함된 강상재 다음으로 경합을 벌일 거인 자원들로는 박인태(연세대·200cm), 김철욱(경희대·202cm), 한준영(한양대·202cm) 등이 있다. 박인태는 신장대비 기동력이 좋고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 일가견이 있으며 귀화 선수 김철욱은 나쁘지 않은 운동신경에 중거리 슛 옵션을 가지고 있어 쓰임새가 다양하다.

한준영은 박인태, 김철욱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기량이 부쩍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에서 기대를 하게 한다.

KCC 입장에서는 셋 중에 한 명은 무조건 뽑아야 하는 입장이다. 때에 따라서는 둘 이상도 나쁘지 않다. 만약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올해 드래프트를 바라보는 KCC 팬들도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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