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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악역 되어 떠난 헐크 호건, 일그러진 한때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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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호건(AP=연합)

 

미국 프로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62)이 된서리를 맞았다.

 

최근 인종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과 팬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을 비롯 자신의 인생 상당수가 담겨져 있는 ‘WWE(World Wresting Entertainment)’에서도 퇴출됐다.

 

호건은 단지 퇴출에 그친 것이 아닌 WWE 명예의 전당에서도 이름이 삭제되었으며 이에 따라 그의 이름과 모습이 들어간 티셔츠 등 WWE 상품도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WWE TV의 아마추어 레슬러 발굴 쇼인 '터프 이너프' 심사위원 자리도 내려놓았다. WWE에서의 활동이 중지된 것은 물론 그동안의 흔적까지도 완전히 삭제당하는 큰 처벌을 받았다.

 

호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국적, 세대를 불문하고 용서받기 힘들다. WWE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지라 자신들의 전설적인 영웅을 과감히 쳐내는 결단을 내렸다. 어설프게 호건을 감쌌다가는 향후 단체의 존립여부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호건은 2012년 불륜 상대이던 친구의 부인과 찍은 섹스 동영상에서 자신의 딸이 흑인과 성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에 분노해 인종 비하 단어들을 잇따라 사용한 것을 비롯 스스로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건은 불륜, 인종차별 등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예전의 좋았던 이미지 회복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됐다.

 

호건은 WWE는 물론 WWF시절부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프로레슬러였다. 특히 80~90년대 WWF시절에는 독보적인 히어로로 군림했다. 90년대 초중반 WWF는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종합격투기 무대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어느 정도 쇼 요소가 있다고 알려졌음에도 많은 팬들은 WWF 프로레슬러들에게 열광했다.

 

출신지, 생일 등 모든 게 미상인 얼티밋 워리어(279 파운드)와 플로리다 주 사라소타 출신 마초 킹 랜디 새비지(245파운드)를 필두로 핵소 짐 더간(280파운드), 티토 산타나(244파운드), 지미 스누커(245파운드), 배드 뉴즈 브라운(271파운드), 터그 보트(340파운드), 러기드 로니 가빈(242파운드), 니콜라이 볼코프(310파운드), 제이크 '더 스테이크' 로버츠(249파운드), 코코 비 웨어(228파운드), 서전 스로터(318파운드), 텍사스 토네이도 케리 본 에릭(254파운드), 어스퀘이커(460파운드), 빅 보스맨(357파운드), 달러맨 테드 디비아제(260파운드), 더스티 루드스(289파운드), 로디 파이버(235파운드) 등 기량과 개성을 갖춘 색깔 있는 레슬러들이 즐비했다.

 

케이블이나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임에도 국내에서 이들의 녹화경기를 담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날개돋인 듯 팔렸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호건은 ‘군계일학’이었다. 강하기도 했지만 항상 약자를 돕고 악한 자를 처벌하는 이미지가 있었던지라 전 세계적으로 팬층이 엄청났다. 특히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만화속 어지간한 캐릭터보다도 영향력이 큰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는 온몸이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고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이미지가 짙었던지라 중요한 승부의 주인공 이미지가 강했다. 강한 상대들에게 얻어맞다가도 "지상 최고의 내 팔뚝과 팬들의 성원을 당해낼 것 같나?"라는 말을 내뱉은 후 로프 반동을 이용한 렉드롭을 시전하면 승리는 그의 것이었다. 악역레슬러에게 얻어맞다가도 기적같이 역전승을 할 때면 팬들은 일제히 하나가 됐다.

 

그런 호건이 WWE에서 악역으로 변신하자 예전의 영웅캐릭터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적응하기 어려웠을 정도다. 그만큼 올드팬들에게 호건은 영웅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링 안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악역이 되어버린지라 이제 영웅 호건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일그러진 한때의 영웅으로 남아 팬들에게 씁쓸한 기억을 안겨주고 있을 뿐이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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