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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슬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킹슬레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21:13
최근연재일 :
2024.06.16 23:0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2,726
추천수 :
386
글자수 :
120,709

작성
24.06.12 23:05
조회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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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20쪽

격살.

DUMMY



소림, 무당, 화산, 남궁세가······.


명실상부 정파 무림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들이다.


그리고 그 명문대파들의 미래를 상징하는 최고의 후기지수들이 한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소림 전대 방장의 제자, 소신승 공령. 미래의 소림을 이끌어갈 방장 감이라 여겨지고 있다.


“대머리. 넌 어째 갈수록 머리통이 더 빛난다?”

“하하. 그렇소이까.”

“넌 권법이 아니라 철두공을 익혔어야 해.”

“익히고 있습니다만.”

“머리카락에 좋은 약초도 좀 달여 먹고. 우리 나이에 대머리가 뭐냐?”

“안 나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민 것이외다.”


몇 년 전, 소신승 공령은 소림 전대 방장 현극과 함께 독고세가를 방문, 잠룡 독고정민을 본 현극의 권유로 인해 그와 비무를 벌였고, 패배했다.


다음.


검룡 기태운.

소림과 함께 무림의 태산북두라 불리는 무당파 최대의 기대주. 용龍이라는 명예로운 별호를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검룡劍龍.

다양한 이유로 무림인의 절반이 이상이 검을 자신의 무기로 삼고 있다.

검룡이라는 별호는 어린 나이를 떠나서 경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꼬맹아. 넌 어째 자라질 않냐?”


검룡 기태운과 그는 한 살 차이. 하지만 머리 하나는 차이가 난다. 동생 독고진을 보는 듯하다.


기태운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여전하군···”

“이 새끼가? 말이 짧다?”

“···.”


소림의 전대 방장 현극에게서 독고세가에 재미있는 녀석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무당파의 태극검신이 검룡을 데리고 간 적이 있다.


그리고.


-네가 잠룡이냐?

-시발롬이?


정식 대련을 벌이기도 전에 얻어터졌다.

물론, 얻어터진 쪽은 검룡 기태운.

잠룡 독고정민은 무위는 지금보다 순수하게 무공에 대한 재능을 느끼고 즐겼던 그때가 어쩌면 정점이었다. 또래에 비해서 말이다.

아무튼.

독가세가의 가주 독고문환과 다도를 나누며 차를 즐기고 있던 태극검신은 뒤늦게 그들을 발견, 기태운이 독고정민에게 자근자근 밟히는 것을 가만히 지켜본 후 검룡의 목덜미를 잡고 독고세가를 떠났다.


“꼬맹아. 싸가지는 여전하냐?”

“···.”


검룡 기태운은 작은 체구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차갑고 날카로운 성격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는 누구도 쉽게 여길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새끼야. 대답.”

“···.”

“호오- 넌 이따 보자.”

“······요오···.”


기태운이 급하게 뭔가를 중얼댔지만 듣지 못한 독고정민은 다음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산파의 옥예화 단설란.

섬서제일미라 불리며 화산 모든 이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꽃이면서 재능 또한 뛰어나 매화검수라는 영광을 부여받은 16세 소녀.

꽃봉오리가 아직 제대로 피어오르기도 전이지만 그 찬란한 화사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언제나 시선의 중심에 서 있는 그녀.


“넌···.”


독고정민이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댔다.


“이름이 뭐였더라?”

“이익···!”

“까불다가 꿀밤 몇 대 맞고 펑펑 울던 건 기억나는데.”


그래서 울보라 불렀었다.

딱 거기까지만 기억난다.


“닥···! ······그 입 다물어···.”

“뭐. 됐고. 너도 비무 하러 왔냐?”

“···.”

“이것들은 왜 대답이 없어?”

“···.”


마지막으로.


“야. 너도 오랜만이다?”


창천신검 남궁혁.

남궁세가의 대공자이자 천인 지훈학과 비견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상의 재능을 지닌 정파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

후기지수에게 신검神劍이라는 별호는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그런 것으로, 당장의 무위보다도 미래를 그린 상징성이 있다.


아직 소년이라 불릴 나이임에도 기세가 느껴질 정도로 탄탄한 체격과 기성 무인에게서나 느껴볼 법한 강직한 기도가 흘러나온다.


남궁혁이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를 내었다.


“지훈학과의 비무에서 동수를 내었다는 게 사실인가?”

“이 새끼도 여전히 싸가지 없네. 인사를 하면 좀 받아줘라.”

“대답해라.”


독고정민은 완전한 패배로 인정했던 승부를 다르게 말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소인이 아니다. 하지만 창천신검 남궁혁. 이놈은 놀려주고 싶다.


“소문 듣고 온 거 아니냐?”


주변을 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군중들의 절반이 잠룡과 천인, 어제의 비무를 직접 지켜본 사람들이다.


“저분들한테 물어봐라.”

“네 입으로 대답해라.”

“사람들 말은 못 믿겠다는 건가? 다 같이 지켜봤는데?”

“···네 입으로 대답해라 했다.”


장난기 어린 독고정민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찌질한 새끼.”

“···네놈이 정녕······.”


독고정민은 남궁혁이 왜 이렇게 구는지 잘 알고 있다.


“지훈학에게 밟혔던 게 억울해?”

“놈···!”


창천신검 남궁혁은 천인 지훈학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 그와 한판 붙었을 때 확실하게 느꼈었다.


-남궁혁 너 천인한테 졌다며?

-···.

-걔 진짜 소문만 해? 네가 발릴 정도로?

-···.

-음? 야 너 얼굴 빨개졌어. 똥 마렵냐?


악감정 없이 순수하게 물어본 것이었다. 창천신검 남궁혁은 독고정민이 본 후기지수 중 최고의 재능. 쉽게 승부를 점칠 수 없을 정도. 그에 대한 흥미가 일었고, 나쁘지 않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은 맞붙었고, 독고정민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제법인데.’


거의 동수였다. 천인이라는 말에 긁혀 정신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결과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극도로 흥분한 남궁혁은 그답지 않게 빈틈을 드러냈고, 독고정민은 그런 걸 놓칠 무인이 아니다.


독고정민은 단단한 표정의 남궁혁을 살폈다. 언뜻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꿈틀대는 눈썹을 애써 참고 있는 것을 보니 역시나 괜찮지 않나 보다.


“내가 지훈학 그놈한테 이겼든, 비겼든, 졌든, 남궁혁 너랑 무슨 상관이냐?”


“······천인은 정파의 공인이다. 그에 관한 헛소문이 돌면 바로 잡아야지.”


변명 한번 참 정성스럽다.


독고정민은 빙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헛소문이 아니라면?”


남궁혁 또한 앞으로 성큼 나섰다.


“진위여부를 내 직접 확인해 봐야겠지.”


“그래?”


분위기가 무르익자 국수를 호로록대고 있던 독고진이 쪼르르 목검 두 자를 들고 와서 쥐여준다.


독고정민은 그럼에도 조금의 미동도 없이 자신만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남궁혁을 향해 말했다.


“처음 보지? 인사해. 우리 집 넷째. 내 동생이다.”


남궁혁은 가끔가다(천인) 특정한 상황에서(지훈학) 미성숙한 모습을 보일 뿐이지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대남궁세가의 차기 가주로서 훌륭하고 철저한 교육 속에서 자란 것이 그다.


남궁혁이 독고진과 눈을 마주하며 살짝 포권을 쥐었다.


“남궁혁이다.”


그리고.


“독고진.”

“···.”


독고진은 웬만해서는 늘 미성숙하다. 도합 육십 년의 인생이지만 이제야 타인과의 교류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제일 친해진 사람이 국수 이모와 당과 누나다.


그래도 나름 신경 써서 인사를 건넨 독고진이 다시 저 뒤로 모습을 감추고.


“후··· 형이나 동생이나···.”


“너 내 동생 무시하냐?”


“똑같은 놈들이군.”


“야. 그래도 내가 쟤 보다는 좀 더 나아.”


남궁혁이 가볍게 목검을 휘두르며 대화의 결을 잘라 내었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독고정민도 바라던 바였다.


“내가 너처럼 그토록이나 오지게 처맞았다면 다시 덤벼들 엄두도 못 했을텐데. 정신력 하나는 인정한다.”


가벼운 흔들기였고, 남궁혁은 당하지 않았다.


“시작하면 되나?”


독고정민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새끼. 좀 달라지긴 했네.’


사실 이것도 정상이고 그것도 정상이었다. 그 나이대의 그들은 단지 지나온 세월에 걸맞게 어렸을 뿐이다.


세상은 그들에게 지위와 위상에 어울리는 성숙함을 요구하지만, 그들은 이제 십 대 중반을 지나치고 있는 소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시작할까?”


지닌바 무공의 수준은 일반 소년의 그것이 아니다.


더 볼 것도 없이 독고정민이 대지를 박차려던 그때.


“잠깐.”


“왜.”


“지훈학과의 한 초식의 승부를 겨뤘다고 들었다.”


“근데?”


“우리 또한 길게 끌 것 있나. 첫 일 검으로 끝을 보자.”


당과를 빨며 구경하고 있던 독고진은 생각했다.


‘창천신검. 천인을 의식하는 건 어린 시절부터 심했군.’


창천신검 남궁혁.


그는 머지않아 터져 나올 사파 십천무맹과의 거대한 전쟁에서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천인 지훈학과의 공동 전선을 거부하고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데리고 단독 작전에 나선 것. 천인보다 더한 공훈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사파의 십천무맹은 구파와도 비견될 만한 강대한 세력이자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그릇된 선택을 한 젊은 고수가 홀로 감당해댈 상대가 아니었고,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다.

거의 홀로 살아남다시피 한 남궁혁은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폐관에 든 후 독고진이 죽기 전까지 무림사에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고진은 창천신검 남궁혁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모른다.

어찌 보면 이것이 제대로 된 첫 대면이다.


그리고 창천신검에 대한 독고진의 첫인상은.


‘정광正光이 짙다. 꽉 막혀 고지식하지만, 그만큼 올바르다.’


단, 천인에 관한 것만 제외하면.


‘이런 사람이었군.’


나쁘지 않다.


독고진은 문득 떠오르는 어떠한 걱정이 뇌리를 지배하는 것을 느꼈다.


전생에 이런 장면은 없었는데.


알고 있는 미래가 변하는 것.


나비 효과라고 하는 그것.


두 번째 삶을 끝자락에서 세 번째의 과거로 돌아온 자신 때문에 그때에는 없었던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에서 발생한 변화가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으음.’


일단 그 고민은 뒤로하고.


창천신검을 앞에 둔 셋째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다.”


“와라.”

“저번처럼 방심했다가 당했다는 변명 대지 말라고 다시 한번 알려준거다.”


“그런 변명 댄 적-”


후욱─


천인 지훈학에게 선보였던, 며칠 전부터 어젯밤까지 동생의 자비 없는 몽둥이찜질 속에 수도 없이 휘둘렀던 일검一劍의 발검술이 남궁혁을 덮쳤다.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卯劍勢.


검마 독고패가 군림천하 했던 전설의 기예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빠르다···!’


순간의 틈에 승패가 나뉠 찰나지간의 공방.


어제 있었던 천인과 잠룡의 비무. 소문을 다 믿지는 않았지만, 방심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대비했고, 가장 자신 있는 검격을 풀어냈다.


남궁세가 가전 비기祕器.

제왕검형帝王劍形.

중검重檢.


묵직함으로 속도를 찍어 누른다.


콰앙──!!


잠룡과 창천신검.


무림을 아우르는 두 후기지수의 진심 전력이 비황성 남문 저잣거리에서 정면으로 부딪혔다.


결과는 어제와 같이 금세 나왔다.


“거, 참. 목검에 만년한철이라도 박아 넣어야 하나? 또 부러졌네.”


부러진 목검 자루를 들고 있는 두 사람.


잠룡의 것은 창천신검의 동공 한 치 앞에.

창천신검의 것은 잠룡의 턱 아래에.


“쩝. 또 이렇게 됐네···.”

“···.”


못내 아쉬운 독고정민의 목소리는 두 사람의 부딪힘보다 훨씬 크게 터져 나온 함성소리에 묻혔다.


“우와아아아아! 잠룡과 창천신검! 멋지다!”


“역시! 엄청나게 수준 높은······!”


“무승부! 무승부다!”


“천인에 이어 창천신검까지!”


“그럼 세 사람의 무위가 비슷하다는 건가?”


“비무 대련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에잇! 그게 무슨 대수인가! 정파 무림의 홍복이 이리도 짙은 것을!”


아쉬운 듯한 잠룡 독고정민, 그리고.


“···.”


잔뜩 침잠한 채 어두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창천신검 남궁혁.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신체를 긴장시키고 있던 독고진이 몸을 일으켰다.


“음? 당과 하나 더 달라고?”

“아니. 누나. 됐어.”


두 후기지수의 멋진 승부에 뜨겁게 과열된 주위의 분위기.


‘생각보다 그림이 잘 나왔어.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잠룡 독고정민을 앞세운, 군림천하의 깃발을 세우고 나선 무제한 대련.


이 모든 것이 천외천 놈들의 소한지계.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몰래 다가가 암시를 걸어 먼 미래에 발동되게 만드는 긴 세월의 설계.

그 사악한 무공 술법을 걸고 다니는 전대의 거마 섭혼음마를 잡아내기 위함이다.


독고진은 사람들을 향해 쑥스러운 표정으로 즐겁게 손을 흔들고 있는 관종 형을 보며 생각했다.


‘급할 거 없어. 어차피 놈은 곧 접근한다.’


섭혼음마는 할 일이 많은 놈이다. 처음 그날처럼, 조만간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


독고세가의 중심에는 이층으로 된 고풍스로운 모양새의 커다란 전각이 있다.

대대로 세가의 가주들이 집무를 보고 있는 가주전이다.


독고세가의 가주, 분광검 독고문환이 폭풍처럼 밀려 들어오는 문서를 정리하며 말했다.


“총관. 거기 있는가.”


“예. 가주님.”


“안 보이니 알 수가 있나.”


농담 섞인 진담이었다. 그들의 사이를 산더미처럼 높다랗게 쌓인 문서 더미가 가로막고 있었다.

독고문환의 시야에는 수십 년간 독고세가의 대소사를 함께 해 오고 있는 총관 곽철수가 비치지 않았다.


건너편에서 함께 업무를 보고 있던 독고세가의 총관 곽철수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내가?”

“예.”

“설마.”


독고문환을 어릴 적부터 보필해온 곽철수다. 세상에서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안주인보다도 더.


“이 넓은 비황성 온통 셋째 공자님의 이름이 연호되고 있습니다.”


잠룡 독고정민.


태산처럼 쌓여 있는 문서 더미의 대부분이 셋째 아들놈에 관한 것이다.


독고문환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언제 그렇게 훌쩍 성장하셨는지.”

“놈이 정신을 차리긴 했나 보군.”

“늘 알아서 잘하시던 분입니다.”

“잘하긴.”


첫째, 둘째보다도 훨씬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던 셋째. 하지만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해서 걱정하던 차였다.

그러던 와중 얼마 전,


-천화서고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절정의 비급을 가지고 나와 다시금 제대로 수련에 매진할 줄 알았는데,


─무림항설.


그 불태워 찢어버릴 그림책을 덜렁 들고나오길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내었건만.


“셋째가 그래도 재능 하나는 쓸만해.”

“괜히 잠룡이라 불리겠습니까. 다 가주님을 닮은 게지요.”

“무슨 소릴. 나 어릴 적엔 그 녀석보다 훨씬 뛰어났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대답에 뼈가 있군.”

“가주님 어릴 적 모습을 가장 잘 아는 건 저니까요.”

“역시 뼈가 있어.”


헌데.


“셋째가 변한 게, 넷째와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던가?”

“그리 생각됩니다.”

“넷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주님이 그러셨지 않습니까. 대종사의 재능. 그것도 아주 뛰어난.”

“총관도 넷째가 만든 비급을 보지 않았던가.”


독고세가의 총관은 글을 읽을 줄 알고 행정처리 능력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될 수 없다. 총관 곽철수. 그의 무위는 독고세가 전체를 통틀어서도 수위에 든다.


곽철수가 동의했다.


“정말 그것들이 넷째 공자님 혼자 온전히 창안한 게 진실이라면, 어찌 그 재능은 낮게 보겠습니까. 감히 예상하던데 중원에 그런 이는 채 다섯이 안 될 것입니다.”

“다섯이나?”

“셋이 적당해 보이는군요.”

“음.”

“뛰어난 공자님들 덕에 세가의 평판이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놈들이 잘해서가 아니지. 다른 식솔들과 외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자들이 노력한 덕 아니겠는가.”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냥 그렇다니까.”


무뚝뚝한 표정으로 평소보다 수다스러움을 보이는 독고문환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녀석들에 관해 또 들려오는 소식들 없나?”

“궁금하신가 봅니다. 몸이 달으셨습니다.”

“미리 알아야 이 서류 더미를 하루라도 빨리 치워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있습니다.”

“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보고서를 처리하던 곽철수가 주름진 눈가를 빛내며 말했다.


“내일.”

“내일?”

“그동안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대련을 진행하시려나 봅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


곽철수가 보고서 한 장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저잣거리 사람들 앞에서 그리 선언하셨다고 합니다.”


***


다음날.


비황성 남문 저잣거리.


군림천하君臨天下라 나부끼는 깃발 아래.


“정가장의 정혁수외다! 동경하는 잠룡의 검식을 직접 받아보고 싶어서 걸음 했소이다!”


“얼마든지.”


천검문의 천인, 남궁세가의 창천신검, 소림, 화산, 무당 같은 대문파의 그들이 아닌,


“천산파의 정회요. 잠룡께 한 수를 청하오.”


“얼마든지.”


무림의 중심이 아닌 주변인의 그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남 구현보의······.”


“하북 원씨세가의······.”


“강남 지현검파의······.”


마찬가지의 중견 문파인 독고세가의 잠룡을 향해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잠룡 또한 동생이 당부했던 대로 얼마든지, 가감 없이,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그 어떤 누구의 도전도 흔쾌히 받아들이며,


“크악!”


“으헉···!”


“져, 졌소이다······!”


제대로 시원하게, 그리고 아주 화려하게.


“한 수 더?”


“방심하셨나?”


“한 번 더 해도 괜찮은데.”


휩쓸어 박살을 내며 승리를 휩쓸어 가는 중이었다.


잠룡이라는 엄청난 위명을 가졌음에도 누구에 게라도 아낌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검을 맞대어주는 독고정민에게 대한 연호는 늘어만 갔고,


“저분은 독고세가의 넷째 공자님이신가?”


“국수와 당과를 아주 좋아하시지.”


“크면 소저들 제대로 울리시겠어.”


“이미 그러고 계시네.”


독고진 또한 얼떨결에 본인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게 되었다.


처음이었다.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모르는 이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


“강북 출신 낭인 하상백이 잠룡에 한 수를-”


“사천의 운 모가 독고세가의 잠룡께 비무를-”


군림천하의 깃발 아래 끝없이 밀려드는 비무를 왠지 광기 어린 웃음으로 뜨겁게 즐기고 있는 잠룡 독고정민에게,


“신안 비검회의 이한성입니다.”


“한 수?”


“예. 잠룡께 한 수를 청합-”


독고진이 독고정민에게 전음을 보냈다.


-형. 죽여.


수도 없이 휘둘러졌던 잠룡의 검이 오늘의 가장 아름다운 호선을 그렸고.


뎅겅─


신안 비검회 이한성의 목이 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툭. 흙바닥에 박힌 그의 얼굴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


그날.


─독고세가의 잠룡이 전대의 거마 섭혼음마를 일검에 격살했다!


비황전 전역이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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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설과 전설. 24.06.16 861 22 15쪽
15 죽음. +2 24.06.15 974 25 14쪽
14 비천검법. 24.06.14 955 23 14쪽
13 영웅. 24.06.13 1,023 25 15쪽
» 격살. 24.06.12 1,114 24 20쪽
11 불패의 별종. 24.06.11 1,182 25 14쪽
10 여의주. 24.06.10 1,213 24 16쪽
9 천인天人. 24.06.09 1,281 17 14쪽
8 전설. +1 24.06.08 1,362 18 15쪽
7 암계. 24.06.07 1,391 24 16쪽
6 동료. 24.06.06 1,459 20 14쪽
5 무림항설. 24.06.05 1,540 18 17쪽
4 천재와 천재. +2 24.06.04 1,654 19 18쪽
3 자유의지. +4 24.06.02 1,746 26 14쪽
2 돌아오다. +4 24.06.01 1,906 29 17쪽
1 멸문지화. +3 24.06.01 2,367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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