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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슬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킹슬레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21:13
최근연재일 :
2024.06.16 23:0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2,723
추천수 :
386
글자수 :
120,709

작성
24.06.06 23:05
조회
1,458
추천
20
글자
14쪽

동료.

DUMMY



무림항설武林巷說.


독고진은 셋째 형이 가져온 책자를 찌푸려지는 미간과 함께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독고정민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않고 포효했다.


“이게 뭐냐고···? 야 이 새끼야! 니가 가져 오라며!”


“엥?”


“천화서고까지 들어가서 이딴 잡서나 들고나온다고 아버지한테 얼마나 깨진 줄 알아!”


“아.”


토끼와 거북이, 여우와 사슴이 풀밭 위에서 평화로이 노니는 풍경이 그려진 낡은 책자.


검마 독고패가 화산 낙안봉에 남긴 편지에 적혀 있었던 독고구검의 구결이 존재한다는 비급.


‘맞다. 비급 제목이 무림항설이라고 했었지.’


하도 생뚱맞은 제목이라 잠시 혼돈이 있었다.


독고진은 무림항설을 받아 들며 셋째 형의 노고를 치하했다.


“고생했어.”


“···.”


독고정민은 여리여리한 동생의 얼굴을 뜯어보며 생각했다.


‘얄미운 새끼···.’


갑작스레 분위기가 변했다. 나뭇가지를 들었을 때 검의 악령 같은 진득한 피 냄새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을 긁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그렇고.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그럼 그만 봐.”


“···.”


진짜 존나 얄미운 새끼. 쥐방울만 한 게 한 대 쥐어박을까보다······


“왜 자꾸 봐?”


“아, 아냐···.”


······쥐어박을 수도 없고.


‘이놈 대체 뭐지···?’


두 번의 대련.


첫 번째는 방심이라 쳐도,

두 번째는 제대로 당했다.


더는 할 말도 없다.


‘어떻게···.’


잠룡 독고정민. 그는 스스로가 아주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륙에서 손꼽힐 정도로.

자만이 아니다.


무공. 재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윽 한 번 보면 이해되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내공은 운용해야 하는지, 힘을 빼거나 줘야 할 때 몇 푼, 어느 정도 배분해야 할지.


어렵지 않았다.


쉬웠다.


장애물이 없었다.


그런데도 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었다.


독고세가 가전 무공의 한계이기도 했지만, 다른 대문파의 제자로 들어가기는 싫었다. 통제받는 삶은 죽어도 싫다. 그럴바엔 무공 접고 말지.


무의미하고 답답한 시간이 흘렀고.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적수가 없었다.


어렵지 않은 것들의 반복.


무엇을 하든 쉬운 일상.


재미가 없어졌고, 흥미를 잃어갔다.


‘진짜 무공 접을까?’


그래. 접자. 그 새끼. 내게 유일한 1패를 안겨준 천검문의 그 싸가지 없는 놈에게 복수만 해주고 접자. 원래 마지막에 이기는 사람이 승자인 법. 다시 안 싸워 주면 되겠지. 근데 무공 접고 뭐 하지? 큰 형님처럼 공부나 해볼까? 장원급제 한번 때려?


복수전 성공 후 재도전을 받지 않고 빠른 무림 은퇴 계획을 세우고 있던 독고정민.


그런 그의 앞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벽이 나타났다.


넷째 독고진.

어릴 적부터 자신뿐 아니라 부모 형제 모든 사람을 피해 다녔던 동생.

질리지도 않는지 온종일 어두 컴컴한 방구석에 처박혀 한 걸음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녀석.


그리고.


‘대종사의 재능.’


심심해서 무단 침입했던 넷째의 방에서 발견한 무공 비급.

할 일 없는 방구석 폐인의 끄적거림.

헌데 그 끄적거림이, 제법 흥미로웠다.

이제 무공에 관해서라면 웬만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독고정민이었는데.


‘이걸 이 녀석이 만들었다고···?’


쓸만한 걸 넘어서 당장 실전에 써먹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다.


별 관심 없었던 동생에게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찾아온 것인데.


-형. 방심했어?


-형. 방심해서 당한거야?


-형. 방심해서 당한거면 한번 더 해도 좋아.


-형. 이번에도 방심했어?


-형. 한번 더?


갑자기 분위기가 확 달라진 동생 놈에게 손 한번 제대로 못 쓰고 당했다. 게다가 무제한의 재도전 기회까지. 당하고 또 당했다. 어디가서 변명도 못 댄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었는데. 대체 언제 무공을 익힌 거지?’


그래도 약속은 약속.


천화서고에 있다는 독고구검인지 십팔개십팔검인지 ‘무림항설’이라는 제목 속에 있다는 쓸 데 없는 전설의 무공을 가져다 주었다.


-이···! 독고정민······! 네놈이 정녕······!

-아, 아버지! 잠깐! 거, 검은 좀 내려 놓고!

-무림항설? 그림책? 네 이놈!

-아니! 그게 아니라······.


분노한 아버지의 폭풍벼락검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탈출에 성공.


물건을 운반해 온 것이다.


“동생아.”


“응.”


“무림항설 그거 진짜 비급이 맞긴 한 거냐?”



***


“으음.”


무림항설.

무림이라는 세상 속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엮은 책.


검마 독고패는 선언했다.


─크하하하! 무림항설! 찾아 봐라! 이 세상 모든 것을 그곳에 두고 왔으니!


라고는 안 했지만 남겨 놓은 양피지에 비슷하게 적어 놨다. 무림항설이라는 책자 속에서 독고구검의 구결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독고정민이 으음- 흐음 거리기만 하고 있는 독고진을 보챘다.


“독고구검은?”


“흐음.”


그도 조금 호기심이 생겨 펼쳐져 있는 비급을 살폈다.


그리고 경악했다.


“이, 이건···!”


독고정민이 본 것은-


귀엽게 그려진 토끼가 기다란 검을 잡고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습.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卯劍勢.


독고정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런 병신 같은······!”


아오! 이딴 불쏘시개를 꺼내온다고 아버지한테 모가지가 잘릴 뻔했다니.


그리고 다음 장도 마찬가지였다.


독고구검 제2초.

귀검세龜劍勢.


엉금엉금 대는 등딱지 거북이가 쭈욱 내민 뭉툭한 얼굴에 달린 입으로 검을 물고 있다.


“동생아. 이건 바다거북이냐?”


“민물 거북 같은데.”


“거북탕 끓이다가 깨달음을 얻었나보군.”


“그런가.”


“우리의 검마 선조님은 훌륭한 숙수였을지도.”


“흐음.”


독고진은 셋째 형이 빈정대는 꼴을 대충 흘려들으며 무림항설을 살폈다.


제1초 묘검세. 제2초 귀검세. 제3초 호검세······.


전부 깨알 같은 글자와 함께 동물에 빗대어 표현되어 있었고,


‘이건··· 진짜다.’


쓸데없는 동물 그림이 나열된 불쏘시개가 아니었다.


언뜻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작은 글자 하나하나에 빈틈이 없고 정연한 논리가 나열되어 있다.


그려진 동물 또한 마찬가지.


여러 가지의 구분 동작으로 나타내어 왜 토끼를 그렸는지, 왜 호랑이를 그려 넣었는지 깨달을 수 있게끔 특징을 살렸다.


물론 독고진도 그의 재능과 더불어 검마가 남긴 독고구검이라는 것을 알고 봐서 그렇지, 모르고 봤으면 대충 훑고 넘겼을 것이다.


‘다른 놈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경계했나 보군.’


다른 놈들은커녕, 가문의 후예들까지 발견하지 못할 것은 예상치 못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이제 웬만해서는 놀라는 일 없던 독고진으로서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야. 다 보면 말해라. 형 한숨 잔다.”


그는 독고정민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무림항설 중반부 이후에 몰입했다.


사락─


한 장, 두장······.


“···.”


용, 호랑이, 뱀, 사자, 두루미··· 이솝 우화의 장면처럼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치 어린이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독고정민이 발가락을 까닥대며 묻는다.


“재밌냐? 애들도 아니고 뭔 그림책을··· 아니. 애는 맞나···? 아, 몰라.”


또다시 한 장, 또 한 장···.


남아 있는 책장의 두께가 얇아지고 종국에 드러나는 마지막 장이 이야기를 끝을 알린다.


미완未完의 이야기.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음.”


“얌마. 왜 자구 음음 대기만 해.”


독고진은 검마 독고패가 왜 이 비급의 이름을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무림항설로 지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재밌네.”


머릿속에 독고패가 그려 놓은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희고 고운 털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섬뜩함을 주는 새빨간 눈의 토끼는, 청성파.

고고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서 있지만 실상은 사상누각이었던 두루미는 종남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만났던 무인 중 가장 사내답고 강력했던 모습을 보여줬던 천마의 마교는 호랑이.

커다란 덩치와 위압적인 갈기를 지녔지만 웬만해서는 꿈쩍도 안 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늙은 사자는 무림맹.

그 뒤로도 얍삽한 박쥐의 남궁세가, 단단한 등껍질을 지닌 거북이의 천보궁······ 여우, 사슴······.


마지막으로.


때로는 구름 위, 때로는 땅속 깊숙이 숨어 거대한 몸을 똬리고 있는 가면을 쓴 뱀.


가면을 쓴 거대한 뱀이 가리키는 것은, 천외천.


‘하하··· 이 검마 이 아저씨···.’


인정한다.


굉장하다.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무림항설은-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엮어 만든 그림책이면서,


150년 전 검마 독고패의 군림천하를 담아냈고,


도장 깨기로 하나하나 박살 낸 문파들의 보물을 숨겨둔 장보도였으며,


과거 그 당시에도 암중에서 무림의 질서를 강제로 유지시키던 거대한 뱀, 천외천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흡사.


과거 울퉁불퉁한 흙자갈길을 먼저 걸었던 가문의 어른이 미래에서 온 후인을 위해 손을 내밀고 있는 거 같지 않은가.


독고진은 창문을 열어 높다랗게 시린 푸른 창공을 올려다보았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삶.


왠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간질거리며 따스해지는.


동료··· 라는 울림의 단어가 떠오른다.


그런 동생을 보며 형이 말했다.


“갑자기 왠 청승이야.”


“···.”


“무장공비인지 무당항문인지 그거, 다 봤냐?”


“···무림항설이야.”


“대충 비슷하네. 아무튼 그거.”


“···응. 다 봤어.”


“그래?”


독고정민이 잘됐다는 듯 침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형. 내 침대에서······.”


“가자.”


“일단 내려와.”


독고진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리를 부러뜨릴까. 외출복 그대로 침상에 눕는 걸 봐주는 것도 태산 같은 인내심이 필요했는데. 방방 뛰기까지 해? 하나 정도를 부러뜨려도 정당방위 같은데.


“헙···.”


당한 게 있어서일까. 동생의 기색을 읽은 독고정민이 슬쩍 바닥으로 내려오며 살며시 침구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 이제 출발해야 할 거 같은데···.”


무림 속 정당방위의 요건을 떠올리고 있던 독고진이 문득 정신을 차렸다.


“출발? 어디?”


“아버지가 부르셔.”


아버지가?


독고진은 조금 의아했다.


“왜?”


셋째 형이 재미있다는 듯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네가 만든 무공을 보셨거든.”


“뭐···?”


“그거 보면 아버지라도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지.”


“···.”


뭔가 이상했다. 분명 쓰레기인 줄 착각하여 비급을 들고 나가는 난향이를 막아 냈었는데.


난향이가 비급을 들고 나간 뒤 돌고 돌아 독고세가의 가주 목고문환에게까지 닿아 비급의 가치를 알아본 독고문환이 독고진을 불러 칭찬하며 무공의 연구와 가문의 무공까지 선보게 한다─


이것이 2번째 삶에서 독고세가 전체의 운명을 바꾼 가장 분기점.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능력을 드러내는 건 조금 뒤로 미루려고 했는데.


독고진은 열린 창문 사이로 흐드러지게 비춰 들어오는 바다 빛 하늘을 가만히 응시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것인가······.’


고작 난향이의 행동을 막는 정도, 전혀 어려울 게 없다. 어설플 것도 없이 분명 막아섰는데.


독고진은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자신의 등을 떠미는 것을 느꼈다.


“하하···.”


“음? 동생아. 갑자기 왜 실없이 웃고 그러냐. 무섭게.”


생각을 정리한 독고진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자.”


어차피 시작해야 됐고 이미 시작되어 버린 거, 어떡하겠나.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뭐라고?”


“아냐. 아버지한테 가자.”


3번째 삶이 시작된 후 여유롭던 일상이 순간의 꿈처럼 느껴진다.

마치 장기 근무를 끝낸 후 잠시간의 휴가를 떠나듯.

하지만 항거할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고, 독고진 또한 그 흐름에 몸을 내던져 다시 올라타고자 한다.


단.


“휩쓸리지 말아야겠지.”


“자꾸 혼자 뭐라는 거야? 귀신이라도 씌였냐?”


“······재밌겠군.”


“미친놈- 미친놈.”


앞장서서 방문을 열고 나선 독고진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밝은 세상 빛을 온몸으로 쬐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



단단한 체형에 품격 있는 수염과 중후한 얼굴의 미중년.

천하십대검수의 일인.

쪼그라들고 있던 독고세가를 다시금 단단한 반석 위에 세워 훌륭하게 이끌어 나가고 있는 기둥,


독고세가 가주.

분광검分光劍 독고문환.


그가 자신을 찾아온 아들과 눈을 마주했다.


“독고진.”


“예. 아버지.”


저벅─


한 걸음 크게 다가선 독고문환이 잠겨있는 묵빛 눈동자를 자그마한 넷째의 시선에 가져다 대었다.


“너-”


아들을 본 그는 알아차렸다.


눈.


결코 열다섯의 소년, 특히나 태어날 적부터 그 유약했던 아이의 눈이 아니다.


“거짓 없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독고문환이 소년을 직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들 독고진이 맞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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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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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비황성주. 24.06.16 699 19 17쪽
16 전설과 전설. 24.06.16 859 22 15쪽
15 죽음. +2 24.06.15 974 25 14쪽
14 비천검법. 24.06.14 955 23 14쪽
13 영웅. 24.06.13 1,023 25 15쪽
12 격살. 24.06.12 1,113 24 20쪽
11 불패의 별종. 24.06.11 1,182 25 14쪽
10 여의주. 24.06.10 1,213 24 16쪽
9 천인天人. 24.06.09 1,281 17 14쪽
8 전설. +1 24.06.08 1,362 18 15쪽
7 암계. 24.06.07 1,391 24 16쪽
» 동료. 24.06.06 1,459 20 14쪽
5 무림항설. 24.06.05 1,540 18 17쪽
4 천재와 천재. +2 24.06.04 1,654 19 18쪽
3 자유의지. +4 24.06.02 1,746 26 14쪽
2 돌아오다. +4 24.06.01 1,906 29 17쪽
1 멸문지화. +3 24.06.01 2,367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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