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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슬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킹슬레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21:13
최근연재일 :
2024.06.16 23:05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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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27
추천수 :
386
글자수 :
120,709

작성
24.06.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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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8쪽

천재와 천재.

DUMMY



독고구검獨孤九劍.


150여 년 전.


그저 그런 중소 가문이었던 독고세가에 무림 역사에 기록될 만한 역대급 천재가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독고패.


검에 미친 놈이라 하여 광검자라는 별호로 불리던 독고패는 괴인怪人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고이고 고인 무림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검을 휘두르며 중원을 누볐다.


헌데 그것이 또 묘하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최후의 선은 넘지 않아 확실하게 제재를 가하기 힘든, 그런 특이한 면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광검자 독고패가 갑작스레 모습을 감추었다.


자체 폐관에 들어간 것이다.


위치는 무림 최고의 명문 대파 중 하나인 화산火山의 낙안봉.

그리고 낙안봉에 평생을 기거하며 검종의 무예를 갈고 닦던 낙안검노와 함께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광검자 독고패라는, 잠시 무림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던 무인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때쯤.


“크하하하하하!”


다시 무림사에 등장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선언을 하게 된다.


군림천하君臨天下.


덥수룩한 수염과 낡아빠진 검, 그리고 스스로 창안한 독고구검이라는 무공으로 전 무림을 상대로 한 도장 깨기를 선포한 것이다.


당연히 모두가 미친놈 취급을 했고, 독고세가에서도 이전부터 해오던 처신에 더하여 가주가 직접 나서서 독고패는 더 이상 독고세가의 일원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독고패의 도장 깨기에 관한 일화를 설명하려면 책 한두 권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위대하고도 거대한 서사의 일부를 몇 줄로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청성파靑城派.

공동파崆峒派.

종남파終南派.


구파일방이라 불리는 무림 최강의 세력 중 세 곳이 독고패의 검에 깃발이 꺾였다.


광검자 독고패가 검마劍魔라는 별호로 불리게 되는 계기였고,


남궁세가南宮世家.

서문세가西門世家.


팔대세가 중 두 곳이 검마 독고패의 방문을 받은 뒤, 쓰라린 패배의 치욕을 겪게 되었다.

특히나 남궁세가는 검에 관해서라면 제왕이라 불리고 있던 중원 최강의 검가劍家였기에 충격은 배가 되었다.


독고패의 검은 정파 사파, 마도를 가리지 않았다.


사파의 흑원방, 천보궁, 무령회, 만검보.

마도의 사마세가, 혁련세가, 흑림.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다.


검마 독고패는 온 중원을 누비며 활화산 같은 분노와 질시, 제거해야 할 분란의 종자가 되었다.


동시에.


검마 독고패는 고이고 썩어가는 무림에 환멸을 느낀 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받으며 동경과 선망, 그리고 뒤를 따르고 싶은 절대의 무인이 되어 있었다.


검마 독고패.


마음에 들지 않아 쉬게 치워버리기에는 어느새 너무 커다란 존재감을 지니게 되어 버린 괴인.


무림을 뒤흔드는 괴인의 행보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고, 괴인의 다음 행보는 대륙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크하하하하!”


지저분한 꼴로 언제나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던 독고패.

정사지간에서 검의 종주를 자처하던 문파 천검문天劍門 깃발을 꺾은 후 깨달음을 수습하던 그가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 원래 없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모습을 감췄다.


세간의 시선은 독고패의 다음 목표는 어디일까? 소림? 무당? 설마 마교?

그의 위대한 행보에 희생양이 될 거인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검마가 사라졌다!”


“소림이 백팔나한을 보내서 제거했다는데?”


“무림맹에서─”


“마교의 천마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였으나, 사실로 밝혀지는 것은 없었다.


모두가 그를 기다렸다.


폐관을 하느라 갑자기 없어졌던 과거의 그때처럼 크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타나기를.


다시 한번 군림천하의 전설을 써 내려가기를.


하지만 검마가 다시는 세상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영원히.


광검자로 시작하여 검마로 불린 괴인 독고패.


군림천하로 향하는 독고패의 한 걸음 한 걸음과 무림의 거인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던 그의 독고구검은 찬란한 전설로 남았고, 미완의 끝맺음을 지었다─


─는 것이 독고세가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독고세가의 사남으로 태어나 검마 독고패의 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가문의 일원.

3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독고진.


그의 입에서 다시금 과거의 전설이 언급된 것이다.


독고세가의 삼남 독고정민이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귀를 후벼 팠다.


“독고구검? 갑자기 뭔 호랑이 연초 빨던 시절 얘기를 하고 있어. 헛소리 말고 쟁여 놓은 거 있으면 하나만 주라.”


독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독고구검의 전설에 대한 세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검마 독고패의 군림천하는 왜곡되어 있었고, 독고진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2번째 삶에서 멸문지화 이후 1년.


세상의 이면에 천외천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무림의 역사를 지배하고 있는 고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천외천이 독고세가의 멸문을 비롯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그들이 구축한 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수많은 역사를 왜곡해 오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중 하나가 검마 독고패의 군림천하에 대한 전설이었는데─


조사를 이어가던 독고진은 독고세가의 멸문에 천외천이 관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독고구검의 진본眞本이 독고세가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어떻게? 독고패와 함께 폐관에 들어 무공을 연구했던 동료, 낙안검노가 남긴 흔적 발견을 통해.


천외천을 추적하던 독고진 또한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 순간 어떤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화산, 낙안봉.


독고패와 낙안검노가 독고구검을 창안했던 장소.


그리고.


2번째 삶에서 무림맹주 백남천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장소.


독고진은 낙안봉에서 긴 세월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양피지 한 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누구도 파훼하지 못했던 천고의 진법 속에 간직되어 있던 종이 한 장.

진법의 파훼법은, 독고세가 직계의 피였다.


양피지는 독고패가 가문에 남긴 편지였다.


독고세가의 대공자로 태어나 씌워진 의무를 거부하고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 위해 무작정 가문을 뛰쳐나갔던 무책임함에 대한 사죄.

자신 대신 가문을 이어받을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

자신의 행동 때문에 곤란에 처할 가문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마지막 문단.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그놈들은 결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터.

군림천하에 나서면 나는 오래지 않아 죽음에 이를 것이다.

후인에게 남긴다.

죽기 전에 가주 서고에 들려 독고구검의 진본을 두고 올 것이니 요긴하게 쓰기 바란다.


투박한 말투와 글씨체로 쓰인 짧은 편지.


그때.


-역시. 검마가 남긴 뭔가가 있긴 했군.


복면인, 무림맹주 백남천이 등장했고 독고진은 죽음을 예감한 뒤 양피지를 씹어 삼긴 것이다.


헌데 하나 순서가 맞지 않는 게 있다.


검마 독고패가 남긴 편지는 독고세가가 멸문지화에 이른 지금에서야 발견한 건데.


-······왜 독고세가를 그리 만들었지?


놈은 심장이 꿰뚫린 독고진이 회생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여 솔직하게 털어놨다. 자전적인 목소리. 어쩌면 본인도 낯을 붉히는 부끄러움에 대한 위선이었을지도.


-군림천하에 다가섰던 검마의 유산 아닌가. 조그마한 단서라도 있다면 그럴 가치가 있지. 우리는 무인이잖나.


그가 말하는 조그마한 단서는 지금 독고진의 손에 들린 검마 독고패의 친필 서신이 아닌, 150년 전에 남아 있던 낙안검노가 남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낡아빠진 몇 줄 따위를 뜻한다.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고작 그딴 걸로 가문 하나를 떼 몰살시켰다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검귀. 그리 안 봤는데 감상적이군.


독고세가는 그렇게 멸문지화를 당했다.


150년 전 남겨졌다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비급 한 권 때문에.


***


독고진은 눈앞에서 건들건들 귀를 파고 있는 한가한 몸짓의 세 번째 형을 보며 생각했다.


‘천재.’


하늘이 내린 재능이란 이런 것일까.


어릴 적부터 어마어마한 자질을 보이며 가문의 모든 무공을 순식간에 섭렵해 버린 괴물.

이대로 시간만 흐른다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는 재능 덩어리.

고작 16세의 나이로 잠룡潛龍이라는 빛나는 별호까지 따라붙은 천재.


하지만 기대와 달리 독고정민의 미래는 그리 빛나지 않았다.


독고정민 뿐 아니다. 어린 시절 반짝반짝 빛나던 수많은 천재들이 죽은 별이 되어 빛을 잃는다.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그냥.

동기 부여를 잃어서.

재미가 없어서.

흥미가 사라져서.

권태에 빠져서.

자신의 것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목도하고 나서.

갑자기 감이 없어져서.

시기를 놓쳐서.

스스로의 재능을 깨닫지 못해서.

더 발전시킬 만한 방법을 찾지 못해서.

요절해서.


‘셋째 형은.’


추측건대 독고정민은 무공에 관한 그의 재능이 가장 빛나던 시기에 제대로 채울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때를 놓치고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독고정민의 재능이 가장 빛나는 시기는-


“형.”

“엉?”


잠룡이라는 별호로 불리고 있는, 바로 지금.


대종사의 재능. 소림의 달마와 무당의 삼봉 진인에 버금가는 자질을 지녔다는 독고진의 눈에는 감각적으로 타인이 지닌 재능의 크기가 느껴진다.


독고진은 백수십 년 전 선조이자 군림천하의 전설을 남겼던 독고패를 직접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의 흔적을 쫓는 도중 검마에 관한 편린은 느낄 수 있었다.


재단하건대─


독고정민의 재능은 그 위대했던 검마 독고패와 가장 닮은 꼴로 근접하지 않나-라고 생각된다.


2번째 삶에서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난향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을 역병 걸린 좀비 보는 듯 피해 다니느라 그런 부분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장시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은 확연히 셋째 형의 재능이 느껴진다.


‘이런 재능을 지닌 자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그 인간처럼 될 수 있는 것인가.’


그 인간.


독고진이 떠올린 인간은 수십 년간 천하제일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가까이 있는 무인, 비황성주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주어진 삶.


독고진의 목표는 명확했다.


한번 잃었던 가족, 더 이상 잃지 않는다.


지킨다.


천외천을 비롯한 연관된 모든 새끼들에게 전생을 잘못을 일깨워주며 살점을 씹어 삼킨다.


하지만 적의 전력은 천년에 가까운 역사를 쌓아 올린 장구한 세월의 성벽.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불가능. 혹여나 다음 생이 있다 하여도 가능성을 점칠 수 없다.


허나,


벽이라는 것은 옆으로 눕히면 다리가 될 수도 있는 법.


이겨내면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힘을 길러야 하고, 힘의 종류는 다양하다.


무력, 재력, 지력, 권력······.


그리하여 독고진이 가장 첫 번째로 떠올린 것이 독고구검이고, 독고구검의 주인으로 셋째 형 독고정민을 낙점한 것이다.

그가 생각한 독고구검은 사용자에게 아주 불친절한, 천재를 위한 무학.


“형.”


셋째 형 독고정민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괜찮은 무공 하나 만들어줄게.”


적의 심장을 찌를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될 것이다.


“호오.”


동생을 보는 독고정민의 눈이 가느다래졌다.


“시키는 대로 하면이라···.”


꽤나 흥미롭지 않나. 자신만 보면 도망가기 바빴던 동생이다. 근데 갑자기 이런 건방 떠는 말투라니. 고슴도치같이 항상 가시를 세운 채 까칠하게 굴며 속내를 감추지만 약하고 여린 녀석이었다.


“이 새끼···.”


신선하면서도 감회가 새로웠다.


“넷째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형. 우리 한 살 밖에 차이 안 나.”


두 번의 인생을 도합하면 마흔여섯 살 차이지만 괜히 짜치게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겠다.


독고정민이 얼떨떨하게 동의했다.


“그, 그렇긴 해.”


자신이 내뿜는 기세에 쫄아 붙거나 평소처럼 말없이 방구석으로 도망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셋째 형은 독고진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싫어. 독고구검은 무슨.”


그가 키득대며 말했다.


“혹시 있다 해도 껍데기 정도 존재하려나? 그런 거 별로 도움도 안 돼. 전설 속 검술이 병신이던 게 한두 가지도 아니고··· 동생아. 검마에 관한 소설책이라도 읽었냐?”


형의 말에 독고진은 한 번 굽혔다.


“부탁할게.”


지금의 독고진으로서는 아버지에게 인정받는다고 해도 가주만이 드나들 수 있는 비밀 서고의 출입을 허락받을 수 없다.

허나 독고정민은 다르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하여 세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야말로 환하게 빛나고 있는 별.

아무리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고지식한 아버지라도 셋째 형의 요청이라면 비밀 서고에 들여보내 줄 것이다.


독고진은 대충 둘러댔다.


“껍데기라도 보고 싶어서. 워낙 유명한 거잖아.”


하지만 독고정민은 본인이 시선이 향하는 곳 외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보통 옹고집이 아니다.


“됐다. 안 그래도 아버지가 갈수록 이것저것 시켜서 귀찮아 죽겠는데. 어휴······ 그런 부탁까지 하면 아버지는 나를 무조건 학관에 집어넣어 버리실 거다.”


독고정민의 나이대 후기지수들은 대부분 학관에 입학한다. 무공을 배우는 목적도 있지만, 미래의 인맥을 형성하는 데 두는 의미도 크다.


“으으······ 존나 싫어.”


무엇보다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독고정민으로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야! 너 무공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 있는 거 다 아는데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형한테 그거 하나 못 주냐!”


“흠.”


“흠-은 지랄! 아니 독고진, 임마. 형이 너 애기 때 똥기저귀도 갈아주고······, 어? ······, 또······.”


아무래도 안 먹히니까 감성과 추억 팔이라는 무기를 꺼내 드는 셋째 형.


어림도 없다.


“형이 언제 똥기저귀를 갈아 줬다고.”


“···.”


“같이 수련하자고 따라다니면서 뒤져라 팬 건 기억나긴 해.”


“그, 그건 무인 간의 정당한 대련······.”


“한살이나 어린 동생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패 죽여버리다니.”


“아니 죽이다니··· 너 살아 있잖아··· ”


“그럼 죽을까?”


“그,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아까는 한 살 밖에 라고······.”


“형이 뭘 알아. 가해자는 몰라.”


“······.”


늘 새롭고 신선한 자극에 목말라 있는 셋째 형이라면 독고구검이라는 말에 흥미를 가질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병신···까지는 아니고 적당히 취향에 맞는 말을 던져주면 냉큼 달려드는 멍청이라고 판단했건만. 인정한다. 내려치기가 심했나 보다.


그렇다면 노선을 바꾸어야겠지.


“형.”


“싫다니까 왜 자꾸 불러. 너 순순히 무공 안 주면 몰래 훔쳐 가는 수가 있다?”


“뭐. 그렇게 해 보던가.”


“어···?”


넷째 동생의 기세가 변했다.


“너······ 진이 맞냐···?”


까칠한 척하면서 사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넷째가 변했다. 하루아침에.


동생이 눈을 빤히 마주쳐 온다.


“그럼 뭐로 보이는데?”


“···.”


찐득찐득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베어 물고 광기 어린 눈알을 번들거리고 있는 악귀.


‘검귀劍鬼···.’


왠지 모를 검귀의 형상이 모이는 듯한 동생이 입을 열었다.


“형. 자신 있어?”


“뭘···?”


“나 재끼고 내 방 안에 들어갈 자신 말이야.”


독고진은 천재라는 부류를 잘 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장을 뛰게 할 동기 부여와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자극.


“자신 있으면 얼마든지 가져가 봐.”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냐?”


“혀가 기네.”


“···.”


독고정민의 몸짓에 권태와 여유가 사라지면 진중함이 베여 나온다.

그의 모습은 마치, 잘 벼려진 검 한 자루.

고작 열여섯의 나이로 신검합일身劍合一에 이른 천재의 기도.


천재 소년이 낮게 침잠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넷째 네가 제대로 무공을 익힌 적이 있던가?”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때.”


동생이 피식- 입꼬리를 들어 올린다.


“왜 이렇게 혀가 긴다 했더니. 자신 없구나?”


“하- 이 새끼.”


어이없음에 절로 코웃음을 친 독고정민이 근처의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들고 뻗어 내었다.


“내 삼 초식만 받아내도 네 부탁을 들어주마.”


삼 초식이라.


“약속했다?”


“그래.”


남아로 태어나 한 입 가지고 어찌 두 말을 할 텐가.


“야. 형이 선수 정도는 양보해 줄게.”


“정말이지?”


“그래. 얼마든지 들어······ 어어-”


순간 땅을 박찬 독고진은 가로막고 있는 나뭇가지 따위 그대로 꺾어 치워 버렸다.

이어서 독고정민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갈비뼈 사이 간장을 후려갈기고 숙여지는 턱에 그대로 주먹을 올려쳤다.

그리고는 휘청거리는 형의 아구창과 관자놀이를 차례로 연타하며 동공이 풀린 그를 그대로 바닥에 눕혀 주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연계에 이은 깔끔한 마무리였다.


“끄르르륵······.”


“형.”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쓰러져 거품을 물고 있는 천재 소년.


동생이 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방심했으면 다시 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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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비황성주. 24.06.16 699 19 17쪽
16 전설과 전설. 24.06.16 861 22 15쪽
15 죽음. +2 24.06.15 974 25 14쪽
14 비천검법. 24.06.14 955 23 14쪽
13 영웅. 24.06.13 1,023 25 15쪽
12 격살. 24.06.12 1,114 24 20쪽
11 불패의 별종. 24.06.11 1,182 25 14쪽
10 여의주. 24.06.10 1,213 24 16쪽
9 천인天人. 24.06.09 1,281 17 14쪽
8 전설. +1 24.06.08 1,362 18 15쪽
7 암계. 24.06.07 1,391 24 16쪽
6 동료. 24.06.06 1,459 20 14쪽
5 무림항설. 24.06.05 1,540 18 17쪽
» 천재와 천재. +2 24.06.04 1,655 19 18쪽
3 자유의지. +4 24.06.02 1,746 26 14쪽
2 돌아오다. +4 24.06.01 1,906 29 17쪽
1 멸문지화. +3 24.06.01 2,367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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