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킹슬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킹슬레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21:13
최근연재일 :
2024.06.16 23:0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2,721
추천수 :
386
글자수 :
120,709

작성
24.06.05 23:05
조회
1,539
추천
18
글자
17쪽

무림항설.

DUMMY




‘생각보다 허약하네.’


독고진은 손가락을 세워 셋째 형의 몸 여기저기를 쿡쿡 찔렀다.


혈도를 자극하여 정신을 차리게끔 한 것이다.


“커헉!”


“형. 정신이 좀 들어?”


“커허헉!”


“거, 참.”


촤아악!


바가지 가득 연못의 차가운 물을 퍼담아 얼굴에 뿌려 주었다.


“야, 야! 그, 만! 그만!”

“오, 역시.”


혈도는 무슨.


민간요법이 최고다.


“형. 괜찮아?”


턱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닦아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독고정민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뭐였지···?”


시야가 캄캄하게 변하기 전 상황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탁! 순식간에 다가선 동생이 검 대용 나뭇가지를 수수깡처럼 부러뜨리고는 옆구리에 한 대 턱에 퍼억! 아! 턱에 정타가 꽂히면서 균형 감각이···! 동시에 정신도 나갔구나! 그리고 그 다음은 관자놀이가 꿰뚫리는 충격과 함께 눈앞이 암전.


“허허······.”


이게 말이 되나? 내가 이따위로 당해? 이렇게나 무식한 막싸움으로? 그것도 넷째에게? 제대로 무공 익히는 걸 본 적도 없는데? 항상 어두컴컴한 방구석에 박혀 소설이나 보던 책벌레에게?


“허허허······.”


독고정민.

독고세가 삼남.

십육세.

별호: 잠룡.

대련 전적: 98승 1패.


물론 이 압도적인 승률은 기성세대의 무인이 아닌 비슷한 또래들 간의 승부만 기록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대륙 전역의 그 수많은 후기지수 중 상대가 없다는 뜻도 된다.


심지어 바로 위 독고세가의 차남 독고강석도 포함한 것이다.


사실 조금 전 동생과의 일은 비무도 아니라 전적에 넣지도 않을 일이었는데.


‘······2패네.’


독고정민은 승부에 있어서는 솔직한 무인.


동생에게 당한 것을 1패로 넣어 추가했다.


그것도 100번째 대련에서.


‘···.’


100번째 대련 상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 놨었다. 당연히 넷째 이놈은 아니다. 유일하게 1패를 안겨준 그 녀석과의 재대결이었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독고정민에게 동생이 다가섰다.


“형.”


“왜···.”


“아까 한 말 못 들었어?”


“아까?”


“못 들었구나.”


하긴. 정신을 뒤흔들만한 급소란 급소. 간, 턱, 관자놀이 등. 전부 정타로 들어갔으니.


독고진은 마지막에 했던 말을 그대로 읊어주었다.


“형이 방심해서 당한 거라면-”


“···?”


“다시 붙어도 돼.”


“···!”


천연덕스러운 동생의 말에 독고정민의 자존심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이 새끼···.’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런 잔인한 말을 할 수가 있지···?


독고정민의 자존심이 외쳤다.


─찐따 같이 굴지 말고 그냥 인정해!


하지만 십육세에 잠룡이라 불리는 최고 최강의 후기지수 독고정민.


자존심의 외침을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방심하긴 했지.”


형을 후드려 팬 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번에 형이 방심도 실력이라며?”


“그···!”


과거의 자신에게 공격당한 독고정민은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무림에서는 매 순간이 변수라고 할 수 있어. 항상 바뀌는 상황이라는 게 있다는 거야.”


“그게 방심이랑 무슨 상관인데?”


동생이 하는 모든 말들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폐부를 찌른다.


독고정민은 더 이상의 자기방어를 포기했다.


“······방심 안 할 테니까 한 번 더 붙어. 진짜 안 할게···.”


“좋아.”


독고진이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이번에도 선공 양보해 주는 건가?”


독고정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삼 초를 버티면 어쩌고 그거는?”


“······그런 거 없이 그냥 하자.”


“알았어.”


이미 몸과 마음 전부가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된 독고정민은.


스윽─


진검을 빼어 들었다.


동생에 대한 원한이 아닌, 동생을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진지하게 상대한다는 뜻이다.


독고진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왜 아까처럼 나뭇가지 안 들고?”


독고정민은 동생의 한 마디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손에 안 맞는 거 같아서.”


“그래?”


그리고.


척-


“···!”


“오. 나름 괜찮은데.”


이번에는 독고진이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생이 하는 꼴을 본 독고정민의 표정에 불쾌감이 서렸다.


“······야. 장난하는 거 아니다.”


“난 장난한 적 없는데.”


“검 들어.”


“지금 나한텐 이게 검이야.”


“뭐···?”


동생의 말에 독고정민의 머릿속에 어떤 빛이 번뜩이며 스쳐 지나갔다.


‘아-’


조금 전 자신 또한 나뭇가지를 검으로 여겨 들지 않았나.

물론 동생은 낮게 얕잡아 봐서인 것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순수하게 그리 생각한 것도 분명 있다.

무기란 팔의 연장선.

지닌 바를 조금 더 풍부하게 표현하고자 쓰는 도구.

지겹도록 들었고, 몸소 깨달은 뒤 잡아 오고 있던 게 아닌가.


‘하하···.’


자존심을 외면하며 바닥까지 추락한 자존감과 걸레짝이 되어 구멍이 숭숭 난 듯했던 그의 기세가 일변했다.

깨달음.

동생의 말에 스스로 해왔던 것을 자각하며 벌어진 상처에 확신이라는 연고를 바른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독고진이 감탄성을 내었다.


“호오-”


역시 천재란 족속들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고작 말 한마디에 현재의 약점을 극복할 깨달음을 얻다니.


‘불공평하군.’


저 인간들은 뒷간에서 똥 싸다가도 힘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순간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는 족속들이다.


독고진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번 느끼고는 투덜대면서 셋째 형의 무아지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화아악─


흐릿했던 조금 전과 달리 동공에 씌워진 명정明正한 빛과 함께 독고정민이 눈을 떴다.


“후-”


긴 숨과 함께 탁기를 내뿜는다.


“고맙다.”


독고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는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럼 다시 시작한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독고정민은 전과 달리 그저 피식 웃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래.”


지금의 느낌이라면 하늘을 산산조각내고 밀려드는 해일마저 반으로 가를 수 있을 것 같다···!


팟!


깨달음을 얻은 독고정민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과 같이 돌진하는 독고진.


깡!


독고진의 손에 들린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절세의 보검이라도 된 듯, 막아서는 잠룡의 검을 가볍게 치워버린다.


“···!”


독고정민은 순식간에 자신의 영역을 뚫고 코앞까지 다가온 동생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전투에 돌입하자마자 바뀌는 기세. 피가 배여 나올 것 같은 아찔한 살기. 진득한 혈향.


‘검귀劍鬼···.’


독고진의 나뭇가지가 잠룡의 명치를 찌르고 버티지 못한 허리가 숙여지자 드러난 정수리를 그대로 내리 찍었다.


“끄르르륵······.”


깨달음을 얻고 그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첫 번째와는 달리 뒤로 넘어가며 기절하기 전 생각 한 줄 정도는 떠올릴 여유가 있었다.


‘시발···.’


독고정민은 시야 가득 들어오는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보며 눈을 감았다.


‘진짜 너무하네······.’


***


쓰러졌던 독고정민이 정신을 차리고.


“형. 이번에도 방심했어?”


···악마 같은 새끼.


독고정민은 동생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터덜터덜 뒤돌아섰다.


“······간다.”


독고진이 떠나려는 독고정민을 붙잡으려 하자 그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약속은 지킨다. 독고구검인지 개좆십팔검인지 아버지께 부탁해볼게.”


“아버지한테 독고구검 가지고 나온다는 말 같은 건 하면 안 돼.”


“비밀이라고?”


“응. 형한테만 말하는 거야.”


“···.”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넷째가 우리들만의 비밀을 제안하자 뭔가 마음이 풀리는 셋째였다.


“새끼. 알았다.”


“그리고 비급 제목은 독고구검이 아니야.”


“그럼?”


독고진은 검마 독고패가 편지에 남긴 말을 떠올렸다.


무림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엮은 서책.


─무림항설武林巷說.


“엥? 그게 뭔···.”


이것이 독고패가 남긴 독고구검의 진본이었다.


***


방으로 돌아온 독고진은 아주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셋째 형 독고정민과의 만남.


대충 잘 마무리되긴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영혼에 새겨진 정신 질환 중 하나인 대인기피증이 미쳐 날뛰려 한 것을 겨우 참아낸 것이다.


처음에는 독고정민의 천재성과 실력을 천천히 파악해 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금이 저리고 심장이 조여옴을 느꼈다.


그래서 두 번의 대련 모두 빨리 끝낸 것도 있다.


“아쉽네.”


셋째 형 같은 하늘이 내린 천재 같은 족속을 제대로 연구해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뭐. 시간은 있으니까.”


그래도 독고진은 셋째 형과의 만남에서 스스로가 달라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난향이를 제외하고는 타인과 이렇게나 오래 함께 자리하고 있었던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마 계기가 된 것은 2번째 삶의 마지막 부분.


멸문지화의 참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평생 머물던 방구석을 불태운 뒤 흉수들을 쫓아 무림을 샅샅이 뒤졌던 그 1년.


모든 것을 내던지고 살육 기계가 되어 가로막는 적들의 목을 베고 사지를 잘랐던, 검귀劍鬼라 불렸던 그 1년.


단 한순간도 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추적에 도움이 될 만한 온갖 사람을 만나고 다녔던 그 1년.


그리고 바라 마지않았던 또 한 번의 삶.


“······확실히 나아지긴 했네.”


여러 요소가 겹쳐서인지. 하늘이 세 번째 삶을 선사해 주면서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준 것인지. 아니면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괜찮아진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이 나아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바.


독고진은 미래 계획에 관한 활동 반경을 대폭 넓혔다.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람과 얼굴을 맞댈 수 있게 되었다.

사람과 대면한 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독고진의 인생에 있어 그 무엇보다도 엄청난 변혁이다.


아닌 척, 괜찮은 척, 원래 그런 척, 혼자가 좋은 척 외면하고 있었지만, 그토록 바라 마지않았다.


평범하고 웃고, 짜증 내고, 화내고, 울고, 대화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그런 평범함을 누리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세 번째 삶.

드디어 그리되었다.


대한민국에서 30년.

다시 태어난 무림에서 30년.


60년이 걸렸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니, 처음부터 그랬기에 애초에 희망조차 갖고 있지 않았는데.


“하하···.”


재밌었다.


사람과의 대화가, 굳이 끊어 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가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물론 여전히 조금 피곤하긴 했다.


방 밖으로 나서는 것도, 얼굴을 직접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한참이나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얼른 방에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할 만했다.


이전에는 반드시 돌아와야 숨을 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돌아와서 푹신한 침상에 눕고 싶을 뿐이지 밖에 있는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자 인간 자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똑똑─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


“공자님. 저요. 난향이.”


“안돼. 돌아가.”


저도 모르게 당연히 축객령이 튀어 나왔다. 혼자 있고 싶다. 하루 중 혼자 있어야 할 필수 시간이 있는데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 역시나 이건 영혼에 새겨진 상처가 아닌, 본능인가보다.


“공자님!”


독고진은 아침 햇볕을 가져줄 소중한 암막 천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주전자 속 물의 양까지 확인한 뒤 부드러운 비단 솜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린 후 팔을 뻗어 근처에 둔 소설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도 확인 안 했다. 무슨 책인지 당연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었을 뿐. 방구석 책돌이에겐 기본 소양이다.


‘무림항설도 빨리 보고 싶은데.’


이제 남은 일은 머리맡에 둔 귀마개를 끼는 것뿐.


“이거지.”


포근한 이불 속에서 마무리하는 3회차 활자중독자의 하루.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공자님! 가주님께서······.”


망막에 새겨지는 글자들의 향연과 함께 스르륵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독고세가의 가주 독고문환.


그는 아들이 방문을 기꺼이 반겼다.


‘이 녀석이 웬일이지.’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불패의 잠룡이라는 별호까지 얻은 셋째 아들 독고정민.


이미 둘째는 뛰어넘었고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 녀석.


무뚝뚝한 성격 탓에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보고 있기만 해도 흐뭇하다.


하지만 요새는 조금 걱정하기도 했다.


급격하게 수직 곡선을 그리던 셋째의 성장이 점차 꺾이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두각을 보였던 천재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재능이 사그라드는 경우는 꽤나 흔하다.


독고문환은 셋째 아들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세가의 진심 전력을 다해 독고정민을 밀어주고 있었는데.


“······천화서고에 들어가고 싶다고?”


“예.”


예로부터 독고세가의 가주만이 드나들 수 있는 비밀 장소인 천화서고.

천화서고는 독고세가의 역사, 무공 비급, 기밀 장부 등 가문의 모든 것이 보관되어 있는 최고 등급의 금지禁地다.

독고세가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가문.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고, 가주인 독고문환 조차 천화서고에 어떤 보물이 잠들어 있을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독고정민이 평소와 달리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최근에 작은 깨달음이 있어서.”


“···!”


셋째의 말에 독고문환은 감탄했다. 어쩐지 기도가 달라 보이더라니. 조금씩 혼탁해 지고 있던 것이 샘물이라도 마신 듯 맑아졌지 않나.


‘음···.’


독고문환은 고민했다. 그는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자. 가문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중심을 지켜야 하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셋째 이 녀석이라면···.


첫째는 더없이 훌륭한 가주감이지만 무공에 대한 재능도 그렇고 별다른 뜻도 없다.


둘째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욕심 없이 우직하고 단단하기만 하여 답답할 때가 있다.


그리고 셋째.


수십 년간 무림을 활보하며 봐 왔던 수많은 재능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하늘이 내린 천재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가문의 부흥을 이끌 수 있는 녀석이라는 거다.


‘넷째는···.’


난향이가 가져온 넷째가 만들었다는 무공 비급. 믿기 힘든 말이고 검증도 필요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그럴듯하다.


이건 나중 얘기고.


‘후···.’


독고문환은 표정에서부터 드러나는 모종의 결심을 한 것 같은 셋째 아들을 위해 그동안 고수해 오던 원칙을 깨기로 마음먹었다.

세기의 천재로 태어났으나 그 재능에 비해 노력이 부족했던 셋째다.

무엇이든 쉽게 익혔던 탓이다.

그런 셋째가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건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좋다. 천화서고 출입을 허가하마.”


단, 조건이 있다.


“한 권만이다. 그 무엇이든 좋으나, 한 권만 들고나올 수 있다.”


타협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이다.


본래는 스무 살이 되는 해 오직 한 번만 허가되는 가문의 전통이었으나,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다녀오겠습니다.”


허락을 받은 독고정민이 천화서고로 향했다.


딱딱한 표정으로 기대감 어린 속내를 감추며 기다렸다.


똑딱똑딱.


기대에 차 두근대는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법이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셋째가 나왔다.


독고문환의 눈동자가 셋째의 손에 들린 책자를 확인했다.


“···?”


책자의 제목은.


무림항설武林巷說.


토끼와 거북이, 여우와 사슴이 풀밭 위에서 평화로이 노니는 풍경이 그려져 있는 표지였다.


독고문환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비황성주. 24.06.16 699 19 17쪽
16 전설과 전설. 24.06.16 859 22 15쪽
15 죽음. +2 24.06.15 973 25 14쪽
14 비천검법. 24.06.14 955 23 14쪽
13 영웅. 24.06.13 1,023 25 15쪽
12 격살. 24.06.12 1,113 24 20쪽
11 불패의 별종. 24.06.11 1,182 25 14쪽
10 여의주. 24.06.10 1,213 24 16쪽
9 천인天人. 24.06.09 1,281 17 14쪽
8 전설. +1 24.06.08 1,362 18 15쪽
7 암계. 24.06.07 1,391 24 16쪽
6 동료. 24.06.06 1,458 20 14쪽
» 무림항설. 24.06.05 1,540 18 17쪽
4 천재와 천재. +2 24.06.04 1,654 19 18쪽
3 자유의지. +4 24.06.02 1,746 26 14쪽
2 돌아오다. +4 24.06.01 1,906 29 17쪽
1 멸문지화. +3 24.06.01 2,367 2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