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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슬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킹슬레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21:13
최근연재일 :
2024.06.16 23:0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2,729
추천수 :
386
글자수 :
120,709

작성
24.06.08 23:05
조회
1,362
추천
18
글자
15쪽

전설.

DUMMY



셋째 형.


잠룡 독고정민.


독고진이 죽기 직전까지 본 최고의 재능 중 하나.


흥미를 잃지 않고 그대로 무공에 매진했다면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을까.


“저잣거리에서 도전자를 받아 무한 대련을 해달라고?”


천외천이 섭혼음마를 내세운 소한지계는 대체로 뛰어난 후기지수들을 대상으로 세뇌와 암시를 건다.


전대의 마두 섭혼음마는 저 더러운 별호처럼 사람의 마음을 홀리고 조종하는 사술에 특화된 괴인.


개 같은 버릇을 버리지 못해 명문가의 부인을 건드리다 무림 공적이 되어 도주하던 중 종적을 감췄는데, 천외천이 놈을 거두어 이용해 먹고 있던 것이다.


천외천은 섭혼음마의 능력을, 섭혼음마는 천외천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먹는 관계.


수백 년간의 노하우로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다루는데 이골이 난 천외천이 섭혼음마의 목에 걸어 둔 개목걸이자 당근.


이후 섭혼음마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독고진이 25살이 되는 해에 무림에 거대한 분란을 일으킨다.


제 버릇 남 못 주고 또다시 유부녀를 꼬셔낸 것이다.


그것도 여러 명.


더 큰 문제는 그들 모두가 정파, 사파의 이름난 문파였다는 것.


비밀로 하려는 다툼이 얽히고설키며 점차 부피를 키워가며 거대한 눈덩이가 되었고, 이윽고 전쟁이라는 거대한 혈풍을 불러 일으켰다.


불신의 미망 아래 터져 나온 대참사.


섭혼음마라는 작은 불씨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은 무림을 뒤흔드는 피의 폭풍이 되어 향후 최소 수십 년은 치유하기 힘든 깊은 불신의 골을 만들어 낸다.


그 뒤 5년 후.


짐승보다 못한 발정기를 참지 못하고 또다시 무림사에 등장. 하나의 마을을 통째로 사술에 물들여 대량 학살과 시간을 자행하던 도중 독고진을 만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런 놈이 현재 이 근방에서 천외천의 개가 되어 소한지계라 하여 후기지수들에게 세뇌와 암시를 걸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잡아 죽여야겠지.’


악의 근원을 초장부터 제거할 수 있는 기회인데 지나칠 이유가 없다.


놈의 목표물은 언젠가 천외천이 시행할 대계에 이용할 수 있을 만한 후기지수들.


뛰어난 후기지수일수록 더더욱 좋다.


암시가 먹히지 않아도 상관없다.


10명 중 두세 명에게만 통해도 성공인 것이 소한지계다.


그런 소한지계에.


“아 진짜 싫다고.”


잠룡이라는 별호를 얻은 셋째 형을 밀어 넣으려 하는 것이다.


“무공 하나 준다니까?”


“······그래도 싫어.”


전에는 잘 넘어왔으면서 왜 이래?


셋째 형 정도면 섭혼음마가 침을 줄줄 흘리며 달려들 만하지 않겠나.


그 작전이 저잣거리로 나가서 행하는 무한 대련.


무한 대련의 종료일은? 섭혼음마가 형에게 접근하는 것을 포착할 때까지.


단순해 보이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작전이 없다.


섭혼음마는 아무리 천외천의 그늘이 있었더라도 수십 년간 천인공노할 짓거리들을 하고도 살아남은 마두.


눈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여우다.


여우를 잡으려면 달콤한 포도가 필요한 법.


“형은 포도야.”


“뭔 소리야?”


놈은 결코 잠룡이라는 치명적인 유혹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광대짓은 사절이다.”


괜찮은 비급 하나 준다 해도 거절하다니.


‘갑자기 왜 이래?’


그때 너무 심하게 다뤘나 싶기도 하고.


독고진은 까다로운 셋째 형을 설득하기 위해 다른 수를 꺼내 들었다.


“한 수 가르쳐 줄게.”


“······한 수?”


선불.


혹은 계약금.


먼저 준다는 데 거절하지는 않겠지.


“연무장으로 가자.”


“······그래. 일단 가보자.”


***


독고정민은 한 수 가르쳐 준다는 동생 놈의 말에 기가 찰 지경이었다.


‘진짜 그 정도였나···?’


넷째 독고진과의 대련.


솔직히 인정한다.


개발렸다.


그것도 재대결까지 해서 두 번씩이나.


하지만 독고정민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동생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것은 확실히 봤다.


헌데 그것은 새로운 무공을 창안해 내는 대종사의 자질.


조금 다르지 않나 했더니.


‘······나와 비슷한 부류인가?’


독고정민은 무공을 익히고 체화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근데, 독고진 저 녀석도? 그동안 철저하게 숨고 있던건가?


그래. 숨겼을 수는 있다. 독고진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에 들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무위라니?


자신을 완전히 압도할 정도면 후기지수 수준이 아니다.


‘그게 가능한가?’


그래서 완패했다는 것을 인정함에도 여전히 가슴 속 한켠이 찜찜했다.


인정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뭔가, 뭔가가 좀 그랬다.


그러던 와중에.


“한 수를 가르쳐 준다라······.”


저잣거리에서 광대짓인지 뭔지는 관심 없고, 그래서 일단 연무장으로 따라 나왔다.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호기심.


그놈의 호기심이 잠룡이라는 천재를 자극했다.


독고진이 말했다.


“딱 한 수로 된 초식이야.”


“무공 이름이 뭔데?”


“그건 나중에 가르쳐 줄게.”


알려주면 왠지 싫어할 거 같아서 일단 감췄다.


“그냥 보여줄까? 아니면, 형이 직접 받아 볼래?”


독고진은 독고정민 같은 사람을 잘 알고 있다.


천재라는 족속은 자극과 호기심, 그리고 도발에 아주 취약하다.


당연히.


“······덤벼봐.”


직접 받겠지.


역시다.


그리고 반복되는 자극과 도발은 천재의 흥을 더욱 돋운다.


“나뭇가지로? 목검?”


“···.”


다른 놈이 이딴 소리를 해댔다면 당장 달려들어서 정수리를 후려갈겼을 것이다.


하지만··· 저 녀석이 이러니 할 말이 없다.


“······진검. 이 새끼야.”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지만,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알았어.”


과한 도발은 독이다.

독고진은 이 정도면 됐다하여 더 이상 형을 자극하지 않고 연무장에 비치된 진검을 빼어 들었다.


“준비됐어?”


“당연하지. 시작이나 해.”


스걱─


독고정민의 상의 앞섶이 잘려나갔다.


동생이 말했다.


“형. 또 방심했어?”


“···.”


세 번째 패배였다.


그리고.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卯劍勢.


독고진이 펼친 한 수였다.


세 번째 삶을 사는 후인에 의해 군림천하의 길을 걷던 검마 독고패의 진신절학이 백수십 여년 만에 다시금 세상에 출현하는 순간이었다.



***



‘호오···.’


꽤나, 아니 굉장히 쓸만하다.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卯劍勢.


무림항설에 실려있던 검마 독고패의 독고구검.


독고진 또한 처음 시전해 보는 것이었다.


무림항설에 적혀있는 구결을 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돌려봤었는데.


‘괜찮네.’


검마 독고패가 무림항설에 그려 놓은 그림.


짧고 뭉툭한 토끼가 자기 키보다 더 큰 검을 비켜 매고 있는 모양새.


묘검세는 찰나의 단 한순간을 노린, 발도술이었다.


발도술이라는 것은 일격에 승부를 볼 수도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지만 단점도 많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뒤가 없다는 것.


일격에 모든 힘을 쏟기 때문에 막혀버리는 순간 뒤에 벌어질 참상은, 쉽지 않다.


검마 독고패가 만든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는 그러한 발도술.


토끼가 뛰어오르는 형상처럼 일순간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적이 반응하기도 전에 막을 수 없는 참격을 가하는 단 1초식으로 이루어진 검술이다.


수비를 완전히 도외시한 공격.


공격이 최선의 수비.


수비를 할 바엔 먼저 공격해서 상대를 수비하게 만든다는.


선발제인先發制人, 선즉제인先則制人의 수.


하지만.


‘흠.’


독고진이 느끼기에 조금 모호한 감이 있었다.


전설의 무공이라기에는 뭔가 애매하고 어설픈 느낌.


묘검세에 대한 고찰을 이어가던 독고진이 다시 검을 비켜 잡았다.


“형.”


“어···?”


“방심한 거지?”


“아ㄴ······.”


“그러니까 한 번 더 해보자.”


“······.”


이런 건 혼자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 수 없다.


실전처럼 받아 줄 상대가 필요하다.


“똑같이 갈 거니까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똑바로 차리고 있었는데···.


독고정민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그래.”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


군림천하의 시작을 알렸던 그 전설의 검법이 다시 한번 미래에서 온 후인에 의해 펼쳐 졌고.


“흡!”


까앙!


또 다른 후인에 의해 막혔다.


“큭···!”


묘검세를 막은 독고정민의 찢어진 손아귀에서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독고정민은 조금 전과 같은 일격을 날린 후 또다시 생각에 잠긴 동생을 보며 생각했다.


‘엄청난 힘···.’


또래들 보다 작고 왜소한 동생이다. 근데 이런 거력이라니?


‘검법의 힘인가?’


맞는 것도, 아닌 것도.


같은 수라 하여 이미 본 것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막아내긴 했는데.


‘이 녀석······ 대체 정체가 뭐지?’


독고정민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역시.’


독고진은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미완성된 느낌.

여지가 있는 듯한.


잘못 만들었다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발도술은 맞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뿐.


딱히 더 특별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평범한 발도술일 뿐이다.


단, 특이한 점이라면.


‘응용의 여지가 많다.’


발가락 끝부터 손끝, 그리고 검 끝까지.


전신의 힘을 완전히 쥐어짜내 뒤 없는 단 하나의 참격을 날리는 게 보통의 발도술이다.


하지만 묘검세는 조금 달랐다.


발가락 끝 한푼, 손끝 한푼, 검끝 한푼.


조금씩의 힘을 남겨 두었다.


어설프게 느껴진 이유였다.


‘이러니 파괴력이 약해질 수밖에.’


발도술의 목적이자 매력은 일격필살一擊必殺.


한계까지 쥐어 짜낸 힘으로 단숨에 적을 참살하는 단 한 번의 공격.


제대로 된 발도술이었다면 셋째 형의 몸은 사과처럼 쪼개져 좌우로 나뉘어져 있었을 터.


“왜,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사람 반으로 쪼갤 것처럼···.”


“안 쪼개. 지금은.”


“···?!”


대신 힘을 조금 뺀 만큼 뒤를 대비할 수 있는 응용의 여지가 있는데.


‘이럴 거면 발도술을 왜 만들었지?’


굳이 말이다.


검마 독고패는 군림천하하며 천하를 오시했던 위대한 무인.


분명 그 뜻이 있을 터.


대종사의 재능.


무공을 연구하고 개발, 해체하는 것이 특기이자 취미인 독고진으로서는 의욕이 샘솟을 수밖에 없다.


“형. 손은 괜찮아?”


독고정민은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바닥을 지혈하며 말했다.


“그래. 이 정도야.”


“그럼 한 번 더 해보자.”


“아니. 안 괜찮아.”


“간다.”


“야, 야!”


슈칵!


까앙!


또 막혔다.


두 번째보다 더 쉽게 막혔다.


단 하나의 공격에 모든 것을 쏟는 발도술의 단점이기도 하고, 무공에 관한 것이라면 한두 번 훑으면 금세 익숙해지는 독고정민의 천재성이기도 했다.


“어때. 막을 만해?”


형의 손이 저녁노을처럼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미친놈아! 뒤질 뻔했잖아.”


독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을 만했구나. 저 정도 상처는 무인에게 있어 일상 같은 것.


괜찮다.


“안 괜찮다고···.”


“한 번 더 간다.”


발도拔刀, 그리고 발검拔劍.


검을 빼어드는 그대로 전력을 다해 날리는 참격.


하지만 전력에서 한 푼이 모자라 파괴력은 약해졌다지만 응용의 여지가 있는 묘검세.


‘그렇다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까앙!


“야! 자, 잠깐!”


사선으로.


“진짜 죽을 뻔······.”


위에서 아래로.


“또라이 새······.”


아래에서 위로.


“개새끼야!”


그리고 알았다.


‘잘못 만든 게 아니구나.’


때와 상황에 따라 무한하게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특이한 발도술.


독고구검 제1초 묘검세는 아주 불친절한, 불확실한 상황을 자신의 영역으로 물들일 수 있는 천재를 위한 무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웬만해서는 입문도 못 하겠군.’


한 가지 더.


‘두 번째와 연계도 해야 하고.’


제2초 귀검세까지 이어져야 한다.


독고진은 가문의 조상님, 검마 독고패를 떠올렸다.


‘얼마나 대단한 재능이었을까.’


웬만한 재능으로는 익힐 수 없는 천재를 위한 무공이다.


“야이······”


눈앞에 있는 셋째 형 잠룡 독고정민 같은 사람을 위한.


독고진은 앓는 소리를 하고 있는 셋째 형을 보며 말했다.


“형. 이거 알려 줄게. 배워보자.”


“미친놈이······ 어? 진짜···?”


“응. 어때?”


독고정민이 순식간에 화를 가라앉히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야 좋지.”


“대신 내가 한 부탁 들어주는 거다?”


“···저잣거리로 나가 도전자 받으면서 대련하라는 거?”


“응.”


“아니. 물어나 보자. 대체 그런 건 왜?”


독고진에게는 제대로 된 이유를 대기 힘들거나 대답이 궁색할 때 쓰는 필살의 답변이 있다.


“연구할 게 있어서.”


“···무공에 관한 거냐?”


“당연하지.”


섭혼음마 놈의 사술 또한 봐야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쩍쩍 갈라진 채 선혈이 흐르는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바라보던 독고정민이 입을 열었다.


“······그래. 좋아. 해보지 뭐.”


그렇게 두 사람의 극적 합의가 성사되었다.


***


며칠 후.

저잣거리로 나선 독고정민과 독고진.


독고정민은 민망함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야, 동생아······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위풍당당한 글자가 새겨진 깃발 옆의 두 사람.


독고진은 첫 번째 삶에서 배운 바가 있다.


어그로를 끄려면 제대로 끌라고.


이 정도면 되겠지.


“응. 괜찮아.”


“아니, 내가 안 괜찮다고···.”


깃발에 새겨진 것은 백여 년 전 검마 독고패가 어깨에 걸치고 중원 전역을 누비고 다녔던─


군림천하君臨天下.


그 네 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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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비황성주. 24.06.16 700 19 17쪽
16 전설과 전설. 24.06.16 861 22 15쪽
15 죽음. +2 24.06.15 974 25 14쪽
14 비천검법. 24.06.14 955 23 14쪽
13 영웅. 24.06.13 1,023 25 15쪽
12 격살. 24.06.12 1,114 24 20쪽
11 불패의 별종. 24.06.11 1,182 25 14쪽
10 여의주. 24.06.10 1,213 24 16쪽
9 천인天人. 24.06.09 1,281 17 14쪽
» 전설. +1 24.06.08 1,363 18 15쪽
7 암계. 24.06.07 1,391 24 16쪽
6 동료. 24.06.06 1,459 20 14쪽
5 무림항설. 24.06.05 1,540 18 17쪽
4 천재와 천재. +2 24.06.04 1,655 19 18쪽
3 자유의지. +4 24.06.02 1,746 26 14쪽
2 돌아오다. +4 24.06.01 1,906 29 17쪽
1 멸문지화. +3 24.06.01 2,367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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