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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슬레이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킹슬레이
작품등록일 :
2024.06.01 21:13
최근연재일 :
2024.06.16 23:0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2,917
추천수 :
386
글자수 :
120,709

작성
24.06.15 23:05
조회
986
추천
25
글자
14쪽

죽음.

DUMMY



비황성의 주인.


천하제일天下第一 비황성주.


천하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자, 천하에서 가장 고귀한 눈동자를 지닌 여인.


금안金眼.


중원을 지배하는 대명제국의 황실 적통과 비황성주 같은 일부만이 지니고 있다는 위대한 혈통의 증거.


지배자의 증명.


황금빛 눈동자를 지닌 그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하며 영생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간다고 한다.


비황성주가 그 증거다.


비황성이 건립된 것은 수백 년 전.


단 한 번도 성주가 바뀐 적이 없다.


수백 년간 비황성주는 오직 단 한 명뿐이었다.


중원에 존재하는 모든 이의 존경과 경외, 두려움 혹은 또 다른 감정의 대상이 되었던 존재.


“성주님! 성주님의 부름이라니─!”


독고진의 방에 들어와 청소를 하던 난향이가 잔뜩 호들갑을 떨고 있다.


독고진은 침상에 누워 무림항설을 읽으며 말했다.


“조용히 좀 해.”


“공자님! 무려 그 비황성주님이라구요!”


“어떤 비황성주님인데?”


난향이는 두 손을 그러 모은 채 순정 만화 소녀의 눈동자가 되어 비황성주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든 눈동자,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


괜히 심술이 난 독고진이 딴지를 걸었다.


“좋은 화장품을 쓰겠지.”


난향이는 가볍게 무시하며 찬양을 이어갔다.


“함께 있다면 청초한 꽃잎 향이 물씬 풍긴다는-”


“비싼 향수를 쓰겠-”


“길쭉하고 가느다란 손은 그야말로 섬섬옥수-”


“옥수수-”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무공은 천계의 대라신선이라는 구천현녀님은 연상케 한다 하고-”


이렇듯 입황성주는 뭇 여인들의 우상이기도 했다. 신성시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기도 가장 존귀하고 위대한 역사를 가진 존재.


청소를 마친 난향이가 단단한 결의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실수하시면 안 되니 제가 예법을 알려 드릴게요.”



***



늦봄의 마지막을 고별하는 굵은 줄기의 소낙비가 옥빛 정원의 생기를 더하고 있는 그 시각.


“가주님! 동문 야장거리 대장장이들의 납품 제의가······!”


“상인 연합에서 공식적으로 방문 요청을······!”


“표국 연맹에서 세가의 제자 파견을······!”


독고세가 대부분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총관부 또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생기를 띠고 있다.


“대총관님 인력··· 인력이 부족합니다!”


총관수의 수장이자 독고세가의 대총관, 가주 독고문환의 심복 곽철수가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른 부처에 인력 요청을 해 보시게.”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밤에도 등불을 밝혀야겠지.”


“대총관님···!”


당당히 야근을 명하는 곽철수를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그들을 향해.


“잘 버티면 이번 달은 급여의 두 배를 지급하지.”


“······!”


“우오오오오!”


반역의 불씨를 가볍게 진압한 곽철수가 산더미 같은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고 있는 가주 독고문환을 향해 다가섰다.


“가주님.”


“말씀하시게.”

“인력이 부족합니다.”


당금의 독고세가는 그저 바쁜 것을 떠나 역대급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그 원인은 역시나 독고세가의 삼남.


잠룡 독고정민.


군림천하라는 깃발 아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제한 비무행이라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선 그.


결과도 파격적이었다.


무림 최고, 최강의 재능이라는 천인 지훈학과의 화끈한 무승부.


천인 지훈학 다음가는 후기지수라 평가받는 창천신룡 남궁혁과의 멋진 승부.


그리고 써 내려간 무패, 불패의 전적.


그것만 해도 비황성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무림공적 섭혼음마.


무림맹의 천라지망을 유유히 뚫고 사라진 전대의 거마.


놈을 단 한 수에 격살했단다.


믿지 않을 수도 없다.


독고세가의 잠룡 독고정민이 섭혼음마를 참수하는 광경을 바로 코앞에서 목격한 이가 수백을 넘어가고 굴러다니는 섭혼음마의 모가지를 본 이가 물경 수천을 훌쩍 뛰어넘는다.


─독고세가의 잠룡이 섭혼음마의 목을 베었다!


그 모든 행적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인력이 부족합니다.”


비황성 전역의 온갖 계열, 다양한 계층에서 독고세가에 대한 협력, 제휴 문의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축하할 일이던가.”


“물론이지요. 가주님 대에 터져 나온 경사이자 홍복 아니겠습니까.”


독고세가라는 이름의 평판과 세간의 긍정적인 인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에 모두들 인력 부족과 업무 지옥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독고세가의 일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영혼을 갈아 넣고 있다.


“가주님께서 쌓아 놓으신 공덕이 돌아온게지요.”


독고세가를 위해 일하는 모두가 한껏 들떠있다. 예로부터 인망이 깊었던 가주의 덕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다들.”


독고문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탄탄한 내력이 실린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 있는 듯 묵직하게 들려온다.


“잠시 들으시게.”


단숨에 좌중을 휘어잡는다.


“하나 확실히 하도록 하지.”


오로지 그의 목소리만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듣기 달콤한 말에는 독이 심겨 있는 법이지. 아. 자네들을 탓하는 건 아닐세. 대상이 잘못 되었다는게지.”


독고세가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리되어서도 안 된다. 한 사람의 등에만 모든 것이 매여 있다면, 종국에는 무너질 뿐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전부 셋째와─”

셋째 잠룡 독고정민. 그를 불렀을 때 들었다.


‘넷째가 시키는 대로 했다라···.’


독고정민은 엄청난 재능을 지닌 무인이지만, 앞에서 누군가를 이끌어나갈 재목은 아니다.


그래서 동시에 언급했다.


“넷째. 그 두 녀석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지.”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특히나 넷째 독고진.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넷째를 한심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잘 안다.


직계 혈족임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방구석에 쳐박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얼마나 못나면 그러는지, 장애가 있는지, 배부름으로 인한 게으름인지, 병신인지.


쉬쉬하고 있지만 소문이 무성하다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넷째를 안타깝게 여기던 자신조차 한 번씩 그런 마음이 치밀어 오르던 것을.


헌데, 바뀌었다.


이유는 모른다.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위화감이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


의심이 들어 불러서 마주했고,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묻지도 않았지만, 다가오는 느낌으로 아들임을 확인했다.


기회가 왔다.


뒤에서 병신 취급당하고 있던 넷째의 평판을 뒤집을 기회.


“최근에 입수한 일류급 이상의 비급. 파운권, 섬전비, 천리호음, 낙영검법, 부동심공······”


여기에 능히 절정의 검공이라 칭할만한.


“비천검법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모든 것을 만든이가 넷째라고.


모두가 경악한다.


명분 또한 확실하다.


그가 방구석에 박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


대종사의 재능.


무공 창안에 재능과 흥미가 있어 연구개발에 몰두하느라 제대로 끼니 챙길 시간도 없이 매진한 것이다.


총관부 근무자들은 넷째 공자 독고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십오세임에도 또래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아서 이제 고작 열 살을 겨우 넘긴 듯한 그.


저마다의 상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독고문환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수십의 눈동자를 쭈욱 훑었다.


“그 두 녀석의 활약과, 자네들의 공이지.”


공을 돌린다. 그들은 적어도 10년 이상 독고세가에 충성하고 있는 인재들.


“자네들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아들들이 활약하여 만들어낸 소문이 이렇게까지 크게 퍼지지는 않았을걸세.”


그들은 이미 독고정민이 천인 지훈학과 무승부를 이뤄냈던 그 순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잡이를 고용하여 소문에 날개를 달았고, 남문의 저잣거리로 화제가 집중되도록 개방과 하오문에게 거액을 쥐여주었다.


투자였고, 그 투자는 대성공을 거뒀다.


총관부의 야근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이 밝힌 자정이 아들들의 정오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독고문환은 곽철수가 약속한 월봉의 두 배 이외에도 따로 금일봉을 약속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던 분위기를 더욱 고취 시켰다.


후끈한 고양감이 총관부의 공기를 덥히는 지금.


“세력을 확장한다.”


때가 왔다.


기회가 왔으면, 잡는다.


10년쯤 후를 예상했던 기회지만, 그동안 숨죽이며 응축해왔던 독고세가의 저력은 지금과 같은 때를 잡기 위함이었다.


독고문환은 선언했다.


“협찬 제의를 해온 야장 거리의 대장장이들은 곰의 가면을 쓴 여우다. 가진바 금전 또한 아주 많아 아쉬울 것도 적은 자들. 신중을 기해야 할 터. 대총관이 나선다.”


“예. 가주님.”


“상인 연합은 거대한 규모에 비해서 내실이 썩 좋지 못하다. 품질 좋은 것들도 있지만 썩은 사과들도 곳곳에 박혀 있지. 허나 손을 잡을 것이다. 덩치를 키우기에는 제격이기도 하니. 이는 구만춘이. 자네가 사람을 뽑아 나선다. 자신 있나?”


“예. 물론입니다. 가주님.”


“표국 연맹의 요청은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 음흉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이지. 하지만 그들의 내실은 대문파 못지않다. 잘만 줄다리기한다면 절대 나쁘지 않을 터. 독고현성. 네가 맡아라.”


“예. 가주님.”


독고세가의 대공자 독고현성.


그의 능력은 가주 독고문환을 가장 닮아 있다.


“세가의 문을 활짝 연다. 혈족과 대등한 대우를 할 직전 제자를 받아들인다. 일반 제자들도 마찬가지. 입문을 희망하는 자를 추려라. 이는 독고명훈. 네게 일임한다.”


“예. 가주님.”


독고명훈은 독고문환의 동생으로,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하기로 유명한 자다.


그리고.


“비황성에서 온 사자는 내가 직접 볼 것이다.”


본디 10년 이후에 생겨났을 미래가 앞당겨졌다.



***



웅장하다. 거대하다. 압도적이다.


그러한 뜻의 모든 단어를 모아 놓은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장소.


천하무림의 중심이자 성지.


비황성의 내성.


독고진과 독고정민.


두 사람이 도착했다.


독고진이 저도 모르게 중얼댔다.


“볼때마다··· 굉장하군. 어떻게 지었을까.”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첫 번째 삶은 현대를 살아갔던 독고진이다. 만리장성도 불가사의로 분류되는데, 이것은······.


독고진의 중얼거림에 독고정민이 뭔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엥? 네가 언제 내성에 와봤다고?”


독고진은 비황성주와 대면한 적이 있다.


바로.


“전생에.”


“새끼. 이제 농담도 할 줄 알고.”


“농담 아닌데.”


“그래라~”


두 사람은 미리 마중 나온 안내인의 인도를 따라 내성의 거대한 성문을 지나쳤다.


본래 비황성 내성을 처음 방문하는 무인은 시험을 치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비황성주의 직접 초대를 받은 자.


“들어가시면 됩니다.”


평소 언제나 여유가 넘치던 독고정민도, 이제는 별다른 것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 독고진도, 긴장감에 심장이 빨리 뛴다.


그들이 안내된 곳은 생각보다 평범한 작은 응접실.


“잠룡 독고정민 소협부터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에 비황성주가 있다.


천하제일이라 일컬어지는 그녀다.


무림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설이라 칭해지는 위대한 존재다.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왠지 모를 그 존재감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하다.


“저, 저 혼자요?”


“예.”


“넵···.”


잔뜩 긴장한 독고정민이 굳은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안내인이 입을 열었다.


“독고진 소협.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예.”


그를 안내해준 내성의 사용인.


‘그때의.’


2번째 삶. 죽음에 닿기 1년 전.

멸문지화의 그 날.


독고진은 비황성주와 대면하고 있었고, 지금 눈앞에 있는 사용인 또한 그때 자신을 안내해준 그였다.


‘역시 강하다.’


천하 모든 고수가 모여든다는 비황성이다. 강하다. 죽기 전 검귀라 불렸던 자신보다도, 강하다. 이런 고수가 고작 안내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비황성이다.


“······.”


독고정민이 나왔다.


잠깐, 십오 분 정도 걸렸다.


혼이 쏙 빠진 듯한 얼굴이었다.


안내인이 묵직한 목소리를 내었다.


“들어가시지요.”


독고진은 그에게 살짝 목례를 한 뒤 비황성주가 있을 응접실 내부로 들어섰다.


그는 생각했다.


‘똑같구나.’


전생에서도 이곳에서 비황성주와 대면하여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응접실 내부는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다.


주인의 성품을 드러내는 듯 단촐하고 깔끔했다. 한켠에 나열되어 있는 난초는 가지런했고 뒤편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볕은 퍽 따스했다. 그저 평범한 장소였다.


평범하지 않은 것은 가만히 미소 짓고 있는 존재였다.


“독고진이라 합니다.”


전생과 현생.


두 번째 만남.


단정한 흰색 무복에 금빛 수실로 짜여진 간소하고도 고풍스러운 문양은 비황성의 상징을 보여준다.


독고진의 인사에 그녀의 황금빛 금안과 마주한다.


‘아.’


그때와 같다. 감추고자 하는 것도, 감추고자 하지 않은 것마저도 꿰뚫어 보는 듯한 지배자의 눈. 압도된다. 인세의 존재가 아닌 듯한 아름다운 외모마저도 황금안의 광채에 가려진다.


인간의 가장 깊숙한 본질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을 가진 위대한 존재이자 살아 있는 전설.


“어째서일까.”


긴장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입황성주의 포근한 목소리가 독고진의 심장을 울린다.


“네게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 듣는 말이다.


“너는─”


그녀가 말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


위와 달리, 전생에도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


이 말을 듣고 1년 후.


죽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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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천재가 독고세가에 무공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비황성주. 24.06.16 713 19 17쪽
16 전설과 전설. 24.06.16 874 22 15쪽
» 죽음. +2 24.06.15 987 25 14쪽
14 비천검법. 24.06.14 965 23 14쪽
13 영웅. 24.06.13 1,031 25 15쪽
12 격살. 24.06.12 1,122 24 20쪽
11 불패의 별종. 24.06.11 1,191 25 14쪽
10 여의주. 24.06.10 1,221 24 16쪽
9 천인天人. 24.06.09 1,291 17 14쪽
8 전설. +1 24.06.08 1,373 18 15쪽
7 암계. 24.06.07 1,402 24 16쪽
6 동료. 24.06.06 1,469 20 14쪽
5 무림항설. 24.06.05 1,553 18 17쪽
4 천재와 천재. +2 24.06.04 1,667 19 18쪽
3 자유의지. +4 24.06.02 1,758 26 14쪽
2 돌아오다. +4 24.06.01 1,918 29 17쪽
1 멸문지화. +3 24.06.01 2,383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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