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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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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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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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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04.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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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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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204화-착수(着手)(2)

DUMMY

“쯧.”


못마땅하다는 심경이 그대로 전달되는 혀차는 소리가 무척이나 불편하게 들렸다. 소파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현휘가 짜증난다는 듯 툭, 내뱉었다.


“짜증나게 하는데는 심심한 재주가 있군 그래.”


현휘의 시선이 머무는 지구의 홀로그램은 온통 붉은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빈틈이 있을 법도 하련만. 빈틈이 생길법한 곳은 오히려 그곳 주변을 중복해서 덮어버리는 비 효율적인 방식으로 완전히 커버하고 있었다.

그 덕에 현휘가 전혀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는 있었지만.


“그래, 수천년을 이어온 조직이다 그거지? 응?”


저건 순전히 이상력의 유동을 감시하기 위한 감시망의 표시. 지금같은 상황에서 지구를 온통 뒤덮어서라도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그 대상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정말이지......저것들을 죄 작살내 버릴 수도 없고.”


조직이라는 거대한 단체는 이어온 세월이 길면 길수록 완전히 뽑아버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 시간만큼 영향을 받은 이도 많고, 조직이 다시 부활하도록 준비한 것들도 많은 테니까.

하려고 하자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효율이 나지 않는다. 지금 현휘에게 중요한 것은 빠른 귀환.

하지만 조직을 뽑아내는 것은 규모가 필요한 일이기에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은 잡고 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되도록이면 빠르게, 얽히지도 않고 가려 했지만 결국 저번의 교전에서 완전히 불가능해졌고, 그 다음으로는 들키지 않고 움직여서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오딘. 어떻게, 안 돼?”


“안 돼는데. 저거 다 시계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지키고 있어서 손대기가 껄끄러운데. 작정하고 덤비면 못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이능이라는 게 걸려서 하기가 껄끄러운데.”


“그래, 그렇겠지......그것들도 얼간이만 수두룩한 건 절대 아닐 테니까.”


소설이나 영화 속이었다면 얼간이들만 가득해서 오딘이 손을 대서 허둥대는 틈을 타 움직일 수 있으련만.

슬프게도 저 조직은 유능한 이들만을 모아놓은 곳이라 그건 힘들 것 같았고, 그럼 결국 남은 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결국 전통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나.”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있었을텐데. 약한 소리는 투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데.”


“그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위험부담도 위험부담이고, 무엇보다 느리고 귀찮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부탁할게. 전에 말해줬던 대로 준비해줘.”


“위조된 신분과 여권, 비자같은 거라면 금방 가능한데......타워마스터 얼굴은 어떻게 바꿀건데? 지금은 이상력이 완전히 감시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다른 곳보다 감시밀도도 더 높은데?”


그 물음에 어깨를 으쓱여 보인 현휘가 씨익, 미소를 그렸다.


“뭐, 마법이 주전공이기는 하지만......”


톡, 톡.


“여기에는 연금술에 대한 지식도 충만해서. 실험하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얼마 걸리지는 않을거야. 그러니까 너도 준비하던 일이나 다 해둬.”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오딘이 입술을 비죽이 내밀었다.


“말 안해도 그럴 건데. 얼른 하고 놀 건데.”


“뭐, 그럼 다행이고. 아, 이번에는 적당히 치워가면서 먹어. 너무 많이 먹지도 말고. 지금 네 몸은 일곱 살짜리 어린애의 몸이라는 걸 기억해 둬.”


손을 흔들며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오딘이 이내 기판으로 시선을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말 안해도 잘 알고 있는데......누굴 어린 애로 아는 거 같은데......”


삐죽 내민 입술에 불만이 잔뜩 그려져 있기는 했지만 그 입꼬리는 미미하게 휘어 있었다.


* * *


“과연 이게 가능할까 모르겠군.”


부정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에 일리아시아가 미소를 그렸다.


“어머,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언제나 짓고는 하는, 사람을 홀리는 미소에 노인, 로컨은 지팡이로 바닥을 찍으며 중얼거렸다.


“애초에, 대 마도사를 상대로 이런 조잡한 수단이 먹힐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 그것은 이미 인간의 규격을 아득하게 벗어난 존재인데......과연 가능할까?”


그 말에 잠시 그를 바라보던 일리아시아가 이내 짤랑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귓전을 때리는 높은 음의 교소에 로컨이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금 지팡이를 바닥에 찍었다.

퉁.

주변의 모든 소리를 밀어내는 기파가 퍼지고, 그제야 가신 웃음소리에 그가 못마땅한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 곳 없이 웃고만 있던 그녀가 숨을 고르며 다시 미소를 그렸다.


“후, 후후......왜 그렇게 생각하셨을까요? 자랑스러운 경비대의 가문. 바르도의 가주 로컨께서?”


그녀의 말에 로컨이 인상을 찡그렸다.


“가문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그 쯤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애초에 그리 가벼이 부를 법한 무게를 지닌 것이 아니니. 그리고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간단하지 않은가?”


퉁.


“그대나 나나. 혹은 다른 둘이나. 고작 마도사, 길에 들어선 수준에 오르고서도 일반인과는 비교조차 하는 것이 무의미한 수준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하물며, 우리와 일반인의 차이보다도 훨씬 더 큰 차이를 보이는 대 마도에 이른 이가 그런 수작에 걸려든다?”


피식 웃은 그가 확정하듯이 내뱉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럴까요?”


과연 경비대의 가주라고 해야할까. 그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어설프게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보다야 몇배나 나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사람의 심리를 몰랐다.


“하지만 말이죠, 로컨. 당신은 아주 중요한 걸 모르고 있어요.”


“무슨 뜻이지?”


찡그려지는 미간을 보며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도, 우리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게 무슨 뜻......”


어딘지 모르게 의미심장하게 들어오는 말에 그가 되물으려던 찰나, 아래쪽의 관측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던 듯이, 만개하는 꽃송이같은 미소를 그린 일리아시아가 로컨을 바라보며 방긋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제 말이 맞은 것 같네요.”


“......”


로컨의 미간에 주름이 조금 더 늘어났다.


* * *


스륵.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어딘지 모르게 멍한 머리를 흔들어 일깨우며 현휘의 시선이 벽에 붙어 있는 거울을 향했다.

그 안에 보이는 것은 갈색 머리칼을 지닌, 어디를 가건 볼 수 있을 법한 30대 남자의 모습이었다.


“흠......”


마치 작품을 품평하는 것마냥 몸 이곳저곳을 더듬던 현휘가 씨익, 미소를 그렸다.


“좋아, 완벽하군.”


얼굴의 골격, 심지어는 체형마저도 완전히 달랐다. 설사 그의 손에 탄생한 호문클루스가 본다 할지라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예정한 대로, 목표했던 것 보다 한층 더 완벽한 모습. 이 정도라면 좀더 순탄하게 계획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방금 일어나 흐트러진 잠자리의 정리를 하고, 씻은 뒤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


완전히 불이 꺼진 채로, 몇몇 기기에서 명멸하는 일부 빛들만 반짝이는 관제센터는 확실히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탑의 연구소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 이내 고개를 저어 떨쳐버리고는 중앙의 의자로 다가갔다.

언제나 오딘이 앉아서 다리를 덜렁거리던 의자에는 푸른색으로 염색된 금속 카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유덕운 34세. 大韓民國


부탁했던 가짜 신분증인 것을 확인한 현휘의 손이 그 곁에 놓여 있는 쪽지로 향했다.

양 끝이똑같은 길이로 나오도록 곱게 접힌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쪽지를 펼쳤다.


-아, 정말. 맨날 일만 시키는 타워마스터한테 이런 거 쓰기는 싫은데. 그래도 정떨어지는 건 꺼림칙하니까 쓰는데. 어디 가서 괜히 까졌다고 징징거리지 말고, 아무거나 막 주워먹지 말고 몸관리나 잘 해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편한데.


“쿡.”


그때 놀렸던 것으로 꽁해 있던 것이었을까. 삐짐이 절절이 전달되는 쪽지의 내용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귀여운 녀석.”


에아나, 솔리투도와는 전혀 다른, 반항기 다분한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현휘의 발걸음이 아래층으로 향했다.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없이, 중앙에 금속관만이 덩그러니 놓인 삭막한 장소가 싸늘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뚜벅뚜벅.

관에 다가간 현휘의 시야에 영양 공급장치를 달고 누워 잠들어 있는 오딘의 모습이 보였다.


“......”


말없이 잠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다가 미리 챙겨온 이불을 그 위에 덮어 주었다.

생체조절 장치들이 알아서 하기는 하겠지만, 이런 냉기 속에서 그냥 방치되다시피 보이는 건 그다지, 마음에 드는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너는 이미, 출발했나 보구나.”


자신이 돌아오자 마자 부탁했던 일.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그녀는 잠들 수 밖에 없었을 터였다.

생각해보자면 그녀는 태어난 이래, 언제나 자신이 시킨 일들을 처리하느라 제대로 된 자유를 즐겨보지 못했었다.

그저 간간히 짬을 내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느껴보고 싶었던 자극들을 찾아다녔을 뿐.

만약, 그녀가 에아나 솔리투도였더라도 자신이 그렇게 일을 시켰을까? 아니,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모두 했을 터였다.

비록 그녀의 역할이 크기는 했지만 자신이 작정하고 움직인다면 못할 것도 없었으니까.


“미안하다.”


자신의 욕심과, 저쪽에 대한 그리움과 책임감을 변명으로 삼아 자신의 손에서 탄생한, 딸이나 다름없는 아이에게 너무 소홀했다.

저쪽에서는 호문클루스들에게조차 많은 신경을 썼는데도.


“정말로.”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길이 멈추고 현휘가 씁쓸하게 웃으며 오딘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가 맞췄다.


“돌아오면, 그때는 정말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마.”


약속을 하면서, 그의 발걸음이 밖을 향했다.


* * *


얼마전부터 연휴가 시작된 탓인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의 곳곳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일반인처럼 차려입고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항의 몇몇 이들을 살펴보는 그들은 제각기 하나의 목표물을 찾아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명이 눈을 크게 뜨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목표 발견. 패턴 일치율 97.34%


그의 시선이 따르는 것은 30대 중반의 남성. 여행을 갈 예정인지 간단하게 차려입은 옷과 끌고 있는 캐리어가 주변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외모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애초에 그들은 외모로 목표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북극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가지고 온 한명의 마력 패턴. 그것과 일치하는 것을 지닌 이들을 찾고 있었다.

목적은 단 하나. 대상의 완전한 죽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를 발견함으로 따라오는 포상금.

오랜만에 가족들에게 근사한 저녁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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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화-착수(着手)(2) +2 17.04.12 273 6 12쪽
205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6 5 12쪽
204 202화-Santa Claus(6) 17.04.10 965 5 12쪽
203 201화-Santa Claus(5) +2 17.04.08 271 6 12쪽
202 200화-Santa Claus(4) 17.04.07 641 6 12쪽
201 199화-Santa Claus(3) +2 17.04.06 421 6 13쪽
200 198화-Santa Claus(2) +2 17.04.05 375 6 13쪽
199 197화-Santa Claus(1) 17.04.04 382 7 13쪽
198 196화-겨울의 가문(6) +5 17.03.31 333 6 13쪽
197 195화-겨울의 가문(5) +3 17.03.30 352 5 14쪽
196 194화-겨울의 가문(4) +2 17.03.30 279 5 11쪽
195 193화-겨울의 가문(3) +2 17.03.29 242 6 13쪽
194 192화-겨울의 가문(2) +1 17.03.27 231 6 12쪽
193 191화-겨울의 가문(1) +2 17.03.24 338 6 12쪽
192 190화-세계일주(5) +2 17.03.23 257 6 12쪽
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187 185화-Odin(2) 17.03.17 301 5 13쪽
186 184화-Odin(1) +4 17.03.16 262 6 15쪽
185 183화-Paries(4) +1 17.03.15 312 7 12쪽
184 182화-Paries(3) +1 17.03.14 381 5 12쪽
183 181화-Paries(2) +1 17.03.13 314 5 12쪽
182 180화-Paries(1) +1 17.03.11 39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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