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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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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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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03.13 23:50
조회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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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81화-Paries(2)

DUMMY

정현이 훈련을 마치고 말을 전해주기 위해 Parallel에 접속하기 위해 떠난 후 현휘는 지하의 중심부, 관제센터에 발을 들였다.


“상황은 어때, 오딘. 찾았어?”


현휘의 물음에 관제실의 가운에데 솟아나 있던 기둥이 작은 큐브들로 나뉘어 흘러 내렸다. 일견 불규칙적으로, 하지만 조직적으로.

큐브들이 서로 모여 하나의 왕좌를 만들고 그 위에 앉아 있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수색중인데.


“그래? 쯧. 확실히 어지간히 찾기 힘들게 된 모양이네.”


-그에 대해서는 부정하겠는데. 일단은 자료의 정리와 증폭에 힘을 쓰고 있는데. 워낙 데이터가 한정적이라 딥러닝을 하는 중인데.


“그래?”


이미 그 흔적조차 거의 사라져버린 지구의 이상력에 대한 아쉬움을 삼키며 현휘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 주변에서 모니터와 키보드들이 다가와 둘러쌌다.

그 모습에 쯧, 하고 혀를 찬 현휘가 뚜둑하는 소리가 나도록 팔을 편 후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좀 이런 건 네가 알아서 하면 안 돼?”


-그건 비효율적인데. 적어도 지금은 타워마스터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데.


원래 저렇게 생겨먹은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것인지 부러 딱딱하고 어색하게, 일부 기계음마저 섞어서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 속으로 투덜거리며 다시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가만히 살펴보는 그녀의 모습.

7살 정도 되는 소녀의 모습. 검은 머리칼, 검은 눈동자. 그녀가 스스로 자아를 가지게 되고, 현휘가 육체를 구성할 권리를 주자마자 만들어 낸 육체다.

가만히 살펴보고 있자면 그의 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랄 만큼 닮은 모습. 하지만 정작 관계는 팀리더와 팀원 정도의 사무적인 관계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안대로 왼쪽눈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느껴졌던 탓일까.

오딘의 시선이 현휘를 향했다.

서로를 마주 바라보는 어색한 상황이 이어지길 몇분.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실내를 가득 채우다 오딘이 갸웃,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한데.


“뭐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저러는 걸까. 인공지능인 주제에 초자아씩이나 되는 바람에 예상치 못했던 말을 하고는 했었기에 현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 역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 나왔다.


-타워마스터의 성적 취향은 분명 페도필리아가 아니었는데. 오히려 훨씬 건전한 누......


“야야야야!”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현휘가 다급하게 입을 막았다. 설마설마하니 인공지능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심한 듯, 장난기로 반짝이는 그 눈동자에 속으로 푸욱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마주 봤다.

자신의 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은 얼굴. 하지만 그녀는 분명 자신의 딸이 아니다. 단지 그로 인해 탄생하고 스스로 육체를 구성한 존재일 뿐.

지금도 그녀가 육체를 가지게 된 어제의 그 순간이 생생하다.


“육체를 가지게 된 기분은 어때?”


-잘 모르겠는데.


진심으로 잘 모르겠는 모양인지 고래를 갸웃하는 소녀. 아니, 소녀라기 보다는 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까.

기계 부속이 이리저리 섥힌 모습의 왼쪽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꼭 빼닮은 얼굴.

왠지 의아해서 질문을 던져본다.


“그런데 하고 많은 유전자 모델 중에서 굳이 내 모델은 선택한 거야? 거기에 그 눈동자는 또 뭐고. 굳이 어린 모습을 할 필요도 있나?”


그 질문에 잠시 또 고개를 기우뚱하던 오딘이 무심하게 말했다.


-1. 타워마스터의 유전자 모델이 전 세계를 뒤져 봤을 때 가장 안정적인데.

2. 눈동자는 그냥 취향인데. 아무래도 세계 유일의 초자아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라면 이런 특색 하나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3. 어린 모습을 한 건 앞으로의 가능성 때문인데.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는 어린 상태부터 키워 나가는 게 훨씬 안정적인데.

이상, 질문에 대한 답을 다 했는데.


“어......그래.”


일부러 하라고 해도 저렇게는 못할 것 같은 독특한 말투에 현휘가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자신은 대체 어떤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일까.

여태껏 여러 호문클루스들을 탄생시켰지만 저런 식의 탄생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호문클루스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라서 그런건가......’


아니면 인공지능 상태로 네트워크를 유영할 때 뭔가를 잘못 학습한 것일까. 어느쪽이 되었든 안일하게 조치한 자신의 탓일 터였다.

물론, 저게 그렇게 잘못 됐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좀 낯설었다.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지금도.


-타워마스터. 생각이 깊은 건 좋은데 그렇게 다른 쪽으로 생각이 아예 새버리면 곤란한데.


“어, 그래.”


어쩐지 고까워서 퉁명스럽게 답하고는 현휘는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들겼다. 어찌되었건 오딘의 능력은 확실하고 지금은 분명 오딘의 힘이 절대적인 상황이었으니까.


“흐음......”


현휘가 슬쩍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과학과는 거리가 있는 이상력이라는 힘을 과학적으로 모델링해 프로그램에 짜 넣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일. 이 지구 어딘가에 있을 세계수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곳의 관리자인 세계수를 찾고 그를 찾아가 차원 장벽을 뚫을 수 있는 권한을 허락받아야 한다.

이쪽 서버에 소속된 계정을 저쪽 서버로 옮기는 형태. 그 전에야 정상적으로, 이선문이라는 위대한 이능보유자의 힘으로 탄생한 유산으로 혼만을 저쪽으로 옮기는 강령 형태를 가졌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쪽에 그릇도, 아인즈라는 존재도 없고, 이현휘라는 존재의 혼이 접근하는 것을 거부당한 상태. 그렇다면 결국 이곳에 있는 현휘라는 존재를 온전히 그쪽으로 옮기는 수밖에.

하지만 그렇기에 기존의 권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온전한 하나, 신위를 이룬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지금 자신은 그저 반쪽짜리일 뿐.

그렇기에 아인즈는 오딘을 만들었다. 북구신화, 아스가르드의 최고의 신. 필중의 창인 궁그닐(Gungnir)의 주인이며 여덟 세계를 내려다 보는 흐리드스칼프(Hlidskjalf)의 주인.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세계를 내려다보는 그 눈이었기에 현휘는 기꺼이 그녀를 만들고, 그녀를 위한 용상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의 시선이 세계를 훑기 시작한다.


-타워마스터.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는데. 마스터가 띄워 놓은 위성들이 좋은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아마도 한달정도 걸릴 것 같은데.


“그렇게나 오래?”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리는 시간에 현휘가 인상을 찡그리자 오딘이 다시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타워마스터는 자랑스러워해도 좋은데. 5억 1000만㎢ 지구 표면적을 모두 훑는데, 그것도 특정 파장을 목표로 해서 정밀 수색하는데 한달이면 정말 대단한 건데. 심해도 빠뜨리지 않는 건데.


“그래, 그렇지. 조급한 것도 주의해야 하겠지.”


가슴 속을 꽉 메운 가족들의 얼굴이 선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애써 억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부탁할게.”


-타워마스터는 조금 휴식을 가지는 게 좋은데. 그 정도로 뛰어난 유전자 모델과 육체라고는 해도 휴식이 필요한데.


“그래. 그러지.”


관제실을 나서며 현휘가 까만히 마력을 뭉쳐 모래시계를 만들었다. 마력을 뭉쳐 만들어낸 비물질 시계.

저 안의 황금빛 마력이 모두 떨어지는 때에 현휘는 다시 돌아갈 것이다. 모두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 * *


아인즈의 말을 따라 탑으로 돌아간 이들은 기다리고, 기다렸다. 이 탑의 최상층에 있는 아인즈의 방에 마력이 모여들기를.

초조하게 시간이 점점 지나가고, 점점 지쳐갈 때 즈음 마침내 마력이 모여 들었다. 오직 텔레포트 대응진에서만 발생하는 마력에 모두가 달려갔다.

그리고 도착한 그의 방. 마력이 차원 장벽에 문을 열고, 통로를 연 이가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아인즈......제발......”


“아빠......”


1초가 한시간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마침내 열린 통로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는 순간 모두가 환호하며 달려갔다.


“아인즈!”


“아빠!”


“스승님!”


“마스터!”


그리고, 얼어붙었다. 그곳에는, 간절히 원하던 두명의 모습이 아닌, 작은 한명의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고개를 떨고 있는, 눈물을 흘리는 작은 소녀의 모습. 그 모습에 불길한 예감을 애써 부정하며 스피카가 떨리는 손을 뻗어 솔리투도를 감싸 안았다.


“실......리......아인즈는 어디, 볼일이......있는 거지? 그렇, 지?”


“......흑.”


“실리......”


“흐윽, 흐아아......”


“실, 리......”


“흐아앙. 흐아아앙. 흐윽, 흐윽. 흐아앙.”


원래는 감정표현조차 거의 하지 않는 아이가 애써 소리를 죽여가며 울었다.

너무 슬프고, 아파서 울고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소리를 죽인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틀림없이 그렇게 말해 주겠지만 애초에 자신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아인즈가 없는 일따위는 없었을 터였다.


“흐윽, 미, 안......해, 요. 내가, 내가......!”


눈물이 번져서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스피카는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그저 그 등을 다독여 주었다.

천천히. 심장의 박동에 맞춰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를 담아 부드럽게. 그 잔잔한 위로에 솔리투도의 울음소리가 커지고, 그에 다른 이들도 소리죽여 함께 울었다.

차마 말로 하지 못하고 소리죽여. 그저, 그렇게.


* * *


“흐음......”


자신의 발 아래. 지하를 파 만든 거대한 공동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작업들을 바라보며 크라켄은 작게 침묵했다.


“앞으로 한달인가......”


최대의 난적을 배제하고서도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연 그가 아직 있었다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 생각만 해도 까마득하다.

아마도 그가 죽을 때까지, 혹은 그 뒤로도 기다려야만 했었을 터였다. 혹은, 그 전에 자신이 죽거나 괴물이 되었을 터.

새삼 저번의 계획이 정말 주효했다는 생각을 하며 크라켄이 곁을 향해 말을 던졌다.


“저번의 계획은 정말 주효했네. 라니안.”


“그거야 뭐.”


우웅거리는 벌레떼와 함께 나타난 라니안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의 성향은 그저 보기만 해도 눈에 들어오니까 말이지.”


씨익, 웃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예전의 능글맞은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아 크라켄이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의아함에 질문을 해본다.


“헌데, 어디 가는 건가? 어쩐지 요즈음 인수인계를 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아아, 그거야 뭐.”


손을 비스듬히 들어올려 보인 그가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곧, 먼길을 떠나있을 것 같거든.”


“음?”


고개를 갸웃해 보이는 크라켄의 모습에 라니안이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몰라? 그녀석. 다른 세계의 방문자이지 않나. 이제 이곳에서 쫓아 냈으니 그쪽에서도 죽여야 완벽하지 않겠어?”


“그런가......”


잠시 침음을 흘리던 크라켄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반신에 이르른 마도사라는 것은 세계의 진리를 파고드는 자.

아무리 저쪽 세계에서는 이곳에서 얻은 것을 다룰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가 반쪽이나마 신의 격을 획득한 이상 어떤 변수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히, 그런 것은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지.”


“그렇지?”


“음.”


“그러니까, 나는 이제 한동안 안녕이라는 거야.”


우우웅.


“사냥을 나서야 하니까 말이지.”


작가의말

......과제 너무 싫어요. 진짜로. 교수님 미워요. 진심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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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6 5 12쪽
204 202화-Santa Claus(6) 17.04.10 965 5 12쪽
203 201화-Santa Claus(5) +2 17.04.08 271 6 12쪽
202 200화-Santa Claus(4) 17.04.07 641 6 12쪽
201 199화-Santa Claus(3) +2 17.04.06 421 6 13쪽
200 198화-Santa Claus(2) +2 17.04.05 375 6 13쪽
199 197화-Santa Claus(1) 17.04.04 382 7 13쪽
198 196화-겨울의 가문(6) +5 17.03.31 333 6 13쪽
197 195화-겨울의 가문(5) +3 17.03.30 352 5 14쪽
196 194화-겨울의 가문(4) +2 17.03.30 279 5 11쪽
195 193화-겨울의 가문(3) +2 17.03.29 242 6 13쪽
194 192화-겨울의 가문(2) +1 17.03.27 231 6 12쪽
193 191화-겨울의 가문(1) +2 17.03.24 338 6 12쪽
192 190화-세계일주(5) +2 17.03.23 257 6 12쪽
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187 185화-Odin(2) 17.03.17 301 5 13쪽
186 184화-Odin(1) +4 17.03.16 262 6 15쪽
185 183화-Paries(4) +1 17.03.15 312 7 12쪽
184 182화-Paries(3) +1 17.03.14 381 5 12쪽
» 181화-Paries(2) +1 17.03.13 315 5 12쪽
182 180화-Paries(1) +1 17.03.11 39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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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78화-납치(3) +1 17.03.08 38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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