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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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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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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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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2,235

작성
24.05.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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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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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74. 마지막 데이트

DUMMY

“오빠 술 많이 마셨어?”

“어.. 아냐.”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사귀는 사이라고 우리는 조금은 가까워져 있었다.

사실 전반기 내내 내가 쉬어서 나는 시간이 많았지만 슈퍼스타인 유세아는 그렇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생에서의 내 이미지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인지 한 일주일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분위기 자체는 뭐 나쁘지 않았었다.

즉, 유세아의 이미지 손실은 크게는 없었던 것 같다.


그게 결과적으로 유세아의 많은 스케줄이 줄어들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고, 나는 백수에 가까운 제활훈련을 했지만 유세아를 자주 만날 수는 없었다.


즉, 남들이 볼때는 우린 커플이지만 아직도 대면대면한 사이인 것이다..


‘사실 이런게 제일 억울하지, 아직 뽀뽀도 못 해봤는데..’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얼굴에는 야.. 유세아라니, 좋겠다. 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말을 할수록 오해를 부르니 내쪽에서도 말을 안 한다.


그리고, 원래 남자들 무리에서 여친에 관한 질문은 어지간해서는 안하는게 암묵적인 룰 아닌가?

자기 여친에 대해서 떠들고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때? 잘 만나고 있지?”

“네, 뭐.. 글쵸.”


대략 이정도의 대화인 것이다.

내가 말을 안하니 형규형이나 지훈이형도 물어보지 못한다.



“이 늦은데, 가서 좀 쉬지 그랬어, 촬영하고 왔어?”

“응, 촬영하고 집 앞에 내렸다가 다시 차 끌고 나온거야 바로..”


“피곤한데 쉬지.”

“아니, 오빠 우승한 날인데 오빠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지. 매니저 오빠 차타고 너튜브 보는데 오빠네 우승 뉴스가 막 나오는 거야. 오빠 얼굴 어찌나 보고 싶던지..”


날 보고 생글생글 웃는 유세아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뭐, 하긴.. 언제는 안 그랬나?

하지만 장소가 좋지 않다.


“나, 내릴게, 들어가.”

“왜? 만난지 3분도 안 됐어, 오빠.”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사람들 눈에 띄면 어떡하려고 그래? 장소가 좀 그렇잖아.”


아무래도 호텔 지하 주차장이다보니 오해를 부르기 딱 좋았다.

여배우에게 이런 오해는 치명적이다.


“드라이브 하자! 오빠 한 시간만 나 빌려 줘, 응?”


내가 야수면 그럴 수는 없지만 난 선발투수다.

게다가 오늘 등판으로 이번 시즌 정규리그 등판은 끝이 났다.

한국시리즈만 남은 것이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뭐 오늘 같은 날이면..


“그럴까? 어디 갈건데..?”

“데헷~”


유세아는 애교를 부리며 차의 악셀을 밟기 시작한다.


부아아앙~


세아의 고급 SUV가 멋진 배기음을 내며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우우우우웅


전화기의 진동이 울린다.


“응? 이 시간에 누구..?”


형규형이었다.


“야, 성운아, 너 파티하다 말고 어디 사라졌어?”

“어, 형, 미안.. 다들 끝났어요?”

“응, 이제 뭐 2차가네 어쩌네 이러고들 있는데, 넌 어디야?”

“아.. 형, 나 지금 잠깐 누구 좀 만나느라고..”



“여친?”

“네.”


“알았어, 데이트 잘 해, 끊는다.”


띠링


여친 이란 한 단어에 빛이 속도로 끊어버리는 형규형,


“임 형규 오빠에요? 뭐래?”

“응, 데이트 잘 하래.”

“정말 잘 해야겠네? 호호”


잠실 근처에 있는 호텔을 빠져나온 우리는 곧장 시외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가?”

“몰라, 그냥 오빠랑 편하게 있을 수 있는데..”


모른다고 하지만 네비를 찍고 가고 있다.

우리는 용인의 한 카페에 들어섰다.


“아니.. 이 시간에도 카페를 하네.”

“시외에 24시간 하는 데들 있거든.”


“차에서 기다려 내가 커피 사올게. 뭐 마실래?”


나도 나름 유명인이긴 하지만 유세아쪽이 100배는 더 유명인이다.

우리의 데이트는 주로 커피 테이크 아웃해서 차에서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다.


사실 유명인의 데이트는 별장 같은 거 빌려서 노는 거 아니라면 대부분 이런식이다.

그래서 해외 여행 같이가고 그러다가 사진 찍히고 그러는 거다.



“글쎄? 뭐 마실까?”

“라떼? 너 아아는 잘 안 마시잖아?”


그러자 유세아가 시동을 끄고 카페 주차장에서 돌연 내린다.


“어? 야~ 어디가?”

나는 당황해서 내리지도 못하고 차에 앉아있었다.


“내려, 모해?~~”

“야, 어쩌려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뭘 어째? 우리가 죄 졌어? 나쁜 짓 했어?”


마치 어린애를 타이르는 듯한 유세아의 말에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래.. 한 번 정도는 떳떳한 데이트를 해보자.’


나도 차에서 내렸다.


“나 얼굴 많이 빨개?”


아무래도 술을 마셔서 신경 쓰였다.

나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옆에 유세아가 있지 않은가?

이런 배려를 좀 전생에도 할 걸 그랬다.


“아니? 잘 생기기만 했는 걸? 호호”


우리는 손을 잡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어서오세.. 히이익~”


카페의 새벽 알바가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인사를 하다 입을 틀어막고 경악을 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도 전기에 감전된 듯 굳은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눈으로 가벼운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유세아랑 같이 다닌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전생에서도, 한국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카페 데이트를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주로 미국에서 만났고, 한국에 들어갈때는 아예 오피스텔 같은 데를 빌려놓고 접선하듯이 만났다.


“왜?”


세아가 미소를 띈 채 나를 쳐다본다.


“아니, 유세아라는 슈퍼스타와 데이트를 한다는 건 새삼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서..”

“오빠도 충분히 스타야. 뭐 나만 알려졌나?”


“뭐 드시겠어요?”


사장님이 직접 메뉴판을 들고 나타났다.


“어? 아.. 제가 주문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어이구 아닙니다. 여기 메뉴판 가지고 왔습니다.”


사장님은 연신 미소를 띄우며 우리를 번갈아 봤다.

뭐, 번갈아 본다고 해도 거의 세아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주문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냥 별거 아닌 이런게 너무 좋다. 나 오빠랑 이렇게 사람들 있는데서 커피 마셔보고 싶었어. 남들처럼..”

“그래?”

“응, 연예인은 항상 인형같이 살아야 하니까.. 이제 나이 좀 더 들면 나도 그런게 없어지겠지만..”

“요새는 30대에도 주사 맞고 하면 젊잖아?”

“응, 맞아,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이니까..”


우리는 쓰잘데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냥 여느 연인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빠는 나랑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응? 글쎄..?”


갑자기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사실 우리는 원래 연인이었기 때문에 이미 유세아에 대한 궁금증 같은 건 특별히 없다.

이번 생에서는 입도 못 맞춰본 사이지만 옛날에는 달랐다.


“세아 너는?”

“나?”


“나는.. 오빠랑 놀이공원 한 번 가보고 싶어, 언젠가는..”

“놀이공원?”

“응, 놀이공원에서 오빠랑 관람차 같은거 타고 느긋하게 창 밖을 구경하고 싶어.”

“아.. 그래? 그래, 알았어, 언제 한 번 가자.”

“진짜?”

“응.”


우리는 서로 안다.


놀이 공원 데이트 같은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서로 공인된 커플인 것과 그것을 티내는 것은 다르다.


아마 오늘 카페 온 것만 해도 세아 소속사가 알면 난리를 칠 거다.

아직 27살의 한참 전성기를 달리는 여배우겸 아이돌이다.

누구와 사귄다고 알려져도 같이 팔짱끼고 다니는 걸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없다.


“그래, 세아야, 내가 꼭 기억할게.”

“응, 오빠, 꼭 기억해야 해?”


우리는 차를 마시고 자리를 일어서서 카페 사장님께 사인을 해주고 일어났다.


앉아있던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

하지만 그 마저도 우리의 삶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공개 데이트였다.


“벌써 2시가 다 돼 가네? 얼른 가자. 내가 태워줄게.”

“너 그냥 집에 가고 근처에 내려줘, 어차피 너희 집이랑 호텔이랑 가깝잖아?”


“응? 오빠가 우리 집을 알아?”


유세아는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아차.’


“아.. 그게 아니고~ 전에 연예프로에서 봤어, 너 강남 사는거.. 연예인들 다 강남이지 뭐. 전에 그 뭐냐, 걸그룹 부자 랭킹 뭐 그런 거 있었거든.”

“에이.. 그런거 다 가짜야. 하나도 안 맞아. 집이야 뭐 사는 건 맞지만..”


나는 다행히 얼버무릴 수 있었다.


“그래도 오빠 나 관심 있었나 보네? 그런걸 다 보고..”

“아이 그럼, 유세아 관심없는 남자가 어딨냐? 솔직히..”


“치잇, 그러면서 맨날 튕기기나 하고.”

“아냐, 아냐.”


나는 세아의 차에 타고 다시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놀이공원이라.. 미안하다. 대신 너는 기억 못해도 나는 잊지 않을게.’


어차피 내 삶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끝날 삶인데 나 즐기자고 유세아랑 놀이공원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세아는 또 엄청난 가쉽에 휩싸일 것이다.



“오빠, 한국시리즈 몇 차전 등판해?”


세아는 앞을 보고 운전하면서도 나를 힐끗힐끗 보면서 물었다.


“앞에 잘 봐, 나 전방주시 트라우마 있어.”

“왜?”

“아이 앞에 보라고, 그냥.. 하여간 그래. 그리고 몇 차전 나갈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2차전?”

“1차전 아니고?”


세아는 의아해했다.


“내가 전반기 내내 쉬었으니까.. 1차전 아니면 2차전인데 우리 감독 성향상 1차전은 안정감 있는 켈슨을 내지 않을까 싶은데.. 뭐 아직 모르겠어.”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인지 호텔로 다시 돌아오는데에는 30분이면 충분했다.


“호텔까지 안 들어가도 돼, 그냥 근처에 내려줘.”

“아냐, 다 왔는데 뭐.”


끼이익


결국 고집 센 유세아의 뜻대로 호텔 앞에 내리게 되었다.

안전벨트를 푸르고 있는 그때,


“오빠?”

“응?”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 순간,


쪽~


키스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가벼운 입맞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는 호텔 앞에서 대담하게 유세아는 나에게 입을 맞췄다.


“오빠 화이팅!”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렇게 대담하게 뽀뽀를 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어.. 그래. 조심해서 가.”


나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차에서 내렸다.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세아가 아니라, 내가 못 잊겠구나.’




****

시즌이 끝나고 우리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얻게 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성운이네 집을 찾아갔다.


할아버지는 부쩍 더 연로해지셨고, 초등학교 3학년이던 녀석은 어느새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다.


“성운아, 친구랑 한국시리즈 놀러와, 형이 티켓줄게.”

“와!!! 진짜요?”

“응.”


성운이는 중학교때 야구는 그만뒀지만 그래도 운동을 한 덕에 한층 밝고 건강해졌다.

무엇보다도, 어렵지만 밝게 자란 녀석이 보기 좋았다.




정수랑도 오랜만에 만나서 밥을 같이 먹었다.

정수 녀석은 옛날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내 입장에서 정수는 50년을 함께한 가장 친한 친구다.


“나영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


내 말에 정수녀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녀석, 이번 삶에서는 우리가 한 없이 꼬였지만 만약 다음 삶이 있다면 반드시 우리 모두는 원상복구 될거야. 내가 꼭 그렇게 만들거다.’


나영이한테는 결혼 이후에 연락이 온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내가 유세아랑 스캔들이 났을때도 연락이 없었다.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잘 살고 있을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수 밖에 없었다.




곧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함께 뜨거운 가을야구가 시작되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벌어지는 동안 우리는 한달간의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외인선수인 클럿코가 또다시 부상으로 던질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핸디캡을 안고 경기를 치뤄야 했다.


‘작년에는 외인 타자가, 이번에는 외인 투수가 없구나.’


하지만 무조건 이겨야 한다.

어떠한 변명도 통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수원 위즈와 창원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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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마지막 데이트 +4 24.05.26 17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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