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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최근연재일 :
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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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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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DUMMY

 

 

36화

 

 

 

늦은 저녁 구씨네 대장간,

 

“흐음..”

 

뜸을 뜬 것인지 각종 약재도구가 이지러진 방 안에서 팽 의원의 못마땅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잘 보게, 이게 보통 물건이 아니야~”

 

구씨는 팽 의원 반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니까 이걸..”

 

그 반응에 팽 의원은 제 눈을 의심하며 구씨가 보이는 물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아무리봐도 무게가 상당해 보이는.. 돌덩어리?

 

“황새가 물어다 줬다니까?”

 

“....”

 

어디 쓸모도 없어보인다. 게다가 그 무거운 돌덩어리를 황새가 어찌드나. 흥미가 식어보이는 표정의 팽 의원이 구씨가 들고있던 돌에서 시선을 뗀다. 그 반응에 초조해지는 구씨.

 

“헛 참. 내가 자네에게 뭣하러 허풍을 치겠나?”

 

“...하기야. 그렇긴 하지”

 

구씨의 논리에 흔들리는 팽 의원. 제가 살면서 별 희한한건 다 봤다만, 황새가 돌을? 반짝거리는것이 예쁜 것 말고는 별로 특이할것도 없다.

 

“..그 약재라도 지어왔어야 하는건가?”

 

“떼잉, 자네도 그 소린가? 난 그 어느때보다 멀쩡하다네!”

 

“그래보이긴 한다만, 이 쓸모없는 걸 황새가 무엇하러 자네에게 물어다줬다는건가?”

 

“어이고? 의원님이라 그런지. 물건 보는 눈은 없네.”

 

아주 안타깝다는듯 이마를 치는 구씨. 이 귀한걸 몰라보나.

 

“무슨 말인가?”

 

“이건 여의석일세!! 용이 품으면 여의주가 된다고!”

 

“..여의석?”

 

들어본 적 있다. 지하세계 깊숙한 곳에 수미산 옥돌을 묻어두고, 오랜 시간 묵혀야 만들어진다는 돌. 하지만 그건 대부분 용들이 승천할 때 가져가서 남아있는게 없다던데.

 

“그래!! 내 관직에 있을 때, 스승님 서재에서 여의석 가루를 본 적이 있다네.”

 

구씨가 관직시절 이야기까지 꺼낼 정도면 신빙성이 있다. 팽 의원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생각난 것.

 

“...헌데 이건 돌이잖는가? 대장장이랑 돌이랑 무슨상관이라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구씨는 품고있던 여의석을 조금 더 팽 의원쪽으로 보여준다.

 

“이걸 보게. 오래 된 여의석 안에는 이렇게 쇠가 있다네.”

 

“....?”

 

가만히 여의석을 들여다보던 팽의원. 돌 중간중간에 있는 철가루들을 발견한다.

 

“...오, 이 반짝반짝한게 철인가?”

 

“그렇네!! 이걸로 검을 만든다고 해보게! 어디 보통 검이 나오겠나? 이 영롱한 빛을 보고도?”

 

“자네, 이거 다룰 줄은 아는가?”

 

“이론적으로만. 그래도 대장장이로 태어났으면 마고의 보검정도는 만들어봐야하지 않겠나?”

 

보검?! 팽 의원은 정신이 번쩍 든다. 몇 백년 전 마고의 신탁으로 지어졌다는 보검의 이름들. 그에 걸맞은 보검을 만들면 그 이름을 준단다.

 

 이름을 받으면 보통 검으론 할 수 없는 신묘한 능력이 내린다기에, 여기저기 검 좀 만든다는 사람은 전부 보검 만들기를 도전했었다.

 

“허어.. 자네 아직도 그에 미련이 남았나?”

 

그 중 4개는 진작에 다 완성되었지만. 마지막 하나. 인간이 아직까지도 만들지 못한 마지막 검. 신검(神劍).

 

 

“...마지막 검은 이걸로 완성할 수 있을 것이네”

 

그 말을 끝으로 말 없이 여의석을 어루만지는 구씨. 젊은 날을 생각하는 그 눈에 눈물이 맺힌다.

 

 

 

***

 

 

 

다시, 비형.

 

“매부리꾼이 왜 지하실을 써? 누가, 무슨 사고를 친거라니?”

 

짜증이 담긴 여귀의 목소리. 마음은 급한데 지하실 출입이 저지당하자 심기가 불편하다. 그에 괜히 기가 죽은 비형은 가만히 앉아 찻잔만 노려본다.

 

“황새가 배달사고... 같은걸 쳤나봐”

 

까막도 눈치가 보이긴 매한가지.

 

“배.달.사.고? 황새놈들 기강 좀 잡아야겠네.”

 

“아서라. 금방 끝낸다니까... 너는 좀 나중에 와라.”

 

“...금방 끝날 일에 매를 쓰냐? 나 황성에 가야해!”

 

미쳤나? 홍사 등쌀에 치이기 싫어서 일주(일화랑도 주둔지)에 몰래 들어 온건데?! 여귀의 말을 들은 비형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저 황성은.. 저와 이야기가 안 된것 아닙니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비형. 황성은 가기싫다는 듯 간절한 눈으로 여귀를 바라본다.

 

“그러기엔 찾으시는 그분이 지금 황성에 있습니다.”

 

그를 흘끗 보는 여귀. 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가 나올 순 없는 겁니까?”

 

하지만 제가 가면 홍사가 기운을 느낄텐데, 그 화상. 빤히 보이는 결과에 비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귀에게 묻는다.

 

“안됩니다. 최근에 능력이 발현되셔서 외출이 어려우십니다.”

 

“...이런.”

 

비형은 좌절한듯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감싼다. 그때 가만히 앉아 둘의 이야기를 듣던 까막. 무언가 생각났다며 이마를 친다.

 

“능력... 아! 혹시, 그 분이 문노님 말씀하시는 겁니까?!”

 

홍랑님 하나뿐인 남동생, 문노님 말입니다! 문노의 이름을 말하는 까막의 눈에 빛이 난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드는 비형.

 

“문노를 아십니까?”

 

그 소심이를? 비형은 의외라는 듯 까막을 바라본다.

 

“알다마다요! 일주에 사는 주민 중에, 문노님 덕 안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 그 집안.. 망했을텐데. 문노는 애매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하지만 까막은 이를 못본 채 궁금했던 질문을 한다.

 

“문노님과 어떻게 아시는 사이십니까?”

 

“..그저 어릴적 인연입니다.”

 

“보통 인연은 아니신가봅니다? 저희에게 따로 언질을 해둘정도면.”

 

이어지는 까막의 말에 흥미가 돋는지. 여귀도 실컷 부리던 짜증을 거둔 채 대화에 집중한다.

 

“..하하, 헌데 문노가 무슨 능력을 발현했습니까?”

 

그 당시일을 꺼내 좋을 건 없다. 비형은 말꼬리를 흐린다. 그러다 생각난 문노의 사정. 코흘리개 어릴적 모습만 생각이 나는 비형은 능력이 있는 문노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큰 비밀을 이야기하는 듯. 까막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더니 비형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속삭인다.

 

“...신의술이랍니다.”

 

“...?!”

 

까막의 비밀스러운 태도에 같이 긴장하여 이야기를 듣던 비형. 신의술이라는 말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진다.

 

“..신..의..ㅅ..ㅜ”

 

벌컥-!

 

그때 갑자기 열리는 지하실 문.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와아앗! 깜짝이야!”

 

그 소리에 괴성을 지르며 놀라는 까막. 그에 더 놀란 비형은 까막 쪽으로 기울였던 귀를 부여잡는다.

 

“..으윽.”

 

“풉.”

 

두 바보들의 모습에 웃음이 터진 여귀. 이내 안 그런척 매부리꾼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어서 머쓱했던 비형도 매부리꾼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해서, 이쪽 부터 돌아보자고.

- 알겠네.

 

“...형님들!”

 

“어, 까막이냐?”

 

저희들끼리 지도를 보며 심각하게 이야기 하던 매부리꾼들. 까막의 목소리에 반응한다.

 

“이제 지하실을 좀 써도 되겠습니까?”

 

그 사이를 뚫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 여귀. 지하실에는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우물이 있었다.

 

“....”

 

불법으로 판 우물이었다. 많이 쓰면 관리들에게 걸릴 수 있기에, 저희들끼리 암암리에 규칙을 만들어 두고 쓰는 곳이었다.

 

“거..당분간은 어렵지 않나 싶다.”

 

하루 열 번. 그 이상 쓰면 사용한 흔적이 남는다. 하여 일의 경중을 나누어 잘 조정해가며 썼다.

 

“...저도 좀 급해서 말입니다.”

 

월화랑도 화랑이 일화랑도 구역에 몰래 들어왔다. 걸리면 좋은 꼴을 못 볼테니, 여귀는 빨리 일을 끝내고싶었다. 이보다 중한 일이 어디있나.

 

“...음, 우리가 더 급할게다.”

 

“그럴리가요. 형님 저 정말 급합니다.”

 

“안 돼.”

 

“무슨 급한 일인데요?! 황새들이 배달 사고내는게 드물긴 하나 영 없던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물건이 급해. 여의석을 잃어버렸단다.”

 

“...?!”

 

이무기들이 화가 잔뜩 나있어. 여귀는 이어지는 말에 더는 우기지 못하고 비형을 바라본다.

 

 

 

***

 

 

 

늦은저녁,

 

도깨비와 투닥거리다 방으로 들어온 바리. 잠을 자보려다가 성이나서 벌떡 일어난다.

 

“...얄미워!”

 

[넌 누구니?]

 

깐족거리며 제 정체를 묻던 도깨비. 그에 발끈해서 대답하려 하기도 잠시. 바리는 저가 아는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너, 내가 보기엔 보통사람은 절대 아니야. 근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그걸 내가 어찌 안다고? 아부지가 알려주시지도 않았다. 바리는 콧방귀를 끼며 도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한다.

 

[왜 자네의 뿌리를 궁금해하지 않나?]

 

다시 일어나 앉는 바리. 속이 갑갑한지 침상 옆에 둔 물을 찾아 마신다.

 

“...아이 쒸..”

 

예리한 나으리. 나도 궁금은 하지. 그렇긴 한데...

 

 

-

 

 

과거 어느 날,

 

[으으으으아..]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눈놀이를 너무 오래한건지, 바리는 고뿔이 단단히 들었었다.

 

[이거 먹고 푹 자거라.]

 

그때 아부지가 주셨던 약. 쓴 걸 유난히도 싫어했던 바리였으나, 당시에는 몸이 너무 아파 반항없이 약을 들이켰었다.

 

[크아~. 아부지, 나 죽으면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세요.]

 

[이놈이 못하는 말이 없어.]

 

잠이나 푹 자. 팽 의원은 바리를 밉지 않게 흘기고는 방을 나섰다.

 

[....흐암.]

 

바리는 그렇게 혼자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약 기운에 일찍 잠들어서일까.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눈이 떠진 바리.

 

[...음? 말짱한데?]

 

역시 아버지 의술은 제일이네. 바리는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 이게 뭐지?]

 

제 손에 무언가 묻었는지. 아무리 문지르고 침을 묻혀 닦아봐도, 손에 있는게 닦이질 않았었다. 당최 이게 무엇인지 바리는 달빛에 비춰보고자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에잉?!]

 

저승점.. 저승점???

 

바리는 제 손에 새겨진 저승점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바리는 제 눈을 의심하며 열심히 손을 문질렀다. 하지만 손만 빨개질 뿐 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꼭, 저승점 같이 생겼다. 이게 뭐야. 하하...]

 

듣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 바리는 누구라도 제 말을 들으라는 듯, 애써 밝게 혼잣말을 했었다.

 

[..야, 양잿물..로 씻어볼까?]

 

바리는 양잿물을 만들러 서둘러 물가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날은 유난히도 마당이 고요했다. 물가에 다다르는 바리의 발이 점차 느려졌다.

 

[...?!]

 

그리고 물가에 비친 건, 달빛.

바리는 뭐에 홀린 듯 찬찬히 제 뒤를 돌아보았다.

 

그날, 달빛에는 바리의 그림자가 없었다.

 

 

-

 

 

“...하아,”

 

복잡한 심상을 드러내는 듯. 바리는 티 한 점 없는 제 손을 문지른다. 바리는 멍하니 달빛에 비친 제 그림자를 내려보았다.

 

꿈은 아니었다. 바리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바리는 자리에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린다. 숨소리만 가득한 이불 속. 바리는 읊조린다.

 

나 사실은 내가 이상한 사람일까봐,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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