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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최근연재일 :
2024.01.22 00:40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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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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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수 :
294,176

작성
23.12.1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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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화

DUMMY

32화





해질 녘,


“자, 한 잔 받게.”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너머로 들리는 말소리.


귀한 손님이 오셨다며 팽의원은 몇년 전 만들어 둔 약주를 꺼내왔다.


“....”


오가는 술잔을 불만스럽게 보는 바리. 저도 이제 어른 되었으니 한 잔 달라고 할 땐 안줬으면서...


“근데.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올해 지학(志學 : 15세)을 넘기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지학? 강림의 말에 밥그릇에 코를 박고 있던 바리의 고개가 올라간다. 저 나으리가 나와 동갑이란 말이야?


“그런가? 키가 크기에 그보다 더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자주 듣습니다.”


“저도! 지학을 넘겼습니다 아버지!”


그러니, 저도 술 주세요!


바리는 애절한 눈빛으로 팽 의원을 바라본다.


“우리 애는 아직도 애긴데, 여기는 벌써 다 크셨네.”


“아닌데요!”


하지만 팽 의원은 줄 생각이 없는 모양. 강림의 술잔만 채워준다.


“아니긴 뭘 아니냐, 이놈아. 둘이 나란히 서봐라. 아직도 쪼꼬매선..”


“그건 내 탓이 아니잖습니까!”


“아가, 아비는 키가 크단다.”


“...씨잉.”


대신 산적같이 생기셨죠. 바리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킨다.


입을 댓발 내밀기도 잠시. 호승심에, 바리는 강림 앞에 있던 술을 마셔버린다.


“푸우웁-!”


“야 이놈아. 그걸 니가 왜 마셔?!”


“에베벱. 떠요, 뜹니다! (써요, 씁니다!)”


이런걸 왜 마시는거야? 아려오는 혀에 바리는 자리에서 방방뛴다.


“그럼 술이 쓰지, 달겠냐? 여기 물 마셔라.”


아주 요란을 피우는 바리. 팽 의원이 건네는 물을 허겁지겁 받아마신다.


“...어후, 목구멍도 불타는 줄 알았네.”


바리는 물 한사발을 다 비우고, 입 까지 한번 더 헹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게 탕약도 쓰다고 안먹는 놈이 그걸 왜 마시느냔 말이야.”


팽 의원은 바리의 얼굴을 닦아주다 볼을 잡아 당기며 잔소리한다.


“으야.. 냐듀 셩인이닝까.. (그야, 나도 성인이니까.)”


“어이고? 이거 언제 크나아.”


팽 의원도 살짝 취기가 돌아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


이 모습을 보던 강림. 제가 여기에 왜 앉아있건지 기억을 되짚어본다.



-



몇 시진 전,


[자아~ 일단. 들어오시게.]


팽 의원 넉살에 얼결에 들어온 집.


어서 빨리 징표를 받아가야 할텐데. 아직은 홍사가 사고 치기 전이다.


파초선이 국경을 넘은 걸 알았으니 홍사의 법석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었다.


[....아!]


그 성질에 전쟁까지 갈 수도 있겠군. 강림은 점차 구체적이게 되는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잇코오! ···나으리?]


그 뒤로 따라들어오던 바리. 멀뚱히 서있는 강림에 멈칫 한다. 하마터면 등에 코 박을 뻔했다.


그러나 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림은 자기만의 생각에 푹 빠져있다.


악귀의 도움 없이는 파초선이 국경을 넘을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푸른 눈의 악귀를 찾는게 더욱 힘들어질 터. 그 전에 부대를 정비해 놓고 제가 나서야한다.


짝-!


그 순간 들리는 박수 소리. 강림은 순식간에 생각에서 빠져나온다.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그렇게 급격히 어두워지십니까? 뭔진 몰라도 그 일, 아직 안 일어났습니다?]


[...]


그렇긴 하지만. 미래는 대비해야 하는 법. 강림은 속 편한 소리라며 바리의 말을 흘려듣는다.


[...저 어르신.]


[그래도 손님이 왔으면, 배는 채워서 보내야지~]


팽 의원은 못들은 척 뒷마당으로 가버린다.


[....]


[떼잉, 오신 김에 배는 채우고 가시죠!!]


바리는 넉살좋게 강림을 끌어당긴다.



-



그 때는 해가 떠있었는데...


강림은 저도 모르게 하늘을 한 번 바라본다.


“...”


그 모습을 보던 팽 의원. 저도 따라서 하늘을 한 번 보더니 허허 웃고만다.


“...이런 걸 왜 먹는지 모르겠네.”


“애들 입에는 써도 어른 입에는 달다 이놈아.”


“거짓말! 그런 게 있을리 없습니다!”


“진짜라니까.”


“아부지! 저 의ㄴ..ㅕ 아니. 아무튼! 술도 어찌보면 약인데, 제가 모르는 게 있을리 없지 않습니까?!”


놀리는 듯한 말투. 바리는 울컥한 듯 말을 꺼내다 강림을 한 번 본다.


“허허..”


그럼에도 웃음을 거두지 않는 팽의원. 얼마간 웃더니 이내 바리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아가, 이제 들어가 자거라.”


“..? 왜요?”


“너 눈에 졸음이 가득하다.”


크게 틀린말은 아니지. 그렇긴 한데 뭔가 소외당하는 기분인지라. 바리는 먼저 들어가 자기 싫었다.


“..두 분은요?”


“우리는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마.”


“...왜 나마안..”


“가서 자라.”


“...네에”


한번 버텨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단호한 반응에 바리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무 많이 마시진 마십쇼.”


“오냐.”


꾸벅. 바리는 둘에게 인사를 건네고 먼저 들어간다.


“....”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강림. 그래, 저에게만 따로 할 말이 있는 것 같긴 했었다.


“크흠, 자. 한 잔 더 하게나”


잠시 고민하던 강림. 생각이 끝난 듯 술잔을 든다.


“..예.”


오늘 돌아가긴 그른 것 같으니.



***



황국의 왕성,


“어디있어!”


화려한 치장을 한 여인이 빈 상자를 집어던진다.


퍼-억-!


그 상자에 맞은 사내의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사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벌벌떤다.


“하, 그놈의 전하.”


“...법도가 그러하여”


“그러니 너가 파초선을 구해왔으면. 더 따질 것도 없는 거 아니야!!”


“...”


“그거 하.나.만. 있으면 내가 왕이 아니라 황제가 되는 건데. 그걸 못해?”


까득-


여인은 불안한지 손톱을 물어뜯는다. 황국의 여왕, 만헌이었다.


“전하, 옥체를..”


“시끄러!”


격식따위 모른다는 태도. 양반가 규수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에 궁인들은 만헌을 진정시켜본다. 하지만 몸에 밴 것이 그리 쉽게 바뀌던가.


털썩-!


만헌은 자리 앉아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또 다시 그를 실망시킬 순 없어.


대책을 마련하려는 듯 머리를 싸매보지만.. 만헌은 배움이 없다.


“아, 그냥 싹 다 죽이고..”


만헌의 중얼거림에 궁인들 얼굴이 하얗게 질릴 무렵.


“전하-”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안심한 표정을 짓는다.


“?! 들어오거라!”


방금까지 불안해 했던 사람이 맞는건지... 반가운 마음에 친히 문을 열어주기까지 한다.


뒤이어 들어오는 젊은 사내.


“위!”


황국 최고 권력자. 시중, 위. 선왕께서 갑작스럽게 붕어하신 후. 후사가 없어 시끄러울 무렵.


정국을 정리한건 왕족도, 당시 귀족파 수장인 시중도 아니었다. 말단 관료 각간 ‘위’였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선대왕의 숨겨진 딸을 찾아 왕으로 추대하였다.


만헌은 선왕의 이복누이인 셈. 궁궐예법도 모르는 천덕꾸러기, 만헌을 이만큼 교화시킨 것도 모두 위였다.


“어찌하여 또 피를 보셨습니까?”


“피? 무슨.. 아, 저건. 그러니까, 내가 그런게 아니야.”


본인 아니면 누구란 말인지. 허수아비라지만, 왕이 있는 자리에서 피를 낼 멍청이가 어디있나.


“..전하께서 그러하시다면.”


위는 만헌이 보지 못할 정도로 작게 비소를 내보인다.


“그래.. 아, 혹시 경도 소식을 들었나?”


하지만 그 웃음은 이어지는 말에 빠르게 사라진다.


“..드.. 들은, 거로구나.”


그 식은 얼굴을 못볼리 없는 만헌. 위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하여간, 천민 피는 못속이지.’


위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림같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토록 기대하시던 파초선이거늘. 전하께서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건 그대 밖에 없어!”


그 속도 모르고. 만헌은 위에게 달려가 안긴다.


“···”



*



드르륵- 탁.


성가심을 숨길 생각도 없는지. 위는 인상을 구긴 채 집무실로 들어선다.


“···여기. 환기는 안하나?”


뭔지도 모르고 막 들이부은건지.. 만헌에게서 진동하던 향내. 그 냄새에 머리가 아프다.


“시정 하겠습니다.”


뒤이어 따라오던 궁인들. 위의 살기에 서둘러 방안을 환기시킨다.


“···하아”


향이 조금씩 빠지면서 머리가 맑아진다. 위는 자리에 앉아 맨 위에 있던 서신을 읽는다.


「파초, 홍사」


누군가가 다급하게 써내린듯한 필체. 하지만 그 내용은 형편없었다.


“이런.. ㅆ”


타앗-!


짜증이 난 위는 서신을 집어던진다. 순식간에 냉골이 된 집무실.


“···이만, 사람들을 물리겠습니다.”


눈치 좋은 궁인이 환기를 끝내고 사람들을 물린다.


“···”


혼자가 된 위. 그의 그림자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온다.


여인은 그가 집어던진 서신을 읽어보더니 놀림조로 말한다.


“이런, 전쟁을.. 하긴 해야겠다.”


승산이.. 있을라나? 여인의 중얼거림에 위의 눈에 안광이 서린다.




***



혼자 방으로 들어간 바리는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위잉- 탁!


이 날씨에 무슨 모기..? 별일이 다 있다 중얼거리던 바리는 낮에 보았던게 생각났다.



-



집에 들어설 당시.


[...어잇코오! ···나으리?]


[···]


바리는 강림이 길문을 막고 있기에, 그리고 불러도 대답이 없기에. 그 옆으로 돌아나온 참이었다.


위잉-


..? 뭐지 저거? 푸른.. 연기에 가까운 것이 강림 주위를 맴돈다. 그 연기를 따라 눈을 굴리다 마주한 심각한 얼굴.


[..? 나으리이?]


무슨 생각을 저리 심각하게 하시나? 궁금해하기도 잠시. 점점 어두워지는 안색에 바리는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위잉-


그 때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푸른 연기. 바리는 모기 잡듯이 덩어리를 쳐 버렸다.


짝-!


‘켁..’


바리는 듣지 못한 소리. 누군가가 얻어 맞고 낸 소리였다.


박수 소리에 생각에서 빠져나온 건지. 바리는 그제야 강림과 눈이 마주친다.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그렇게 급격히 어두워지십니까? 뭔진 몰라도 그 일, 아직 안 일어났습니다?]


[...]


대답도 없으시군. 바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털어버린다.


[...저 어르신.]


[그래도 손님이 왔으면, 배는 채워서 보내야지~]


..? 의원에 오는 손님이 얼만데, 매번 그러면 집안 살림 거덜나지.


뭐, 나으리가 마음에 드셨나보다. 바리는 제 식대로 아비를 이해해본다.


하지만 모른척 들어가버리는 아비가 조금 낯설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으리는 저의 은인이기도 하니..


[떼잉, 오신 김에 배는 채우고 가시죠!!]


저 또한 모른체하고 아비에게 맞춰본다.



-



그렇다고 하루종일 붙어계실 줄이야. 저와 동갑내기면서 아비에게 어른 취급 받는 강림이 바리는 조금 부러웠다.


“..쯧.”


좀 전까진 저도 어른이라고 해놓고선 서운해하는 꼴이라니. 아비가 여즉 애 취급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에잉.”


더 생각하기 싫다는 듯. 벌러덩 누워버리는 바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그 놈은 어째 제 멋대로인지라. 예측하지 못하는 곳으로 가곤 했다.


예지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면서.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혼자 미리 생각해서 앓는지.


“흐아암-”


아비는 귀신이다. 저도 모르던 졸음을 어찌 보시곤 들어가 자라고 하는가. 저는 아직 어른이 되긴 글렀나보다.


‘..아야야.. 하? 우연이 아니었나?’


칫,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저도 다 큰 어른이다.


바리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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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1 23.12.11 13 1 11쪽
29 29화 +1 23.12.09 18 1 11쪽
28 28화 +1 23.12.08 17 1 11쪽
27 27화 +1 23.12.07 20 1 12쪽
26 26화 +1 23.12.06 22 1 11쪽
25 25화 +1 23.12.05 18 1 12쪽
24 24화 +1 23.12.04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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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1 23.11.26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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