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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최근연재일 :
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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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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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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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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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화

DUMMY

27화





“···?”


바리의 말에 일월댁이 의아한 듯 쳐다본다.


“..할말이 뭔데?”


말문을 열어놓고 주저하는 바리를 기다리기도 잠시. 남은 대화를 이어가려던 신우가 먼저 묻는다.


“그게, 사실은 말이야..”


콰-앙—!


갑작스러운 폭발음. 무언가 부서지기라도 한건지 먼지까지 휘날린다. 그에 잘 자던 다라까지 잠에서 깼다.


“엄마아..?”


- 저기도 있다!

- 그 말이 맞았네.

- 용케도 잘 숨어있었구만!


멀리 보이는 왈패들. 제각기 검을 들고 동굴까지 올라온다.


“여기도 멀쩡한 여자는 없는데?”


“정 안되면, 어린아이라도 데려가야지.”


“시간이 없다. 일단 다 데리고 가.”


왈패들은 칼을 들고 위협하듯 다가온다. 바리가 겁을 먹자 신우가 바리 앞에 선다.


“뭐냐, 반항하는거야?”


왈패들도 신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병색이 완연한 사람들 사이 건장한 청년 하나. 키도 커서 그들 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듯 했다.


“···”


저쪽은 무리지어있고 무기까지 있다. 불보듯 뻔할 결과에 신우의 판단은 빨랐다.


“..저는 의원입니다. 여긴 환자분들이고요.”


신우는 소매에서 의원패를 꺼내 보여준다.


“의원이 왜 여깄나?”


“형님, 관청놈중에는 뒷돈받고 여기 오는 놈들이 종종 있답니다.”


그러냐? 우리 같은 놈이구만.. 형님이라고 불린 사내의 눈이 가늘어진다.


“···여기 다 환자라는거냐?”


“예.”


“뒤에 놈은?”


왈패들은 바리를 보며 턱짓한다. 환자라기엔 잘 서있는데?


“이 자는..”


“형님, 보십시오. 사내놈치고 비리비리하고 벌벌떠는게.. 저 놈도 정상은 아닙니다.”


“에잇, 퉤. 우리한테 옮는거 아니야?”


“···확언할 순 없습니다.”


“젠장, 어쩐지 숨어 있더라니.”


“일단 환자들은 딴데 두고, 멀쩡한 너랑 저 애 엄마. 아이까지 셋은 따라와.”


졸지에 환자 취급당한 바리. 그 덕에 바리는 여인인것을 들키지 않았다.



*



잠시 후,


옥사 안에 갖혀있는 사람들. 왈패들은 공녀로 보낼 여자들을 먼저 고르고 있다.


“대장, 옥사 터지겠습니다.”


“어자피 금방 빠질거야.”


“..멍청한 놈들은 왜 조운선을 털려서..”


“너네는 안 털렸냐!”


조운선에 있던 왈패가 욱해서 반박한다. 화전민 마을 다녀왔더니 옥사가 죄다 비어있었더라.


“그만해라.”


심기가 불편한 왈패대장. 중앙관에게 자신있게 말했는데, 면이 팔리게 생겨 예민하다.


“대장, 상품들 상하기 전에 환자들은 빼두죠?”


공녀들 머릿수를 세던 왈패대장 앞으로 한 왈패가 들어온다. 괜히 병이 옳을까 천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그래라.”


대장의 허락. 왈패들은 환자들을 허름한 옥사에 몰아넣었다.


“여기 써도 되냐?”


“뭐 어때, 어자피 환자들이라 도망도 못갈텐데.”


“그래, 내일 공녀들 빼면 좀 낫겠지.”


창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옥사. 왈패들은 그곳에 환자들을 방치한다.


가긴 어딜가. 왈패들이 떠드는 말에 바리는 모골이 송연해진다.


“....으윽..”


“...?! 어르신?”


여기 좀 보십시오! 바리의 외침에 한 왈패가 뒤찮다는 듯 다가온다.


“뭐.”


“아직 몸이 성치 않으신 분이 있습니다. 최소한 덮을 것이라도..”


“에이-씨!”


탕. 왈패는 더러운 것을 본 냥 몸을 멀리 떨어뜨린다.


“야, 여기 환자들은 왜 데리고 왔어? 저기 저놈 기침하잖아!!”


“그래서 따로 빼놨잖아.”


“더럽게. 퉤!”


저희들끼리 쑥덕거리곤 가버리는 왈패들. 바리는 허망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



다음날 새벽,


“으어... 온 몸이 너무 아픕니다.”


“조금만.. 조금만 참으세요 어르신..”


탕탕-


“시끄럽다!”


“...이잇..”


저 나쁜놈들. 환자들을 이리 대하다니. 바리는 밤새 찬바람이 드는 옥사에서 환자들 병 시중을 들었다.


하지만 상황을 타개할 방도가 달리 생각나지 않아 이만 갈고 있던 차.


“..너, 바리냐?”


그때 들리는 제 이름. 바리는 소리가 난 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녹두형님?”


이 형님이 왜 여기있지? 바리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형님이 왜 여기 계십니까?”



-



바리와 청년무리가 왈패들 본거지로 떠나고 얼마 후.


까앙-!


괜히 발치에 있는 물건을 차는 모양새. 왈패 무리가 마을로 몰려왔다.


주기적으로 몇 놈 와서 자릿세는 받아갔어도, 이렇게 떼 지어 오기는 처음.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행태에 긴장하며 눈알을 굴린다.


“···일단 다 데려가.”


“예!”


왈패 대장이 내리는 명령에 왈패들은 서둘러 움직인다.


- 왜 이러십니까?

- 어딜 간단 말입니까?

- 살려주세요!


사람들의 외침과 왈패들의 고함에 마을이 소란스러워진다.


“숨어있는 놈들은 집을 부숴서라도 찾아. 어자피 쓸 일 없는 집이다.”


영영 어디론가 끌려간다는 걸 암시하는 말. 눈치 빠른 사람들은 서둘러 도망간다.


하지만 그도 잠시. 마을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왈패들에게 얻어맞고 끌려간다.


“···밖이 왜이리 소란, 응?”


밖이 시끄러워 깨진 머리를 붙들고 나온 녹두. 가관인 마을 꼴에 눈이 뒤집어진다.


“이 미친놈들아!!”


녹두는 손에 잡히는건 뭐든지 집어던지며 왈패들과 싸운다. 하지만 이쪽은 환자 한명. 상대가 되지 않는다.


퍼억-!


결국 왈패가 휘두른 몽둥이에 머리를 맞고 다시 쓰러진다.


“야, 상품을..!”


“어자피 못쓸 놈이였어. 일단 끌고가자!”



-



그리고 눈 떠보니 지금이었다.


“어쩐지, 일이 쉽게 되었다 했는데..”


바리는 일월댁을 구출하려 저가 이곳에 왔던 때를 상기한다. 어째 상주하는 놈들이 예상보다 인원이 적었어...


“생각을.. 좀, 해보자..”


바리는 복잡한 심경에 머리를 쥐어뜯는다.


- 제발, 안됩니다!!


“...?”


엊저녁부터 소란스럽던 여자들 옥사. 공녀로 치니, 마니 계속 다투는 소리가 들렸었다.


“저리 치워!”


왈패는 제 소매를 붙잡은 여자를 뿌리친다. 일월댁 아주머니?


일월댁은 어딘가 잘못 맞은 듯. 다리에 묶어두었던 붕대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하지만 이는 상관 없는 모양. 다시 일어나 매달린다.


“제발 나으리. 제 딸은 아직 어립니다.”


“알게 뭐야.”


공물로 바쳐지는 여인들 나이는 보통 15세에서 22세. 이래저래 긁어모았지만 딱 한명이 모자란 상황.


시일이 급하여 왈패들은 5살 다라를 공녀 무리에 넣었다.


“제 아이는 이제 고작 5살입니다. 차라리 저를 공녀로 데려가십시오.”


“애 엄마가 무슨 공녀야. 미친 소리말고 들어가있어”


“저는 올해 22세입니다. 공녀로는 손색이 없을겁니다.”


“..그래?..”


형님, 어쩔까요? 왈패의 물음에 대장은 고민에 빠진다.


액면가로 보면 5살 어린아이보단 저 여자가 나은 듯 보이는데.


“..안 돼, 흠 있는 여자를 넣어뒀다가 괜히 피 보지 말고.”


왈패대장은 상처가 터져 피가 흐르는 다리를 턱짓하며 거절한다.


“아.... 제발 나으리.”


“엄마아!”


젊은 엄마의 절규와 아이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혀를 찬다. 하지만 뾰족한 방도가 없긴 매한가지인지라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파앗-!


“...미친 놈들아!”


조용하던 순간에 들리는 욕설. 녹두 형님? 바리는 제 뒤에서 들린 욕설에 깜짝 놀란다.


일이 불시에 많아져 짜증났던 상황. 왈패대장은 욕설이 들린 곳으로 눈을 부라린다.


“넌 뭐야?”


“너가 인간이냐?”


“그래라. 인간 안할란다.”


왈패대장은 화풀이나 할 겸 해서 몽둥이를 들고 다가온다.


터진 머리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바리는 녹두가 걱정되어 말려본다.


“놔 봐, 내 배 곪고 살았어도. 부끄럽게 살진 않았다. 죽더라도 저 놈은 죽이고 가야겠다!”


퍼억-


왈패대장은 녹두의 머리채를 잡고 옥사 밖으로 끌어낸다. 녹두는 힘없이 끌려나가 발길에 채인다.


도대체 그놈의 공녀가 뭐기에. 바리는 억울함에 눈이 벌개져 소리친다.


“그만하시오! 그 분은 환자입니다!”


퍼억-, 퍼억-.


그러나 왈패대장은 미친듯이 녹두를 걷어찬다.


“내가! 더럽게! 벌건! 말건? 어? 뭐, 어쩔건데! 거지가!”


“...!”


건장한 사내의 발길질에 녹두는 정신을 잃는다.


“나랏님도! 나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에!”


울분에 찬 목소리. 하지만 억울함 보단 짜증이 가득하다.


먹고 살겠다고 뭐든 먹다간 탈이 난다. 그런 사람 고치는게 의원 아닌가.


악을 쓰다 지쳐 탈력감에 주저앉은 바리. 무언가 결심한 듯 옥사 밖으로 뛰어나간다.


“그!만!하!라!고!”


빠악-!


바리는 성질껏 왈패대장을 들이받는다. 이를 보던 신우는 망했다는 듯 눈을 가린다.


“...바리야.”




***




“흐으음~”


가장 상석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홍사. 대신들은 회의를 하다가 홍사를 흘끔거린다.


“···하여 황국에서 화친 서신을 보냈다합니다.”


“으으음~~”


회의를 듣는건지 뭔지. 대신들은 한 사내에게 황제의 답을 물으라 눈치를 준다.


“···눈치 그만 줘라.”


사내가 눈치에 말을 꺼내기 전. 홍사가 먼저 말을 꺼낸다.


“어느 한 놈. 내게 답을 물을 용기도 없다니.. 원,”


그대들은 내가 화랑이란 걸 종종 잊는 경우가 있어. 홍사는 한심한 것을 보는 표정으로 말한다. 기감이 일반인보다 월등한 홍사가 저네들 눈치를 모를 리 없을 터다.


“그래서. 외무대신은 그 항의 서신에 대한 내 답을 전해야 한다~ 이말인가?”


“···화친 서신입니다, 폐하.”


“오호? 그대는 그게 화친으로 읽히는구려?”


천자문부터 다시 읽지 그래. 홍사는 거스러미 하나 없는 제 손톱을 보며 심드렁히 말한다.


스스스-


홍사 뒤에서 조용히 나오는 뱀들. 홍사의 심기를 보여주듯 몸을 부풀린다.


“폐하,”


뱀들이 편전 아래 대신들에게 오기 전, 방금 전 눈치를 받았던 사내가 홍사를 부른다.


“왜 부르나 국상?”


국상이라 불린 사내는 련가의 소. 어떻게 해서든 제 딸을 황후로 넣으려 하는 탓에 홍사의 눈밖에 났다.


황제 다음으로 제일 가는 권세를 지닌 덕에 아직도 자리를 보전하는 중이다.


“···황국에서 먼젓번 국경에서 있던 일에 대해 사과하고자 화해의 선물과 서신을 보냈으니, 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 법도인줄 압니다.”


뱀 따위 보이지도 않는 듯. 평온하게 말을 하는 련소. 홍사는 그에 심기가 더 불편해진다.


“저희들이 훔쳐간 보물을 가져오는게 순서 아니겠나?”


“···그것이 국경을 넘어갔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경을 넘어가지 않았다. 그럼, 그대가 가지고 있나?”


오래 전 알 수 없는 일로 사라져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홍국의 보물, 파초선.


그 부채는 황족만이 제대로 쓸 수 있다. 모르는 자들에게는 그저 오래 된 고철 덩어리로 보일 뿐.


하지만 제대로 쓴다면 그 위력은 대단하다. 하여 소지한 것만으로도 반역이 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황족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경우가 딱 하나 있었다.


본디 황족이 아니었으나 황족이 되는 자.


파초선이 주인으로 인정한 ‘황후’.


그거 우리 랑이 줘야하는데. 홍랑이 파초선을 쓸 수 있게 된다면 황후로 앉히는데 반대가 없을 것이다.


보통 황후를 맞이하고, 파초선을 하사했겠지만, 홍사가 그런걸 신경쓰던가.


“···그럴리 있겠습니까?”


련소는 사람좋게 웃어보인다. 그 모습에 더 짜증이 나는 홍사. 저 놈은 구렁이가 확실해.


“하긴, 네 딸 중엔 파초선이 인정할만한 황후감이 없지.”


“···”


제 딸을 걸고 딴지를 거는데도 표정한 번 굳히질 않는다. 홍사는 김이 팍 새어버렸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화친에 대한 답으로 네 딸을 저쪽에 시집보내던가, 파초선을 되찾아와. 어느 멍청한 놈이 빼돌렸는지는 몰라도. 내 쉽게 죽이진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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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1 23.12.04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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