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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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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최근연재일 :
202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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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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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42화 남궁세가 (1)

DUMMY

강호 무림이 대공자 일행으로 인해 경동한 것은 알지 못한 채, 대공자 시운학 일행이 안휘 황산에 접어들자, 말을 탄 한 무리의 무인들이 달려와 일행 앞에 멈추더니 말에서 내려 남궁호에게 인사했다.


"삼공자님을 뵙습니다."


남궁호는 그들을 맞으며 밝게 웃어 보이고 대공자 시운학을 향해 말했다.


"시 공자님,

본가의 창궁대원들입니다."


남궁호는 창궁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세가의 귀빈이시다. 인사 올리거라."


창궁대원들도 남궁세가를 나오며 들은 말이 있었는지 대공자 시운학을 빠르게 살피고는 일제히 포권하며 인사했다.


"남궁세가 창궁 일 대 조장 남궁건과 창궁 일대가 인사드립니다."


대공자 시운학이 보기에 절도 있는 모습이나 자부심 가득한 기상이 좋아 보였다. 대공자 시운학은 창궁 일 대 조장이라 말한 남궁건과 대원들을 돌아보며 포권을 하고 답례했다.


"이리 반겨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소생은 시운학이라 합니다."


남궁호는 창궁대원들과 인사하는 것은 중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대공자 시운학의 눈빛에 창궁대원들을 좋게 본 듯한 것에 만족하며 말했다.


"어찌 알고 나왔더냐?"


"귀빈들의 일로 강호가 떠들썩하니 어찌 모르겠습니까? 가주님께서 친히 말씀이 계셨습니다."


"아버님께서 말이더냐?"


"예, 삼공자님.

기다리고 계실 터이니 서두르시지요."


남궁호는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이 대공자 시운학과 함께 오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마중을 나가라 지시했다는 말에 놀란 듯 대공자 시운학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부친께서 소생이 시 공자님과 함께한 것을 아셨던 모양입니다. 조금 서둘렀으면 합니다."


"가주님께서 기다리신다니 그리하시지요."


남궁호가 창궁대원들을 보자 조장 남궁건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는 듯, 대원들을 돌아보자 대원들 가운데 일행을 위한 말을 끌고 온 대원들이, 서둘러 말을 앞으로 이끌고 나와 대공자 일행과 남궁 남매에게 내주었다.


설호에게도 말을 내주었지만 설호는 대공자 시운학의 말고삐를 잡고 타려 하지 않았다. 대공자 시운학은 그런 설호에게 말했다.


"말에 오르거라. 조금 서둘 것 같으니 말을 너무 옥죄지 말고 말이 가는 대로 맡겨 두면 될 것이다."


설호는 서툴기는 하지만 말을 못 타는 것은 아니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말에 올랐다. 말이 투레질을 하며 설호를 얕보자 설호는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말 옆구리를 조였고, 말은 설호의 힘에 눌려 금방 진정된 듯 더는 투레질하지 않고 얌전해졌다.


창궁대원들은 설호가 탄 말이 투레질하며 몸을 솟구치자 잠시 놀랐지만, 그보다는 설호가 두 다리의 힘만으로 말을 제압한 것이 오히려 더 놀랐다. 어려 보이는 설호가 단 한 순간의 힘으로 거친 말을 제압한 것이었으니 설호를 보는 눈이 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말이 투레질을 하자 설호를 염려해 지켜보던 시운화가, 설호가 말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잘했다는 듯 끄덕여 보이자, 설호는 으쓱한 마음이 드는지 말 목을 툭툭 두드리며 문제없다는 듯 자랑하자, 시운화는 다시 고개를 끄덕여 설호를 칭찬했다.


빠르게 움직인 일행이 남궁세가에 당도하자 거대한 남궁세가의 전경에 시운화와 설호는 물론이고 대공자 시운학마저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남궁호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


열려진 남궁세가의 대문을 그대로 통과한 일행을 총관 전막삼이 나와 맞아들였다.


"삼공자님과 사공녀님의 무사 귀환을 환영합니다."


총관 전막삼은 두 남매에게 인사하고 대공자 시운학 일행에게도 인사했다.


"총관 전막삼입니다.

시 공자님과 낭자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공자 시운학도 남궁세가의 총관이 인사하자 마주 인사했다.


"이리 반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운남 수천문의 시운학이라 합니다."


총관 전막삼은 인사를 마치자 서둘러 남궁호와 남궁수에게 말했다.


"안에서 가주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귀빈은 소생이 별채로 모실 것이니 서둘러 드시지요."


"별채라니 어디란 말이시오?"


"청림원으로 모실 것입니다."


남궁호는 청림원이라는 말에 잠시 놀라움을 보였으나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남궁수와 함께 내전으로 향했다. 남궁 남매가 안으로 들자 총관 전막삼은 대공자 시운학 일행의 앞에 서며 일행을 안으로 안내했다.


별채라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까지 지내본 별채들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했던 곳이 신선루의 별채였는데, 총관 전막삼의 안내를 받아 온 별채는 입구 대문이 문루처럼 높게 솟아오른 별채라기보다는 휴양을 위한 별원에 가까웠다.


너른 공간에 푸른 소나무가 정취를 돋우고 있었고, 청석이 깔린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서자 작은 호수와 정자가 정원을 꾸미고 있었다. 전각 앞에 하인들이 나와 일행을 맞는 인사를 마치자 총관 전막삼은 열려진 전각 안으로 일행을 안내하고 말했다.


"이곳은 본 세가의 아주 귀한 귀빈을 모시는 곳입니다. 편히 쉬시고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아이들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여독을 푸시라고 수조에 물도 채워 두었고 잠시 뒤 식사도 준비하겠습니다."


"강호 초출인 소생 일행을 이리 반겨 주시니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소생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려 주셨으면 합니다."


"시 공자님의 말씀은 바로 전해 올리겠습니다. 그럼 원로에 피곤하실 것이니 소생은 잠시 물러나 있다가 다시 찾겠습니다."


총관 전막삼이 물러가자 시운화는 별채 안을 둘러보며 감탄하고 말했다.


"오대 세가라 하더니 참으로 대단하지 않아요? 오대 세가가 모두 이렇게 클까요?"


"크고 작고의 차이야 있겠지만 우리 눈에는 모두 같을 것이다. 노사님들께 들은 말로는 거대 세가들은 하루 종일 말을 달려도 다 돌아보지 못한다고 하셨으니 말이다."


"소매는 그저 놀리시려고 하신 말씀이신 줄로만 알았어요."


"직접 보니 참으로 놀랍기는 하구나."


"그렇지요! 소매만 그런 게 아니라 오라버니가 보시기에도 놀라운 게 맞지요?"


"며칠 머물 것이니 천천히 둘러보면 되지 않겠느냐."


"며칠로 될지 모르겠어요."


"천하가 이리 넓은 줄 알았으니 다른 곳도 살펴야 하지 않겠느냐?"


"히히~

소매는 오라버니가 금방 돌아가시는 줄 알고 걱정했었는데 마음이 놓여요."





남궁호와 남궁수수(본가로 돌아왔으니 외자 수가 아니라 수수라는 본명으로 불림)가 대전에 들자 대전에는 남궁세가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두 남매는 그 모습에 놀라며 안으로 들어 가주 남궁진연에게 인사했다.


"소자 다녀왔습니다."


가주 남궁진연은 남궁호의 인사를 받으며 서둘러 말했다.


"그들을 어찌 만나게 되었는지 말해 보거라."


남궁호는 대공자 시운학 일행을 만난 것이 그리 중요한 일인지 싶었지만, 대전을 둘러보며 어른들께 인사를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가주 남궁진연이 다시 말했다.


"인사는 천천히 하고 묻는 말에 먼저 답하거라."


남궁호는 다시 대전 안을 돌아보고 모두들 궁금해하는 듯싶자 물었다.


"가주님,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그들과는 악양루에서 처음 만나 가까워졌을 뿐입니다."


"듣지 못한 것이더냐?"


"무슨 말씀이신지 소자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남궁호가 무슨 일이 있어 이리 서둘러 묻는지 모르는 듯싶자 대장로 남궁진수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강호가 그들로 인해 경동하고 있는 것도 몰랐다는 말이더냐?"


"그들의 무공이 놀랍기는 했습니다만, 고수가 나타나는 일은 언제나 있어 왔던 일 아닌지요?"


"그런 말로 이해할 일이라면 이리 모여 있겠느냐, 어서 가주님께서 물으신 말씀에 답해 보거라."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하신 일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답해 올리겠습니다."


가주 남궁진연은 남궁호의 말에 의문을 지우지 않았지만, 남궁호가 아직 강호 소식을 듣지 못한 듯싶자 다시 말했다.


"그들 일행들이 벌인 일을 아직 듣지 못한 것이더냐?"


"예, 가주님.

악양루의 일이 있고 다음 날 동정 수채에 함께 들었습니다. 동정수채에서 동정십팔채 채주들을 물리치고 이틀에 걸쳐 연회를 가졌고 그 후 바로 세가로 돌아왔습니다."


가주 남궁진연은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물었다.


"진정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로구나, 일행이 더 있었지 않았느냐?"


"아~!

그들은 악양루의 일이 있고 따로 움직인 듯싶습니다. 양하채에 들 때에는 시 공자 남매와 시종만이 소자와 함께했었습니다."


"나와서는 만나지 않았더냐?"


"예, 양하채를 나와서는 바로 포구에서 배에 올랐으니 남은 사람의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예, 가주님.

그들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킨 것입니까?"


"허허~

일이라면 큰일이지, 그들로 인해 강호가 들썩였으니 큰일이 아니겠느냐?"


남궁호가 남궁수수를 바라보자 남궁수수 역시 궁금하다는 듯 대전을 둘러봤지만, 대전 안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다. 두 남매가 가주 남궁진연을 바라보자 가주 남궁진연이 말을 이어 갔다.


"함께 온 공자가 그들 문파의 소문주라 하던데 그것은 알고 있었느냐?"


"예, 가주님.

그리 들었습니다."


"그럼 네가 보기에는 남은 자들과 그 공자의 무위가 어떠하더냐?"


"무공 수준을 물으신 거라면 소자의 재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들 사형제 모두 드러낸 무공을 살피더라도 최소한 초절정으로 여겨졌고, 악양루에 함께하신 개방 도걸개 장로와 동정어은 곽달 대협께서도 그렇게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음~! 그랬지. 맞아 그 자리에 도걸개 장로와 곽 대협께서 함께 있었다는 말은 들었다. 그 두 분께서 그들을 초절정이라 했단 말이지?"


"예, 가주님.


"그래 그렇다면 악양에서 있었던 일부터 말해 보거라."


남궁호는 호남에서 임무를 마치고 악양이 소란스런운 것에 관심을 두었고, 악양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소문에 악양루에 오른 것과 그곳에서 정왕부의 사람들과 악양 무인들 그리고 시운학 일행을 만나게 된 일을 알렸다.


그리고 악양루에서 듣고 본 일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궁수수에게 확인을 받아 가며 자세히 풀어냈다. 그리고 악양루에서 연회를 마치고 시운화와 가까워진 남궁수수가 시운화를 세가로 초청했고, 대공자 일행이 양하채로 들어갈 때, 남궁수수의 초청을 핑계 삼아 함께한 것과, 양하채에서 시운화가 보인 무위와 그 후 동정십팔채 채주들에게 대공자 시운학이 보인 무위까지 더하고 빼지 않고 그대로 전했다.


"양하채를 나와 세가로 돌아올 때까지는 그들 가까이 머무느라 다른 소문은 듣지 못했습니다."


가주 남궁진연은 남궁호가 말을 마치자 칭찬했다.


"하하하,

잘했다. 그들을 초대한 수수나 그들을 잘 잡고 있었던 호, 너희 둘의 공이 참으로 크다."


남궁호는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를 봤으니 그들이 대단한 것이야 당연했지만, 그게 이토록 가주이신 부친의 칭찬을 들을 일인지가 의문이었다.


"가주님,

남은 시 공자 형제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 모여서 물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래, 앞으로 시 공자 일행을 상대하려면 알고는 있어야겠지. 그리고 내일 연회를 열어 시 공자를 만나 볼 것이니 그리 알고 전하거라. 앞으로 그들과의 소통은 형들과 상의해 가며 처리하거라."


"예, 가주님."


남궁세가주 남궁진연이 말을 마치고 대전을 나갔지만, 대전 안에 있던 누구도 나가지 않고 남궁호와 남궁수수에게 다시 물어 왔다. 남궁호와 남궁수수는 가주 남궁진연이 나가자 숙부들과 형제들이 물어 오는 말에 답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저 물었다.


"오면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지 못했습니다. 악양을 떠난 지 불과 열흘 남짓인데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까?"


대공자 남궁철이 얼른 나서며 말했다.


"셋째야,

그들의 무공이 그리 놀랍던가?"


"예, 대형.

소제로서는 수위를 판단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아우가 겪은 일은 차차 듣기로 하고,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형이 알려 주지. 악양을 나선 지 열흘이 넘었다 했더냐?"


"예, 대형.

양하채를 나와 바로 배에 올랐지만 오며 황산의 풍광을 살피느라 시간을 지체했습니다."


"그러느라 소문을 듣지 못한 게로구나. 먼저 일이 생긴 곳은 설가장이었다. 그들 사형제 가운데 묵운 사마의라는 자가 설가장에 들었다. 그것은 아느냐?"


"설가장에 든 것은 모르나 악양루에서 설가장주가, 여식을 앞세워 사마 소협을 초대한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여식을 앞세웠다. 설가장주라면 영주일검 설양석을 말하는 것이더냐?"


"예, 대형."


"설가장주가 호남에서 세를 불리려다 힘이 모자라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기회를 잡았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묵운 사마의라는 자가 설가장에 들었다 하지 않았더냐?"


"그런데요?"


"소문을 듣고 영주 무인들과 호남의 호걸들이 설가장으로 몰려들었다. 모두 그 묵운 사마의란 자와 비무를 하겠다며 설가장에 비무첩이 산을 이뤘다더구나."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 그랬었지. 한데 묵운 사마의가 귀찮게 여겼는지 방을 내걸고 조건을 걸었다. 비무에서 지면 설가장의 호위로 석 달을 지내야 한다고 말이다."


"영주와 호남 호걸들이 상대가 되지 않았을 터인데요?"


"네 말이 맞았다. 그들은 누구도 묵운 사마의라는 자의 일초반식도 견디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했다 한다."


"그럼 모두 설가장의 호위가 된 것입니까?"


"그래 비무첩을 내고 비무에 응한 자들 모두 구리 광산과 채석장으로 보내졌다 하더구나."


"당연한 결과라 여겨집니다."


"그들 모두가 일초반식을 견디지 못한 것이 아우가 생각하기에 당연하다는 말이더냐?"


"예, 대형.

그들 사형제의 무공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초절정이라 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영주나 호남의 호걸들이 상대가 되겠습니까? 더구나 명망 있는 고수들은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을 터이니 당연하다 말씀드린 것입니다."


"영주의 일은 아우의 말대로 되었지. 아무리 석 달이라 한정했어도 지고 나서 굴욕이라 여겼을 남은 호걸들은 비무에 응하지 않았으니까."


"다른 일이 더 있었습니까?"


"은창 유성이라 불린 자는 장사 무림맹 지부에 들었다."


"무맹입니까?"


"그래, 장사가 호남 지부가 있는 곳이니 그곳으로 찾아든 모양인데, 그자가 무맹에 들겠다 천명하고 무맹의 실력을 살피겠다며 장사지부의 무인들을 경동케 했던 모양이야. 한데 앞서 묵운 사마의라는 자와 마찬가지로, 장사 지부의 대원들은 지부장이 겨우 이초를 견뎌 냈을 뿐이니 남은 대원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질 않겠느냐?"


"호남 지부장이면···?"


"소양검 육공설 대협이시다."


"아~!

공동파 출신의 육 대협께서 호남 지부장으로 계셨습니까?"


"몰랐던 것이더냐? 아무리 호남에 본가의 사업이 작다 하나 그 정도 인사는 알고 있어야지."


"죄송합니다. 잠시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정왕부에 든 섬도 진걸이라는 자는, 정왕부에 머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며칠 만에 나와 경사로 올라갔다. 그리고 만검 교운이라 했던가, 그자도 강을 건너 북으로 향했다 하는데, 섬도 진걸은 시비를 걸어도 혼을 내는 정도에 그친 반면, 만검 교운이라는 자는 시비를 걸러 간 자들을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베었다는구나."


"얼마나 베었기에 그리 말씀하시는지요?"


"벌써 이십을 넘었다 하는데 지금은 몇이나 더 베었는지 모르겠구나."


"악양루에서 봤을 때는 말도 없이 다소곳한 사람이었는데,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정말 모를 일인 듯싶습니다."


"그랬었더냐?"


"예, 대형.

누가 말을 붙여도 가볍게 대답하고는 어울리려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냉철한 자라 여겨지더냐?"


"당시에는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만검 교운이라는 자의 별호에 살 자가 붙어 살검이라 불린다는구나."


"살검이라고요?"


"그래 살검. 몇몇은 그보다 더해 천살검이라 한다더라."


"대형의 말씀을 들으니 강호에 새로이 강자가 나타나 일은 소란일 뿐 별일은 아니라 여겨지는데, 아버님이나 숙부님들까지 긴장하시는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모르느냐? 그들 사형제들 가운데 하나라도 지금껏 상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중한 일인지를, 더구나 그들이 나온 곳이 어디더냐? 왕들의 무덤이라 소문났던 곳이 아니냐? 운남 수천문이라 했더냐?"


"예, 대형.

운남 수천문이라는 곳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미 알려진 고인들만 해도, 도왕에 검선, 장왕에 편선이라 듣지 못한 것이냐?"


"예, 그들 사형제의 스승들이 그분들이라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일이 얼마나 중한지 모르겠고?"


"······."


"그분들 가운데 한 분만 계셔도 강호의 균형추가 움직인다. 한데 하나도 아니고 넷이 나왔고 모두 그분들의 후예라 공언한다니, 그들의 움직임에 강호 세력들의 우려가 모아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소제가 듣기에 그들의 스승이신 분들이 강호로 나오실 일은 없으실 듯싶습니다. 오며 들은 말로 그들은 그들의 스승과 같이 강호행을 할 것이라 했고, 강호행을 마치고 나면 다시 운남으로 돌아간다 했습니다."


"뭐라, 돌아간다고?"


"예, 대형."


"언제 말이더냐?"


"언제라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셋째, 그들의 스승이라는 분들이 강호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는 아시는가?"


"······."


"거의 한 갑자일세, 한 갑자. 평생이라는 말일세, 아시겠는가? 평생일세. 그러니 그들이 운남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하네. 기회가 있거든 별채에 온 자들에게 물어보게 혹시라도 빨리 돌아가는지 말일세."


"예, 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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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남궁세가 (2) +1 23.06.19 2,988 29 15쪽
» 42화 남궁세가 (1) +1 23.06.19 3,006 29 18쪽
41 41화 경동 천하 (2) +1 23.06.18 3,011 30 14쪽
40 40화 경동 천하 (1) +1 23.06.17 3,086 29 14쪽
39 39화 정왕부 (4) +1 23.06.16 3,011 30 17쪽
38 38화 정왕부 (3) +1 23.06.15 3,014 31 15쪽
37 37화 정왕부 (2) +1 23.06.14 3,015 29 15쪽
36 36화 정왕부 (1) +1 23.06.13 3,020 29 14쪽
35 35화 수로채 (4) +1 23.06.12 3,023 27 15쪽
34 34화 수로채 (3) +1 23.06.11 3,029 28 15쪽
33 33화 수로채 (2) +1 23.06.10 3,040 27 14쪽
32 32화 수로채 (1) +1 23.06.09 3,064 27 14쪽
31 31화 강호로 나가다 +1 23.06.08 3,094 28 13쪽
30 30화 설봉봉 +2 23.06.07 3,196 30 12쪽
29 29화 부저추신(釜底抽薪) +2 23.06.06 3,112 29 14쪽
28 28화 드러내다 +1 23.06.05 3,116 30 15쪽
27 27화 술잔 +1 23.06.04 3,103 29 15쪽
26 26화 도발은 죽음 +1 23.06.03 3,132 29 18쪽
25 25화 잉어 가시 +1 23.06.02 3,162 28 13쪽
24 24화 편린(片鱗) +2 23.06.01 3,173 31 16쪽
23 23화 인질?! +1 23.05.31 3,191 3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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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신선루 (5) +1 23.05.26 3,383 27 14쪽
17 17화 신선루 (4) +3 23.05.25 3,413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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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신선루 (2) +1 23.05.23 3,473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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