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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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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최근연재일 :
202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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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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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4화 편린(片鱗)

DUMMY

호남의 은자가 천하전장을 통하지 않고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천하전장의 공자 천금산도, 장강수로 수천 리를 오가는 모든 배들이 장강수로맹의 허락이 없으면 장강 위에 뜨지 못한다는 수로맹 회주의 공자 계대근도, 천하 비단의 일 할은 쌓여 있을 것이라 소문난 조가금원의 공자 조사묵도, 정왕부(鄭王府)의 한마디에 멸문에 이르게 될 수도 있었다.


황명으로 왕부에 무력을 키우지 못하는 친왕부라 할지라도, 황족의 특권은 존재했고 더구나 정왕부는 황제의 육제(六弟)로 봉왕부도 아닌 친왕부였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누구도 묻지 않을 것이었다. 만일 삼왕자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거나 몸을 상하는 일이 벌어지면, 그 일에 관련한 모두는 황족을 능멸한 죄를 쓸 수도 있었고, 억울하다 여길지는 몰라도 대역이라는 큰 죄를 뒤집어쓰고 멸문에 이르게 될 수도 있었다.


대공자 시운학이 악양루에서 보자 한 시간은 이제 너덧 시진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왕부에 사실대로 알려야 할지 아니면 은자를 마련해 악양루에서 삼왕자를 무사히 구출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삼은 세 사람이 고민하고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거듭했다. 처음 대공자 시운학을 본 이후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으니 가능한 일이기는 하나, 생각을 거듭하면 할수록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가 자신은 짐작하지 못하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결론지었다.


당삼은 세 사람에게 알리지도 않고 신선루를 나와 정왕부로 향했다. 호위의 실패 책임을 물어 목이 잘린다 해도 호위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여긴 탓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강호 무림에서 아직까지 보지 못한 강한 무공의 소유자가 삼왕자를 끌고 간 것은 알려야 했다.


천금산과 계대근, 조사묵은 당삼이 보이지 않자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천금산은 자신의 호위들에게 전장에 도박장에서 있었던 일을 알리고 은자를 마련해 두라고 하고, 세 사람이 함께 정왕부로 향했다.


세 사람이 정왕부에 이르자 밤이 늦었음에도 정왕부의 대문 앞은 대낮처럼 밝혀져 있었고, 왕부의 호위 군졸들이 도열해 있었다. 세 사람이 다가가자 왕부의 집사가 달려 나오며 호위 군졸들에게 말했다.


"이놈들을 잡아들이거라."


세 사람은 뭐라 변명도 하기 전에 군졸들이 휘두르는 창대에 얻어맞고 엎드렸는데, 하인들이 나오더니 포승줄로 순식간에 포박하더니 왕부로 끌고 들어갔다. 왕부의 대전에 이르자 당삼이 단하에 꿇려 있었고, 세 사람 역시 당삼 뒤에 꿇려졌다.


대전 앞에 놓여진 태사의에는 일왕자 주혁이 자리하고 앉아 당삼을 내려보며 물었다.


"부왕께서 경사로 올라가시고 안 계신 이 시기에 아우는 주루에서 주색잡기를 하며 지내고 있었더란 말이더냐?"


일왕자 주혁은 삼왕자 주탁과는 배가 달랐다. 정비의 소생인 일왕자와 달리 삼왕자 주탁은 첩지를 받기는 했지만 서인 출신의 모친을 두고 있었기에, 일왕자와 이왕자는 삼왕자를 형제로 여기지도 않을 만큼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


그런 연유로 삼왕자 주탁이 납치를 당했다고 당삼이 고했지만, 삼왕자 주탁의 안위는 묻지도 않고 삼왕자 주탁이 주색잡기를 하며 지내다 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며 당삼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놈이 아우를 끌고 가며 뭐라 했다 했더냐?"


"예, 저하.

진시까지 은자 오십만 냥을 갖고 오면 삼왕자님을 풀어준다 했습니다."


"은자를 마련하지 못하면 어찌한다 하더냐?"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은자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더냐?"


"뒤에 있는 세 분 공자님께서 소인보다 잘 아시고 계십니다."


"호위라는 놈이 주인이 위해를 당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 게냐?"


"놈에게 당해 정신을 잃고 있어 알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죽지 그랬더냐?"


"죽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하찮은 네놈의 목을 베고 부왕께 뭐라 말씀드린다는 것이냐? 네놈의 목이 떨어지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부왕께서 정하실 일이니 우선은 붙여 둘 것이야. 저 세 놈이 함께 놀던 놈들이라는 말이지."


"예, 저하."


"꼴도 보기 싫구나 끌어내 목을 치거라."


일왕자 주혁이 세 사람의 목을 치라 명하자, 세 사람보다 놀란 정왕부의 책사가 얼른 다가서며 일왕자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저하,

그리하시면 안 되십니다. 나중에 전하께서 돌아오시면 찾으실 것이니 우선은 살려 두시지요. 그리고 삼왕자 저하의 신상에 위해를 끼치게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잘되지 않았소이까?"


"저하,

이번 일이 저하께는 잘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전하께서 경사로 가시며 왕부의 일을 모두 저하께 일임하셨으니, 적어도 이번 일로 삼왕자 저하께서 위해를 입으시는 것은 막으셔야 할 것입니다."


"진 선생,

어찌하라는 것이오?"


"원인이 저 세 놈에게 있으니 알아서 은자를 마련해 구하라 하는 것이 맞겠지요. 만에 하나 일이 틀어져 삼왕자께 위해가 가해져도 모든 책임은 저놈들에게 지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저하,

이번이 아니라도 삼왕자께는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인의 모습을 보여주시면 저하에 대한 전하의 신망이 높아지시지 않겠습니까?"


"정녕 그리 여기시는 것이오?"


"어느 안전이라고 허언을 드리겠습니까?"


"군사를 청해 놈들을 잡아들여야 하는 것이오?"


"표교 몇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진시에 이르면 보는 눈이 많을 것이니 그때 악양루에 군사를 보내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리하시오. 저 세 놈에게는 입조심하라 단단히 이르셔야 할 것입니다."


"예, 저하.

맡겨 주십시오."


일왕자 주혁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전에 들자 진 선생이라 불린 사람이 천금산, 계대근, 조사묵에게 다가가 말했다.


"죽을 목숨을 살려 준 것이니 내 말을 똑똑히 듣고 그대로 행해야 할 것이다."


"예, 대인."


세 사람이 한목소리로 대답하자 빙그레 웃고 말했다.


"그놈이 은자를 마련해 오라 했다고?"


"예, 대인.

오십만 냥이라 했습니다."


"어찌 오십만 냥이더냐, 그보다 더 부를 수도 있거늘?"


"그건 알 수 없으나 소생들에게 그저 오십만 냥을 갖고 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뭐라~!

삼왕자 저하의 몸값이 아니라 네놈들에게 마련하라 했다, 그렇다는 건 삼왕자님과는 상관없다는 말이 아니더냐?"


"그건 소인들도 모르겠습니다."


"그놈을 잡으려다 혹여 삼왕자님의 신체에 위해라도 입을까 우려하여 군사를 내지는 않을 것이나, 은자를 마련하는 것은 네놈들 몫임은 알겠구나?"


"예, 대인.

당연히 소인들이 마련하려 했습니다."


"호남의 은자가 모두 천하전장을 통한다 하더니 자식 놈의 배포도 제법이로구나. 은자는 그리하면 될 것이고 악양루에는 당 호위까지 함께하는 것이 맞을 듯싶은데 어찌 생각하느냐?"


"소인들이야 당 호위와 함께하면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물러들 가고 차질 없도록 준비하거라. 전하께서 경사에 올라가셔서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진 줄 알고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될 것이야."


"예, 대인.

소인들도 지은 죄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신선루주 하려려는 주루에서 이어져 온 길을 다시 확인하고 안개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외총관 두자점이 말한 대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손을 내밀어 앞을 살피려 해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운무진(雲霧陣)이라···. 수생목(水生木)이니 동방(東方)이 생문이겠지.'


'동방이면 갑을(甲乙)로 나뉘고 지금은 밤이니 을방을 택하는 것이 옳으리라.'


신선루주 하려려는 한 번 판단에 한 걸음씩을 옮겨 갔다. 한 걸음 내딛고는 몸이 바르게 움직였는지, 혹여 미혹돼 달리 움직였는지 하늘을 살펴 위치를 확인했다.


'나가려 하지 않고 머물렀으니 묘방(卯方)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진방(辰方)인가? 하도(河圖)에 동방(東方)이 삼팔(三팔)이니 세 걸음 내딛고 여덟 걸음을 어찌해야 하나···.'


대공자 시운학은 만상조화진에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 들었다가 나가더니 반 시진도 못 돼 다시 들려 했고, 물러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어디서 진법을 아는 자가 들었는지 진을 열고 다가서려 했다.


'제법이로구나.'


'누가 이런 재주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


대공자 시운학은 사형들과 삼왕자가 함께 있는 곳을 잠시 지켜보다 별채 입구로 향했다. 가볍게 날아 별채 문 위로 올라가 진 안에 움직이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


'이런 실수가 다 있나.'


'무공도 모르는 여인이 루주에 올랐을 때는 그만한 연유가 있으리라 짐작하기는 했지만, 속이 깊은 여인이라 간단히 여겼거늘 지혜롭고 큰 재주가 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구나.'


'팔진법에 밝고 하도낙서(河圖落書)까지 아는 듯싶은데···. 어찌 조금 비튼 복희팔괘방(伏羲八卦方)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저런 삼팔이 뒤바꿨구나.'


'저러다 이괘(離卦)로 들지 못하고 감괘(坎卦)로 들면 큰 곤욕을 치를 것인데.'


신선루주 하려려는 세 걸음 내딛고 돌아서 여덟 걸음 나가려다, 찬바람이 일어 발아래를 보니 딛고 있는 곳이 암봉 꼭대기였고 눈 아래 펼쳐진 풍광은 천장 절벽에 운무가 가득했다.


'외총관이 여기까지는 못 왔을 것이나, 참으로 무서운 진이로구나.'


'잘못 잡은 방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참으로 곤란하게 생겼구나.'


대공자 시운학은 루주 하려려가 미혹진에 들어서고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루주 하려려가 대단한 사람이라 감탄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미혹진에 들어서면 심상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위기에 빠지기 마련인데도, 저리 침착함을 유지하며 움직이지 않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선루주 하려려는 눈을 질끈 감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 눈을 뜨고 살피니 기암절벽과 천장절벽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고, 끝없이 펼쳐진 운무 가운데 서 있었다.


'운무를 화(火)로 봐야 했는가···. 여기까지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방위를 잘못 잡은 건 아닌 듯싶은데···.'


'삼팔을 뒤튼 것인가?'


'외총관이 그리 움직이고도 상하지 않은 것을 보면 사람을 상하게 하지는 않으려 한 것 같은데···. 시험해 보면 알 일이니···. '


신선루주 하려려는 삼팔을 비틀었다 여기고, 이번에는 여덟 걸음 옮기고 돌아서서 세 걸음을 옮겨 갔다. 내딛는 걸음걸음에 얼마나 심력을 소모하는지 입고 있는 옷이 땀에 젖어 살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돌아서서 세 걸음을 옮기고도 아까 같은 미혹이 일지 않는 것에 맞게 움직였다 여겼는지, 그제서야 땀에 젖은 옷을 당겨 털어내고는, 하늘을 보고 방향을 잡아 다시 여덟 걸음을 옮기고 나니 이번에는 천지가 물로 변해 있었다.


이번에도 신선루주 하려려는 당황하지 않고 방위를 계산했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지금 자신을 막고 있는 괘가 무슨 괘인지 생각해 내고는, 물바다로 변한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뒤로 돌아 다섯 걸음 옮기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다시 왔던 곳으로 세 걸음 옮긴 뒤, 한 걸음 더 내딛고, 마지막으로 여덟 걸음 옮겨 가자 별채 입구가 보였다.


대공자 시운학은 별채 안으로 내려가 별채 문 앞에 서 있는 신선루주 하려려를 보며 물었다.


"이 깊은 밤에 루주께서 이곳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신선루주 하려려는 지금까지 자신이 진을 지나는 것을 대공자 시운학이 지켜봤다고 생각했다. 고생한 것이 분한 듯 뽀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을 그리 만들고도 편안해 보이십니다."


"기왕에 드셨으니 소생도 드릴 말씀이 있을 듯싶소이다. 문밖에 기다리는 분들은 돌아가라 하시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신선루주 하려려는 대공자 시운학이 자신이 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모두 봤기에 그리 말하는 것이라 여기고 별채 대문을 향해 말했다.


"나는 여기 공자님과 나눌 말씀이 있으니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전하지 말고 돌아가 쉬세요."


루주 하려려의 돌아가라는 말이 들리자 내총관 장추추가 소리쳤다.


"무사하신 겁니까?"


"아무 일 없으니 돌아가 쉬시고 날이 밝는 대로 내전으로 오세요."


"예, 루주님."


대공자 시운학은 모두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루주 하려려에게 말했다.


"큰 방에는 삼왕자님이 계시니 불편하시더라도 작은 방으로 모시겠소이다."


"모두 제집이니 어딘들 무슨 상관이겠어요."


"하하

잠시 소생이 손님이란 걸 잊었소이다."


사형들이 모두 한곳에 있으니 빈방은 많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장 먼 방을 선택해 들고 차를 내고 물었다.


"오늘 루주께서 진식을 통과하시는 것을 보고서야 의문 가운데 하나는 풀린 것 같소이다."


"공자님,

먼저 삼왕자님에 관해 말씀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일은 잊으셔도 되실 것이외다. 아침이면 모두 형제가 되어 있을 터인데, 무슨 일을 걱정해 말씀을 나누려 하시는지 모르겠소이다."


"형제가 된다니요?"


"대장부로 태어나 술잔을 나누면 그게 형제가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씀이오?"


"호호호

그리 말씀하시면 본루에 드는 모두가 형제라는 말씀이 되는 것 아닌지요?"


"뜻을 통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데 술만 한 게 있겠소이까? 만약 형제가 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삼왕자를 더는 보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루주 하려려는 대공자 시운학의 말에 크게 놀라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다. 마치 그런 일이 생기면 너 죽고 나 죽자고 드는 듯 보였다.


"소생의 말이 헛소리로 들린 모양이외다. 죽이려 들면 정왕부라고 쓸어내지 못할 것 없지만 소생이 그런 무뢰배는 아니지 않소이까? 아니 그렇소이까?"


"본 루주가 어찌 공자의 깊으신 속을 알겠습니까?"


"소생의 관심은 루주에게 있소이다. 시간이 해결할 일은 접어 두고 이제부터 소생의 의문을 풀어 주셔야 할 것 같소이다."


"흥~!

문초라도 하시게요?"


"만화선자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오."


"선모님을 그리 말씀하시는 게 얼마나 불경한 말씀인지 몰라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살아 계신 분을 자꾸 선모라 하시며 죽은 사람 취급하시는 루주의 말씀이 불경한 것 아니오?"


"······."


"머지않아 드러날 일이니 말씀해 주시지 않으신다 하여 계속 추궁하지는 않겠소이다. 다만 어찌 전하던 비봉선자님의 뜻을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해 주시오. 오늘은 그나마 루주의 본모습을 조금 들여다본 것에 만족하리다."


"······."


"소생의 의문을 풀어 주시지 않으시려거든 그만 돌아가시지요."


신선루주 하려려는 입술을 깨물고 뭔가 깊이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힘겹게 말했다.


"한 말씀만 드리자면 압박이 있어 피한 것이지 본분을 잊은 것은 아니라 말씀드립니다."


시운학은 그것이면 충분히 알아들었다. 거짓이었다 한들 앞으로 찾아내면 될 일이었고. 그나마 봉황전주 진 노사께 우려를 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만족했다.


"그만하면 충분하외다. 남은 사연은 소생이 알아낼 것이고, 지금 하신 말씀대로라면 다시는 숨지 않을 수 있도록 해 드릴 것이외다."


신선루주 하려려는 뭔가 망설여지는 듯 돌아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상의 고리를 풀고는 가슴 속 깊이 손을 넣어 얇은 책자 두 권을 꺼내 들고, 대공자 시운학을 향해 돌아서더니 두 권의 책을 대공자 시운학에게 건넸다.


대공자 시운학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한 책들을 살펴보니, 한 권은 '천하정세도'라 적혀 있었고, 다른 책에는 '은자유주도'라 적혀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오?"


"보시면 아실 것이나 최근 십 년 사이 천하 정세를 적어 둔 것입니다."


"천하 정세란 말씀이시오?"


"그것으로 신선루가 할 일은 다했다 여겨집니다."


신선루주 하려려가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신선루가 책무를 다했다는 말에, 책 속을 잠시 펼쳐 본 대공자 시운학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이것으로 신선루는 선대에 맺어진 책무를 마친 것으로 하겠소이다."


"공자께서 베푸신 은공에 감사드립니다."


신선루주 하려려는 대공자 시운학에게 대례를 올리고 그대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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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남궁세가 (1) +1 23.06.19 3,008 29 18쪽
41 41화 경동 천하 (2) +1 23.06.18 3,013 30 14쪽
40 40화 경동 천하 (1) +1 23.06.17 3,091 29 14쪽
39 39화 정왕부 (4) +1 23.06.16 3,013 30 17쪽
38 38화 정왕부 (3) +1 23.06.15 3,017 31 15쪽
37 37화 정왕부 (2) +1 23.06.14 3,017 29 15쪽
36 36화 정왕부 (1) +1 23.06.13 3,024 29 14쪽
35 35화 수로채 (4) +1 23.06.12 3,027 27 15쪽
34 34화 수로채 (3) +1 23.06.11 3,033 28 15쪽
33 33화 수로채 (2) +1 23.06.10 3,044 27 14쪽
32 32화 수로채 (1) +1 23.06.09 3,069 27 14쪽
31 31화 강호로 나가다 +1 23.06.08 3,098 28 13쪽
30 30화 설봉봉 +2 23.06.07 3,201 30 12쪽
29 29화 부저추신(釜底抽薪) +2 23.06.06 3,115 29 14쪽
28 28화 드러내다 +1 23.06.05 3,119 30 15쪽
27 27화 술잔 +1 23.06.04 3,105 29 15쪽
26 26화 도발은 죽음 +1 23.06.03 3,135 29 18쪽
25 25화 잉어 가시 +1 23.06.02 3,165 28 13쪽
» 24화 편린(片鱗) +2 23.06.01 3,177 31 16쪽
23 23화 인질?! +1 23.05.31 3,193 31 17쪽
22 22화 납치 +1 23.05.30 3,253 31 15쪽
21 21화 그들만의 리그 +1 23.05.29 3,303 30 14쪽
20 20화 풍운의 서 +1 23.05.28 3,333 28 9쪽
19 19화 신선루 (6) +2 23.05.27 3,361 30 13쪽
18 18화 신선루 (5) +1 23.05.26 3,385 27 14쪽
17 17화 신선루 (4) +3 23.05.25 3,416 27 13쪽
16 16화 신선루 (3) +1 23.05.24 3,447 30 15쪽
15 15화 신선루 (2) +1 23.05.23 3,477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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