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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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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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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9
추천수 :
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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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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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고블린 코스프레(2)

DUMMY

도대체 누가 고블린이 ‘고블고블’ 운다고 했을까.


‘무슨 포x몬스터도 아니고···.’


그리고 심지어 고블린은 ‘고블고블’하고 안 울어! 끼에에엑 하고 울지!


갑자기 치솟은 불길에 당황하고 있던 헌터들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나는 괜히 부끄러워져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완전 수치스럽잖아···.’


하지만 치솟는 불길의 원인을 잡는다면 필히 던전은 클리어될 거였다.


어떻게 잡냐고?


그건 쉽지~



* * *



5분 전.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고블린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고블린 종족의 괴식 수치 100%]

[고블린을 완벽하게 복사합니다. 고블린의 언어를 알아듣게 됩니다.]


복통을 대비하기 위해 뜯어 먹은 고블린들.


거의 9마리를 뜯어 먹은 시점에서 고블린의 언어를 이해하게 됐다.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고블린의 울음소리였지만, 머릿속에서 그들의 언어가 자동 번역됐다.


- 키잉! 끼이익! (불길이다! 그분이 나타나셨다!)

- 캬악! 크샤아아악! (우린 이제 살았다! 그분이라면 우릴 살려줄 거야!)

- 크샤아아악! (그분을 찬양하라! 반격의 시간이다!)

- 끼잉··· 샤아악···. (이거 끝나면 밥 먹어?)


들려오는 대화 중 대부분은 ‘그분’을 지칭하고 있었다.


듣는 게 가능하다면··· 말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일단 난 입을 열어보기로 했다.


“키잉! 크샤아아악. 크샤아! (그분은 어딨는데?)”


‘근데 이게 맞나?’


- 크샤아악! 킥킥킥! (그분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지!)


‘아니. x발. 말이 통하잖아?’


- 키이익! 키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분은 불길이 시작된 곳에 계시잖아!)

- 캬아악! 크샥! (근데, 넌 누구···? 어?)

- 크샤아아아악! (고블린 말을 따라 하는 미친 자ㄷ···!)


고블린들은 말을 걸어 온 사람이 나라는 걸 확인한 순간,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나는 창을 든 손을 뒤로 빼곤 앞으로 내질렀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나무 벽으로 날아간 고블린을 뒤로하고 그들이 말한 ‘불길이 시작된 곳’을 찾기 시작했다.


불길은 숲 제일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번져오고 있었다.


재빨리 불길의 시작점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일반 고블린보다 몸집이 두 배 정도 큰 고블린이 나무 지팡이를 든 채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보스다.’


누가 봐도 게이트의 주인이라는 느낌이 드는 몬스터였다.


고블린 마법사. 그게 고블린들이 말하던 ‘그분’의 정체였다.


고블린 마법사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화염을 더욱 크게 증폭시켜 화염 파도를 만들어 냈다.


그 커다란 불길이 나와 내 뒤에서 싸우고 있는 헌터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고블고블!”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팔을 뒤로 뺀 뒤, 앞으로 내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고블린을 완전히 복사했다는 말 그대로, 고블고블을 사용할 때의 위력이 증가한 게 체감됐다.


‘대박인데? 진짜 세졌잖아?’


기존에는 그냥 빠르게 무기를 휘젓는 거였다면, 지금 느껴지는 공격은 ‘시원함’ 그 자체였다.


창은 경쾌하게 휘둘렸으며, 거칠게 고블린의 살점을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순간적으로 내지른 스킬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또’ 느껴진 건.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바로 옆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때문만은 아니겠지···. 아우! 창피해.’


하지만 ‘고블고블’ 스킬이 창피한 만큼, 창을 피하지 못한 고블린 마법사에게 가한 공격의 위력은 대단했다.


고블린 마법사의 옆구리에는 길게 베인 자국이 생겼고, 그 사이로 녹색의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 크샤아악! 크샥! 크샤아! (어디서 나타난 게냐!)

“크샤악! 크샥! 크샤아아악! (게이트 밖에서 들어왔다!)”

- 크샤악! 키이익! 키야아악! (말장난하는 거냐! 재밌는 인간 놈이구나!)


그렇게 나는 몇 번이나 고블린 마법사와 서로 ‘크샥’, ‘키야’, ‘키익’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헌터들도 나를 발견해 서서히 안쪽으로 들어왔다.


“보스 몬스터예요! 지금 바로 처리하면 될 것 같아요!”

“네! 고블고블!”

- 크샤아악! 샤악! 샤아아아! (뜨거운 불, 강력한 불!)


고블린 마법사의 주문에 따라 던전 내부에 번졌던 불꽃들이 하나둘씩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래봤자 고블린 마법사입니다. 주의만 한다면 무리 없이 공략할 수 있습니다.”


주진의 말 그대로였다.


고블린 마법사의 스킬은 살을 익게 만드는 불 계열 스킬이었지만, ‘고블고블’에 의해 쉽게 제지할 수 있는 불이었다.


‘아니, 솔직히 손부채로도 쉽게 끌 수 있는 화력인 것 같다만···.’


“고블고블!”


앞에서 번져오는 화염에 스킬을 사용해 가볍게 제압한 뒤, 불길이 그친 틈에 고블린 마법사에게로 향했다.


- 키샤악! 키샥! (모두 나를 엄호해라!)


고블린 마법사의 말에 주변으로 퍼져있던 고블린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괜스레 고블린에게 얻어맞던 지난날이 떠올라 잠시 몸이 위축되었지만, 그런 고블린 한 마리도 이젠 내겐 음식이라는 생각에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고블린을 완전히 복사한 나는 지금 고블린이나 다름없다. 고블린보다 뛰어난 거라면, 긴 팔과 다리. 그리고···. 인간 동료.’


몰려오는 고블린들은 선웅의 방패에, 그리고 하정의 불길에 막혀있었다.


그마저도 뚫고 들어온 고블린들은 주진에 의해 몸통이 반토막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 뿐이었다.


고블린 마법사를 호위하는 고블린은 총 다섯 마리였다.


방망이를 휘두르며 다가오는 고블린 셋에, 양옆에 고블린 두 마리.


- 캭! 캬악! (뚫리면 안 된다.)

- 키샥! 키샤악! (우리는 지지 않는다!)

- 키이약! 캭! (무한한 자원을 위해서!)

- 크샥! 샤악! 샥! (마법사님을 지킨다!)

- 키약···. 캭···? (근데···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고블린 주제에 쓸데없이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안쓰러워 보였다. 어차피 곧 있으면 죽을 거였으니까.


- 코불코불! (고블고블!)


우선 한 마리. 제일 앞에서 달려오던 고블린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공격을 시작했다.


그것도 원조 ‘고블고블’이었다.


“고블고블!”


나도 질 수 없었다.


밥은 이미 먹을 만큼 먹어서 힘이 넘쳐났다.


다가오는 고블린을 향해 창을 강하게 휘둘렀다.


나와 고블린, 두 개의 고블고블이 서로 맞닿은 순간···.


“이건 이렇게 쓰는 거야.”


승자는 금방 정해졌다.


확실히 위력이 오른 덕분에 이전과는 다른 바람이 앞으로 내질러졌다.


고블린의 고간을 가리고 있던 가죽이 뒤집힐 정도의 바람이었다.


- 크흑···. 끼히익···. (네놈···. 따위가···.)


고블고블에 맞은 고블린의 무릎엔 바람구멍이 뚫렸으며, 그 탓에 고블린은 뚫려버린 무릎을 바라보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찌르기!”


그 후에는 휘두르는 것이 아닌, 찌르기로 고블린의 곳곳을 찔러댔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정신만 제대로 차리면 신체부터 우위인 인간들이 고블린을 쉽게 이길 수 있단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버린 다른 고블린 한 마리도 앞으로 고꾸라져 이미 쓰러진 고블린 위에 겹쳐졌다.


그와 동시에 이번에는 두 마리가 달려들었다.


- 크샤악! 크샥! (새로운 땅을 위하여!)

- 키익! 키이익! (우리는 죽지 않는다!)


고블린들의 점프력은 꽤 상당했다.


쓰러져 가는 동료를 뛰어넘어 달려드는 고블린 두 마리는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왔고, 몽둥이를 하늘 높게 쳐들고 있었다.


‘맞는다···!’


영락없이 맞는다고 생각하던 그때, 거대한 대검이 바람을 만들어 내며 눈앞을 스쳤다.


순간 ‘쌩’하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몸이 절단됐다.


“바람을 가르는 검!”


주진의 검이었다.


잘 벼려진 칼날에 고블린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공중에서 그대로 사망했다.


흩날리는 그것들의 장기를 보자니 왜인지 강한 의지를 다지던 그들이 안쓰러워졌다.


“전투는 빠르고 간결하게. 행동은 군더더기 없게.”


주진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요···.”

“네??”

“도진 씨는 그··· 스킬 이름만 빼면 모든 게 거의 완벽해요. 단지, 전투 도중에 자꾸 장난을 치는 기분이···.”


아뇨. 진짜 제 스킬 이름이 고블고블인데요.


“일부러 그러는 건가? 스킬도, 심지어 걸음걸이까지도 고블린을 따라 하는 거 같거든요. 본인이 잘 싸우는 것만 믿고 그러면··· 힘들어요. 초반에 도진 씨에게 먹었던 감동이 후회스러울 정도로요.”


······억울해. 정말 억울하다.


그냥 ‘제 스킬이 고블린 따라 하기인데요.’라고 말을 하고 싶은 정도였다.


그렇게 억울해하던 그때, 앞쪽에서 다른 마법 주문이 들려왔다.


- 크샥. 크샤악! 키익 키이익! 크샤아아아악! 캭! (우리를 보살펴 주시는 크나큰 위대한 자이시여. 제게 힘을 주셔서 앞에 있는 우리의 적을 쓰러뜨릴 강한 불을 내려주소서.)


엄청나게 거창한 마법 주문이었다. 누가 보면 메테오라도 쓰는 줄 알겠다.


비웃으려던 순간, 고블린 마법사의 나무 지팡이에 조그마하게 불덩이가 모이더니, 이내 그 불덩이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파이어 볼’이라고 부르기엔 미안할 정도의 큰 크기로 무섭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어? 저거 저대로 놔두면 위험할 것 같은데요?”


하정의 말이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역시나 주진이었다.


하지만 고블린 마법사의 뒤에 먼저 닿은 사람은···!


‘메테오는 못 참지.’


나였다.


나는 또다시 한 마리의 고블린이 되어 그것에게 달려 나갔고, 그 결과 주진 보다 빠르게 고블린 마법사 뒤에 닿을 수 있었다.


메테오.


불 마법의 최상위라고 알려진 마법이었다.


고블린을 먹고 고블린의 스킬인 ‘고블고블’을 얻었던 전적이 있었기에, 어쩌면 메테오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고블린 마법사가 완전히 죽기 전에 먼저 살점을 채취해야겠다고 판단해 몸부터 움직인 것이다.


- 크샤···? 크샥!? (아니, 어느 틈에?)


창을 짧게 잡곤 곧장 고블린 마법사의 목뒤를 그었다.


그리곤 고블린 마법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목뒤 피부 한 점을 얇게 떴다.


나는 그대로 주먹을 쥐어 살점을 감췄다.


- 키익! 크윽···. (감히···.)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한 고블린 마법사는 순간적으로 집중이 틀어졌는지, 지팡이 끝에서 만들어 내던 거대한 화염구를 없앴다.


그와 동시에 주진이 대검을 힘껏 내리쳤다.


- 콰직!


그의 대검에 고블린 마법사도 여느 다른 고블린들처럼 그저 반절로 나뉘어 장기들이 흩뿌려질 뿐이었다.


‘근데··· 왜지···?’


평소 같았으면 닭발 냄새가 진동해야 했을 던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닭발 냄새는 사라져 있었다.


흩뿌려진 고블린들의 장기만 봐도 아무런 식욕도 들지 않았다.


“보스는 처치했습니다. 이제 잡몹만 잡으면 끝이에요!”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주진을 뒤로 하고, 나는 우선 손에 쥐고 있던 고블린 마법사의 살점을 입에 넣었다.


스킬이 ‘메테오’라면 주문이 ‘고고블블’이던지, ‘꼬쁠’이던지 상관없었다.


우물우물.

질겅질겅.


입 안에 든 살점을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지만··· 확실히 무언가 변한 것이 느껴졌다.


던전 내부에서 풍기던 냄새도, 고블린의 맛도. 더 이상 닭발의 냄새와 맛이 아니었다.


닭발 맛이 나던 고블린 고기는 이제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저 생고기를 씹는 느낌이었다.


맛없는 고기를 간신히 씹어 삼켰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고블린 마법사의 지속 스킬인 ‘마력 상승’을 획득했습니다.]

< 세상은 늘 원하는 대로 흘러가진 않지. 자네에게 메테오는 아직 이르다. >


[지속 스킬 : 마력 상승]

마력의 순환 구조를 이해하여 마력이 1.5배 상승한다.


.

.

.


마력이 상승했다는 시스템창이 울렸다.


왜인지 ‘킹’받는 추가 문구는 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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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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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블린 코스프레(1) 24.01.25 428 8 16쪽
3 뜯어 먹어야 사는 헌터(3) 24.01.24 479 7 16쪽
2 뜯어 먹어야 사는 헌터(2) +1 24.01.23 569 11 15쪽
1 뜯어 먹어야 사는 헌터(1) +1 24.01.22 872 1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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