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무달 님의 서재입니다.

괴협 소악(怪俠小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무무달
작품등록일 :
2018.06.26 19:35
최근연재일 :
2018.07.19 00:1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3,062
추천수 :
586
글자수 :
168,736

작성
18.06.27 02:52
조회
1,500
추천
14
글자
11쪽

10. 산중혈투(2)

DUMMY

자신을 방산호라 소개한 거한의 거침없는말에 하영학과 표국의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달산이 아무리 그들의 안방이라고는 하나 고작 작은 산채일 뿐인데 면전에서 표물을 강탈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하영학은 자신이 누군지 알고도 다짜고짜 표물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를 듣자 이마에 힘줄이 돋았지만 꾹 참아 넘기고 입을 열었다


“최근 선달산에 자리잡은 거령도(巨鈴刀)방영웅의 명성은 이 하모도 익히 들은바 있소. 듣던 것처럼 풍채가 당당한 영웅이시구려.”


“호오, 그 대단하신 온유검도 내 이름을 들어본 모양이군. 이거 의왼데?”


자신을 알고있다는 하영학의 인사에도 방산호는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떡하니 서서 하영학을 바라보았다.


하영학은 자신의 정중한 인사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방산호를 보자 분기가 차올랐지만 다시 한번 꾹 참고 정중하게 말했다.


“본 표행이 통행료를 치르고 선달산을 지나 가려하니 방채주는 이 하모의 체면을 봐주시기 바라오!”


이정도면 작은 산채치고는 어느 정도 채주의 체면은 충분할 만큼 세워준 편이었다. 하영학은 이쯤이면 상대도 만족하고 통행료를 받으면 길을 터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외의 볼멘 소리가 들려왔다.


“쓸데없는 소리!! 언제 봤다고 너의 체면을 세워준단 말인가? 본 어르신이 일말의 사정도 보아줄 수 없으니, 목숨이 아깝거든 잔말 말고 표물이나 내려놓고 썩 꺼져라.”


다짜고짜 자신을 삿대질하며 깔아뭉개는 말에 하영학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고작 일류를 넘어선 무공을 가지고 저 따위 언사라니 관짝을 봐야 정신을 차릴 무례한 놈이었다.


일단 꿇려놔야 정신을 차리겠다는 생각이 들은 하영학이 재빨리 등 뒤의 일행에게 전음을 날렸다.


[표사들은 보표들과 함께 표물을 호위하게. 일단 저치를 제압하고 나서 이야기 해야겠네.]


점차 험악해 지는 분위기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섭수생과 정일기도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스르릉..


검을 뽑아들과 동시에 하운학이 방산호에게 성명절기인 송풍검법[松楓劍法]의 초식을 펼치며 날아들었다. 방산호의 등 뒤로 나타난 산적들은 표사와 보표들로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어서 먼저 눈앞의 방산호를 제압해놓고는 천천히 처리할 작정이었다.


“껄껄껄.....제놈들이 다 그렇지. 무조건 양보하라 해놓고 안되겠다 싶으면 실력행사부터 하려고 하는 더러운 종자들.”


방산호가 껄껄 웃으며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하영학을 향해 수중의 도를 휘둘렀다.


“이거나 쳐먹어라!!”


방산호가 무식하게 사람 키만한 대도를 크게 휘둘러 자신의 검에 부딪쳐 오자 하영학이 내심 크게 비웃었다. 자신이 펼친 이 송풍검법[松楓劍法]의 한수는 황산의 장로들에게도 인정받은 것인데 어찌 이제 일류를 넘은 산적 따위가 막는단 말인가? 하영학도 기세를 늦추지 않고 방산호의 도에 검을 부딪쳤다.


꽈광!!


으윽..


검이 크게 튕겨저 나가고 하영학의 신형이 주춤거렸다. 하영학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두 눈에 황망함이 서린 반면 방산호는 꿈쩍도 하지 않고 껄껄 웃으며 그 자리에서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이자는..일류따위가..아니다."


방산호가 더욱더 기세를 올려 다시 칼을 휘둘렀다.


“산서의 촌놈이 제법하는군. 어디 다시 한번 받아봐라.”


하영학은 방산호의 일격을 받자마자 이미 충격에 손아귀가 찢어지고 속이 진탕되어 피할 수 없었다. 날아오는 도를 바라보던 하영학의 두 눈에 암담함이 서렸다.


서걱!!


하영학의 목이 리 위에서 분리되어 땅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얼굴에는 죽은 후에도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 다는 표정이 다분했다.


방산호가 가 뚝뚝떨어지는 하영학의 머리채를 쥐어 잡아 번쩍 치켜들고는 졸개들을 향해 외쳤다.


“크크크큿....얘들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싹 다 잡아 죽여라.”


단 이격에 하영학의 머리가 떨어지자 표사들과 보표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몸서리를 쳤다. 일행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 하는 사이를 산적들이 거세게 몰아치고 들어와 피 와 살점이 튀었다.


그렇게 반시진 후


사방에 피가 흘러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고함과 비명이 흘렀다. 믿었던 하영학의 죽음에 사기가 땅끝에 떨어진 일행이 산적들의 마구잡이 칼질도 버텨내지 못하고 하나 둘씩 찬 땅바닥에 몸을 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내에는 섭수생과 정일기 두 사람만이 서있었다. 그 중 섭수생은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족히 열 번은 넘게 베여서 이미 피투성이의 몰골이었고 정일기의 상처는 더욱 심각해서 옆구리가 크게 갈라졌다. 손가락 사이로 희끗희끗 것이 보이는 게 곧 있으면 내장이 주르륵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궁지에 몰린 쥐를 갖고 놀 듯이 산적들이 점차 두 사람을 포위하며 다가섰다. 방산호는 싸움에는 참가하지 않고 그저 바위에 걸터앉아 그들의 저항을 지켜보고 재미있다는 듯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흐흐흐 별것도 아닌 것들이었군!! 얘들아 지겹다. 쥐새끼들은 이제 그만 정리하고 짐 챙겨서 돌아가자.”


방산호가 뒤에서 정리할 것을 명하자 이미 흠뻑 피 맛을 본 산적들이 두 눈을 흉흉히 빛내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점차 다가오는 산적들을 보며 정일기가 고통을 참느라 시뻘개진 눈으로 섭수생에게 말했다.


“수생 너라도 가!! 난 이미 틀렸어.”


섭수생이 움찔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듯 수중의 검을 더욱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본 정일기가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어서가!! 난 이미 내장이 상해서 이제 일다경도 더 버틸 수 없어”


섭수생이 또다시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저었다.


“이자식아, 제발 가란말야!! 표국으로 돌아가서 소식을 알리던, 복수를 하던간에 제발 좀 가란말야!!”


산적떼들이야 어떻게 운이 좋아 버틴다손 치더라도 방산호가 움직이면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한칼도 막지 못할 것이 뻔했다.


"제발 좀 가란 말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정일기는 안타까운 마음에 섭수생을 마주보며 호소하고 했다. 자신과는 다르게 섭수생의 장기는 경공 재간이었다. 자신을 도우려고 남지 않았다면 산적들을 상대로 제 한 몸은 빼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터였다.


자꾸만 옆구리 사이로 빠져나오려는 내장을 손으로 겨우 막는데 고집을 부리며 자신의 말을 안 듣는 섭수생을 보니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 산적들은 눈치를 보며 자꾸만 슬금슬금 다가왔다.


“섭가야, 혹시 돌아가면 복수는 됐으니까 우리집이나 가끔 살펴 봐줄래?”


“.......”


“내 마누라는 아직 젊고 이쁘니까 좋은 사람 있으면 재가하라고 말도 좀 전해주고, 너만 괜찮으면 네가 데리고 살아도 좋아.”


정일기의 말에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섭수생이 그제서야 대꾸했다.


“정가야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정일기는 섬수생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참, 우리 아들 일표는 네가 좀 거둬줄래? 학당에 보내봤는데 공부머리는 없다나봐. 니가 제 한몸 지키게 무공이라도 좀 가르쳐주라”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섭수생의 몸이 굳었다.


“섭가야, 우린 친구니까 이정도 부탁은 해도 되는거지? 그치?"


"...."


섭수생은 속이 울컥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열면 울음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친구야, 그럼 부탁한다.”


숨 한번 내쉬는사이 빠르게 말해버린 정일기가 말을 마치자마자 산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더 이상 옆구리의 상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산적들을 향해 수중의 검을 휘두르며 미친 사람처럼 뛰쳐나갔다.


“하하하 이놈들아!! 다 덤벼라 한 놈이라도 더 저승길로 끌고 가주마!”


섭수생이 깜짝 놀라 뛰쳐나가는 정일기를 만류하려 손을 뻗었지만 한발 늦었다. 광인처럼 날뛰는 정일기를 보며 섭수생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눈에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는 동시에 산 아래 반대방향으로 사력을 다해 신형을 날렸다.


“어?..어라? 야!!..저놈!! 저놈부터 잡아라!!”


이미 잡은 물고기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방산호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설마하니 놈들에게 저 정도의 기력이 남아있는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노성이 섞인 채주의 목소리에 산적떼들 중 일부가 다급히 몸을 돌려 섭수생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그런 그들을 놓아둘 정일기가 아니었다. 정일기가 안위를 따지지 않고 몸을 빼려는 산적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어딜 가느냐... 날 죽이기 전에는 절대 못간다. 이놈들!!”


“정일기가 친우에게 단 몇 초의 시간이라도 벌어주려고 사력을 다해 산적들을 막았다. 피칠갑을 하고 옆구리에서 내장이 꾸역꾸역 흘러내리는 모습을 한 채로 광인처럼 날뛰는 정일기가 꺼림직 했던지 산적들도 먼저 나서는 이가 없었다.


“비켜라!! 이 쓸모없는 것들!!”


휙익.


방산호가 자신의 앞을 가리고 있는 수하 둘을 공깃돌 잡아 던지듯 집어던지고 정일기를 향해 울분을 담아 일도를 날렸다.


쐐애애액!


‘어서 이놈을 처리하고 도망간 한 놈도 잡아 없애야만 한다. 이번 일이 틀어져서 사자(使者)의 귀에 들어가면 난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정일기로서는 방산호의 한칼을 막을 실력도 더 이상의 기력도 없었다. 그저 머리 위로 날아오는 도를 슬픈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는...


서걱


정일기의 몸과 머리가 깨끗하게 분리되었다. 목이 베어지는 순간, 정일기는 역설적이게도 환하게 웃었다. 방산호로 하여금 단 몇 초의 시간이라도 소모하게 한 것이 기뻤음이다.


퍼어억!!


마지막 한순간에 환하게 웃는 정일기의 표정을 보고나서야 그 의도를 알아챈 방산호가 분을 참지 못하고 떨어지는 머리를 그대로 한발로 짓밟아 터트렸다.


"이 개새끼가아아!!!!!"


“반은 남아서 현장을 수습하고 반을 날 따라와라”


머리를 짓밟아 터트려 분을 푼 방산호가 섭수생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리며 동시에 명령하고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칠척의 체구에서 나오는 신법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섬서의 초입인 합양(合陽)의 작은 산에서 벌어진 이 일련의 사태가 후일 무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괴협 소악(怪俠小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8. 소악수난(2) +1 18.06.26 1,582 18 7쪽
7 7. 소악수난(1) +1 18.06.26 1,575 18 7쪽
6 6. 암중모략 +2 18.06.26 1,637 19 7쪽
5 5. 암운도래 +1 18.06.26 1,723 20 8쪽
4 4. 단봉각의 사형제(2) +1 18.06.26 1,763 23 8쪽
3 3. 단봉각의 사형제(1) +1 18.06.26 1,903 21 8쪽
2 2. 교하결투 +1 18.06.26 2,132 21 8쪽
1 1.태원의 명물거지 +1 18.06.26 2,779 2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