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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달 님의 서재입니다.

괴협 소악(怪俠小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무무달
작품등록일 :
2018.06.26 19:35
최근연재일 :
2018.07.19 00:1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3,047
추천수 :
586
글자수 :
168,736

작성
18.06.26 21:10
조회
1,720
추천
20
글자
8쪽

5. 암운도래

DUMMY

으레 야밤중에 남의 집을 예고도 방문하는 밤손님답게 매우 음험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보통의 밤손님이 주로 방문하는 곳과 다른점이 있었으니, 이곳이 거지소굴이라는 점 이었다.


거지소굴을 탈탈 털어봐야 값어치 나가는 물건이 나올리가 없다. 보통 밤손님들이 등장할 만한 장소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흑의인은 무공또한 범상치 않아보였으니 이런 거지소굴을 방문한 이유는 더더욱 없어야만 했다.


일련의 상황으로 보아 소악이 아무리 대범한 척을 하려해도 오늘 자신을 찾아온 이 밤손님이 좋은 의도로 찾아왔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소악이 누구인가? 담력하나는 그 누구도 당해 낼 수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걸인촌의 담력가였다.


“오늘 밤 손님이 찾아올 것은 예상했지만, 이런 상황은 저도 예상 밖이로군요. 누구십니까?”


잠시 가만히 앉아서 중년인을 탐색하듯 바라보던 소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밤 중에 정체 모를 흑의인이 자신의 거처를 찾아왔다면 보통 어린아이라면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를만도 하건만 꽤나 의연한 모습이었다.


흑의인역시 이런 담담한 모습에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뭐가 예상 밖이라는 것이지?"


“제가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고 엉뚱한 분이 방문하셨으니 저로서는 의외랄까요? 이곳은 야밤에 찾아올 만한 곳은 더더욱 아닌데 말이죠.”


“기다리는 사람이 오늘 낮에 너와 싸웠던 두칠이란 녀석을 말하는 것이냐? 그 녀석은 오늘밤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흑의인의 말을 들은 소악은 내심 놀랐다. 흑의인이 모종의 수단을 써서 오늘밤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게끔 상황을 만들어 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놀란 마음도 잠시 소악이 다시 마음을 다잡고 흑의인에게 물었따.


“늦은 시간에 이렇게 누추한 곳으로 찾아오신 영문을 모르겠군요. 보다시피 이곳은 거지소굴이라 눈 씻고 찾아보아도 값진 물건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만, 혹시 두칠 그 새끼의 사주를 받고 오신겁니까?”


소악이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소악은 낮에 있었던 싸움으로 두칠의 일당이 다시 복수하러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늦은 밤까지 잡을 자지 않은 것은 혹시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는데, 뚱딴지 같이 왠 낯선 흑의인이 찾아온 것이다.


“흐흐흐.. 설마 내가 고작 그런 거지새끼의 사주나 받고 움직일 인물로 보이느냐?”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흑의인이 말했다. 말투에는 은연중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해서 두칠과 연관시키는것 만으로도 모욕감을 느끼는 듯 했다.


잠시 그런 흑의인을 바라보던 소악이 말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뭔가 목적이 있어 저를 찾아오셨겠죠? 원하는 바를 말씀해 보세요.”


오밤중에 자신을 찾아온 낯선이의 방문에 긴장 할만도 하건만 의연하게 목적을 묻는 모습에 흑의인이 내심 감탄했다. 하지만 감탄은 감탄이고 자신에게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흑의인이 손가락으로 소악을 가르키며 말했다.


“너!! 내 목적은 너를 데려가는 것이다. 본시 너를 제압하고 나면 이곳에 있는 거지들을 모두 죽여 입을 막을 계획이었지만, 네가 순순히 따라간다면 선심을 써 다른 이들은 내버려 두도록 하지!”


마치 모두 죽여 없애는게 당연하나 특별히 선심을 쓴다는 듯한 말투에 소악이 부르르 떨며 생각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생각인가! 가진 것 없고, 갈 곳 없어 서로 의지하고 사는 거지들을 모두 죽여 입을 막으려 했다니'


흑의인이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소악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지.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날 따라 가겠느냐, 아니면 반항이라도 해보겠느냐?"


"......"


"단언컨데, 촌각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 있는 모두를 소리 소문 없이 죽이는 것은 내겐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망설이는 소악을 본 흑의인이 걸인촌을 빌미로 협박했다. 중년인의 말을 들은 소악은 저항을 포기했다. 흑의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 보아도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오늘 이자리를 벗어날 방도가 없는 것이다.


'목적이 나를 데려가는 것이라면, 도대체 왜? 이제와서 내 신분을 알아볼 사람은 하나도 없을텐데...'


소악이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그동안 자신이 골탕 먹여왔던 인근의 부호들과 동네 왈패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그들 말고는 내게 원한을 가질 자들은 많지 않을 것인데....’


소악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던지 간에 끌려가는 것이 자신에게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길보다 흉이 훨씬 더 많았다. 특히 저 흑의인의 가려진 복면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소악이 난생 처음 보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제가 순순히 따라간다면 약속대로 이곳의 다른 이들은 건들지 않는 것입니까?"


소악의 물음에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일이 조용히 처리된다면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좋습니다. 무슨 연유로 저를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반항하지 않고 따라가겠습니다. 단, 약속은 꼭 지켜주십시오!!”


흑의인이 그러마 하고는 이내 손을 들어 소악의 마혈을 짚자 소악의 온몸이 마비되면서 꼼짝 못하고 쓰러졌다.


“어린놈이 담대하기도 하구나. 나도 일을 번거롭게 만들고 싶진 않다.네 말마따나 다른 사람들은 건들지 않으마.


이내 흑의인이 마혈이 짚여 꼼짝못하는 소악을 옆구리에 끼고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


달마저 부끄러운 듯 구름에 가려 빛 한 점 내비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아담하다고도 할 수 없는 약간 큰 대전에 고요하다 못해 싸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대전의 밖에는 암행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무리를 지어 대전의 사방을 둘러싸고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이들의 기세가 흉흉하여 주변에는 쥐새끼 한 마리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전의 안쪽, 가구라고는 가운데 놓여진 네 개의 의자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각 남색, 흑색, 녹색, 적색의 장포를 걸친 네 명의 인영이 앉아 있었는다.


대전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장한들과 다르게 냉랭한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것이 이들은 서로를 무척 경계하는 듯 보인다는 점이었다.


잠시간 눈빛을 빛내며 서로를 경계하던 어색한 침묵을 깨고 장대한 체구의 흑의인이 자신의 우측에 앉은 청의장삼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금령주(金令主) 대법의 준비는 어디까지 마쳤소?”


흑색 장삼인의 물음에 금령주라 불린 남색장삼을 걸친 뚱뚱한 장년인이 대답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한명의 아이를 발견했으니 모든 준비를 마쳤소”


이 금령주라 불린 뚱뚱한 인영은 비대하게 살이 쪄서 장정 둘을 옆으로 늘어세운 만큼 체구가 컷는데, 제법 한산한 날씨임에도 더운 듯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쳐댔다.


“이번이 차수가 마지막 열 번째인가? 이번엔 조금 늦은 듯 하지만, 다행히 시간에는 맞추었군. 대법이 성공한다면 회(會)에서 금령주의 성과에 크게 치하가 있을 것이오.”


흑새장삼인의 말에도 금령주는 별로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흥!!... 풍령주!! 그까짓 치하나 받고자 이번 일을 한 것이 아니오. 이번 마지막 열 번째의 아이까지 준비하느라 본영주의 인력과 금력이 크게 소모되었으니 약속이나 잘 지키시오.”


“고생이 많았소. 지금의 하지만 본회에서는 이번 대법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으니 이번일이 성공한다면 금령주에게도 마땅히 합당한 보상이 내려질 것이오.”


여전히 냉랭한 금령주의 모습에 흑의인, 풍령주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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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암중모략 +2 18.06.26 1,636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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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단봉각의 사형제(1) +1 18.06.26 1,901 21 8쪽
2 2. 교하결투 +1 18.06.26 2,131 21 8쪽
1 1.태원의 명물거지 +1 18.06.26 2,778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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