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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달 님의 서재입니다.

괴협 소악(怪俠小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무무달
작품등록일 :
2018.06.26 19:35
최근연재일 :
2018.07.19 00:1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3,035
추천수 :
586
글자수 :
168,736

작성
18.07.16 16:25
조회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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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031. 단봉각의 꾀주머니(2)

DUMMY

담중호가 웃는 낯으로 제계심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그리하는가? 이, 우형이 제 동생의 계책 덕분에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이정도로 떨어졌으면 저들도 쉽게 따라잡지는 못하겠지?”


담중호가 안심되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지만 제계심은 아직 얼굴에서 경계의 기색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저들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돌아왔다면 금세 저희에게 속은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아까는 어떻게 된 건가? 내 동생의 전음을 듣고 시키는 대로는 했지만 그 음화노조 노괴가 그리도 혼비백산하며 정신줄을 놓아버릴 줄은 몰랐네!”


“하하하..형님은 역시 그 일이 궁금하신 거군요?”


담중호의 말을 들은 제계심이 낭랑하게 한번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형님은 음화노조(蔭火老祖) 구섭영(丘]躡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


“그 노괴가 운남(雲南)지방 사람이라는 것과 성정이 매우 악랄하며, 한 쌍의 독장으로 펼치는 무공이 괴이독랄하여 당적 할 자가 별로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


“형님도 그를 알고 계셨군요! 그는 운남지방에서는 유명한 대마두(大魔頭)로 모두가 꺼려하는 자입니다. 그의 폐혈독장(廢血毒掌)은 정말로 무서워 절정이상의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일장을 맞자마자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다고 하지요...음....”


“제 동생이 나보다 그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한데, 뜸을 들이지 말고 말해보게.”


담중호가 답답해져서 제계심을 채근했다.


“안 그래도 말씀드릴 참 이었습니다. 담 형님은 혹시 운남 단천독문(斷天纛門)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단천독문? 단천독문이라면 한때 사천당가와 더불어 독공과 의술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 아닌가? 운남지방에서는 한때 그 위세가 대단했지만, 삼십여년 전에 갑자기 사라져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고 들었는데....혹시..그 노괴가?”


“음화노조 그 노괴가 바로 단천독문 출신입니다. 형님 말씀대로 운남지방에서 그 위세가 대단했던 단천독문은 어느 순간 멸문하고 그 제자들도 모두 자취를 감추어 사람들이 의아해 했는데 소제가 알게 된 바로는 이 사건에 그 노괴가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서 말해보게.”


“제 사부이신 참룡패검(斬龍覇劍)께선 한때 익히고 계시던 무공의 벽을 느끼시고 수행을 위해 중원 각지를 떠도셨다고 합니다. 저 척박한 신강은 물론이오, 서장과 운남지방 조차 들르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자네 사부님도 대단하시군!! 언제 그렇게 중원각지를 돌아보셨단 말인가?”


제계심이 담중호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스승은 워낙 말도 없이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는지라 그서 쉬쉬하고 있을 뿐 평소 스승의 방랑벽이야 문파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문파를 대표하는 고수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다른 문파나 세력들이 알아서 좋을 것은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스승님이 젊으셨던 시절 운남지방을 들르셨을 때였습니다. 사부님은 운남성 문산(文山)지방에 일대 검의 고수가 있다는 풍문을 들으시곤 비무를 청하기 위해서 찾아가시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


한 사내가 문산(文山)지방의 울창한 숲을 헤치며 걷고 있었다. 높은 산 깊은 계곡 등의 복잡한 지형을 가진 운남성에서도 문산지방은 일교차가 크고 강우량이 많은 지방으로 유명했는데 한번 비가 왔다하면 며칠을 쉬지 않고 오는게 대부분이라 미리 방비하지 않은 여행객들은 당황하기 마련이었다.


‘이 놈의 비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오는군. 이거야원 내공으로 비를 막는 것도 한두 번이지 하루 종일 이러고 있을 수도 없고 말이야.’


투덜거리며 걸어가던 사내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사내의 눈에 이십여장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동굴이 보인것이다.


‘저곳이라면 오늘밤은 비를 맞으며 노숙할 필요는 없겠군, 다행이야’


며칠간 비를 맞으며 노숙을 했더니 삭신이 쑤셔올 지경이었다. 아무리 내력을 돌려 체력을 보충했다고 하나 이렇게 며칠 동안 연속으로 땅에 등도 뉘우지도 못한 것은 처음이라서 사내도 적잖이 지쳐있는 모양이었다.


이극고 동굴에 도착한 사내가 주저할 것도 없다는 듯이 동굴 안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을 때였다.


쒜에에엑!


따당!


갑자기 동굴 안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면상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사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심 놀랐으나 얼른 한손을 내밀고 경력을 뿜어내어 암기를 막아내었다.


“누구요? 아무리 선객이라고 한들, 비를 피해 잠시 머물고자 온 사람에게 다짜고짜 암수부터 펼친단 말이오?


일단 암수를 막아낸 사내가 동굴 안쪽을 향해 크게 소리 질렀으나 대꾸는 없었다. 동굴 안은 밖에서 보기완 다르게 깊이가 꽤 되는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고 어두컴컴하기 그지없어 사내도 함부로 들어서기 꺼려졌다. 그때였다.


“끄으으으”


동굴 안에서 다시 암기가 날아올지도 몰라 긴장하고 있던 사내의 귓가에 웬 다 죽어가는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신음소리를 듣고 잠시 망설이던 사내가 동굴로 들어서며 외쳤다.


“본인은 하북출신 사람으로 성은 하모라 하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이상한 의도로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니, 내가 안으로 들어간다고 손을 쓰지 마시오. 만약 다시 손을 쓴다면 이번엔 나도 참지 않을 것이오!”



“................”


그렇다. 호쾌하게 동굴안쪽을 향해 외치는 이 사내는 바로 참룡패검(斬龍覇劍) 하후원 이었다. 젊을 적의 하후원은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끼어들기를 좋아했는데 우연히 들른 깊은 산속 동굴에서 이런 일을 겪자 참지 못했던 것이다.


상대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하후원이 내공을 일으켜 눈을 밝게 만들고는 동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은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폭은 한 장이 넘었고 깊이가 다섯 장 이나 되었다. 한발 한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얼마나 걸었을까? 하후원이 드디어 동굴 끝에 도착했다.


흐으..흐으..


동굴의 끝에 다다르자 미약한 숨소리가 연신 하후원의 귓가를 울렸다. 누군가 벽에 기대어 있는 것을 알아챈 하후원이 안력을 높여 그를 살펴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벽에 기대어 끊어질 듯 미약한 숨을 내뱉는 인영은 말 그대로 목불인견의 모습이었는데, 왼쪽팔은 무언가에 짓눌린 듯 뭉개져 있었고, 예리한 무언가에 잘려나간 듯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이런....!!'


제때 상처를 치료하지도 못했는지 온통 피고름이 덕지덕지 올라와 있는 것이 정말이지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하후원이 눈앞의 상처 입은 상대에게 입을 열었다.


“안심하시오. 나는 당신에게 위해를 가하고자 찾아온 사람은 아니니.”


“......”


눈앞의 상대는 대꾸할 기력도 없는지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연신 미약한 신음소리만 내뱉고 있었는데, 잠시 고민하던 하후원이 사내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대며 말했다.


“운기를 도와주겠소. 잠시간 말 할 기력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 말한 하후원이 사내의 가슴팍에 장심을 얹고 내력을 흘려보내자, 그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내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자신이 익힌 공부 이외의 내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력을 전하는 상대나 받는 상대 모두에게 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심법을 익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후원도 아주 조금의 내기만을 흘려보내고 상대도 받아들였을 뿐, 더 이상의 조치는 무리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내기를 받아들인 사내가 기력을 약간이나마 회복했는지 입을 열었다.


“이제 되었소! 더 이상은 형장이 내력을 소모하며 도와줘도 헛수고이니 그만하시오!”


그 말을 들은 하후원이 사내의 가슴팍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조금만 더 일찍 치료 하였다면 무공을 회복할 수는 없어도, 연명은 할 수 있었을 텐데. 유감이구려...”


하후원의 말을 들은 사내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데, 산발한 머리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전신의 상처보다 더욱 처참했다. 두 눈은 무언가에 당했는지 눈두덩이 부터 파여서 두 눈이 있던 자리가 퀭했고, 얼굴은 온통 찢기고 살점이 떨어져나가, 오래전 땅에 묻힌 시체가 제 발로 걸어 나오면 이런 꼴이 아닐까 싶었다.


으음...


하후원이 사내의 얼굴을 보고 침음성을 내뱉었다.


“내 꼴이 과히 엉망이지 않소? 도움을 주신 분에게 마땅히 감사를 표하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보다시피 몸이 이 꼴이라서 인사하지 못함을 매우 죄스럽게 생각하오.”


“.........”


처참한 모습과는 다르게 사내의 음성은 차분하고 절도가 있어, 어딘가의 하류잡배로는 보이지 않았다. 상처를 당하기 전에는 체구가 당당한 멋진 사내의 모습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하후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형장은 무슨 사연이 있어 이 꼴을 당하신 것이오? 혹,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이 하모가 돕도록 할 테니 부담 없이 말해보시오!!”


사내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입을 열었다.


“내 어찌, 은인에게 그런 도움까지야 바랄 수 있겠소? 다만 본문에 닥친 해악이 작은 것이 아니니,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나의 말 몇 마디나 들어주셨으면 하오.”


이어진 괴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봉영원(鳳瑛元)으로 운남지방의 명문인 단천독문(斷天纛門)의 대제자였다고 했다. 어느 날 모종의 서신을 받은 장문인이 문을 나섰고 일주야 뒤 시체로 되돌아온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혼비백산한 문내의 사람들이 여러 원로와 쟁쟁한 제자들로 조사단을 꾸려 문을 나섰고 이들 역시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봉영원은 제자들을 단속하고 문밖출입을 금지했다. 적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한 최대한 웅크리고 적의 침습에 대비하려 한 것이었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을 것이라 추측은 했지만, 그것이 내 셋째사제일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소.”


그날 밤. 문파의 담을 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단천독문의 독공과 암기술도 만만치 않아 이들은 사력을 다해 저항했지만 저들이 펼치는 무공 앞에서는 헛수고였다. 봉영원도 적들을 물리치기위해 가진바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이들에게 무릎 꿇려졌다.


그리고 이들의 뒤에서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난 사내!


“이히히히...대사형, 잘나신 대사형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려.”



“구..구섭영! 네..네놈이..!”


다른 사제들이 셋째인 구섭영은 음침한 구석이 있다며 멀리할 때도 다신만은 대사형으로써 항상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동문사형제로써 항상 배려하며 그를 챙겨주었는데 그런 구섭영이 문파의 숨은 쥐새끼였던 것이었다.


“셋째사제, 아니 구섭영 그놈은 조롱하듯 내 팔을 뭉개고 다리를 잘라냈다오. 문파의 모두를 죽이면서도 끝까지 나를 희롱했는데, 마지막으로 내 두 눈을 파내면서 한말은 이것이었소!”


“크크크크...금두혈목섬여(金頭血目蟾蜍)!! 이런 귀한 것이 너희들에게 가당키나 하단 말이냐? 본회(本會)에서 유용하게 써줄터이니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거라!!”


“희미해져가는 내 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그것이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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