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공동 개발 제안
‘오유사운드 미씽유(Missing You)’는 그리운 소리를 담았다는 의미로 기획한 제품이다.
“다정아. 너 기억하니?”
“응, 작은 오빠. 그때 어린이날 자라섬 가면서 했던 얘기. 맞지?”
“그래, 맞아.”
미셸이 행방불명되어 자라섬으로 가던 날.
다정이와 나눴던 대화를 통해 확신하고서 시간 날 때마다 제품을 기획해왔다.
“선배. 그럼 ‘오유사운드 펫’은 일반 제품이고, ‘오유사운드 미씽유’는 특화 제품인 거네.”
“그렇게 말하니 특화 제품이 맞겠다. 정확하게는 소리만 특화한 거지만.”
‘오유사운드 펫’은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에서 소리를 선택해 제공하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기획 중이지만 ‘오유사운드 미씽유’는 고객이 원하는 소리를 담아 제공하는 기기에 가깝다.
그러니 수영이가 말한 대로 특화 제품 또는 고객 맞춤형 제품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작은 오빠. 나도 이해는 했는데 소리는 어떻게 할 거야?”
‘오유사운드 미씽유’는 고객 맞춤형이라 고객이 직접 소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편의성을 위해 SNS를 활용할 생각이다.
“이걸 다정TV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받았으면 해. 먼저 제품 설명을 충분히 하고 나서 고객이...”
기획 의도는 고객이 원하는 소리를 담는 제품이다.
가장 바람직한 사례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고 새끼가 다른 집에 분양될 때, 어미와 헤어진 새끼에게 필요한 어미의 소리를 담은 그런 제품.
아무리 급해도 어미가 새끼를 낳자마자 타인에게 분양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어미가 젖을 물리며 새끼를 돌보다가 적절한 시간이 되었을 때 이별하게 된다.
그동안 새끼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미의 체온과 소리에 익숙해지고.
언젠가 동물병원에서 분양을 기다리며 임시로 생활하는 새끼를 본 적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 갑자기 혼자가 된 느낌도 황당할 텐데, 새로운 분위기 때문에 바들바들 떨거나 소화불량에 걸려 설사를 하고 종일 두려워하는 모습을 봤다.
고아가 된 아이와 흡사했다.
그럴 때 어미의 소리라도 들려준다면 안정을 찾지 않을까?
비록 소리여도 말이다.
“그래서 이벤트로 진행했으면 해. 어미를 키우는 집에서 분양할 곳을 명확하게 정한 상태여야 내 의도가 맞아떨어지거든. 새끼를 분양하면서 선물로 제공하거나, 분양받는 쪽에서 새 가족의 선물로 구매하는 그런 기기로 말이야.”
기기는 ‘오유사운드 펫’과 차이가 없지만,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소리를 녹음해 담아야 한다.
전용 앱을 통해 녹음하면 그만이지만, 제품의 홍보 효과를 위해 녹음 기능은 나중에 제공하고 첫 출시 때는 오유스토리에서 파일을 받아 편집할 생각이다.
“아. 그럼, 다정TV에서 이벤트 방송을 보내면서 소리를 받자는 거구나.”
“바로 그거야. 우리는 어미의 이름과 새끼의 이름을 조합한 파일을 만들어 이벤트 당첨자에게 제공하는 거지.”
“와, 선배. 정말 머리 좋다. 소리 이벤트 자체는 무료겠지만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거잖아?”
결국은 ‘오유사운드 펫’의 옵션 기능이지만 제품 구매로 이어질 거다.
“얘기는 다 나눴으니까 어떤 프로세스로 할지 의견 좀 줘. 이메일로 해도 되고 클라우드로 해도 될 것 같은데. 우리한테는 더 많은 소리를 수집할 기회니까 언어도 다양하게 해서 방송하면 좋겠어.”
1주일 후, 외국어는 현재 크라우드 펀딩의 주문이 많은 국가를 참고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정했다.
제품과 이벤트에 관한 대본이 나온 후에 이를 각각의 외국어로 번역해 다정TV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11월 말이 되었고, ‘오유사운드 펫’ 제품의 크라우드 펀딩이 종료되었다.
펀딩은 대성공이었고 판매 대수는 32만 대, 총 판매액은 56억 원이었다.
“고상식 대표님. 덕분에 펀딩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왔습니다. 펀딩은 끝났지만 12월 말까지 배송 건수는 더 늘어날 겁니다.”
“네, 저도 너튜브에서 영상 봤어요. 반려동물 애호가들한테 인기가 많아서 제조와 배송에 문제가 없도록 할게요.”
‘오유사운드 펫’의 첫 제조 물량은 200만 대로 주문했고, 12월 첫 주 ‘놀 타운’에서 시연식을 열었다.
이 자리엔 ‘오유사운드 미씽유’의 이벤트 참가 가족도 초대되었다.
“시연은 아무래도 윤 이사님이 하셔야 하겠죠?”
고상식 대표가 내가 나설 것을 권유했다.
“아니요. 이 ‘오유사운드 펫’ 제품의 영광스러운 첫 시연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중요한 아이디어를 내준 손다정 이사와 이벤트의 첫 응모자인 김소미 어린이. 앞으로 나오세요.”
내 말에 다정이와 김소미 어린이가 나왔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시연을 해 보였다.
다정이가 준비하는 동안 김소미 어린이는 강아지를 바닥에 앉혔고, 소리 버튼이 있는 ‘오유사운드 펫’의 장난감 제품을 그 앞에 놓았다.
강아지는 사람이 많고 처음 맞는 분위기라 꼬리가 아래로 쳐진 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통신 설정까지 완료했습니다. ‘오유사운드 미씽유’ 이벤트에 응모한 김소미 어린이가 보내준 소리를 담아봤어요. 김소미 어린이가 앞으로 키울 강아지 뽀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랄게요. 자, 김소미 어린이. 이제 뽀네가 장난감에 있는 버튼을 눌러보게 해줄래요?”
스마트폰과 장난감의 스피커가 통신으로 연결되자 버튼에 LED 불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호기심이 생긴 강아지 뽀네가 버튼 하나를 눌렀다.
월- 월-.
아마 뽀네의 엄마 소리일 거다.
뽀네는 그 소리가 신기한지 같은 버튼을 또 눌렀다.
월- 월-.
뽀네의 꼬리가 올라가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거로 봐서는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강아지의 모습을 보며 크게 웃었고 박수를 쳐주었다.
뽀네는 다른 색상의 LED 불빛이 나오는 버튼도 눌러보았고 대기할 때의 긴장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연회가 무사히 끝난 후 고상식 대표와 향후 일정을 의논했다.
“고상식 대표님. 제품이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장난감을 다양하게 만들어봤을 텐데 조금 아쉽네요.”
“그건 차차 진행하셔도 될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 생기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고요. 그것보다는 내년에 공동으로 개발했으면 하는 아이템이 있는데요.”
“공동 개발요? 정부 지원사업 개발인가요?”
고상식 대표는 개발비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이 흔히 하는 정부 지원사업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아닙니다. 오유스토리가 개발비를 대고 고상식 대표님이 함께 참여하셨으면 해서요.”
“개발비를 부담한다고요? 어떤 아이템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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