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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서재입니다.

네크로맨서와 최후의 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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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작품등록일 :
2021.12.31 12:03
최근연재일 :
2022.01.15 18: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65
추천수 :
0
글자수 :
39,064

작성
22.0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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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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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7화. 최초의 구울과 최후의 구울

DUMMY

“응, 네게 소개시켜 줄 구울이 있어서.”


엣다 베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됐으니까 나와도 돼, 하나.”


그러자 부드러운 발소리와 함께 귀가 편해지는 포근한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이 사람이 아가씨가 말씀하신, 최후의 구울. 최고허접인가요?”“초면에 죄송하지만, 그 명칭은 틀렸습니다.”

“어떤 거죠? 최후의 구울이요? 아니면 최고 허접이 말인가요?”

“당연히 후자죠!”


순간, 울컥하는 바람에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꽤 노기를 가득 담은 외침에 대응하듯, ‘하나’라는 이름의 구울은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내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이제 알겠습니다.”


만족한 듯 입을 살며시 가린 그녀는 암막 커튼을 연상시킬 정도로 검고 매끄러운 긴 생머리를 가진 여성 구울이었다.

핏기가 사라져 가을 구름처럼 하얀 피부와 머루처럼 창백한 입술을 지녔고. 빚어진 것 같은 매끄러운 몸은 생활 한복 느낌이 물씬 풍기는 복장이 감싸고 있었다.


완벽한 구울이면서 동시에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그 모습에 나는 경이롭다는 평가를 내리고 말았다.


“그렇게 보시면 제 모습을 뚫어질 걸요?”

“아아, 예?!”


내가 그렇게나 그녀를 보고 있는 줄은 몰랐다.


“하하하, 아가씨가 왜 그를 말동무를 들였는지 단번에 알겠네요.”

“그렇지? 아까 뼈 강도도 테스트 해 봤는데 꽤 괜찮았어. 맷집도 괜찮아.”

“그거 좋네요.”


얘기를 끝낸 엣다 베릴다는 그제야 내게 ‘하나’라는 구울을 소개해 주었다.


“하나야, 하나. 내가 맨 처음 구울로 부활시킨, 1번 구울.”

“1번···?!”


나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번호였다.

한 자릿수는 A로 구분되며, 지칭하는 명칭은 에이스다. 그녀는 그런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는 존재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후의 구울이자, 아가씨의 말동무로 일하고 계신 장 송주님.”


그런 그녀가 정중히 고개를 숙여 나에게 예를 갖췄다.


“저는 최초의 구울이자 아가씨의 손과 발로 일하고 있는 하나입니다.”


빨려들어 갈 것 같은 반짝임을 지닌 검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자, 순식간에 우주를 들여다 보는 기분이었다.


“아까의 무례는 아가씨에게 전해들은 내용이 진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나쁜 의도는 없었으니,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도대체 그녀에게서 무슨 얘기를 들은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슬쩍 엣다 베릴다를 바라봤으나, 그녀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혹시 이 사람이 전해준 내용이라면 뭘까요?”

“주인님이라 해!”


‘이 사람’이란 표현에 화가 난 엣다 베릴다가 꾹 닫고 있던 입을 삐죽 내밀며 외쳤다.

하나는 그런 그녀와 내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나쁜 내용은 아닙니다. 그저 구울은 이미 죽은 몸에 영혼이 깃든 형태로 괴로움도 고통도 허기도 느끼지 않고 오로지 주인을 따르는 본능만 남아있는 특징이 그쪽에는 발휘되지 않는 것 같다는.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걱정 마세요. 잘 발휘되고 있거든요.”


내가 머리로는 반항해도 몸은 거역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가요? 잘 발휘되고 있다면 제게도 주인님께도 반항조차 하지 못했을 텐데요?”

“근데 그렇게 따지면 저도 결국 당신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요?”


그녀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에 맞춰 입고 있는 생활 한복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푸른 치마가 바람을 타고 움직였다.


“뭐,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그럼 수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임무에 복귀하기 전, 약 삼 개월 동안. 주인님의 명령대로 이 자를 훈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예···? 훈련이요? 이건 처음 듣는 소린데···?”


또 이 주인이 멋대로 얘기를 진행시킨 모양이었다.


“어차피 말해줬어도 너는 반대조차 할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여.”

“어떻게 그런 막되 먹은 짓을!”

“말동무잖아, 말동무! 네 역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걸 시키는 데 뭐가 나쁘다는 거야?”

“수련 같은 게 나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알려주실 수는 있잖아요!”

“구울에게 미리 알려주는 주인이 어디 있니?”


이 사람에겐 인간의 밑바닥 정도의 취급도 바라면 안 되는 걸까.


“아아, 됐어! 명령이야, 명령! 수련 받도록 해!”

“싫어요!”


나는 내 취급을 위해서라도 반항하려 애썼지만, 이미 몸은 하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제자가 될 것을 약조하기까지 한다.

망할 놈의 주종관계!


“하하하, 잘 부탁합니다. 최후의 구울. 자네는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그럼 맡겨도 되겠지, 하나?”

“물론입니다, 아가씨. 아, 참. 그 전에 확인하고자 하는 게 있지 않았습니까?”

“응? 확인? 그게 무슨 소리야?”


경위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주인을 바라본다. 그건 아마 강아지가 맨 처음 주인이 된 인간을 바라보는 표정과 비슷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소린지 알고 났을 때는, 더 이상 순진무구할 수 없었다.


“아아, 맞네. 뇌를 열어보려고 했었지?”

“계속 열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괜찮겠네.”

“으음~ 그렇구나. 내 뇌를···. 아, 잠깐. 뭐라고?”


뭔가 끔찍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자, 그럼 하나. 부탁할게.”“네, 아가씨!”

“왜 지팡이를?”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과 죄책감도 없이 내 두 팔을 붙잡고 결박한다.


“저, 저기요? 저기요?!”

“그럼 가만히 있어. 처음 봤을 때부터 진짜 뇌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엑스레이 같은 걸로 보면 되잖아!”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처절하게 외쳤다.


“적어도 인간 밑바닥 정도의 대우를···! 적어도 인간 밑바닥 정도의 대우르으으으으을!”


그러나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외침일 뿐이었다.


“괜히 움직였다가는 다친다.”


그렇게 퍽―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두개골의 성대한 개방식이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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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최약의 구울과 최강의 구울 22.01.15 12 0 16쪽
» 7화. 최초의 구울과 최후의 구울 22.01.09 13 0 6쪽
6 6화. 구울의 마을과 최후의 구울 22.01.08 19 0 12쪽
5 5화. 심심한 네크로맨서와 심심풀이 구울 22.01.02 15 0 9쪽
4 4화. 막무가내 네크로맨서와 슬픈에 잠긴 구울. 22.01.02 19 0 9쪽
3 3화. 최강의 네크로맨서와 최악의 구울 22.01.02 21 0 10쪽
2 2화. 죽어버린 현실과 최후의 구울 22.01.02 26 0 9쪽
1 1화. 고백하려던 날에 인생이 고백(Go Back)했다. 22.01.01 4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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