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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서재입니다.

네크로맨서와 최후의 구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남녘
작품등록일 :
2021.12.31 12:03
최근연재일 :
2022.01.15 18: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69
추천수 :
0
글자수 :
39,064

작성
22.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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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화. 죽어버린 현실과 최후의 구울

DUMMY

구울.

아랍, 이슬람권의 요괴로 흔히 좀비와 비슷한 존재이다.

어원은 귀신이나, 악마를 뜻하는 아랍어.


“···그 구울···말하는 거예요?”

“아랍이나 이슬람이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요괴나 좀비와 비슷하다는 건 맞아. 다만, 구울은 좀비 같이 그저 걸어 다니는 시체와는 달라.”

“어떤 식으로요?”


나는 아랍과 이슬람을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물었다.


“구울은 주인의 명령에는 절대적이라 통제가 되거든. 극히 일부기는 하지만 지성을 갖춘 애들도 있고 말이야.”

“그 주인의 명령에 절대적이라는 건···, 저도 포함인가요?”


그녀는 대답대신 빙그레 웃는다.

말해 뭐하냐는 의미의 미소는 지금 내가 구울이 됐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피로를 몰고 오는 기분이다.


“그렇게 된 거니까 깍듯하게 주인을 모시도록 해. 너는 구울 치고는 꽤 지성이 높은 편이거든. 그러니까 그 정도는 기대해도 되겠지?”


기대라.


·········아니 구울이라.


“도대체 그런 개소리를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라고 당자에라도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죽기 직전에 느꼈던 통증도 일어날 때 깨달았던 감각들도 모두, 생생한 죽음이었다.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죽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죽기 직전에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와 눈앞에 보이는 이 푸르스름한 시체의 괴리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심하네.’


순식간에 공허한 감정이 밀려든다.

아무래도 내가 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무엇인가를 이곳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


“구울이면 부활 같은 거죠?”

“그렇지.”

“왜 절 부활시킨 거예요? 제가 해야 할 뭔가가 있는 건가요? 아무나 부활시킨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생전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다.’라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을까,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뭐, 그렇지.”


그녀는 앉아 있는 나를 가늘게 뜬 눈으로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네가 해야 할 일도. 내가 너를 굳이 구울로 부활시킨 이유도 명확하게 존재해. 하지만. 그걸 알아서 뭐하게?”

“···네?”

“뭘 단단히 착각한 모양인데, 넌 나 덕분에 죽었음에도 살아 있는 거야. 그걸 감사히 여기지는 못할망정, 지금 주인이 한 행위에 의문을 제시하는 거야?”


그녀의 눈빛이 섬뜩하게 변했다.


“너 두 번 죽고 싶니? 영면하고 싶은 거야? 관 짝에 넣어줘? 아니면 아예 성불 시켜 줄까?”

“아, 아아, 아니. 그게 아니고···.”


나는 그녀의 기세의 몰려 주춤주춤 앉아 있는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과 반대로 그녀는 체리 색 롱 헤어를 흔들며 얼굴을 바짝 내민다.


“네 죽인이 살리고 싶어서 살렸고! 앞으로 알아서 명령을 내려줄 텐데 도대체 그게 무슨 개 같은 질문이야? 앙?!”

“그, 그건 그렇지만. 저 죽었다고 해도 이제 막 성인된 나이고. 그리고 여기 어째서인지 외국도 아닌 거 같고···.”


나는 꼴사납게도 완전히 그녀의 기세에 눌려버렸다.

이미 입을 열기 전에 했던 다짐 따위는 전부 잊어버린 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 어떻게 됐고 자시고. 여기가 어디든 말든! 너한테 그런 게 더 이상 상관이 있어?”


아무래도 이 여자의 성격의 어느 한 부분이 단단히 뒤틀린 게 분명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계속 그런 뒤틀린 언사를 듣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도 당연했다.


“뭐, 그건 그렇지만. 좀 싸가지가 없네···?”


대뜸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다.

나는 화들짝 놀라 입을 막았지만, 정작 그 부분은 그저 한 번 째려보는 것과 주의를 주는 정도로 그쳤다.


“됐고, 저쪽으로 돌아 봐. 그리고 말 또 짧아졌다. 조심해.”

“아, 예.”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이상한 사람의 말에 끓던 속이 차분해지고 순순히 뒤를 도는 남자가 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이 사람에게 순종적인 내가 말이다.


‘설마 나는 이런 쪽의 성벽이라도 있던 걸까?’


국가에서 해주는 것으로는 부족해 스스로 공부해왔던 보건 수업의 자가 진단에서는 결코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팔 좀 들어봐.”

“어느 쪽이요?”

“왼쪽.”


왼쪽 팔을 든다.

자연스레 시선이 팔 쪽으로 향했다.

근육 하나 없이 얇은 팔이 창백하다.


‘이게 일종의 되살아난 몸인 건가?’


흥미롭기 그지없다.


“구울은 좀비랑 비슷하다 했죠?”

“응. 자연히 발생하는 좀비와 달리 너 같은 구울은 술사에 의해 부활해서 약간의 지성도 있고 본능이 아닌 명령에 따르지.”


이렇게 답해주는 걸 보면 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네 경우는 이상하리라 만치 지성이 높은 것 같아.”

“공부는 못 했어요.”

“그건 보면 알아.”


그 말에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한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근데 제가 되살아 난···. 그, 구울이 됐다는 건 이해가 됐는데 여긴 어디에요? 누가 봐도 제가 살던 곳은 아닌데요?”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편승해 조심스레 그녀가 쓸데없다던 질문을 다시 던져 본다.


“오른쪽.”


왼쪽 팔을 내리고 이번엔 오른 팔을 들어 올린다.


“저는 분명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거 같은데···. 아! 아니면 죽은 사이에 옮겨진 건가요? 하하하, 혹시 이거 분장이고 개꿀잼 몰카~ 뭐 그런 건가?”

“개꾸르. 제무르카? 개꾸르는 뭔지 모르겠지만. 제무르카는 알고 있는 거야?”


응? 뭔 개소리지?


“그게 뭔데요?”

“반대편에 있는 왕의 이름이야.”


그딴 걸 내가 알 리가 없다.


“죄송하지만 제가 모르는 사람 같네요.”

“쳇, 뭐야. 흠. 그럼 포장지도 그렇고 내용물도 완전히 저쪽 물건이라는 건가?”

“저쪽?”


내가 의문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천천히 살피던 오른 팔을 그대로 비틀었다.


“우드득!”


나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쥐고 있던 내 오른 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였다.

그렇게 됐다는 걸 눈에 보고 나서 약 10초.


“으아아아아아악!!!!!!”


그 기괴한 뒤틀림을 그대로 토해내는 비명을 지른다.


“시끄러워. 아프지는 않잖아?”

“그럴 리가 없잖···.”

응?


“······지 않아. 안 아픈데?”

“당연하지. 구울이니까. 씁! 너, 또 반말 쓴다?”


구울.

내가 알고 있는 구울이라면 한창 재미있게 봤던 ‘안대를 한 하얀 머리 구울’이 있으나, 그 사람의 몸에 내 얼굴을 붙여놔 봤자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좀체 상상하기가 어렵다.


“이거 돌아오긴 해요?”

“아마도?”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나의 팔을 놔준다.

그러자 기괴하게 꺾였던 나의 오른 팔은 다시 기괴하게 비틀리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오, 회복 속도는 거의 100번 대 같은 걸?”

“100번 대···?”


아까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만을 늘어놓는다.

지금이라면 순순히 이것저것 답해줄 것 같은데, 정작 뭐부터 물어봐야 좋을지 도저히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나름대로 일방적인 얘기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만 팔은 내려도 돼.”

“아, 네에.”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팔.

스릴러 영화에서나 보던 모습에 내 몸임에도 섬뜩함을 느끼고 만다.


‘정말 죽었나 보네···.’


좀 전에 죽었다는 걸 확신했음에도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실감이라는 건 몇 번을 하더라도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여러 가지 문제는 있어 보이지만, 그래야 내 마지막 걸작이라 할 수 있겠지.”

“마지막 걸작이요?”

“응. 놀랍게도 너는 내가 되살린. 아니지. 되살릴 수 있는 최후의 구울이었거든.”


최후의 구울.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어감이었다.


“네 뒤로는 더 이상 구울이 만들어지지 않을 거야. 한 마디로 네가 내 꼬리라는 얘기지. 그게 용일지 뱀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빙그레 미소 짓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다시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죽었다.

그리고 구울로 되살아난 이곳은 내가 있던 세계가 아니다.

통증은 없지만, 내 기억과 머리가 그걸 이해하고 있다.


죽었다는 것.

구울이 됐다는 것.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그녀가 주인이라는 걸 말이다.


“이제 이해했나 보네?”


내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가 물었다.


“···어느 정도요. 현실감은 없지만, 머리는 이해한 것 같아요.”

“재미있는 표현을 쓰네. 보통 구울은 지성을 갖지만 그건 머리가 아니거든.”


그녀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킨다.


“잘 들어. 구울과 좀비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목적을 가지는 것에 있어. 그리고 그 목적을 가진다는 게 바로 지성이지. 넌 아무래도 그 지성이 매우 뛰어난 것 같아.”

“아까도 말했지만 전 그렇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네 처참한 학습 능력 따위랑은 상관없어. 그 지성을 이루는 건 부활할 때 흘려 받는 나의 마력이거든. 하지만 이렇게까지 뛰어날 수 있나? 혹시···.”

“마력···?”


잠깐···만.

잠깐 기다려 봐.


“혹시 마법···같은 게 있는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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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최강의 네크로맨서와 최악의 구울 22.01.02 21 0 10쪽
» 2화. 죽어버린 현실과 최후의 구울 22.01.02 26 0 9쪽
1 1화. 고백하려던 날에 인생이 고백(Go Back)했다. 22.01.01 4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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