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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도끼만행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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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7 12:20
최근연재일 :
2017.08.03 00:44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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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3
추천수 :
205
글자수 :
155,811

작성
17.07.1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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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대한제국의 사죄

DUMMY

" 신, 이순신 사령관이옵니다. 마마 "


이순신 사령관은 명성황후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령관 뒤에서 나머지 혼령들도 황후께 인사를 올렸다.


누가 먼저였을까?


울음 소리가 들렸다. 조국에 묻히지 못하고 먼 타국땅에서 원망과 그리움의 시절을 보낸 건 황후나 어린 학도병이나 정신대 소녀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광복군들도 이를 악물었지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다.


조국이 아버지였다면 황후는 어머니였다. 그렇게 그리웠던 어머니가 지금 우리 앞에 서 있었다.


어린 자식들을 어루만지듯 명성황후는 고개 숙인 조선의 신하와 백성들을 바라봤다.


갑자기 명성황후가 무릎을 꿇었다.


" 저는 죄인입니다. 죽기 전에 이렇게 용서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이순신이 화들짝 놀라서 앞으로 나왔다.


" 마마 이 무슨, 어서 거두어 주시옵소서.. "


" 장군, 저는 죄인입니다.


장군같은 충신에게 상을 주지 않고 전장으로 쫒아내 죽게했으니 저는 죄인입니다.


일본으로부터 조국을 지키지 못하고 국권을 내주었으니 저는 죄인입니다.


꽃같은 소녀들을 전장으로 내몰아서 왜놈들의 노리개로 삼게 했으니 저는 죄인입니다.


공부시켜야할 어린 학생들을 전장으로 보냈으니 저는 죄인입니다. "


명성황후가 고개를 바닥에 숙이고 엎드렸다.


" 벌하여 주시옵소서 ~ , 저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 절대 용서치 마시오~ “


“ 조선의 백성들은 절대 저를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


명성황후는 일어날 줄을 모르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명성황후의 사죄에 이순신을 비롯해서 독립투사들과 정신대 소녀들, 학도병 그리고 광복군들은 수 십년 묵은 가슴 속의 슬픔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통곡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혼령들이 집단으로 통곡을 하니 파장이 벽을 쳤다. 진동 때문에 건물이 흔들렸다. 1층 빵집에서는 2층에서 공사를 하는 줄 알았다. 아니면 도로에서 땅 뚫는 공사를 하던가..


황후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 임진년 조선의 바다를 지킨 이순신 '


조선의 왕은 이순신에게 상을 주지 않았다. 그는 백의종군하여 벌을 받았고 전장에서 숨을 거뒀다.


' 일제를 물리치기 위해 자신을 던졌던 독립투사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유관순 '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체포되어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사형을 당했다. 대한제국의 황제는 분명 그 때 조선에 있었지만 독립투사들을 변호해주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에 끌려가서 일본군의 총알받이와 노리개가 되어야했던 학도병과 정신대소녀들


대한제국의 황제는 이들을 천황에게 받치는 조공 정도로 생각했을까? 오랜 세월 주변 강대국에게 그러했듯이...


분명 대한제국이라는 허울은 존재했지만 조선의 어린 백성들의 삶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웠던 광복군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제국은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조국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은 없었다. 용서를 구하는 이도 없었다.


조국에 충성을 바치고 목숨을 버렸지만 그토록 그리워했던 조국은 그들을 품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여기 본부에 모인 혼령들은 가슴속에 다들 한이 맺혀 있었다. 한 맺힌 혼령들의 빛은 푸른기를 띄고 있었다. 이 푸른빛이 혼령들의 발목을 잡아 천당에 못가고 구천을 떠돌게 했다. 맑고 하얀 기운 중에 납덩이같은 녹슨 덩어리가 껴있어서 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것을 풀어내야했다.


명성황후의 사죄는 피멍이 든 조선 백성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사과하는 그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어미품처럼 오늘 조선의 백성들은 따뜻함을 느꼈다.


민족문제 연구소 안소장이 한 풀이하는 시간을 가졌다. 혼령들은 10명씩 그룹을 지어 모여 앉았다. 그리고 각 그룹에 종이와 볼펜을 나눠줬다. 각 그룹별 서기를 정했다. 그룹별로 자신을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 내 이름은 홍길동이에요. 나이는 16세, 상해에서 죽었어요. 학도병으로 가기 전에는 서울 명성 중학교에 다녔어요. 아버지는 홍만석, 어머니는 이명자, 남동생이 하나있어요.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수학선생님이요. 연애는 못 해봤어요. 옆집에 살던 순자를 좋아하긴 했는데...... 순자는 지금쯤 할머니 됐겠죠 ? “


“ 이름은 서아정이에요. 나이는 15살, 저는 상해에서 죽었어요. 폭탄이 엄청 터졌는데 무서웠어요. 위안소에 간 첫 날 죽을려고 했는데 못 죽었어요. 끌려오기 전에는 경기도에 살았고, 동네 서당을 다녔어요. 아버지는 서유, 어머니는 윤소영, 오빠가 둘이고 언니가 셋이에요. 제가 막내인데, 엄마가 무지 보고 싶었어요. 천국가면 울 엄마 볼 수 있겠죠 ? ”


“ 내 이름은 김두만이에요. 나이는 22살, 저는 광복군 특수부대원이었어요. 미국 교관에게 특수 훈련을 받았죠. 조금만 더 있었으면 우리가 서울에 진입해서 광복을 시켰을 텐데... 안타까워요. 그냥 원래 계획대로 8월 초에 공격을 했어야 했는데 왜 늦춰졌는지 모르겠어요. ”


“ 아! 저는 저녁 먹고 구토를 했는데 그게 독이 있었나 봐요. 저 말고 같은 대원들이 다 그랬어요. 내일 작전이 있었는데, 우리 중에 황대위라는 그 놈이 배신을 한 것 같았어요. 그 놈만 괜찮았거든요 ”


안소장님은 혼령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적어 놓은 종이를 모았다. 혼령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응어리가 풀렸는지 푸른빛이 많이 옅어졌다.


안소장은 오늘 모은 종이들을 벽에다 하나씩 붙여 놨다. 명찰도 노란색으로 만들어서 종이위에 붙였다. 벽면에 종이들을 붙이면서 안소장은 기도했다.


“ 부디 가슴에 맺힌 원한을 어루만져 주시고, 이들의 죽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타국의 어느 강가에서 이름없이 죽어 갔던 젊은 영혼들이 조국을 찾아왔습니다. 어미 품을 파고드는 어린 강아지들같은 이 혼령들에게 따뜻한 어미 품을 내어주시듯 이들을 품어 주시옵소서 ”


본부 한쪽 벽면에 촛불을 피울 수 있는 제단도 만들었다. 수 백 개의 촛불이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타들어갔다. 혼령들은 자기 이름이 쓰여 있는 촛불이 켜진 것을 보고 좋아라했다.


안소장을 도와 나이키가 촛불에 불을 붙였다. 안소장은 무당이라 혼령들과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나이키는 기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혼령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안소장과 나이키는 나이차이가 20살 정도 난다. 아버지뻘이었다. 그러나 이런 날은 소주를 한 잔 해야 한다는 데 둘은 필이 통했다. 같은 심정을 가진 사람과 소주잔을 기울인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다. 둘은 이 날 안 죽을 정도로 술을 먹었다. 나이키가 뻗은 안소장을 본부로 옮겨 드렸다. 업어서...


안소장은 민족문제 연구소를 하면서 빨갱이라고 오해도 많이 받고 멱살도 많이 잡혔다고 했다. 한 번은 연구소 문 앞에 똥칠을 해 놓은 적도 있었단다. 자신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는 거라고 했다. 이름만 치면 다 검색 될 수 있게...


안소장은 해방된 조국에서 아직도 친일 인사들이 활개를 치며 살고 있는 것이 통탄스러웠다. 학계, 정계, 재계, 그리고 언론.. 친일 세력이 어디 한군데 장악을 안 한 곳이 없었다. 그러니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 갈 수 밖에 없지... 가슴이 아팠다.


이름 없이 죽어갔던 조국의 딸과 아들들.. 그들의 핏 값으로 친일 인사들은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고 있었다. 안소장은 이 불합리함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소주를 7병 마셨다.


안소장같은 사람에게 소주는 참 고마웠다. 첫째 싸다. 둘째 독해서 빨리 취한다. 셋째 화장실에 자주 안 가도 된다. 킥킥.... 소주는 여러모로 참 고마운 술이다.


나이키도 안소장과 같이 소주를 마셨는데 멀쩡했다. 왜 ? 많이 안 마셨으니깐.. 나이키는 주량이 한 병이었다. 더 이상은 안 마셨다. 안소장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을 먹으니 오늘 술은 참 달았다.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존경스러웠다.


백선생님은 건강이 안 좋으셔서 술을 못 드셨다. 엄청 좋아하시는 데 절대 먹으면 안됐다. 그래서 따돌리고 둘만 왔다.


안소장을 업어서 본부로 가는 길에 남은 소주를 챙겨갔다. 안주도... 촛불 피운 제단에 놓았다. 한 잔 하시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나이키는 제단 앞에 앉아서 한참을 촛불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봤다. 그러다 그곳에서 잠이 들었다. 집에 가기 싫었다. 오늘은 촛불과 함께 지내고 싶은 밤이었다.


“ 잘 자요~ , 조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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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우리들의 대통령 +3 17.08.03 103 5 7쪽
37 국회엔 로보트태권브이가 없다. 17.08.02 89 4 7쪽
36 촛불집회 17.08.02 101 4 11쪽
35 포세이돈의 염동력 +4 17.08.01 89 4 10쪽
34 나이키의 부활 +4 17.08.01 78 4 10쪽
33 예지몽 +4 17.07.31 100 4 11쪽
32 빛고을의 반사에너지, 장을 살리다 +4 17.07.31 55 4 8쪽
31 스텔스 +4 17.07.31 100 4 10쪽
30 운명을 바꾸는 인간의 의지 +4 17.07.30 73 4 11쪽
29 육사, 술&담배&결혼(섹스) 금지 +4 17.07.30 81 4 11쪽
28 미스터 빈라덴 +4 17.07.30 67 4 9쪽
27 모사드의 아폴로 +4 17.07.29 99 4 10쪽
26 어벤져스 +6 17.07.28 93 5 10쪽
25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법 +4 17.07.26 77 4 9쪽
24 왕따 명찰 +4 17.07.26 79 4 10쪽
23 세일러문 +4 17.07.25 79 4 8쪽
22 이지메의 후예-벨벨꼬인, 좌로꼬&우로꼬 17.07.25 101 4 11쪽
21 용사여~ 나가서 싸워라! +6 17.07.23 111 5 10쪽
20 니똥꼬 내똥꼬야, 한반도 상륙 +8 17.07.23 140 5 9쪽
19 은밀한 손 +8 17.07.22 128 7 11쪽
18 첫사랑 +4 17.07.21 105 6 11쪽
17 김어준의 뉴스공장 +8 17.07.19 106 7 11쪽
» 대한제국의 사죄 +8 17.07.19 113 6 9쪽
15 야스쿠니 공격 +6 17.07.18 98 6 13쪽
14 초능력자 +8 17.07.12 114 6 8쪽
13 상하이 황푸강변 +8 17.07.11 75 6 9쪽
12 해외망자 모셔오기 +8 17.07.06 83 6 8쪽
11 운칠기삼 +6 17.07.06 110 6 8쪽
10 정찰병 급파 +8 17.07.04 113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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